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ei 35 시리즈 중 비교적 후기형인 Rollei 35SE. 예전에 쓰던 35S에 이어 나의 두번째 롤라이35




HFT코팅이 적용된 침동식 40mm 2.8 Sonnar 렌즈, B셔터부터 1/500초까지 가능한 렌즈 셔터, 노출계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전원이 필요없는 완전 기계식 설계, 범용 스트로보를 사용할 수 있는 핫슈까지 갖추고도 담배갑만한 크기. 렌즈의 성능이야 정평이 나있으니 경우에 따라 메인의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작다고 무시할 수 없는 놀라운 카메라.







롤라이 35의 특징이자 단점은 바로 목측식이라는 점. 거리 맞춤을 할 수 있는 레인지파인더가 내장되어 있지 않아 초점은 오로지 눈짐작으로 맞추어야한다. 따라서 되도록 조리개를 조여 심도를 깊게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불편함마저 롤라이 35를 만지는 재미라 할 수 있다. 그리 심도가 깊지 않은 40미리 화각이지만 어느정도 숙달되고 고감도 필름을 넣어서 조리개 팍팍 조여주면 오히려 초점 맞춤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빠른 스냅이 가능하다. 



예전에 썼던 모델과 지금의 이 모델 모두 조나 렌즈 탑재한 녀석이라 테사 렌즈가 들어간 모델을 써보고 싶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문득 든다.






Leica M3 / 50mm 2.8 Elmar




나름 20년간 사진을 찍어오면서 이것저것 많이도 가져봤지만 한번도 '소유'한 적은 없는 것이 라이카였다. 주변에서 하나씩은 가지고들 있어서 M3, M6, M7 등을 몇번 빌려 써보기도 하고 만져 봤었지만 결국 지름에 이르지는 못했다. 사실 카메라에 대해서는 워낙 잡식성이고 한번 사면 어지간해선 잘 안내치는 성격이라 카메라 라인업이 지나치게 방대하다 보니 라이카는 그 비싼 가격대로 인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라이카 M바디에 렌즈를 살 돈이면 광각부터 망원까지 니콘 렌즈 라인업을 짤 수도 있으니..




그러다 필름사진을 다시 시작한 올 해, 이미 필름값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거의 2-3배 올라버린 상황이고 앞으로 얼마나 더 올라가고 더 구하기 힘들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나마 지금이 제일 싸다고 생각하니 지금이라도 많이 찍고 싶었다. 그리고 길지 않을 남은 필름 시대는 라이카를 한번 써보고 싶었다. 디지털 M바디야 앞으로도 쓸 수 있겠지만 필름이 사라지게 되면 더이상 필름 M바디는 사용해보지도 못할 것 아니냐는 생각이 쓸데없는 조급증을 가져다 주며 지름에 정당성을 부여해줬다. 그래 지금이라도 라이카를 한번은 써보고 죽자. 




그렇다면 어떤 걸로? M형 라이카야 특이한 모델들을 제외하고는 M3, M2, M4, M5, M6, M7, MP 등으로 이어지지만 난 라이카를 쓴다면 무조건 M3였다. 다른 M모델들도 나름의 장점과 개선점이 없지 않지만 그건 M3를 갖고 있는 다음의 얘기고 한 대라면 무조건 M3라는 나의 고집은 완고했다. 화이트아웃이 발생하지 않고 두 눈을 뜨고 촬영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높은 배율의 밝고 시원한 파인더, 일체의 전자 부품이 들어가지 않은 완전 기계식 설계, 그리고 돌출된 파인더 보호 프레임. 그리고 무조건 M3가 내 눈엔 제일 예뻤다. 이 바닥이 그렇듯 예쁘면 장땡. 타협은 없었다. (심지어 나는 그렇다고 50미리 예찬론자도 아니었다. M3를 사면 50미리만 쓰지 뭐 이 생각.. -_-)



그렇게 M3 구입을 위해 매복을 시작했다. 돈도 없었지만 쓰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의 컬렉션 급은 제외(어차피 못먹는 감), 그렇다고 기스가 많고 볼커가 떨어져나간 너무 험한 상태는 제외. 이왕 M3를 선택했으니 당연히 더블스트록의 손맛은 느껴봐야했고 프레임 선택 레버가 없어 좌우균형감이 떨어지는 극초기형도 제외. 생각보다 입맛에 딱맞는 바디를 구하기는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귀한 매물도 아니라 오랜 매복을 하지 않고도 구하는데 성공했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야 할' 라이카. Leica M3. 원하던 대로 도그이어에 더블스트록, 유럽식 셔터스피드 다이얼을 가진 초기형 개체다. 여기에 미국식 셔터스피드 다이얼이었다면 보통 가장 많이 선호되는 타입이지만 Contax IIa를 쓰면서 익숙해져서 유럽식 셔터스피드는 별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유럽식이라 조금 더 싸게 구했으리라.


M3들이 흔히 그렇듯 외장 노출계 탈착에 따른 상판 기스가 제법있지만 사진상으론 아주 깨끗하게 나왔다. (역시 사진은 사기) 상판기스 외에는 전체적으로 외관은 양호한 상태고 렌즈 마운트 하단에 볼커나이트가 아주 조금 떨어져 나가있다. 파인더는 명성대로 아주 밝고 깨끗하며 판매자의 말에 따르면 자기가 소유해본 M3 중에 파인더는 손에 꼽을만하다고.. 오버홀도 마친 바디라 조작감도 아주 좋다. 더블스트록의 장전 느낌은 아주 매끈하면서 걸리는 느낌도 확실하여 손맛이 그만이다. 오늘날 필름에서는 필요없는 부분이지만 M3 초기형 모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손맛을 어찌 포기하겠나. 






그리고 M3의 바디캡으로 선택한 50mm 2.8 Elmar (후기형 Red Feet 표기)

M3에 어울리는 렌즈로 흔히 손꼽히는 것이 50mm 주미크론 1st Rigid, 50mm 주미크론 DR, 50mm 레드피트엘마 정도인데 역시 총알 부족으로 그 중 가장 저렴하고 가장 어두운 엘마를 선택했다. 대신 상태 좋은 렌즈를 찾느라 이베이를 뒤져서 일본 셀러가 내놓은 것을 구했다. 배송비와 관세를 포함하면 국내 샵에서 좀 비싸게 내놨다 싶은 가격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상태는 아주 만족스럽다. 렌즈를 받고 나서 전용 ITOOY 후드도 역시 이베이에서 독일 셀러로 부터 구입하여 모양새를 갖췄다. 레드피트 엘마는 후기형이라 그런지 역광에서 다소 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너무 잘 나와서 기대(?)에 비해 약간은 실망이었는데 진득한 톤과 굵직한 표현력이 참 마음에 든다. 엘마는 나중에 예제 사진이 좀 더 모이면 별도로 다뤄서 리뷰를 한번 써봐야겠다. 




사실 예전처럼 사진을 열심히 찍지도 못하지만 괜히 한번 갖고 싶다는 생각에 덜컥 들인 이 녀석이 본전을 뽑아줄런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필름 사진질을 한창 하던 2010년 이전에 들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그 땐 Contax IIa에 푹 빠져있었지만. 어쨌든 역시 써봐야 안다고 보고 만지고 소리를 들어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오는 카메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왕 질렀으니 적어도 100롤은 찍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나 걸릴지.




2006년인가 2007년인가.. 그 쯤 포클(www.voigtclub.com)에서 공동제작했던 2100 가방과 롤라이플렉스.


튼튼하고 질긴 캔버스 재질에 가죽이 덧대어져 만듦새는 꽤 훌륭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포클의 변함없는 대세는 라이카 M과 롤라이플렉스라 그에 걸맞게 롤라이플렉스를 세운채로 넣을 수 있는 형태로 제작이 됐다. RF와 TLR을 애용하는 이들에겐 상당히 괜찮은 가방이다. 단점은 가방 자체가 좀 무겁다는 점과 구하고 싶어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점; 




Nikon F3HP / ai-s 50mm 1.4



내 20대의 절반동안 언제나 No.1이었던 카메라. 전역 후에는 Contax IIa를 비롯해 Rolleiflex 등의 클래식 카메라들에 미쳐 뒷전에 밀려나긴 했지만 여전히 가장 듬직한 카메라를 꼽으라면 나에겐 F3다. 보통 8년 주기로 풀체인지되는 니콘의 플래그쉽 모델들 중 유일하게 20년 가까이나 되는 긴 기간동안 생산되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카메라. 오랜만에 Tri-X 한 롤을 넣어줬다.  

"아, 콘탁스 그거 정말 좋은 카메라였는데!"


내 목에 걸린 카메라를 보시자 마자 최민식 작가께서 내뱉으신 말씀이었다. 해운대에 있는 고은사진미술관에서 그의 전시회를 관람하고 나오던 길에 우연히 마침 전시회장에 나와계시던 작가를 마주쳤던 것. 연예인이라도 만난 듯 흥분하여 사인을 받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헤어졌었다. 그리고 얼마 후 작가께선 세상을 떠나셨으니 그 만남이 새삼 얼마나 소중한 기회였나 싶다. 최민식 작가께서도 한 눈에 알아보신 콘탁스. 작가께서는 주로 라이카와 니콘을 사용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에게도 콘탁스는 참 좋은 카메라로 각인되어 있었나보다. 







