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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19 :: 바르낙과 나의 처가 ::

케케묵은 고물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하는 일은 생각보다 꽤 성가신 일이다.




다분할 멀티측광에 초당 수컷이 촤르르 찍히는 모터드라이브, 순식간에 초점을 맞춰주는 AF기능이 기본이 된 오늘날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칠순이 훌쩍지나 팔순을 바라보는 바르낙옹을 손에 쥐고 다니는지 스스로도 가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노출계는 당연히 없고 셔터스피드도 유럽식이라 1/40, 1/100, 1/200 같이 애매하게 되어있다. 여기에다 오늘 붙혀둔 Elmar 3.5cm는 또 어떠한가. 코팅도 적용되어 있지 않은 맨유리알인데다 조리개 수치도 4.5, 6.3, 9, 12 등으로 희한하기 그지없다. 노출계야 외장으로 쓴다 쳐도 측광값을 카메라와 렌즈에 적용하기 참 난감하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이런 녀석을 데리고 다니자면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한다. 1/3스탑 단위로 브라캐팅을 하던 결벽증 따위는 저 멀리로 던져 버리고 부처님같은 관용도의 400TX를 믿고 '대충' 맞춰서 셔터를 눌러야 한다. 무코팅이라 역광에 맞서는 무모한 짓도 최소화한다. 파인더를 들여보다 영 자신이 없다 싶으면 포기하면 된다. 태양에 맞서봤자 Summicron 35mm ASPH같은 사진을 만들어줄리는 만무하다. 이 녀석으로 잘할 수 있는 장면에 그저 충실하기로. 그것이 이 오래된 카메라와 렌즈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사진질이다.




이 불편함과 명확한 성능상의 한계는 이미지 퀄리티라는 측면에서는 어쨌거나 모든 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취미 사진가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무조건 단점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보다 유리한 빛의 상황을 파악하고 단점은 커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면과 피사체를 찾아나서게 한다. 그야말로 쇠붙이와 유리로만 만들어진 정직하고 단순한 기계로 세상과 1:1로 마주한다는 느낌. 여기서 오는 소탈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기름지게 번들거리는 현행 렌즈의 화려한 코팅색도 부럽지 않고 최첨단 기능이 녹아있는 멋드러진 DSLR도 부럽지 않다. 밧데리 없으면 찍지도 못하는 거. 




내 처가는 경북 청송이다. 경북에서도 산간 내륙인 이 곳은 전국적으로 봐도 가장 발전이 더딘 곳 중 하나다. 처가가 있는 마을은 청송군에서는 비교적 큰 곳인 청송읍과 진보면 사이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제법 잘 가꾸어진 너른 솔밭이 푸르고 시원한 그늘을 선물해주고 있으며 동쪽과 서쪽에 자리한 산 사이로 흐르는 작은 개천과 그 개천을 따라 이어진 논밭이 제법 너르게 자리한, 작지만 아담한 동네다. 이 곳에서 자란 나의 아내는 어릴 적 동네 오빠야들을 따라 산을 뛰어다니고 논두렁에서 뛰어내리며 슈퍼맨 놀이를 하고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놀았다. 하교길에 장인어른의 경운기라도 만나면 '아빠!'하고 달려가 점방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경운기를 타고 집으로 오던게 그렇게 좋았다고 하는 나의 아내. 나는 나의 아내가 그런 소박하고 행복한 유년 시절을 겪었음이 감사했고 나의 처가가 이런 곳이라 퍽 마음에 들었었다. 




처가를 갈 때면 언제나 카메라를 챙겨간다. 넓지 않은 동네라 돌아다녀봐야 찍을 것이 많지 않지만 계절과 빛의 변화가 보다 솔직하게 드러나는 이 곳에 가면서 카메라를 챙겨가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어버이날을 며칠 앞둔 주말 찾았던 처가에서 속닥한 카메라 하나를 손에 쥐고 논길과 농로를 따라 걷고 두리번거리며 2롤의 필름을 찍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이 곳에서 빠르고 편리한 카메라가 장점을 발휘할 일은 없다. 정직하게 제 속도에 셔터가 끊기고 빛이 들어오는 구멍만 제대로 조절되면 그걸로 족하다.




그 다음은 나의 몫이다. 






















































2017.05.06~07 청송








Leica IIIa / Elmar 3.5cm f3.5 (uncoated) / Kodak 400TX / 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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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hoto-Nom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