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5

주 중에는 주말되면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은데 정작 주말이 되면 만사가 귀찮아진다는..

여행 좀 가고 싶다;

2010.12.15 포항

와이프님의 몸살로 가사 전담 중. 메뉴는 카레라이스;

2010.11.28 경주

자정은 넘었고 아침이 밝아오면 결혼이란걸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던 밤. 예식 덕분에 하루 숙박권이 주어진 객실에서 동생이랑 맥주 홀짝이며 놀던 중.

제주도 도착 후 KAL 호텔에서 늦은 저녁을 룸서비스로 시켜먹으며 ㅎㅎ  아침부터 점심까지 굶은채로 맞이한 첫 식사




생일선물로 미리 사줬던 KEITH의 망또를 입으며 거울을 보는 중인 혜정이.




마라도 해변. 겨울이라 역시 좀 을씨년하다만 탁 트인 공간에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곳. 기대했던 만큼의 뭔가는 없었지만 하루 묵으면서 쉬엄쉬엄 사진 찍고 싶은 곳 중 하나.




별로 타고 싶은 생각이 애초에 없었지만 집요한 호객행위에 재미삼아 타본 카트. 최악의 브레이크와 조향성능으로 운전하는 내내 불안했지만 신혼여행와서까지 도보 행군이 이어지는 난코스를 줄이고자 선택한 이동수단. 나가는 배 시간에 쫓기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권하고 싶지 않다. 이걸 타고 돌아다녀야 할 만큼 마라도는 크지 않다.




혼자 먼저 잠든 혜정이;; 신라호텔~




아름다운 조경과 웅장한 대웅전과 불상이 인상적인 절 약천사. 봄이나 가을에 찾는다면 더욱 예쁠 듯.




오밀조밀한 풍경이 예뻤지만 2인승 카누를 타기는 싫어 한번 둘러보고 돌아온 쇠소깍. 처음으로 사 본 커플 운동화.




용눈이 오름으로 보러 가던 중. 신형 아반떼MD의 1.6 GDI엔진은 제원상으로 NF쏘나타의 2.0세타 엔진에 뒤쳐지지 않는 마력을 자랑하고 있어서 은근 기대를 했건만 역시 딱 준중형의 느낌이었다. 카메라는 판형이 깡패, 차는 배기량이 깡패.




야간에 더욱 아름다웠던 해비치 호텔~




그리고 혼자 일어나 일출 찍으러 달려온 성산 일출봉 근처 해안. 시간은 7시 15분이 다되어 가건만 아직도 해는 안뜬다. 역시 겨울은 겨울이라 일출이 늦으니 지루하지만 제주도 답게 해뜨기 직전의 새벽임에도 기온은 영상 10도에 가깝다. 겨울 일출 촬영의 고통은 역시나 살을 에이는 추위와 차가운 바닷 바람이건만 제주도에선 편하다.




아침부터 혼자 일어나 30분을 차를 몰고 달려온 수고에 비해 초라한 일출 사진. 수평선에 가득 드리워진 구름층으로 인해 영 별로다. -_-;




다시 나설 준비.




해비치 호텔이 너무 맘에 든 나는 일어날 줄을 모르고~




우도 들어가는 배에서~ 대학교 1학년 때 찾았던 우도는 너무 맘에 드는 섬이었다. 두번째로 다시 찾는 우도. 근데 그게 벌써 10년만이다. ㅎㄷㄷㄷ 




뭍으로 올라온 부서진 배와 현무암 돌담과 하늘~




아직도 꽃들이 여기저기 만발한 따뜻한 남쪽




제주도의 봄을 상징하는 유채꽃. 지금도 곳곳에서 유채꽃을 볼 수 있었다. 단 유채꽃 배경으로 사진 좀 찍으려면 어디선가 나타나 돈을 요구하니 이런 것만 찍게 된다는거.




그래도 여기선 괜찮다. ㅎㅎㅎ 




그리고 우도에서 가장 유명한 산호사 해변에서 신난 혜정이~ 물빛은 여전하다. 10년전에는 저기 들어가서 놀았었는데 ㅎㅎ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보지 못한 하루방에게 커피 마시라고 먹이는 중인 혜정이. 하루방의 형태와 유래에 관한 공부도 하고 싶어진다.




우도의 갈대밭~




마늘과 쪽파가 파랗게 자라고 있는 들판과 넓은 하늘




성산에서 제주시로 향하는 중에~  이렇게 짧은 휴가는 끝이 나고 내일부턴 다시 일상속으로;; 아놔.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리며 다시 블로그에도 많은 이야기, 사진들 올리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ㅎ





2010.10.10 포항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계절마다 달리 피는 꽃이나 풍경들을 구경하고 제철을 맞은 음식들을 맛보러 돌아다니려 해도 여간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구석구석 다 다녀보기란 쉽지가 않다. 좁은 국토임에도 오밀조밀한 지형과 삼면의 바다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환경 속에서 볼 것, 먹을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가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생선이 바로 전어가 아닐까 한다. 전어는 남해안 전어를 으뜸으로 치지만 굳이 남해까지 내려가서 먹을 여유는 쉽게 나지 않아 동네 횟집에서 전어회를 좀 떠와서 맛이나 보며 가을을 느꼈다.