2006년 구입당시 처음 찍어줬던 증명사진. 칼라다이얼의 후기형에 T코팅 Carl Zeiss Jena 50mm 2.0




보석같은 카메라?


사실 흔히 얘기되는 '보석같은 카메라'라는 표현에 크게 공감해본 적은 없다. 어디서부터 유래된 말인지 모르지만 해외 사이트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 혹은 일본에서만 통용되는 표현만은 아닌듯 하다. 하지만 나는 보석보다는 오히려 딱 카메라다운, 오로지 기능을 위해 설계된 듯한 공학적 아름다움을 느꼈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제 공산품 같은 투박하고 실용적인 느낌만의 디자인은 아니다. 





우아한 라이카와 달리 다부진 콘탁스는 왠지 흑백으로 다큐를 찍으면 저절로 기가 막힌 작품을 만들어줄 것만 같았다.



보석같은 카메라라는 별명은 아마도 콘탁스 곳곳의 아름다운 가공 처리 때문일 것이다. 2차대전 전의 Contax II에 비해 전쟁 후의 IIa는 크기가 작아지고 몇가지 소소한 기능의 개선이 이루어졌는데 특히 외관의 크롬처리와 소재의 고급스러움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수준이었다. 보통 오랜 전쟁을 겪고 난 후 공산품의 품질이 열악해지거나 원가절감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다소 의외다.





아름다운 실버 크롬의 Contax IIa


콘탁스의 실버크롬은 갓 잡은 갈치 마냥 반짝이는 광택을 자랑하는데 이는 어느 다른 카메라 보다도 아름답게 반짝인다. 다만 코팅의 두께는 다소 얇은 듯하다. 일반적으로 실버크롬 바디들은 황동이 드러나기 쉽지 않은데 Contax IIa는 모서리 부분의 황동이 드러난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매끈하게 폴리싱 처리된 독특한 구조의 마운트


렌즈 마운트부와 다이얼 곳곳에는 바디의 크롬코팅과는 또 달리 매끈하게 폴리싱 처리되어 있어 단조로울 수 있는 표면에 포인트를 준다. 마치 스위스 시계의 브레이슬릿을 보는 듯한데 적지 않은 가공 비용이 들었음이 짐작된다. 콘탁스의 마운트는 특이하게도 내부는 50mm용, 외부는 광각과 망원용으로 이중 설계되어 있고 초점 조절 또한 렌즈를 직접 돌리거나 바디 전면의 톱니바퀴를 돌려서도 가능하다. 이렇게 설계한 까닭이야 있었겠지만 그냥 나사식으로 돌려끼우던 바르낙에 비해 생산 단가를 올리는데 큰 영향을 줬을 것 같다. 





양가죽 커버와 조금씩 솟아오른 '자이즈의 혹'


바디를 감싸고 있는 가죽은 모로코산 양가죽이라고 하는데 라이카의 볼커나이트도 당시로선 최첨단 소재였다고 하나 이쯤되면 사치스럽다고 여겨질 정도다. 오늘날에는 가죽을 붙힌 접착제 성분이 오래되면서 부풀어올라 '자이즈의 혹'을 만들어내는 문제가 있다. 심하지 않으면 '애교'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 





라이카를 압도했던 성능적 우위


콘탁스는 동시대의 라이카의 바르낙보다 성능적으로 우월한 부분들이 많았다. 


일단 통채로 열리는 뒷덮개와 편리하게 끼울 수 있는 필름 스풀로 인해 바르낙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하고 빠른 필름 로딩이 가능했다. 또한 초점 맞춤과 구도 확인이 하나의 파인더에서 가능한 점과 하나의 다이얼에서 전 구간의 셔터스피드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도 초점 맞추고 구도 맞추고, 저속따로 고속따로 맞춰야하던 바르낙에 비해 훨씬 편리한 촬영을 가능케한 부분이었다. 바르낙 III모델 이전까지 1/500초가 한계였던 시기 콘탁스는 이미 1/1250초가 가능했다. (근데 굳이 1/1250초는 무슨 의미였을까..)


설계 부분을 보더라도 셔터스피드 다이얼, 셔터릴리즈 버튼, 필름 카운터, 필름 진행 와인더가 하나의 축에 붙어 있고 이는 필름타입 설정 다이얼이 있는 필름 되감기 놉과 좌우대칭을 이루며 간결한 상판 디자인을 구성하고 있다. 이것저것 다 따로 놀고 있는 바르낙의 상판과 비교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필름 리와인딩 해제 버튼도 바닥에 깔끔하게 함몰되어 있어 깔끔하다. 또한 Contax II에 비해서는 짧아졌다지만 여전히 긴 Contax IIa의 기선장은 초점 맞춤의 정밀도에서도 바르낙에 비해 유리했다.





이처럼 통채로 열리는 뒷판으로 인해 좁은 홈을 통해 필름을 쑤셔넣는 수고따위 없이 현행 카메라처럼 쉽게 필름 장착이 가능했다.





필름 스풀에는 이같은 돌기가 있어 쉽고 빠르게 필름을 걸 수 있고 절대 풀리지 않는다. 다만 되감을 때 무리하게 잡아당겨서 필름이 뜯기면 그 조각이 간혹 셔터막으로 들어가 고장의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니 주의. 적당히 감다가 멈추면 그대로 뒷판을 열고 빼는 것이 좋다.





바르낙의 미학적인 아름다움은 둘째로 하고 콘탁스가 얼마나 간결하게 설계된 카메라인지 알수 있는 상판 배치



깡패의 등장. Leica M3, 그리고 화석이 되어버린 보석


하지만 바르낙에 대한 콘탁스의 비교 우위는 너무나도 유명한 라이카 M3 등장으로 한방에 역전되고 만다. M3는 뭐 어디에서도 얘기가 빠지지 않는 그야말로 RF카메라계의 깡패인 듯. 흔히 M3의 등장이 니콘과 캐논의 RF카메라 개발 의지를 꺾어 SLR로 집중하게 했다고 하는데 자이스이콘도 마찬가지가 아니었나 싶다.  


3개의 프레임을 지원하는 밝고 시원한 파인더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고, 뒷판도 이제 열려 바르낙의 대표적 불편함을 해결했다. 돌려감기식이 아닌 레버식의 채용으로 빠른 필름 장전이 가능해졌고, 필름 카운터도 자동으로 리셋됐다. 새로운 베이요넷 M마운트의 채용과 오늘날도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1세대 주미크론 등의 우수한 렌즈 라인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기가 막힌 조작감과 정숙한 셔터음, 우수한 내구성 등등 뭐 그야말로 역사적 명기의 등장이었던 것. 이후에 나온 모든 라이카 M라인업도 M3 앞에서는 한두가지씩 모자랄 정도니 말 다한 듯. 


이렇듯 완벽한 카메라의 등장 이후 자이스이콘은 기가 질렸는지 더이상 콘탁스의 후속기를 내놓지 못했고 Contarex와 같은 SLR 라인업을 출시하며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가 했지만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자이스이콘 입장에서 대세는 이제 SLR이라고 판단했었던 걸수도 있지만 콘탁스의 후속이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르낙과 M사이. 콘탁스는 그렇게 어중간한 위치에서 결국 진화를 멈추고 말았다.



오늘날 가장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오리지날 독일제 시스템 RF카메라로서의 가치


자이스이콘도 망하고 그렇게 잊혀진 옛 명기가 돼버린 콘탁스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계기는 뭐니뭐니해도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라는 책의 출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적 인지도의 상승이 꼭 인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 오늘날에도 콘탁스 매니아는 소수일 뿐이다. RF카메라는 어쩌면 '라이카와 나머지들'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라이카 M의 위상이 워낙 독보적이라 콘탁스의 존재감은 약할 수 밖에 없고 막상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다. 보관 상태가 좋은 콘탁스는 드물고 50mm Sonnar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교환 렌즈들은 구경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대체품이 많지도 않아 라이카 스크류 마운트나 M마운트와 달리 호환되는 렌즈나 바디도 거의 없다. 물론 전혀 없지는 않아서 코시나에서 발매했던 R2C/S와 니콘의 S2, SP같은 기종과 2차대전 승전의 전리품이 된 소련의 키에프를 들 수 있는데 문제는 얘네들도 그리 흔하지는 않다는 거다.





매니악한 기질의 코시나에서 내놓은 R2C. 미묘하게 다른 니콘 마운트용 R2S도 함께 발매됐다. 구입하진 않았지만 이런게 세상에 나온 것만으로도 당시 너무 고마워 했었다.





콘탁스 마운트를 기본으로 많은 부분을 개선해서 내놓았던 니콘의 S시리즈 중 S2 모델. 니콘의 F시리즈보다도 더 야무지고 솔직하게 생겼다. 남대문을 뻔질나게 다니던 대학교 시절 쇼윈도 넘어 처음 보았던 이 카메라가 콘탁스에 꽂히게 되는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마지막 대안은 소련에서 생산한 Contax II의 카피 Kiev. 50년대 초반까지의 생산제품들은 오리지널 Conatx II의 부품을 그대로 썼다고 해 품질 차이가 없어 가격대도 꽤 비싸게 거래되고 있지만 그 이후로 갈수록 품질이 조악해진다. 내가 써본 사진의 것은 플라스틱 부품이 많이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품질이 저하되기 시작한 후기형과 초기형의 사이 정도. 생각보다 렌즈의 성능은 괜찮았다. 키에프는 Contax II와 기본적으로 같은 카메라라 Contax II를 사용하는 이들이 서브로 쓰거나 부품용으로 가지고 있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콘탁스의 가격은 번들 렌즈처럼 따라다니는 우수한 성능의 50미리 조나 렌즈를 포함해도 4~50만원대로 저렴하게 형성되어 있다. 이는 오히려 구입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유리하게도 작용하고 있다. 라이카는 언감생심 꿈도 못꿀 형편이라면 오리지널 독일제 RF카메라를 저렴하게 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까. 그것도 한 때 광학적, 성능적으로 라이카를 압도했던 자이스이콘의 카메라와 렌즈를 말이다. 





