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날 간만에 친구들과 모여서 노닐던 중 시계를 풀어놓고 사진 찍으며 시계에 갓 빠져드는 한 친구에게 뽐뿌질을 하던 중. 

세상에 비싸고 좋은 시계는 많지만 역사성을 가지고 수십년째 같은 디자인으로 변함없이 사랑받는 시계라면 단연 이 두 모델을 손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분나쁜 소리의 귀신새.


2004년 3월경..(4월인가..) OBC 교육 과정 중 악명높은 동복유격장에서의 유격훈련 때였다. 녹초가 된 몸을 누이고 텐트에서 잠을 청할 때 쯤이면 어디선가 '휘익~ 휘익~' 하는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정말 누가 휘피람이라도 부나 싶었지만 밤새도록 소리는 그치지 않았고 그 소리는 무척이나 섬뜩했다. 동복유격장은 몇년에 한번씩은 유격훈련을 받던 초임 소위들 중 사망자가 나오는 곳이라 연병장 앞 쪽에는 그렇게 죽은 동기를 위해 '故 OOO 소위를 기리며' 이런 비석을 세워둔 것이 여럿 있어 그렇지 않아도 무시무시한 분위기가 가득했는데 밤중에 이상한 휘파람 소리까지 들려오니 피곤한 와중에도 잠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 기분나쁜 소리의 정체가 뭘까 궁금했지만 사실 새 소리 말고는 별다른 가능성이 없었기에 도대체 밤 중에 저렇게 기분나쁜 소리를 내는 새는 무슨 새일까 궁금해만 하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저 어디선가 귀신새라고 들은 것 같다는 몇몇 동기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것이 귀신새의 첫 만남이었다.



OBC교육을 마치고 파주의 자대로 배치받았다. 

전방의 야전은 밤이 되면 더없이 고요하고 어둑하다. 그 곳에서도 기분 나쁜 '휘익~ 휘익~'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적막한 밤공기를 날카롭게 가르는 휘파람 소리. 괜히 오싹해지는 그 소리의 공포는 안개가 낀 밤에 순찰이라도 돌고 있으면 극대화됐다. 듣는 순간 괜히 머리가 쭈뼛 서곤 했던 기분 나쁜 휘파람 소리. 병사들에게 물어봐도 역시 정확한 이름은 모르고 그냥 '귀신새' 혹은 '저승새'라고 부른다며 저 새가 울고 나면 다음날 꼭 뭐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며, 예전엔 그 다음날 위병소 앞에 고라니가 죽어있던 적이 있었다는 둥 전형적인 군대에서의 괴담으로까지 이어지던 기분나쁜 휘파람 소리의 귀신새. 예전에는 간첩들끼리 신호를 주고 받는 소리같다고 간첩새라고도 불렸다는데..



전역 후로도 간혹 귀신새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살던 중, 오늘 초저녁에 산책 중 다시 그 휘파람 소리를 들었다. 이제 군대에 있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그 때 만큼 기분나쁘고 하지는 않았고 '귀신새'.'저승새'라고 불렸던 새의 진짜 이름이 궁금해져서 검색 시작. 나처럼 밤 중에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휘파람 소리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새 소리를 녹음해서 블로그에 올려둔 어느 분도 계셨기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귀신새의 이름은 '호랑지빠귀'였다. 






요렇게 생긴 녀석이 그렇게 소름이 돋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니. 

크기는 약 30cm내외, 시베리아 남부, 만주 일대, 한반도와 일본 등지에서 번식하며 삼림, 공원, 인가 근처에서 산다고 한다. 

귀신새의 이름이 호랑지빠귀라는 것을 알게되고 모양을 알고 나니 기분나쁘고 재수없다며 괜히 싫어했던 것이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10년전부터 궁금해하던 휘파람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고 나니 홀가분하기도 하고 더이상 이유없이 무서워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특이한 울음 소리 때문에 괜히 사람들에게서 귀신새라는 무서운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호랑지빠귀를 보니 우리는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피상적인 부분에 치우쳐 잘못된 판단과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귀신새 이야기 끝.



201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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