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겨울, 포항



































2015.12.13 영덕군 강구면 화전리



몇년만에 다시 꺼내든 롤라이35의 3롤째만의 성공작. 첫롤은 유통기한이 너무 많이 지난 Tri-X라 현상 결과 자체가 수습이 안될 정도라 다 날려먹었고, 두번째로 넣은 롤라이 레트로400S는 현상소에서 망쳐놨다. 포토피X는 한번씩 어이없는 현상을 보여줄 때가 있는데 롤라이 레트로400S는 두번 맡겨 두번 다 엄청난 과다현상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잘못된 현상 데이터를 적용한다는 의심이 들어 해당 필름은 다른 곳에 맡겨야할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엔 유통기한 안지난 정상적인 Tri-X를 넣고 찍었고 다행스런 결과물을 얻었다. 롤라이35에 새 배터리를 넣어두고 카메라가 주는 노출값이 얼마나 적정한지 확인해보려던 것이 3롤이나 찍은 끝에 드디어 확인이 되었다. 원래 5.6V의 배터리가 들어가지만 이제는 더 이상 구할 수가 없어 대신 LR44 3알과 LR43 1알을 겹쳐 6V가 되는 조합으로 사용 중인데 카메라의 ISO세팅을 +1STEP으로 두고 측정하니 적절한 노출값이 나오는 것 같다. 


목측의 불편함이 따르지만 결과물을 보고 나니 역시 롤라이35다. (독일제로 구하고 싶다..)



2015.12.23


날씨가 추워지니 다시금 홍차가 당긴다. 처음 마셔본 딜마의 다즐링. 트와이닝의 다즐링은 어떻게 우려내도 지나치게 쓰고 떫어서 별루였는데 이건 괜찮네. 은근한 향이 입안에 맴돈다. 





위에서 부터



1. Lamy Safari EF Nib


국민 만년필, 입문용 만년필의 대표 주자 사파리. 다양한 칼라가 있지만 역시 펜촉까지 까만 챠콜이 제일 멋있다.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필기감도 약간 서걱거리고 플라스틱 재질 등 전체적으로 고급스런 느낌은 아니지만 획을 긋는 듯한 필기감이 꽤 괜찮고 종이도 별로 안가리는데다 잉크 흐름도 적당하고 디자인도 깔끔하고 여러가지 면에서 아주 실용적이고 만족스런 만년필. 아버지께서는 몽블랑보다 오히려 더 쓰는 맛이 있다고 평하시기도 하셨다. 블랙잉크 카트리지를 넣고 수기로 작성해야하는 공식적인 문서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2. Parker 21


Parker 51의 염가형으로 나온 제품으로 기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후드닙 방식으로 뚜껑을 연 상태에서도 잉크가 조금은 덜 빨리 마르긴 하는데 촉이 너무 굵어서(닙 정보가 표기되어 있지 않은데 MF정도는 될 듯) 필기는 불가능하고 사인용으로 좀 썼는데 요즘은 잉크를 빼뒀다. 아무래도 아래의 파커 75가 너무 훌륭하다보니 얘는 손이 안간다. 



3. Parker 75 XF Nib


부모님이 대학원 커플 시절 커플 만년필로 사셨던 것으로 배럴이 은으로 된 당시로서 꽤 고가형이었다. 잉크 흐름이 부드럽고 필기감이 매끈하고 XF닙이라 작은 글씨에도 유리해서 로디아 노트에 메모하는 용도로 사용 중. 여기에는 파커 Quink Blue Black을 넣어뒀는데 약간 푸른빛이 도는 남색에 가까운 색이라 결재 문서에 사인을 해도 튀지 않고 복사했을 때만 복사본임을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이라 사인용으로도 애용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만년필.



4. Waterman Expert F Nib


워터맨의 스테디셀러. 금촉이 아닌 금도금촉임에도 상당히 부드러운 필기감을 보여주고 잉크 흐름도 좋다. 황동으로 만들어진 배럴은 묵직하니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긴 하는데 다른 만년필들보다 종이를 좀 가리는 것 같다. 여기는 워터맨 Serenity Blue 잉크를 넣어서 인쇄본 위에 첨삭이나 메모를 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




Rollei 35 시리즈 중 비교적 후기형인 Rollei 35SE. 예전에 쓰던 35S에 이어 나의 두번째 롤라이35




HFT코팅이 적용된 침동식 40mm 2.8 Sonnar 렌즈, B셔터부터 1/500초까지 가능한 렌즈 셔터, 노출계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전원이 필요없는 완전 기계식 설계, 범용 스트로보를 사용할 수 있는 핫슈까지 갖추고도 담배갑만한 크기. 렌즈의 성능이야 정평이 나있으니 경우에 따라 메인의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작다고 무시할 수 없는 놀라운 카메라.