50미리를 애용한 것으로 유명한 브레송의 경우도 콘탁스용 50mm 1.5 Sonnar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마도 그의 초창기 작업 시절에는 라이카의 빠른 50mm가 마땅치 않아서였을지도. 아쉽게도 그가 조나를 사용하는 사진은 찾지 못했다. 대부분 1세대 주미크론 침동식과 1.5 주마리트를 사용하고 있는 사진으로 보이는데 M마운트의 밝은 50mm 렌즈들이 나오면서부터 아답터를 사용해야하는 불편한 자이즈 렌즈는 더이상 많이 사용하지 않았던게 아닐까 추측된다.



- 해외 어느 포럼에서 본 댓글 -





브레송도 사용했다니 다시 보이는 50mm 1.5 Sonnar




Conatx를 쓴다면 꼭 가져봐야할 전설의 광각렌즈. 21mm 4.5 Biogon


앞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독일제 RF라고 했는데 저렴하게 누릴 수 있는 재미는 딱 50미리까지! 

50미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교환렌즈들은 모두다 구하기 어렵고 되팔기 어렵고 가격도 저렴하지 않은 금단의 영역들이다. 50mm중에서는 유독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는 50mm 3.5 Tessar라든지 35mm 2.8 Biogon, 35mm 3.5 Planar, 21mm 4.5 Biogon등이 대표적인 명렌즈들. 그 중에서 내가 소유한 것은 21미리 비오곤이다.





21mm 4.5 Biogon과 전용 파인더를 장착한 Contax IIa


전설도 많고 명기도 많은 카메라/렌즈의 세계에서도 20세기 최고의 광각 렌즈로 손꼽히는 21미리 비오곤이다. 렌즈 후면이 필름면 근처까지 바짝 붙는데 이로 인해 왜곡 억제력이 우수하다고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렌즈의 광학적 성능을 논할 전문적 지식도 없고 대형 인화를 자주 하지도 않기에 성능을 체감할 경우가 많지는 않다. (자가 인화를 하던 시절이 그립다) 


하지만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는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란 '종교적 신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결과물 역시 언제나 만족스러웠다. 21미리라는 화각이 다소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적응되자 의외로 편안하고 시원한 화각이었고, 스냅에서도 상당히 편리한 면이 있다. 깊은 심도로 인해 초점 맞춤에 신경을 덜 써도 되고 어차피 외장 파인더로 구도를 잡으니 어둠침침하고 흐린 카메라의 파인더도 상관이 없었다. 감도 400이상의 필름을 넣고 조리개 팍 조이고 돌아다니다 게눈 파인더로 보고 그냥 찰칵 하면 끝이다. 부드러운 조리개와 묵직하면서 적당한 저항이 느껴지는 초점링, 견고하게 체결되는 마운트의 조작감까지 단연 최고다. 




M의 그림자만 벗어난다면 행복하다.

콘탁스에 대해 혹평하는 이들은 대부분 M형 라이카를 사용하는 이들이다. M시리즈를 한번이라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다행히 나는 라이카보다 콘탁스를 먼저 사용했기에 어둡고 작은 뷰파인더가 불편한지 몰랐고(안경을 안쓰기에 가능했을 수도..) 유럽식 셔터스피드 다이얼도 상관없었다. 자그마한 크기에 반짝이는 크롬 코팅이 더해진 멋진 디자인과 금속제 셔터막이 내주는 카랑카랑한 셔터소리와 양가죽의 부드러운 질감은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만족을 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라이카 M을 부러워하지 않고 충분히 만족하며 콘탁스를 휘두르고 다녔던 시절이 참 즐거웠고 60년이 다된 카메라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했었다. M과 비교하자면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은 카메라지만 패자와 약자에겐 어차피 조금은 너그러운 잣대를 들이대는게 보통의 심리가 아닐까. 기백만원을 주고 산 카메라가 아니기에 '그래 괜찮네.' 그렇게 만족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꼽사리로 등장하는 나의 Leica M3. 한번은 써보고 죽자며 뒤늦게 들였는데 의외로 받아들고 나서 별 감흥이 없었다. 한 롤도 찍기 전에 'Elmar가 좋아봐야 Sonnar 보다 못할 거 같은데 그냥 다시 팔아버릴까?' 하며 고민을 꽤 하긴 했었다. 



그리고 Robert Capa


브레송이 라이카와 자연스레 연상되는 작가라면 콘탁스를 사용한 작가로는 단연 로버트 카파가 유명하다. 스페인 내전부터 2차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까지 전장을 주로 누빈 그에게는 콘탁스의 편리함이 크게 어필했던 것일까. 한 때 카파에 푹 빠져 그의 사진집을 주구장창 보던 시절도 있던 나였기에 그가 사용했던 카메라를 쓰고 싶었던 것은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미군 공수부대 점프 수트를 입은 카파(왼쪽)와 조지 로저(오른쪽)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진. 카파의 목에 걸린 Contax II가 보인다. 그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가장 피해가 컸던 오마하 해변에서 목숨을 내놓고 귀중한 상륙작전 1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고 그 날의 소중한 기록은 훗날 '라이언 일병 구하기' 상륙작전 씬을 연출하는데 결정적 자료가 되기도.. 





카파가 남긴 마지막 컷. 1차 베트남 전쟁 중이던 1954년 5월, 노르망디 해변에서도 무사했던 그의 운명이 다한 날이 찾아왔다. 정찰 부대를 따라 이동하던 카파는 사진을 찍기 위해 지프에서 내려 움직였고 얼마 뒤 지뢰를 밟고 쓰러졌다. 그의 손에는 Contax IIa와 Nikon S가 들려있었다고 한다.





카파의 사진집과 내 콘탁스들. 교환렌즈를 갈아끼우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로 21mm Biogon용 바디를 하나 더 들여 2대가 되었다. 




역사상 다시 나올 수 없는 카메라에 대한 애도


역사는 승자만 기억한다고 하지만 패자의 비장한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이 가고 대중적으로 선호되지 않는 것을 소유할 때는 더 많은 애착이 가기 마련이다. SEIKO의 쿼츠 시계가 스위스 기계식 시계 산업을 고사 직전으로 몰아붙여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만들던 명가 여럿을 망하게 만들었 듯, 니콘, 캐논 등의 일본 메이커들로 인해 어차피 자이스이콘, 그리고 콘탁스의 명줄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을 것이다. 제품 원가와 생산 효율만을 앞세우지 않고 장인 정신을 쏟아내던 마지막 시대를 장식한 콘탁스라는 명기는 라이카와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답고 훌륭한 카메라로 기억되기 충분하다.


내게 와있는 2대의 콘탁스는 서독 슈트르가르트에서 태어나 60년의 세월동안 전 세계 어디에서 누구의 손에서 무엇을 찍다가 나에게 왔을까? 오랜 세월에도 곱게 늙은 상태로 별 탈없이 내 손까지 온 얘들의 마지막 주인은 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버홀 해줘야 되는데..)



마무리 안되는 사용기는 몇몇 작례들을 늘어놓으며 슬쩍 끝내겠다. 2010년 이후 한동안 필름으로 사진을 안찍다보니 다 예전 사진;





2008.03 부산 / 21mm 4.5 Biogon / TMY





2008.03 부산 / 50mm 1.5 Sonnar / 400TX





2008.03 부산 / 21mm 4.5 Biogon / TMY





2008.03 부산 / 50mm 1.5 Sonnar / 400TX





2008.03 부산 / 21mm 4.5 Biogon / 400TX





2007.08 대구 / 50mm 2.0 Sonnar / Delta100





2007.10 경주 / 50mm 2.0 Sonnar / Agfa ULTRA100





2007.11 포항 / 50mm 2.0 Sonnar / Agfa ULTRA100





2007.12 포항 / 50mm 2.0 Sonnar / Reala



2007.12 포항 / 50mm 2.0 Sonnar / Reala





2007.12 포항 / 50mm 2.0 Sonnar / Reala





2007.12 포항 / 50mm 2.0 Sonnar / Reala





2007.12 포항 / 50mm 2.0 Sonnar / Reala





2007.12 포항 / 50mm 2.0 Sonnar / Reala





2008.02 청도 / 50mm 1.5 Sonnar / Autoauto200





2008.02 포항 / 21mm 4.5 Biogon / TMX





2008.03 포항 / 21mm 4.5 Biogon / 400TX





2008.05 나가사키 / 21mm 4.5 Biogon / 400TX





2008.05 나가사키 / 21mm 4.5 Biogon / 400TX





2008.05 구마모토 / 50mm 1.5 Sonnar / 400TX





2008.09 경주 / 21mm 4.5 Biogon / Agfa ULTRA100




2008.10 포항 / 21mm 4.5 Biogon / RVP





2010.03 포항 / 21mm 4.5 Biogon / TMX





2010.03 포항 / 21mm 4.5 Biogon / TMX





2015.07 경주 / 50mm 1.5 Sonnar / TMX





2015.07 경주 / 50mm 1.5 Sonnar / TMX





2009.01 포항 / 50mm 1.5 Sonnar / 400TX





2015.09 경주 / 21mm 4.5 Biogon / APX100





2015.09 경주 / 21mm 4.5 Biogon / APX100




-끝-


















롤라이35SE의 매뉴얼 中. 5.6V의 PX27을 사용한다. 다만 요즘은 이 규격의 배터리가 생산되지 않아 한동안 대안으로 쓰였던 것이 4LR43이다.





