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문화 유산에 대한 개인적 흥미로 인해 오랜 모습을 간직한 곳을 방문하기를 즐긴다. 물론 우리에게 ‘근대’란 일제강점기라는 암흑기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무척 혼란스럽다. 새로운 기술과 가치관이 쏟아지던 ‘모던’의 향수와는 거리가 멀었던 시대상 탓에 근대 문화 유산을 사진에 담는 작업은 그래서 또 곤혹스럽고 가슴이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아직 정리할만한 사진도, 자료도 또 그럴만큼 많은 작업을 하지도 못했지만 지난 출장 길에 들렀던 대전의 옛 충남도청 사진들을 올려본다.



대전광역시 중구 선화동에 위치한 옛 충남도청 건물. 1932년에 지어져 2012년까지 도청으로서 역할을 하였고 내포 신도시로 도청이 이전한 이후 현재는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초에는 2층으로 건설되었으나 해방 후 3층을 추가로 얹었다. 당당하게 자리잡은 건물은 현재 중앙로를 따라 대전역과 일직선으로 이어져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교통의 요지에 들어선 일제의 통치시설 답게 권위적이고 위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벽돌로 지어진 고풍스런 이 건물에서 권위를 느껴야하는 것 또한 우리 근대사의 아픔일 수 밖에 없다.





1층 복도의 모습. 샹들리에 조명 위와 바닥에 별 문양이 보인다. 이 별 문양은 건물 벽면을 비롯한 곳곳에 장식되어 있는데 조선총독부에 있는 그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한 때 논란이 되었다고 하는데 ‘큰 의미’는 없는 것으로 밝혀져 지금껏 남아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진짜 별 의미가 없는 것인지는 쪽국애들한테 물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굳이 추론해보자면 교통의 중심지 대전이니 나침반의 방위각을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건물외벽에도 이처럼 별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사실 이런 문양은 우리에겐 그 개념이 없던 것으로 대한제국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이화(배꽃)문양도 사실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거기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설들이 많다. 사실상 한국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해진 일본이 자신들의 지방 정부와 같은 정도로 격하하기 위해 문양 사용을 강요했다는 얘기부터 그렇지 않은 자주권의 발현이었다는 얘기까지 있지만 뭐가 맞든지 간에 힘없는 나라의 슬픈 역사는 달라지지 않는다.





80년이 넘은 건물이니만치 그동안 창틀 정도는 교체되었을 만도 한데 여전히 원형 그대로인 것으로 보였다. 오래 되었어도 튼튼하게 남아있는 교량이나 건물들을 보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하시던 얘기가 떠올랐다. ‘일본놈들이 말이야. 뭐니뭐니 해도 저런거 만들어 놓은거 보면…’





2층으로 올라가보기로 한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계단은 반들거렸고 넓은 채광창은 별다른 장식조차 없이 단조로워 사무공간다운 딱딱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계단을 오르다 뒤돌아서 입구로 누군가 들어오길 기다려봤지만 한참을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던 차에 그나마 한 분이 나타나셔서 셔터를 눌렀다. 너무 이른 시간에 찾아온지라 전시관 문도 열리지 않았고 찾는 이도 없었다.





사람이 너무 없다보니;;





2층에 오르면 한 가운데 도지사 집무실이 있다. 개방되어 실내를 구경할 수 있지만 역시 너무 이른 시간이 문이 닫혀 있었다. 결국 도지사 집무실을 등지고 한 컷.





도청 바로 옆에는 충남지방경찰청 옛 건물이 남아있다. 이 건물은 해방 후의 건물이지만 일제 당시에도 도청 바로 옆에 경찰서 건물이 자리하여 행정과 치안의 핵심이 함께 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다소 특이한 형태의 상무관이라는 건물이 있다. 이 곳은 일제 당시 일본 경찰들이 유도 등 무예를 수련하고 신체를 단련하던 ‘무덕전’이라는 일본식 건물이 있던 자리로 해방 후 원래 건물은 소실되고 1963년에 그 기초를 이용해 다시 지어진 것이다.



광주에 있던 무덕전.  1967년에 철거되던 모습이다.



일제는 이처럼 각 지방 경찰서에 무덕전이라는 건물을 지어 경찰들이 유도를 수련하게 했는데 軍도 아닌 경찰에서 ‘武’라는 단어를 굳이 사용한 것만 봐도 그들의 통치, 치안 철학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역시 아무 생각이 없다보니 해방 후에 새로 지어진 이 건물의 이름도 ‘상무관’이다. 일제가 남긴 것은 소나무의 상채기처럼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너무 이른 시간에 오는 바람에 전시관을 보지 못해 얻을 수 있었던 정보와 자료를 접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언젠가 다시 방문할 일이 있기를 기대하며 중앙로를 따라 대전역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17.04.15. 대전

Leica IIIa / Canon 28mm f2.8 LTM / Ilford HP5+ 400 / 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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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hoto-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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