롤라이 35의 특징이자 단점은 바로 목측식이라는 점. 거리 맞춤을 할 수 있는 레인지파인더가 내장되어 있지 않아 초점은 오로지 눈짐작으로 맞추어야한다. 따라서 되도록 조리개를 조여 심도를 깊게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불편함마저 롤라이 35를 만지는 재미라 할 수 있다. 그리 심도가 깊지 않은 40미리 화각이지만 어느정도 숙달되고 고감도 필름을 넣어서 조리개 팍팍 조여주면 오히려 초점 맞춤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빠른 스냅이 가능하다. 



예전에 썼던 모델과 지금의 이 모델 모두 조나 렌즈 탑재한 녀석이라 테사 렌즈가 들어간 모델을 써보고 싶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문득 든다.






2015.12.09 부산



Leica M3 / 50mm 2.8 Elmar




나름 20년간 사진을 찍어오면서 이것저것 많이도 가져봤지만 한번도 '소유'한 적은 없는 것이 라이카였다. 주변에서 하나씩은 가지고들 있어서 M3, M6, M7 등을 몇번 빌려 써보기도 하고 만져 봤었지만 결국 지름에 이르지는 못했다. 사실 카메라에 대해서는 워낙 잡식성이고 한번 사면 어지간해선 잘 안내치는 성격이라 카메라 라인업이 지나치게 방대하다 보니 라이카는 그 비싼 가격대로 인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라이카 M바디에 렌즈를 살 돈이면 광각부터 망원까지 니콘 렌즈 라인업을 짤 수도 있으니..




그러다 필름사진을 다시 시작한 올 해, 이미 필름값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거의 2-3배 올라버린 상황이고 앞으로 얼마나 더 올라가고 더 구하기 힘들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나마 지금이 제일 싸다고 생각하니 지금이라도 많이 찍고 싶었다. 그리고 길지 않을 남은 필름 시대는 라이카를 한번 써보고 싶었다. 디지털 M바디야 앞으로도 쓸 수 있겠지만 필름이 사라지게 되면 더이상 필름 M바디는 사용해보지도 못할 것 아니냐는 생각이 쓸데없는 조급증을 가져다 주며 지름에 정당성을 부여해줬다. 그래 지금이라도 라이카를 한번은 써보고 죽자. 




그렇다면 어떤 걸로? M형 라이카야 특이한 모델들을 제외하고는 M3, M2, M4, M5, M6, M7, MP 등으로 이어지지만 난 라이카를 쓴다면 무조건 M3였다. 다른 M모델들도 나름의 장점과 개선점이 없지 않지만 그건 M3를 갖고 있는 다음의 얘기고 한 대라면 무조건 M3라는 나의 고집은 완고했다. 화이트아웃이 발생하지 않고 두 눈을 뜨고 촬영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높은 배율의 밝고 시원한 파인더, 일체의 전자 부품이 들어가지 않은 완전 기계식 설계, 그리고 돌출된 파인더 보호 프레임. 그리고 무조건 M3가 내 눈엔 제일 예뻤다. 이 바닥이 그렇듯 예쁘면 장땡. 타협은 없었다. (심지어 나는 그렇다고 50미리 예찬론자도 아니었다. M3를 사면 50미리만 쓰지 뭐 이 생각.. -_-)



그렇게 M3 구입을 위해 매복을 시작했다. 돈도 없었지만 쓰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의 컬렉션 급은 제외(어차피 못먹는 감), 그렇다고 기스가 많고 볼커가 떨어져나간 너무 험한 상태는 제외. 이왕 M3를 선택했으니 당연히 더블스트록의 손맛은 느껴봐야했고 프레임 선택 레버가 없어 좌우균형감이 떨어지는 극초기형도 제외. 생각보다 입맛에 딱맞는 바디를 구하기는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귀한 매물도 아니라 오랜 매복을 하지 않고도 구하는데 성공했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야 할' 라이카. Leica M3. 원하던 대로 도그이어에 더블스트록, 유럽식 셔터스피드 다이얼을 가진 초기형 개체다. 여기에 미국식 셔터스피드 다이얼이었다면 보통 가장 많이 선호되는 타입이지만 Contax IIa를 쓰면서 익숙해져서 유럽식 셔터스피드는 별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유럽식이라 조금 더 싸게 구했으리라.


M3들이 흔히 그렇듯 외장 노출계 탈착에 따른 상판 기스가 제법있지만 사진상으론 아주 깨끗하게 나왔다. (역시 사진은 사기) 상판기스 외에는 전체적으로 외관은 양호한 상태고 렌즈 마운트 하단에 볼커나이트가 아주 조금 떨어져 나가있다. 파인더는 명성대로 아주 밝고 깨끗하며 판매자의 말에 따르면 자기가 소유해본 M3 중에 파인더는 손에 꼽을만하다고.. 오버홀도 마친 바디라 조작감도 아주 좋다. 더블스트록의 장전 느낌은 아주 매끈하면서 걸리는 느낌도 확실하여 손맛이 그만이다. 오늘날 필름에서는 필요없는 부분이지만 M3 초기형 모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손맛을 어찌 포기하겠나. 