이게 4LR43인데 요즘은 이것마저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 결과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LR44 3알 + LR43 1알을 조합하여 사용하는 것인데, LR44만 4개를 넣으면 좀 커서 한개만 조금 작은 LR43을 넣어주는 것. 





LR44는 웬만한 카메라에 대부분 들어가니 갖고 있었다만 LR43은 없어서 결국 별도로 주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송비가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롤라이35SE의 상판. 가운데 검정 플라스틱 부분이 배터리가 들어가는 곳이다. Rollei35나 Rollei35S, Rollei35T 모델들은 저 부분에 지침식 노출계창이 위치하나 전자식 노출계인 35SE/TE는 저렇게 생겼다. 디자인상의 호불호가 좀 갈리는 부분. 개인적으로는 과거에 썼던 Rollei 35S의 지침식 노출계는 반응이 좀 무뎌서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배터리를 넣기 위해 후면부의 동그란 버튼을 화살표 방향으로 밀어주면 저렇게 톡 하고 배터리 홀더가 위로 나온다. 간만에 저걸 열려고 하니 튀어 나오질 않아 겨우 뺐는데 안에는 수명이 다되어 부풀어 오른 4LR43이 들어가 있었다. 더 많이 부풀어 올랐으면 쉽게 빼지도 못했을 듯. 오랫동안 안쓰는 카메라의 배터리는 꼭 빼두자.





원래 1개짜리의 PX27을 넣는 배터리 홀더지만 이처럼 LR44 3알과 LR43 1알을 포개어 넣으면 된다. 단, 이렇게만 하면 다소 높이가 낮고 둘레가 작아 배터리가 놀고 배터리 홀더가 카메라에 꽉 끼지 않아 쉽게 빠져버리는지라 배터리사이에 알루미늄 쿠킹호일을 1~2mm 정도 두께로 납작하게 접어서 끼워주고 테잎으로 돌돌 감아 둘레를 좀 늘려주면 된다.





배터리를 넣고 반셔터를 눌러 노출계 LED가 들어오는지 확인. 꽤 오래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정상적으로 불이 들어온다. 아래쪽 빨간불은 부족, 가운데 초록불이 들어오면 적정, 위쪽 빨간불은 오버. 이런 식으로 표시되는 간단한 방식이다. (니콘 FM2같은 방식) 여타의 모델들이 상판에 노출계창이 있어 파인더에 눈을 대지 않고 노출을 조절할 수 있는 반면, 35SE는 구도를 잡은채로 노출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상대적으로 노출계가 여전히 잘 살아있는 모델이 많다. 생산시기가 비교적 최근인 이유도 있고.



불은 들어오지만 노출이 제대로 맞는지가 중요하기에 Ricoh GR의 측정값과 비교를 해보니 거의 일치한다. 전반적으로 -1/3~-2/3스탑 정도 언더로 측정되는 것 같긴 한데 그 정도는 카메라의 측광 방식과 범위에 따른 차이로 봐도 무방할 듯. 원래 5.6V전원을 사용하는 노출계라 1.5V의 LR44 3개와 LR43 1개의 조합으로 만든 6V 전원으로 인해 다소의 노출 차이가 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네가티브 필름의 관용도를 생각하면 무시해도 될 수준. 



너무 오랜만에 배터리를 넣어본 녀석이라 그동안 노출계가 죽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여전히 쌩쌩한 걸 보니 기분이 좋다. 완전 기계식 카메라라 노출계가 죽어도 외장 노출계를 사용하거나 다른 카메라의 측정값을 이용해도 되고, 요즘은 핸드폰에도 노출계 어플이 많아 그걸 이용해도 되지만 역시 자체 노출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롤라이35만 달랑 들고 나가도 된다는 편리함을 준다. 



배터리도 넣어줬겠다 조만간 다시 필름 넣고 찍어줘야겠음. 끝. 



Konica Hexar AF



사실상 필름으로 사진 찍기를 그만둔지 거의 5년째인데 다시금 필름으로 사진을 좀 찍고 싶어졌다. 느닷없이 Leica M7으로 회귀한 지인의 영향이 컸는데 어차피 놀고 있는 필름 카메라야 여러대라 필름만 사서 찍음 그만이긴 했다. 하지만 거의 2배씩 올라버린 필름 및 인화지 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예전처럼 '길거리 풀떼기' 따위를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남길만한 사진, 특히 집에서 딸내미 사진을 찍는데 한정적으로 필름을 사용할 요량이었다. 


이제 막 기어다니는 딸내미라 주로 실내에서 찍어야 하기에 렌즈의 최대 개방값은 밝아야했고 감도 400정도로도 사실 셔터스피드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미러쇼크가 있는 SLR은 모두 탈락, 움직임이 많은 딸내미인지라 수동 초점 탈락, 노출계없는 클래식 기종들도 탈락. 결국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건 이 헥사 AF가 딱이었다. 최대개방값 2.0의 헥사논 35미리 렌즈에다 저소음, 저진동, AF속도도 빠르다. 반면 이 기종의 치명적인 단점은 최고 셔터스피드가 불과 1/250초밖에 안된다는 점인데, 지금의 용도인 실내 촬영에서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도 다행이었다. 그렇게 5년만의 첫 필름 사진은 헥사 AF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나름 간만에 들뜬 마음으로 2CR5 배터리도 새로 갈아주고 필름을 넣고 몇 컷을 찍어봤다. 그런데 AF Lock이 자꾸 풀리는 것이 아닌가. 초점을 맞추고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누르면 초점이 풀리며 다시 초점을 잡고 셔터가 릴리즈됐다. 처음엔 너무 오랜만이라 반셔터감을 잊었나 싶었는데 몇번을 찍어도 그랬다. (아까운 내 필름..)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검색해보니 헥사 AF에서 종종 발생하는 고질병이라고.. 피사체를 한가운데 놓고 찍는 일이 거의 없는지라 AF Lock이 안되면 사실상 사용 불가다. -_-;;  난감해하던차 다행히 어찌어찌 자가 수리 방법을 알게 되었고 참지 못하고 바로 뜯기 시작했다. 




1. 상판 분해


상판 분해를 위해서는 총 5개의 나사를 풀어줘야하는데 뒷면의 2개와 왼쪽의 1개는 겉으로 노출되어 있으니 문제없고 전면의 2개는 레자로 덮여져있어서 렌즈 옆쪽의 레자를 살짝 벗겨내어 노출시켜야한다. 나는 어디에 나사가 있는지 몰라서 꽤 많은 부분을 뜯어냈는데 사진처럼 렌즈 좌우측 부분을 조금만 벗겨내면 된다. 



작은 일자 드라이버 같은 걸로 틈새에 넣고 살짝 들어서 벗겨내준다. 끝부분을 잡고 잡아당기거나 하면 자칫 레자가 늘어가거나 할 수 있으므로 주의.




이쪽도 마찬가지. 레자 안에는 접착제가 발라져있어서 재조립할 때도 그냥 꾹꾹 눌러주면 다시 잘 붙는편이다. 만약 좀 뜨거나 하면 일명 돼지본드나 오공본드 같은 걸 얇게 펴 발라서 살짝 마르고 난 후 붙여주면 된다. 




나사 5개를 모두 푼 후, 상판을 살짝 들어주면 요렇게 열린다. 플래쉬 접점과 전선이 열결되어 있어 완전히 떼어지진 않는다. 셔터 부분 수리와는 상관없으므로 그냥 두고 진행.




2. 셔터부 기판 열기


상판을 열고 나면 셔터 부분 쪽에 초록색 기판이 보인다. 여기에도 3개의 나사가 있는데 요걸 다 풀어준다. 





나사 3개를 풀고 기판을 옆으로 젖혀주면 아래쪽에 셔터부 접점이 보인다.





3. 접점부 WD-40 분사


헥사 AF의 AF Lock 풀림 문제는 기계적 문제가 아닌 접점부의 전기적 접촉 불량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여기에다 WD-40을 뿌려주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해결이 된다고 한다. 진짜 이렇게만 해도 되나 싶은 의문이 마구 들지만 일단 뿌려본다. 워낙 좁은 부위라 그냥 한번 칙~ 




4. 재조립


당연하지만 재조립은 분해의 역순..  주의할 점은 조리개 조절 다이얼과 맞물리는 흠을 잘 맞춰줘야 한다는 거. 처음에 아무 생각없이 조립했다가 조리개 조절이 안되서 뭔가 사고친줄 알고 약간 식겁을.. 그리고 이왕 상판 분해한 김에 파인더와 접안부 유리 청소도 해주면 좋다.



수리 결과는 100% 완치! 자꾸만 풀려버리던 AF Lock도 확실히 걸리고 반셔터 감도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 느낌 뿐이겠지만..) 이건 뭐 손재주 축에도 못드는 초단순 자기 수리 방법이지만 효과는 확실해서 상당히 만족스럽다. 이것도 수리점에 맡기면 돈 10만원은 우습게 받을텐데..



