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ica Hexar AF



사실상 필름으로 사진 찍기를 그만둔지 거의 5년째인데 다시금 필름으로 사진을 좀 찍고 싶어졌다. 느닷없이 Leica M7으로 회귀한 지인의 영향이 컸는데 어차피 놀고 있는 필름 카메라야 여러대라 필름만 사서 찍음 그만이긴 했다. 하지만 거의 2배씩 올라버린 필름 및 인화지 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예전처럼 '길거리 풀떼기' 따위를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남길만한 사진, 특히 집에서 딸내미 사진을 찍는데 한정적으로 필름을 사용할 요량이었다. 


이제 막 기어다니는 딸내미라 주로 실내에서 찍어야 하기에 렌즈의 최대 개방값은 밝아야했고 감도 400정도로도 사실 셔터스피드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미러쇼크가 있는 SLR은 모두 탈락, 움직임이 많은 딸내미인지라 수동 초점 탈락, 노출계없는 클래식 기종들도 탈락. 결국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건 이 헥사 AF가 딱이었다. 최대개방값 2.0의 헥사논 35미리 렌즈에다 저소음, 저진동, AF속도도 빠르다. 반면 이 기종의 치명적인 단점은 최고 셔터스피드가 불과 1/250초밖에 안된다는 점인데, 지금의 용도인 실내 촬영에서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도 다행이었다. 그렇게 5년만의 첫 필름 사진은 헥사 AF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나름 간만에 들뜬 마음으로 2CR5 배터리도 새로 갈아주고 필름을 넣고 몇 컷을 찍어봤다. 그런데 AF Lock이 자꾸 풀리는 것이 아닌가. 초점을 맞추고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누르면 초점이 풀리며 다시 초점을 잡고 셔터가 릴리즈됐다. 처음엔 너무 오랜만이라 반셔터감을 잊었나 싶었는데 몇번을 찍어도 그랬다. (아까운 내 필름..)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검색해보니 헥사 AF에서 종종 발생하는 고질병이라고.. 피사체를 한가운데 놓고 찍는 일이 거의 없는지라 AF Lock이 안되면 사실상 사용 불가다. -_-;;  난감해하던차 다행히 어찌어찌 자가 수리 방법을 알게 되었고 참지 못하고 바로 뜯기 시작했다. 




1. 상판 분해


상판 분해를 위해서는 총 5개의 나사를 풀어줘야하는데 뒷면의 2개와 왼쪽의 1개는 겉으로 노출되어 있으니 문제없고 전면의 2개는 레자로 덮여져있어서 렌즈 옆쪽의 레자를 살짝 벗겨내어 노출시켜야한다. 나는 어디에 나사가 있는지 몰라서 꽤 많은 부분을 뜯어냈는데 사진처럼 렌즈 좌우측 부분을 조금만 벗겨내면 된다. 



작은 일자 드라이버 같은 걸로 틈새에 넣고 살짝 들어서 벗겨내준다. 끝부분을 잡고 잡아당기거나 하면 자칫 레자가 늘어가거나 할 수 있으므로 주의.




이쪽도 마찬가지. 레자 안에는 접착제가 발라져있어서 재조립할 때도 그냥 꾹꾹 눌러주면 다시 잘 붙는편이다. 만약 좀 뜨거나 하면 일명 돼지본드나 오공본드 같은 걸 얇게 펴 발라서 살짝 마르고 난 후 붙여주면 된다. 




나사 5개를 모두 푼 후, 상판을 살짝 들어주면 요렇게 열린다. 플래쉬 접점과 전선이 열결되어 있어 완전히 떼어지진 않는다. 셔터 부분 수리와는 상관없으므로 그냥 두고 진행.




2. 셔터부 기판 열기


상판을 열고 나면 셔터 부분 쪽에 초록색 기판이 보인다. 여기에도 3개의 나사가 있는데 요걸 다 풀어준다. 





나사 3개를 풀고 기판을 옆으로 젖혀주면 아래쪽에 셔터부 접점이 보인다.





3. 접점부 WD-40 분사


헥사 AF의 AF Lock 풀림 문제는 기계적 문제가 아닌 접점부의 전기적 접촉 불량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여기에다 WD-40을 뿌려주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해결이 된다고 한다. 진짜 이렇게만 해도 되나 싶은 의문이 마구 들지만 일단 뿌려본다. 워낙 좁은 부위라 그냥 한번 칙~ 




4. 재조립


당연하지만 재조립은 분해의 역순..  주의할 점은 조리개 조절 다이얼과 맞물리는 흠을 잘 맞춰줘야 한다는 거. 처음에 아무 생각없이 조립했다가 조리개 조절이 안되서 뭔가 사고친줄 알고 약간 식겁을.. 그리고 이왕 상판 분해한 김에 파인더와 접안부 유리 청소도 해주면 좋다.



수리 결과는 100% 완치! 자꾸만 풀려버리던 AF Lock도 확실히 걸리고 반셔터 감도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 느낌 뿐이겠지만..) 이건 뭐 손재주 축에도 못드는 초단순 자기 수리 방법이지만 효과는 확실해서 상당히 만족스럽다. 이것도 수리점에 맡기면 돈 10만원은 우습게 받을텐데..



이제 아껴가면서 잘 찍어주기만 하면 된다. 끝.



201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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