그리고 M3의 바디캡으로 선택한 50mm 2.8 Elmar (후기형 Red Feet 표기)

M3에 어울리는 렌즈로 흔히 손꼽히는 것이 50mm 주미크론 1st Rigid, 50mm 주미크론 DR, 50mm 레드피트엘마 정도인데 역시 총알 부족으로 그 중 가장 저렴하고 가장 어두운 엘마를 선택했다. 대신 상태 좋은 렌즈를 찾느라 이베이를 뒤져서 일본 셀러가 내놓은 것을 구했다. 배송비와 관세를 포함하면 국내 샵에서 좀 비싸게 내놨다 싶은 가격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상태는 아주 만족스럽다. 렌즈를 받고 나서 전용 ITOOY 후드도 역시 이베이에서 독일 셀러로 부터 구입하여 모양새를 갖췄다. 레드피트 엘마는 후기형이라 그런지 역광에서 다소 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너무 잘 나와서 기대(?)에 비해 약간은 실망이었는데 진득한 톤과 굵직한 표현력이 참 마음에 든다. 엘마는 나중에 예제 사진이 좀 더 모이면 별도로 다뤄서 리뷰를 한번 써봐야겠다. 




사실 예전처럼 사진을 열심히 찍지도 못하지만 괜히 한번 갖고 싶다는 생각에 덜컥 들인 이 녀석이 본전을 뽑아줄런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필름 사진질을 한창 하던 2010년 이전에 들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그 땐 Contax IIa에 푹 빠져있었지만. 어쨌든 역시 써봐야 안다고 보고 만지고 소리를 들어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오는 카메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왕 질렀으니 적어도 100롤은 찍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나 걸릴지.




2006년인가 2007년인가.. 그 쯤 포클(www.voigtclub.com)에서 공동제작했던 2100 가방과 롤라이플렉스.


튼튼하고 질긴 캔버스 재질에 가죽이 덧대어져 만듦새는 꽤 훌륭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포클의 변함없는 대세는 라이카 M과 롤라이플렉스라 그에 걸맞게 롤라이플렉스를 세운채로 넣을 수 있는 형태로 제작이 됐다. RF와 TLR을 애용하는 이들에겐 상당히 괜찮은 가방이다. 단점은 가방 자체가 좀 무겁다는 점과 구하고 싶어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점; 



1년에 한번씩은 정기적으로 부산에 출장가는 날. 점심을 나름 유명하다는 돼지국밥집에서 먹기로 하고 찾아감. 줄은 점심시간이라 이미 길고.







기다리는 동안 GR를 들고 근처 동네 설렁설렁






세기주차장







바로 근처에 이중섭 거리도 있었다.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일행이 5명이라 자리가 날 때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주로 현지인들로 보이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걸로 보아 맛집은 맛집인 듯.







미어 터지는 손님에 정신없는 주방







이 집 돼지국밥의 특징은 갈비탕처럼 맑은 국물과 아주 투박하게 썰어낸 고기. 고만고만한 돼지국밥들 사이에서 간만에 아주 색다른 맛을 느꼈다.







점심 든든히 먹고 상공회의소로 복귀 중 지난 육교. 영화 '친구'에 나왔던 육교라는데 본 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2015.12.09 부산




Nikon F3HP / ai-s 50mm 1.4



내 20대의 절반동안 언제나 No.1이었던 카메라. 전역 후에는 Contax IIa를 비롯해 Rolleiflex 등의 클래식 카메라들에 미쳐 뒷전에 밀려나긴 했지만 여전히 가장 듬직한 카메라를 꼽으라면 나에겐 F3다. 보통 8년 주기로 풀체인지되는 니콘의 플래그쉽 모델들 중 유일하게 20년 가까이나 되는 긴 기간동안 생산되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카메라. 오랜만에 Tri-X 한 롤을 넣어줬다.  














































2015.09.26 포항


이베이에서 낙찰받은 50mm 2.8 Red Feet Elmar의 첫 테스트겸 M3에 코닥 Tri-X 400을 넣고 아침 일찍 죽도시장 인근을 돌아댕기며 한 롤을 찍었다. 이왕이면 좀 더 올드한 느낌이 나길 바랬는데 엘마 최후기형이라 그런지 의외로 상당히 깔끔하고 현대적이다. 좀 더 구수한 맛을 느끼려면 L마운트용 무코팅 엘마를 써봐야하나. 만족스럽긴 한데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잘나와서 실망(?)스런 레드핏 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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