이제 아껴가면서 잘 찍어주기만 하면 된다. 끝.



2015.06.21




필름 시대는 이제 사실상 끝이 났다. 


필름으로 사진을 하기에는 엄청나게 올라버린 필름값과 현상비용, 그리고 웹 포스팅을 위한 스캔작업 소요시간 등 모든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2009년 Nikon D700 구입 이후 나도 결국 필름에서 거의 손을 뗀 상태고 이제는 필름으로 다시 사진을 하고 싶은 생각이 크게 들지는 않는다. 



비교적 길게 이어온 나의 필름 사진 생활을 정리하게 만든 Nikon D700




물론 디지털 시대의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흑백 필름의 풍부한 계조와 입자감은 디지털에서는 아직도 2% 부족하게 느껴짐을 어찌할 수가 없고, 벨비아나 E100VS의 쨍한 채도가 그리울 때도 많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우수한 이미지 퀄리티의 컴팩트 카메라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필름 시절에는 '필름'이라는 ‘평등한’ 감광물질로 사진을 찍어왔기에 비싼 플래그쉽 카메라나 저가 똑딱이나 이미지 퀄리티 자체의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래서 컴팩트 카메라로도 잘만 쓰면 얼마든지 훌륭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고 수십년 된 클래식 카메라들도 당당히 현역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천차만별이고 컴팩트 카메라에 들어가는 CCD는 이른바 풀프레임 사이즈의 면적에 비해 형편없이 작아 이 같은 물리적인 한계로 이미지 퀄리티와 심도 표현에서 있어 고가의 풀프레임 디지털 카메라를 절대 따라잡을 수가 없다. 똑딱이는 말그대로 똑딱이를 넘어서기 어려운, 그리고 카메라 가격과 출시년도에 따라 이미지 품질의 차이가 나버리는 불평등한 시대, 이게 가장 큰 불만이었다. 





필름 시절 내가 가방에 늘 넣어 가지고 다니던 Contax T3


담배갑만한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칼자이즈 35미리 렌즈가 장착되어 우수한 해상도와 색감을 자랑했다. 필름 시절이 끝나면서 더 이상 T3를 쓰기 어려워진 나는 이렇게 언제나 휴대 가능하면서도 우수한 성능을 갖춘 컴팩트 카메라가 간절했다. 내가 원하는 조건은 대략 이러했다. 



 1. 최소한 APS-C 이상 크기의 이미지 센서를 채택할 것


 2. 35미리 이하 광각의 밝은 단렌즈


 3. 크기가 작고 침동식 렌즈로 어딘가 튀어나온 곳이 없을 것



GR이전에는 사실상 이 조건을 충족하는 디지털 컴팩트는 거의 없었다. APS-C를 채택한 라이카 X시리즈는 이 조건들을 대부분 충족했지만 일단 가격이 너무 비싸고, 후지 X100은 35mm2.0의 밝은 렌즈와 광학식 뷰파인더라는 절대적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휴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파나소닉 LX시리즈나 소니 RX100시리즈 같은 인기많은 하이엔드 똑딱이들은 휴대성은 뛰어났지만 줌렌즈의 탑재로 촬영시 렌즈가 너무 튀어나왔고 결정적으로 센서가 작았다. 


이러던 차에 기존보다 훨씬 커진 APS-C 센서를 탑재하여 새롭게 출시된 리코 GR은 내 입장에선 기다려오던 바로 그것이었다. 나같이 이런 카메라를 기다렸던 사람들이 많았던 듯. 국내 출시와 함께 GR은 초기 물량이 금세 동날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나역시 휴가전에 물건을 받고자 각고의 노력을 거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 후 GR은 365일 중 300일 이상은 가지고 다니는 나의 진정한 에버레디 카메라가 되었고 지인들에게 ‘내가 지금까지 산 카메라 중 만족도는 최고! 가격을 떠나 단 한 개의 카메라만 남겨야한다면 GR!' 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종합적인 성능이나 가격, 뽀다구를 떠나서 우수한 휴대성과 스냅에 특화되었다는 점에 큰 가치를 두어서인데, 그 세부적인 내용을 대략 얘기해본다면.



1. 항상 휴대할 수 있는 에버레디 카메라 - GR


앞서 얘기했듯 GR은 Contax T3를 대체할 디지털 컴팩트였다. 회사에 갈 때 들고 다니는 서류 가방에 늘 넣어 다녀야 하므로 휴대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우선 고려 요소였고 GR은 그 용도에 더할나위 없이 적합하다. 렌즈는 침동식이라 전원을 껐을 때 바디 속에 들어가 있고, 버튼과 다이얼 등 대부분의 조작계들도 돌출되어 있지 않다. 굳이 카메라 가방이 아니라 주머니에 넣기에도 크게 두껍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튀어나온 부분이 없으니 갑자기 뺄 때도 걸리는 부분이 없다. 



군더더기 없는 GR의 디자인. 필름 시절부터 이어져오는 GR의 디자인이 잘 계승되었다.





2015.01 포항 - 출산을 앞두고 있던 와중에도 부담없이 들고간 GR로 틈틈히 그 날의 과정을 기록할 수 있었다.




2. APS-C 센서


앞서 휴대성을 최우선 조건으로 거론했지만 사실 휴대성만 놓고 따지자면 핸드폰 카메라가 최고가 아닐까. 하지만 휴대 가능하면서 이미지 품질이 우수해야 했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센서 크기의 하한선은 APS-C로 본다. 그 이하는 아무래도 계조가 좁을 수 밖에 없고(특히 하이라이트 부의 무너짐을 아주 싫어함) 심도 표현에서 자유롭지 못해 메인 카메라로서 역할을 하기에 무리가 있다. 이런 면에서 APS-C를 가진 GR은 휴대성과 이미지 품질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줬다. 



2013.08 방콕 - 화이트밸런스나 저조도 상황에서의 노이즈도 괜찮다.





2015.02 포항 - 28미리 광각이라도 근접 촬영에 최대 개방시 꽤 부드러운 배경흐림을 볼 수 있다. 역시 센서는 커야..




3. 철저히 스냅에 특화된 기능들


스냅 사진의 특성상 재빠른 가동 시간과 초점 맞춤, 편리한 조작 방식은 필수적인데 GR은 전원 ON시에 렌즈가 나오는 시간도 일반적인 똑딱이에 비해 상당히 빠른 편이며 노출보정 및 조리개 조절도 별도 메뉴 진입없이 직관적으로 한손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AF속도는 똑딱이치고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그 무엇보다 TAV모드와 스냅포커스 설정은 그먀말로 GR을 GR답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기능이 아닐까 싶다. 이 두가지 기능을 처음 알게 됐을 때  ‘이건 진짜 스냅을 아는 사람이 만든 카메라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 밖에 없었다.




2014.01 포항




스냅 특화 기능 1. TAV모드 


일반적인 TV / AV모드가 아닌 TAV모드는 조리개값과 셔터스피드를 설정하면 그 두 개의 값은 고정되고 ISO의 자동조절을 통해 노출값을 잡아주는 방식인데 이 기발한 모드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펜탁스에서는 원래 있던 기능이라고 하던데 나는 처음 경험한 방식이라 '이런게 있었다니!' 하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스냅 촬영시에 보통 조리개를 조여서 심도를 확보하는 가초점 방식을 사용하는 스냅 작가들이 많은데 조리개 우선 모드에서는 갑작스런 상황에서 셔터스피드 확보가 안되어 흔들린 사진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TAV모드는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양쪽 모두를 설정가능하니 조리개 11 정도에 셔터스피드 1/125로 세팅해두면 갑작스런 상황에서도 심도와 셔터스피드 모두를 확보할 수 있다. 



2013.08 방콕




스냅 특화 기능 2 . 스냅포커스 설정


TAV모드와 함께 스냅 특화 기능의 주요 핵심이 스냅포커스 설정이다. 똑딱이들도 대부분 수동 초점 설정이 가능하지만 GR만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카메라는 많지 않다. 스냅포커스는 미리 일정한 거리로 포커스를 설정해두는 기능으로 거리를 미리 설정해두고 펑션버튼 하나로 AF와 MACRO, 스냅포커스를 오갈 수 있어 일반 AF로 촬영 중이더라도 바로 스냅포커스로 전환할 수 있다. APS-C센서는 과거 필름(혹은 풀프레임 디카)에 비해 같은 화각일 때 심도가 더 깊으며 GR의 18mm렌즈는 135기준 28mm 광각 렌즈으로 심도가 깊어 조리개를 11정도에 놓으면 1미터 안쪽부터 무한대까지 거의 초점이 맞는다. 이렇게 설정해두면 AF잡는 시간없이 바로 셔터를 누를 수 있어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2013.07 방콕





4. 주목받지 않는 카메라


GR은 그냥 똑딱이다. 누가 봐도 똑딱이고 자세히 보면 좀 비싸보이기도 한 라이카에 비해 자세히 봐도 싸보이게 생겼다. 리코라는데서 카메라가 나온다는 것도 사람들은 모른다. 마그네슘 합금 바디에 무광 검정으로 칠해진 카메라에는 그 흔한 마크도 없다. 오로지 GR이라는 모델명만 한쪽 구석에 있을 뿐.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DSLR에 비해 GR을 들고 사진을 찍을 때는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다. 혹여 보더라도 별 시덥잖은 녀석이거니 하고 관심을 주지 않기에 스냅 촬영시 없어보이는 외관은 스펙으로 드러나지 않는 큰 장점이 되어준다. 



