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K군이 바르낙 라이카용 스풀을 하나 보내줬다. 왼쪽의 검둥이가 그가 이번에 보내준 스풀이고 오른쪽은 내 IIIa에 들어있던 스풀. 사실 오른쪽의 스풀은 바르낙용의 모양이 아니라 M형 라이카의 스풀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어쨌든 정체가 모호한데다 은근히 불편하고 짜증스런 부분이 많았다. 다른 바르낙에 있던 스풀은 이렇지 않던데... 이런 나의 불만을 들은 K군이 고맙게도 그가 부품용으로 들인 IIIc에 있던 스풀을 보내주어 비교를 해볼 수 있게 되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두 스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디 하판의 고정 축과 물리는 부분인데 내 것은 은색으로 된 부분이 스프링 장력에 의해 들어가고 나오는 반면 K군이 보내준 스풀은 고정형이다. 검둥이는 바르낙 전용 정품이고 내 것은 아무리 봐도 M형 라이카(정확히는 M3, M2까지)의 그것과 닮긴 했는데 Germany나 Leica 표기도 없는 녀석이라 '사제'가 아닌가 심히 의심스럽다. 물론 저렇게 쏙쏙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형태가 뭔가 좀 더 '신형' 같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저 은색 부분이 위로 튀어나오니 높이가 높아져 하판을 열고 닫을 때 축이 걸려 영 불편하고 조작 과정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뭐 물론 사진을 찍는데야 전혀 지장이 없지만 라이카라는게 그런 '실용'만으로 쓰는 물건은 아니지 않은가. 반면 검둥이는 딱 필요한 높이로만 고정되어 있어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뭐 물론 요녀석도 눌러서 옆으로 살짝 돌려주면 고정은 된다. 이렇게 되면 검둥이 스풀과 높이가 거의 같아 진다. 이렇게 해두고 쓰면 되겠지만..







아주 살짝만 건드려도 다시 톡 튀어나온다는 거. 성가신 녀석이다. -_-;;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라이카의 스풀은 금속 압착판 아래로 필름을 밀어넣으며 고정시키는 방식인데 오른쪽 정체불명 스풀은 필름이 들어가는 깊이가 너무 얕아 필름을 제대로 꽉 잡아주질 못한다. 그러니 로딩 과정에서 필름이 슬금슬금 빠져 버리거나 수평이 어긋나기 십상이었다. 물론 이것도 주의를 기울이면 되는 부분이지만 바르낙의 필름 로딩이 소문과 달리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이걸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서 필름을 끼워야 하나 싶은 생각에 짜증이 절로;;;  내가 아직 바르낙에 손이 익지 않았나 보다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스풀탓!







과연 얼마나 다른지 보자. 유통기한은 옛날옛적에 지나 필름 로딩 테스트용으로 쓰는 오토오토 200에 숫자 표기를 해두고 스풀에 각각 끼워보기로 했다.







먼저 문제의 스풀. 2번 구멍 정도에 겨우 들어간다. 거기에 필름을 물어주는 압착판의 형태가 끝이 둥근 모양이라 실제 필름을 눌러주는 표면적은 더욱 부족하다. 이러니 필름을 넣다가 쉽게 빠지거나 수평이 틀어지기 십상이었다.







반면 정품 스풀은 3번 구멍까지 들어가고 압착판의 형태도 직사각형이라 훨씬 안정적으로 필름을 잡아준다. 이 스풀에서는 어지간해서는 쉽게 필름이 빠지지 않는다. 그래, 원래 이랬어야지. 






글을 쓰면서도 이 무슨 환자짓인가 싶다만 제대로 된 스풀이 생김으로써 바르낙을 쓰면서 느껴오던 작은 스트레스 하나가 사라졌다. 그야말로 앓던 이가 빠진 기분. 제 짝이 괜히 제 짝이 아니다.






어쨌든 Special Thanks to quan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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