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 산수이 리시버 7070을 들인 후 턴테이블을 연결하니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소리가 났다.
늘어난 테이프, 혹은 엄청 잘 안잡히는 라디오의 소리로 느껴질 정도로 상당히 심각했는데 턴테이블은 계속해서 쓰던 것이었고 리시버의 AUX단자를 통한 CD재생음은 훌륭했기에 나는 당연히 포노단의 문제일 것으로 생각했다. 튜너의 수신감도도 훌륭한 것 같지 않고 주파수 바늘도 잘 움직이지 않아 겸사겸사 대구의 수리명가 '빌라소리사'에 수리를 의뢰했다. 어차피 이런 빈티지 기기들은 구입한 후 오버홀 한 번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처음 도착한 날 사무실에 놓아두고 바라보기만 했던 산수이 7070. 스피커나 소스기기가 없으니 문제가 있는지 여부의 확인은 불가능했다. 그냥 '이쁘다~ 이쁘다~'를 연발하며 바라만 보던 숙직서던 날의 긴긴 밤.




어쨌든 그렇게 수리를 맡긴 산수이는 일주일 가량 지난 이번 금요일에 퇴근하고 달려가 찾아왔는데 말끔히 고쳐져 튜너의 스테레오 분리도 확실해 졌고 수신력도 좋아졌다. 그런데 문제라 생각했던 포노단은 전혀 이상이 없었고 턴테이블의 소리가 이상했던 것은 살 때 달려있었던 바늘의 수명이 다한 것이었다. 애꿎은 판매자에게 포노단이 이상한 것 같다고 따졌던 것이 좀 미안해졌지만 어쨌든 튜너 부분 수리하고 전체적으로 오버홀하는데 10만원이 들었으니 나도 적지않은 수업료를 들였다.




턴테이블의 문제는 결국 바늘의 마모로 밝혀졌으니 집에 돌아오자 마자 카트리지 교체를 시도했다. 이 때가 거의 저녁 9시 반 정도로 저녁도 안먹고 퇴근하자 마자 대구까지 달려갔다 돌아온 상태였지만 당장 해보고 싶단 생각이 앞서니 배도 안고프더라는;; 언젠가 오이스터 카트리지 바늘의 수명이 다하면 교체하려고 사둔 DENON DL-110 카트리지를 꺼냈다. 결국 돈들여 산건데 왜 나의 준비성(?)이 왜그리 흐뭇하던지 -_-; 





DENON DL-110. 일반적으로 MM형에 비해 보다 섬세하다는 MC카트리지인데 고출력이라 MC포노단을 지원하지 않는 앰프의 MM단자에도 바로 연결이 가능하다. 신품기준 16만원 정도 하는 것 같던데 미개봉 신품을 10만원에 사둔 것. (정말 잘한 짓인듯)




카트리지 교체 과정은 사진으로 좀 찍어둘까 했으나 일단 시작하니 긴장되서 그런 건 못했다..  책이나 웹상에서 어떻게 하는지 이론만 익혔지 막상 해보려니 손이 바들바들. 리드선이 어찌나 가늘고 불안한지 카트리지에서 빼내다가 끊어지기라도 할까봐 조심조심 겨우 빼냈다. 





일단 장착하긴 했는데 이게 제대로 맞추긴 한건지..칩압이랑 안티스테이팅 조절하고 일단 판부터 올려본다. 내가 처음으로 샀던 LP인 Lola Bobesco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다행히 소리가 난다!





이것으로 본가 오디오 시스템 변경이 거의 완료되었다. 턴테이블만 빼고 다 바꾼 것이었는데 카트리지를 바꿨으니 턴테이블에도 변경이 생겼다. 켄우드 시스템을 대구로 쫓아낸 산수이 7070과 보스 121 스피커. 보스 121은 여타의 보스(Bose) 스피커들과 달리 좀 더 맑고 저음의 양감이 적은 편인데 산수이와의 매칭은 꽤 괜찮은 듯 하다. 크기도 작은데다 풀레인지의 이 스피커에서 어찌 이런 소리가 나는지. 





그리고 사두고는 턴테이블 문제로 듣지도 못했던 Bill Evans Trio의 "Waltz for Debby"를 드디어 올려본다. 180g중량반으로 새롭게 리마스터링되서 발매된 판으로 기존에 듣던 음원보다 해상도나 공간감이 좋아진 느낌이다. 





교체과정은 안찍어두고 너저분한 작업 후의 장면. 마침 -자 드라이버가 작은게 없어서 애먹었는데 빅토리녹스의 저 작은 멀티툴이 나름 큰 역할을 해줬다. 맥가이버가 왜 쟤를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 가지고 다니다 보면 요긴하게 쓰일데가 많다.





10만원대 카트리지도 이만하면 들을만 한데 수십만원짜리 카트리지에선 어떤 소리가 나오는걸까. 안들어보는게 행복의 지름길이라...



2014.03.07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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