2014.01 통도사





2013.12 포항




5. 상시 표시가능한 전자식 수직수평계


별거 아니라면 아니지만 구도를 잡을 때 수평 수직에 은근히 예민한 편이라 이처럼 액정에 상시 표시가능한 수직수평계를 갖춘 GR은 구도 설정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광각 렌즈의 특성상 정확한 수평이 맞춰지지 않았을 때 왜곡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어 GR의 상시 표시 가능 수평계는 개인적으로 ‘완소’ 기능이다.




2013.07 방콕





2013.08 포항




6. 일부 아쉬운 점들


위와 같은 이유들로 만족도가 정말 높은 카메라라 개인적으로는 거의 불만이 없는데 일부에서 단점으로 지적하는 것 중 몇 가지를 들어본다면 손떨림 방지 기능이 없다는 점, 틸트식 액정이 아니라는 점, 135기준 35mm 화각이 아니라는 점인데, 손떨림 방지 기능이 없음은 나 역시 조금은 아쉽지만 광각 렌즈라 1/30초 정도까지는 크게 주의하지 않아도 버틸만해서 문제가 되진 않는다. 



2013.12 포항




그리고 틸트식 액정을 채용했다면 단가도 올라갔을거고 (이미 충분히 비싼 똑딱이다) 조작 부가 많아져 바디의 견고함만 떨어졌을테고, 무엇보다 카메라 두께가 증가했을 게 뻔하다. 휴대성이 우선인 카메라에서 두께의 증가는 전혀 반갑지 않다. 다음 세대의 GR이 나오더라도 틸트식 액정은 채택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요즘의 LCD화면은 시야각이 넓어 로우앵글을 잡는데도 별 문제가 없다. 



2013.08 서울




그리고 35mm화각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개인 취향이라 별 달리 언급할 건 없지만 내 인생에 가장 사진을 많이 찍고 많이 발전했던 시절이라 추억하는 대학교 3,4학년 시절의 주력 렌즈가 니콘 28mm였다. 그만큼 나는 28mm화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GR의 28mm는 만족스럽다. 



2014.04 서울




지난 2년간 GR은 내게는 핸드폰 만큼이나 평소에 들고 다니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에버레디 카메라가 되었다. 리뷰를 쓰려고 하던 것을 차일피일 몇차례 미루다가 이제야 써보지만 많은 사람들이 호평하는 GR의 이펙트 효과라든지 별 의미없는 기계적 성능 같은건 어차피 다른 리뷰에도 많아서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GR은 다소 매니악한 측면이 없지 않아 일반적으로 쉽게 남에게 권할 수 있는 카메라는 아니지만 설계 철학이 지향하는 바가 명확해 스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만한 카메라가 있을까 싶다. 스냅을 좋아한다면 꼭 사용해보길.



몇몇 샘플샷으로 리뷰는 마침. 


참. 모든 사진은 나름의 방식으로 보정이 되어 있으므로 판단은 각자가. 보정은 장난질이 아니라 암실에서 인화하듯 작품의 최종 마무리 단계라 생각하므로 JPEG무보정 리사이즈 같은 건 관심이 없다. 





2013.08 방콕






2013.08 포항







2014.11 포항






2014.11 장가계





2013.12 포항





2015.04 포항







 오징어 잡이에 쓰는 건가. 원색의 화려함이 끌렸다. 똑딱이 중 센서 크기로는 거의 갑인지라 어느정도 얕은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 최대 개방값이 망원 쪽에서는 어두워지는 점이 아쉽다만 이 정도도 훌륭하다.







 정박 중의 어선의 노란 전구. 전구 쪽의 하이라이트도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지 않고 안정적이다. 2000년대 초반 디카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당시 몹쓸 것이라 여겼던 가장 큰 이유가 하이라이트 부분의 좁디 좁은 계조였는데 요즘은 똑딱이로도 이 정도는 되어 준다는 점. 






 센서도 크고 화소도 높고 똑딱이에서 이정도 디테일이라. 이미지 품질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꽤 어둑우둑한 때에 찍었는데 노이즈 억제도 훌륭하다. 







 물에 젖은 사물의 채도는 높아지게 마련이고 물의 반사는 단조로운 평면을 입체감있게 꾸며준다. 튜브의 파란색은 바닥의 붉은색과 선명하게 보색 대비를 이끌어내어 셔터를 눌러보고 싶게 만든다.






 흑백 변환 테스트. 어차피 흑백 모드로 찍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흑백 모드 따위는 테스트 안했고 찍은 사진 중 하나 골라 포토샵에서 변환. 레벨값 조정, 닷징, 버닝 해줌. 






 이번엔 근접샷 테스트. 노르웨이의 Helle에서 만든 아웃도어용 나이프 'Temagami'

칼날의 두께도 두툼한데다 자작나무로 만든 손잡이 끝까지 날이 이어지며 3개의 리벳으로 고정되어 무척이나 듬직하다. 어차피 저걸로 산에 가서 사과 깎아먹는 거 말고 대단한 걸 하진 않겠지만 남자들의 쓸데없는 소유욕을 자극하게 할 만큼 멋진 칼이다. 반사가 심한 칼날 부분의 계조도 급격히 무너지는 부분 없이 안정적이다. 난 사실 디지털 카메라에서 가장 예민하게 보는 부분이 계조다. -_-; 



마지막으로 파노라마 테스트. 파노라마 설정을 하고 LCD의 안내에 따라 좌에서 우로 돌리며 연이어 찍으면 자동으로 합쳐주고 보정해준다. 요즘 스마트폰들도 대부분 가능한 기능이지만 신기하긴 신기하다. 예전엔 파노라마 사진을 제대로 찍으려면 핫셀브라드 XPAN같은 '특수 카메라'에다가 주변부와의 노출차를 보정해주는 Center ND 필터에 수평계 등등 별게 다 필요했는데 세상 참 좋아진 듯. 



막샷은 여기까지. 아직 제대로 써보지 못해서 더이상 올릴만한 샘플샷이 없다. 일단 가볍고 작고 화질 좋고 거의 대부분 맘에 든다. 망원에서의 최대 개방값만 조금 좋았다면..물론 가격이 더 올라갔겠지 ㅎㅎ





내 서재. 주로 사진 작업할 때만 들어가 쳐박히는 곳.

왼쪽부터 사놓고 제대로 보지도 못한 데이비드 앨런 하비와 마이클 케냐 사진집 등등, 노트북은 DELL XPS15, 삼성 씽크마스터 모니터와 데스크탑..Intel Core i3에 RAM 4GB의 평이한 사양임에도 사진 작업용으로는 훌륭하고..그 옆에는 아이패드2, 그리고 135필름 스캔용 니콘 쿨스캔 IVED와 중형필름 및 폴라로이드 사진 스캔용인 엡손3200. 필름 스캔은 안한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네. GF2화밸은 괜찮은 것 같다.



 
14mm(135기준 28mm)화각임에도 근접 촬영도 훌륭하다. 간단한 간이 접사 정도는 충분. 판형에 비해 계조도 그런대로 괜찮아 보인다.




다만 노이즈는 좀 안습. 400에서도 꽤나 자글거림이 눈에 띈다. 극강의 D700에 눈이 너무 익었나.. 노이즈 억제 능력에서 좀 실망;;




그리고 GF2의 주인 민뿡형과 둘째 태경이. 카메라 사놓고 제대로 찍어보지도 못한 민뿡형을 대신해 며칠간 갖고 놀며 테스트 해보는 중. 태경아 얼른 나아서 집에 오렴~ GF2의 노이즈의 입자감이 나쁘지 않아 흑백에서는 은근 괜찮은 느낌을 준다. 낮에도 찍어봐야알겠지. AF속도는 후지 X100에 비해 완전 훌륭~ ㅎㅎ


2011.12.05 포항






동생이 어깨에 매고 있는 니콘 F3HP. 대학교 시절 동안 명실상부한 나의 주력 기종이었다. 지금도 가장 신뢰하는 카메라지만 이런저런 카메라들이 쓸데없이 많아진 요즘은 아무래도 예전만큼 자주 쓰지 않게 된다. 대세가 디지털이기도 하고 직장다니고 결혼하고 이렇게 살다보니 한가로이 현상하고 자가 스캔할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어느 보석 시계 가게에 있는 오차 측정 기계. 파텍필립, 브레게, 바쉐론 콘스탄틴 등등등 이제 국내에서 못구하는 시계는 별로 없지만 여전히 로렉스의 브랜드 이미지는 막강하다. 그 고리타분함 때문에 로렉스를 싫어했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서브마리너나 GMT MASTER, 심지어 노인간지라고 고개를 저었던 데이저스트도 예쁘게 보이는걸 보니 내가 나이를 먹었거나 아님 로렉스의 이미지에 나도 결국 쇄뇌를 당한게 아닌가 싶다.




