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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번 국도변의 작은 휴게소, 동활휴게소에서 휴식 중

생각보다 7번 국도는 정체가 거의 없었다. 아침이라 피서 차량들이 몰리기 전이었을 듯. 울진까지 거침없이 북상하여 월천교를 지나 태백 방향으로 연결되는 416번 도로로 빠졌다. 넓고 쭉쭉 뻗은 바닷가의 7번 도로를 벗어나 416번 도로에 진입하면 강원도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물씬 든다. 들은 좁아지고 산은 높아지고 골짜기는 깊어지고 코너는 가파르다. 그렇지만 오가는 차도 적고 주변의 풍광에 젖어 운전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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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첫번째 목적지 삼척시 가곡면 신리의 너와집 앞에 도착했다. 이 너와집이 없다면 이 곳을 지나는 차가 하루에 몇 대나 될까 싶을 정도로 한적하고 조용한 산골이다. 신리의 너와집은 언젠가 찾았던 적이 있는데 워낙 오래되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크게 없는 것 같지만 주차장이 조금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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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한옥의 건축 양식에서 벗어나 지역적, 환경적 특색이 드러나는 가옥 형태인 강원도의 너와집. 강원도 깊은 산골에 정착한 화전민들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는 나무였을 것이다. 가난한 그 들이 기와를 올릴 수는 없을 것이고 벼농사가 어려운 곳이 많았으니 일반 농촌처럼 볏짚을 올려 초가지붕을 올릴 수도 없어 아예 나무 판자로 기와를 대신한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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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옥의 형태를 대청마루로 대표되는 남방계 주거 문화와 온돌이라는 북방계 주거 문화의 조화라고 말하기도 하던데 너와집은 개방적 구조의 남방계 주거 문화의 요소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혹독하게 추웠을 깊은 산골의 겨울을 버티기 위한 구조였을까. 건축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는 없지만 답답하고 어두워 보이는 너와집. 건물 내부를 구경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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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굴뚝도 나무로 만들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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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리의 너와집에는 드문드문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아와 잠시 둘러보고 발길을 돌렸다. 오늘날의 이런 호기심어린 관심이 사치스럽다 생각들 정도로 옛 시절 강원도 산골 화전민들의 삶은 치열했을 것이다. 험한 산세와 좁은 경작지에서 먹고 살기 위해 험한 산비탈을 개간하고 쌀 대신 감자와 옥수수로 연명하며 벌목과 사냥 등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기도 했으리라. 물이 있고 조그마한 터라도 있으면 이 좁은 국토 어디에서도 마을이 있고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우리 민족의 생명력은 끈질기고 강했음을 강원도 여행길에서는 절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너와집은 특이한 옛날 집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 남았던 강원도 사람들의 질긴 삶의 흔적으로 더 가치있을 것이다.





흑백 필름으로 뭔가 운치있는 장면을 찍고 싶었지만 지나치게 쨍한 날씨의 강한 콘트라스트에서는 별로 원하는 장면이 나올거 같지 않았다. 막연한 기대일지 모르지만 새벽이나 해질 무렵이라면 모를까 벌건 대낮에는 역시 어쩔 수 없다. 자 이제 태백으로~



2010.08.05 삼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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