비교적 일찍 나온터라 이제서야 가게의 문을 열고 청소를 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X100의 AF속도는 확실히 DSLR의 그것에 비해 느리고 일반적인 똑딱이의 수준에 준하거나 조금 빠른 정도? 확실히 DSLR을 쓰는 사람들에게 만족을 줄만한 속도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X100이 지향하는 바가 RF카메라의 디지털화에 가깝다보니 견딜만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커맨드 다이얼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DSLR에 비해 X100은 조리개 우선시에 돌리기 썩 편하지는 않은 조리개링을 직접 돌려 조작해야 하는 등 크게 편하지만은 않다. 사람 맘이 간사한 것은 M3같은 만듦새와 디자인, 조작감을 가진 디지털 RF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막상 후지의 X100을 만져보니 불편함은 불편함일 뿐 라이카에서 느껴지는 손맛은 없더라는 것이다. 결국 디지털은 편한게 장땡인가 라는 생각도 들지만 가벼운 무게 하나만은 X100의 큰 장점이다.




대구는 곧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홍보에 주력하고 있었지만 주변에서 그 누구도 이 대회를 논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육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너무도 부족한 가운데 과연 성공적인 대회를 치룰 수 있을지 걱정된다.




출시되고 나서 일찍부터 리뷰한 사람들이 그랬듯이 기존은 후지 카메라들과 달리 상당히 채도가 낮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니콘의 카메라들 위주로 오래 사진을 찍어왔기에 색감에 대해선 관대한 편이고 계조를 우선시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작고 예쁘게 생긴 X100에서는 좀 화사하고 예쁜 색감이 나와줬으면 했는데 일단 좀 밋밋하다.




그늘진 벽에 휘갈겨진 낙서의 붉은 색이 어느 정도 나올까 싶어 찍어봤는데 뭐 그냥 그렇다. 눈으로 본 그 이상의 색감이 나오는 편은 아닌 듯. 물론 벨비아 모드로 세팅하면 고채도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겠지만 콘트라스트나 선예도, 채도는 항상 보통이나 낮게 세팅해서 찍은 후 필요하면 보정하는 편이라 벨비아 모드로 찍어보진 않았다.




돌아다니다 배고파서 들어간 대구의 오래된 만두집 '태산만두'  원래 대백 앞에 있었는데 없어져서 검색 신공으로 찾아보니 화방 골목 쪽으로 옮겼대서 찾아갔다. 가게를 옮긴지 얼마 안된듯 이전 개업 축하 화환들도 많았고 가게도 더 넓고 깔끔해졌지만 예전의 약간은 허름한 분위기가 더 맘에 들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맛은 변치 않았다는 거.

보통의 RF카메라로는 시차로 인해 이 만두 사진 정도 근접촬영은 별도로 부착하는 파인더가 없다면 불가능하지만 X100은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시스템으로 접사시에는 광학 파인더가 아닌 LCD파인더로 전환되어 시차없이 접사가 가능하다. 광학 파인더로 맞출 수 있는 최단거리보다 더 가까워졌을 때는 수동으로 접사 모드로 변경해야 함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사실 기존의 RF들이 극복하지 못했던 부분을 하이브리드 파인더라는 방식으로 해결한 부분은 박수칠만하다.




빌딩 유리창 청소.. 렌즈의 왜곡 억제 능력이나 계조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 같다.




대구화교협회. 중국이 강대해질 수록 화교들의 정체성도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더이상 볼 수 없는 저 청천백일기. 오성홍기보다는 그래도 정감있게 느껴지는 건 한 때는 같은 분단국가라고 혈맹처럼 지냈기 때문일라나..




대구화교협회 건물과 화교소학(초등학교)이 함께 있는 곳이라 입구에는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중국의 주요 역사적 인물들의 그림도 그려져 있다.



이 쯤부터는 전 날 충전을 미리 해두지 않은 과오로 배터리가 간당간당하며 결국 X100으로의 촬여은 중지되고 D700과 F3HP로 찍었다..;;  뭐 필름으로 치면 대략 한 롤 정도의 촬영으로 X100은 테스트를 마쳤는데 감도별 노이즈 테스트와 선예도와 MTF곡선이며 자세한 리뷰를 제공하는 곳은 원체 많기에 굳이 그렇게 해보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냥 쓸만한 카메라인 것 같다. 생긴것처럼 예쁘고 화사한 색감이 나오지 않음이 좀 의아했지만 똑딱이로는 만족 못하고 DSLR의 무게와 거추장스러움은 싫고 하이브리드처럼 후면 액정을 보면서 찍는 것은 똑딱이 같아서 싫고 필름 RF카메라를 써봤던 사람이라면 괜찮은 카메라가 아닐까 싶다.

근데 역시 가격은 좀 과한거 같다.

별 생각없었는데 생각해보니 Land350엔 셀프타이머가 없었다. -_-;;

엘체형한테 빌려썼던 Land180은 셀프타이머가 있던데 말이지; 역시 비싼 녀석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평소 셀프타이머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막상 필요한 경우가 생길 때 없으면 그것도 참 안습. 더군다나 잘못 찍으면 한방에 1500원씩 날아가는 폴라로이드 처럼 누구한테 찍어달라고 부탁하기가 두려운 경우엔 더더욱 그러하다. 그리하야 Land 시리즈에 사용가능한 폴라로이드 셀프타이머 #192를 찾아나섰으나 온라인 상에서 찾아내기가 그다지 쉽지는 않았다. 가격이야 뭐 3만원 내외로 구할 수 있다만 있어야 사지; 결국 이베이로 고고~  왠만한 물건은 다 있는 이베이에도 이 녀석은 의외로 달랑 2개만 나와있었는데 결국 한 녀석에게 비딩해 낙찰받았다. 한두넘 정도는 비딩하지 않을까 살짝 긴장하며 있었다만 결국 아무도 안 덤벼서 경매 시작가에서 1달러 올린 가격으로 윈~ ㅎㅎ  오랜만의 이베이질이라 Paypal 비밀번호를 까먹어 몇번 삽질한 후 바로 결제해주고..의외로 빠른 배송으로 오늘 도착. 그나마 토요일에 출근한 억울함을 보상받은 셈. ㅋㅋ




정말 멋대가리 없는 박스와 허접한 글씨. 투박한 테이핑;;  요샌 다들 키보드만 두드리니 글씨체가 못난 사람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초딩들도 저거보단 잘 쓰겠다. 문득 군시절 내가 쓴 영문을 보고 미군 소위가 글씨 정말 잘쓴다고 놀래하던 일이 떠올랐다. 한국계의 그 녀석은 말은 문제없지만 군사용어에 약해(한자어가 많다보니) 내가 주요 단어를 적어서 알려주곤 했었다. (ex  대화력전(對火力戰) = Counter Fire)



 
어쨌거나 박스를 뜯고 나온 녀석은 바로 이것. 폴라로이드 랜드 시리즈에 사용할 수 있는 셀프타이머 #192. Land180같은 수동기에는 셀프타이머가 가능해 필요 없다. 낡긴 했지만 박스에 케이스까지 있는 양호한 상태라 만족스럽다. 은근 귀엽기도 하고..




퇴근 후 Land350을 꺼내 장착~  나사선도 없는데 어찌 장착되나 했더니 셔터 버튼 링에 스프링처럼 된 조임장치로 딸깍 끼워지는 형식이다. 탈착이 편리하지만 뱅글뱅글 돌아가는 것이 좀 허접해보이긴 하는데 셀프타이머란 특성상 뭐 좀 돌아가도 상관없고 셔터만 잘 눌러주면 된다. 저 화살표 방향대로 돌리고 윗면에 있는 단추를 눌러주면 지지지징~ 태엽이 돌아가면 셔터를 찰칵 눌러준다. 소리는 꽤나 큰 편.




장착 후 전체적인 풀 샷. 카메라에 있어 기본적인 기능이기도 한 셀프타이머를 왜 기본 탑재하지 않아 이런 걸 사게 만들었는지 짜증이 날 법도 한데 크게 비싸지 않은 이런 자잘한 악세사리류를 구하는 것도 사진 생활의 소소한 재미가 되기에 만족스럽다. ㅎㅎ  결국은 돈지랄;




워낙 간단한 녀석이라 박스 뒷면에 간단한 사용 설명문이 적혀 있다. 셔터를 톡~눌러주는 녀석이라 장시간 노출은 불가하다. 밝은 주광 상태거나 플래쉬를 사용할 때만 사용하라고 분명하게 명시해두었다. 어차피 칼라인 FP-100C은 감도가 100이라 대낮말곤 불가능하고 실내에선 감도 3200의 FP-3000B를 이용할 거라 크게 문제없다. 언제 실전 테스트를 해보지.




간만에 소소한 이베이 지름질을 맛보았다. 소득공제에 반영도 안되는 해외사용분이 이번달 명세서에 찍혀 나오겠고나. 그러고 보니 아마존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집도 하나 주문했다는;;

2009.02.07


 


2009.01.05

잘 사용중이던 쿨스캔 4ED(Coolscan IVED)의 스캔 이미지 품질이 현격히 떨어지기 시작한지도 몇개월이 지났다. 네가티브보다 포지티브 스캔시에 명확히 드러나는 하이라이트 경계부의 빛번짐 현상. 결국 한동안 포지티브 필름은 스캔도 잘 하지 않고 있었는데 오늘에야 미루고 미루던 스캐너 자가청소에 도전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이런 전자기기는 무식하게 뜯었다가 제대로 조립못하면 끝장나는 수가 있어서 나도 웬만하면 무모한 시도를 안하는데 의외로 무척 간단했다. 뒷면에 나사들 죄다 풀어서 외부 케이스를 뒤로 뽑아내고 전면 커버 떼어내고 상판의 얇은 철판을 나사 두개 돌려서 빼내면 일단 준비 끝. 하이라이트 경계부의 빛 번짐 현상은 분명 미러가 더러워 진 것일게다. 렌즈에 얼룩이었다면 어쩔 수 없이 AS센터로 갔어야겠지만..역시나 렌즈 앞의 작은 미러가 뿌옇게 먼지가 묻어있었다. 이걸 잘 닦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위치가 면봉을 집어 넣기가 까다로워서 애를 먹었다는 점인데 면봉을 길게 잡고 뻘짓을 할게 아니라 반으로 똑 부러서 짧게 만드니 어느정도 미러를 빡빡 닦아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케이스 조립하지 않은 상태로 테스트 스캔해보니 프리뷰 상으로도 확실히 그 전의 빛번짐 현상이 현저히 줄어듬이 보였다. 그러나 아직 완벽치 않아 다시 위의 과정을 반복하며 구석구석 다시 닦아주고 최종 테스트를 해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아래에~ ㅎㅎ

나름 뿌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12.10 도착

역시 롤라이 35이 최대 미덕은 작고 이쁘다는거. ㅎㅎ
대학교 3학년 때였나 Contax T3 구입을 위해 팔려나갔던 Rollei35S 이후 거의 6-7년만에 다시 손에 쥔 롤라이35. Rollei-HFT 코팅이 된 Sonnar렌즈는 예전에 보유했던 것과 동일하나 이번엔 전자식 노출계가 들어간 SE모델이다. 그리고 원하던 실버바디. 롤라이는 역시 블랙 페인트보단 실버 크롬이 이쁜거 같다.

최대의 단점이자 롤라이35시리즈의 특징인 목측식 초점 조절은 예전에 사용해봐서인지 심도를 활용하면 크게 어렵지 않다. 물론 대형인화에서는 아무래도 보다 정밀한 초점 조절이 필요하겠지만 일반적인 4*6인화 혹은 웹포스팅용 이미지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거리감각은 갖고 있다고 자부하며(?) 몇 컷의 샘플을 나열해보기로 한다.



창밖을 보며 뭔가를 대화 중인 부장님과 김대리님. 일단 색감은 좀 맘에 안든다. 오토오토 200의 한계인지 뭔지 모르겠다만 예전에 썼던 롤라이35s의 화사한 색감을 기대했던 것과는 좀 거리가 있네. 하긴 풍경 자체가 칙칙한 탓일수도..



휴게실에서 이대리님. 부드럽게 들어온 빛을 받아 톤이 맘에 드는 편. 목측임에도 눈에 칼 같이 맞은 초점을 보며 혼자 흐뭇~ 언샵마스크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샤프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목측식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근접 촬영. 다행히 요것도 초점을 잘 잡은 편. 색감이 좀 이상한데 레벨 맞추기 귀찮아서 니콘스캔이 긁어준 값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해질 무렵이라 색온도도 낮은 편.



OEM창고 앞에 선적된 배터리들. 일단 내장 노출계도 네가티브 필름이라면 그런대로 신뢰할 만하다. 포지티브를 넣어봐야 정확하겠지만 뭐 굳이 이 녀석에 포지티브를 넣을 일은 그다지 없을 듯. 주로 흑백과 컬러네가가 주가 될테니 노출계에 너무 까칠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기로 했다.



지게차 운전하는 중국애. 카메라를 들이대니 순간 긴장하던데 알아듣던 말든 셔터를 누르곤 '사진 나중에 줄게~' 그랬더니 웃는다. 요건 하나 인화해서 갖다줘야지. 목측식의 최대 장점은 역시 충분한 심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재빨리 누르는 스냅에 있다. 렌즈 의 톤이나 해상도는 맘에 드는데 아무래도 디스토션이 꽤나 생기는게 보인다.



블라인드를 투과한 확산광이 꽤나 근사해서 강제로 세워두고 찍은 샷. 실내에선 노출부족에 주의해야할 듯한 노출계. TTL방식이 아니니 측광에 좀 신경을 써야할 듯 하다.



마지막으로 거울 셀프샷. 어림짐작 거리 x 2를 해주어야하는 나름 고난이도의 초점 맞춤. ㅋㅋ 의외로 잘 맞았다. 아기자기한 조작감과 귀여운 디자인, 훌륭한 렌즈에 대한 신뢰와 불편하지만 목측만의 매력이 더해져 갖고 노는 재미가 쏠쏠하다. 겨울들어 라이딩 횟수가 줄면서 다시 사진에 대한 열정이 피어오르는 중. 다음엔 흑백 테스트를 해봐야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laroid Land 350

 그동안 꽤나 많은 카메라를 거쳐왔다만 폴라로이드는 처음이다. 우연찮게 갖게된 이 녀석은 랜드 350이란 모델로 알루미늄 바디, 가죽 스트랩, 거리에 따른 구도프레임 라인도 변환되는 Zeissikon RF파인더와 현상 시간을 간편하게 체크할 수 있는 전자식 타이머가 장착된 비교적 고급 라인업이다. 대체로 만족스럽지만 조리개우선만 가능한 측광방식은 꽤나 아쉽다. 완전 기계식 랜드 180같은 모델도 있지만 거의 3-4배에 달하는 가격을 지불하기엔 이 녀석이 담당할 역할은 어차피 '즐기는 사진놀이'일 뿐이기에 나름대로의 타협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구입하느라 이베이에 비해 비싼 듯 하지만 엔딩시간 맞춰 꼭두새벽에 일어나 비딩하기도 싫고 기약없는 배송일정과 컨디션에 대한 불안감을 덜 수 있었으니 뭐. 덤으로 이 물건은 친절히 AAA사이즈 건전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꽤 세심하게 개조되어 있다. (사실 어려운 건 아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렌즈를 잡아당긴 모습. 슈퍼이콘타, 이솔레테 등 중형 폴딩을 사용하고 있기에 낯설지 않다. 자바라 상태는 좋은 편이고 쉽게 구멍이 나거나 닳을 것 같진 않다. 하필이면 금요일 오후에 지른 덕분에 택배를 받아내겠다는 일념으로 토요일에도 출근모드를 강행했다. 마음이 콩밭에 간 채로 수 시간을 버틴 끝에 받아든 이 녀석에게선 오래된 카메라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곰팡이+먼지 냄세가 가시지 않았다. 더군다나 셀러의 설명과 달리 곳곳에 먼지와 기스 등등 그 사람 기준에선 A급이었을지언정 내 기준엔 B+급. 어쨌든 이런 녀석은 손수 닦아주는 재미도 쏠쏠하기에 총기수입하던 느낌을 되새기며 칫솔로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Zippo 라이터기름으로 적셔가며 때를 닦아주고 나니 그런대로 볼만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석구석 살펴보면 미제 답게 아주 실용적인 설계와 디자인이란 느낌이 든다. 다시 말하면 독일제 처럼 절묘한 손맛과 공예품 같은 마무리는 보이지 않는다. 뭔가 싸구려 틱한 느낌의 플라스틱으로 된 빨간 셔터버튼의 릴리즈 감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님. 다소 힘주어 눌러야 해 핸드 블러를 주의해야 할 듯 하다. 초점 조절은 목측식이 아님에도 초보자들을 배려한 듯한 거리별 그림이 그려져 있다. 폴라로이드 사에서도 고급형 모델들의 파인더는 독일제를 쓰고 싶었는지 Zeissikon의 것이 장착되어 있어 밝고 시원하다. 거리에 따라 변환되는 프레임 라인도 인상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카메라 뒷 커버에 붙어있는 전자식 타이머. 시간을 셋팅해두면 필름을 뽑음과 동시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삐~' 소리가 울린다. 그 때 필름에서 사진을 떼어내면 된다. 필름이 카메라를 빠져나올 때 롤러가 현상액을 눌러 펴주며 현상이 시작되기에 온도와 현상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에 무척 유용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일반 폴라로이드에 비해 까다로운 부분이지만 이 것도 재미라면 재미? 노출 조절을 정확히 할 수 있는 기계식 모델에 사실 조금은 미련이 있었자만 이 전자식 타이머를 써보고 나니 역시 편하긴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입 전 알아본 정보들에 따르면 노출 감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해서 필름 뽑기부터 쉬운 것이 없다는 얘기들이 대세였다. 비싼 기계식 모델 외에 모두 자동노출만 가능한 라인업이기에 역광 및 실내에서 정상적인 노출잡기가 어렵고 쉽게 쓸 수 있는 후지에서 나오는 필름들은 걸리거나 찢어지거나 혹은 여러 장이 한꺼번에 딸려 나오기도 한다는 등 궁합이 맞지 않다길래 나 역시 뭐 살짝 긴장도 했었다. 한 팩 정도 시행착오라 치고 버린다는 각오를 했건만..첫 컷부터 성공했다. -_-;   운이 좋은 듯. ㅎㅎ  카메라 자체는 크게 비싸지 않지만 문제는 역시 살인적인 가격의 필름. 온라인 최저가보다 더 싼 종로 삼성사 기준으로도 흑백인 후지 FP-3000 1팩이 12,500원인지라 장당 1,250원이란 얘기인데. 노출 성향과 현상시간에 따른 결과물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테스트를 하는데도 ㄷㄷㄷ 이다. 무조건 원샷원킬만이 살 길;

 마지막으로 선뜻 이 카메라를 선물해준 ○○에게 감사를~ ㅎㅎ (말못할 사정이 -_-;;)

 2008.08.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