전어는 회로 쳐서 먹거나 소금을 뿌려 구이로 해먹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전어 굽는 냄새는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표현이 꼭 따라붙을 정도로 유명하다. 하기 좋은 말로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라는 표현을 방송에서부터 너도 나도 쓰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될 것을 나는 또 괜한 생각이 든다는 거;;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오는 전어 굽는 냄새란 표현에서 짚어볼 것이 있다면 며느리가 왜 집을 나갔는지에 대한 연민과 동정은 전혀 없다는 점이 아닐까. 남편이 주정뱅이에다 폭력을 일삼았는지 시어머니의 등쌀이 극심했는지 찢어진 가난에 생계를 꾸릴 형편이 안되었는지 남편이 세상을 떠났지만 이미 언약된 혼사 때문에 청상과부가 되었는지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유불문하고 집나간 며느리는 죄인이다. 그런 죄인이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올 정도이니 이 전어 굽는 냄새가 얼마나 좋으냐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죄는 망각하고 전어 굽는 냄새에 그저 이끌려 맞아죽을지도 모르는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에는 은연중에 여자란 참을성 없고 단순한 존재란 인식이 깔려있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냥 그렇다고 -_-;; 


가을 전어 한번 먹으면서 쓸데 없는 생각이 많았다.


올 해 전어 잡이가 시원찮아서 전어값이 예년에 비해 비싸다지만 그래도 한번 정도는 먹어봐야 가을을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한다.






2010.08.22 포항

해바라기 축제장에서 나와 매봉산 산길을 따라 오르면 고랭지 배추밭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정상부에는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굽이굽이 배추밭 사이길을 따라 오르던 중에 약간의 갓길(?)이 있어 차를 세우고 내리자 후덥지근한 한여름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높긴 높은가 보다.





매봉산 풍력단지. 사실 풍력단지의 경관만을 놓고 보자면 동해바다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영덕의 그것이 더 멋지지 않나 싶다.





뭐 나도 마찬가지지만 해질 무렵인데도 이렇게 많은 차들이 찾아왔다. 어릴적부터 여행이라면 정말 많이 다녀온 나지만 요즘은 다들 차도 있고 인터넷도 발달하고 좋은 곳이란 곳은 다들 찾아다니니 어딜가도 사람들이 없는 곳은 없다. 나라가 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제 여가와 레저 문화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던 고랭지 배추밭. 우리나라 배추가 다 여기 있는 것만 같았다. 예전에 산 하나가 전부 차 밭이라는 중국의 사진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여기도 그에 못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탁 트인 공간에서 약간은 추울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 곳에서의 시간은 여유로웠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긴 휴가 기간 중 이틀을 활용하여 태백만을 다녀왔는데 사진으로 보니 당시에 느꼈던 것 보단 괜찮아 보이니 다행이다. 후덥지근한 열대야가 이어지는 오늘밤도 저 곳에서의 바람이 그리워진다;

2010.08.05 태백























2010.08.05 태백

정암사 일주문. 열목어 서식지로서 천연기념물에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맑은 계곡을 끼고 있는 정암사. 적멸보궁으로 유명한 절이며 만항재 고갯길로 오르기 전에 들를 수 있었다.





땔감으로 쓰일듯한 장작더미. 저마다 다른 둘레와 색상과 질감이 재미있다. 촌에 가서 군불 떼고 딱 누워 푹 잤음 싶은 요즘이다.





정암사 적멸궁. 정암사에는 이 적멸궁 뒷산에 세워진 석탑 안에 부처님 정골(頂骨 : 정수리뼈)사리를 모셨으므로 법당 안에 불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팔작지붕의 형태도 좀 그렇지만 전면이 모두 문으로 열리지 않고 가운데 출입구 좌우로 창문 형식으로 되어 있는 등 일반적인 법당과는 다소 차이점이 보인다. 지붕의 기와는 파란색이지만 청기와는 아니고 색칠한 기와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론 절에 동(銅)기와나 이런 번쩍이는 청기와보다 우리 전통 기와가 훨씬 단아해보인다고 생각한다. 적멸궁에는 청기와를 써야하는 이유나 사찰 건축 기법상 유행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정암사 수마노탑. 사실 정암사의 백미는 이 7층 석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벽돌로 만든 탑은 아니기에 전탑은 아니며 돌을 벽돌모양으로 깎아 만든 형태로 경주 분황사에 있는 그것과 같이 모전탑이라고 불러야할거 같다. 이 탑에는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었으며 특이하게도 탑 제일 꼭대기의 청동제 상륜부가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대부분의 탑들에서 상륜부는 온전히 남아있는 경우가 드문데 잘 보존되어 있다.





수마노탑에서 내려다 본 정암사 전경. 강원도 산중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절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송광사에서 떠오르는 장엄한 가람배치와도 거리가 멀다. 적멸보궁 오른 편에는 현대식으로 지은 건물들과 공양간 등이 난무(난 좀 그렇게 느꼈다)하고 있어 적멸보궁에 어울리는 정갈한 느낌을 받기 어려운 것이 좀 안타깝다.


2010.08.05 정선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이라기에 찾은 추전역.

해발 855미터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태백의 해발고도가 높은 탓에 그리 높은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도로가 발달되면서 버스와 승용차의 폭발적인 증가로 여객 운송으로서의 철도의 기능은 이제 최소화되었고 작은 시골역들은 대부분 승객들 없이 조용하지만 추전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상징성으로 관광객들이 드문드문 찾아오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굽이굽이 철길의 모습. 73년 태백선이 개통되면서 영업을 시작했다는 추전역. 험준한 강원도를 가로지르는 이 구간은 5.16 이후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장정들을 대상으로 군복무에 준하여 조직된 국토건설단원들이 동원되어 건설하였다고 되어 있다. 오늘날이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엔 뭐 시대가 시대인지라 부르면 갈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말이 국토건설단이지 조선시대 백성들이 노역에 불려가는거나 뭐 다를바가 있었을까 싶고 군대가 아니다 뿐이지 공병대 처럼 일했을 것 같다.

실제 건설단원들은 신분상 현역병에 준하여 취급되었고 사고시 군법에 의거해 처리되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폭압적인 정책이었다 생각되지만 당시에도 무리가 따랐던지 군대식의 강압적 조직과 규율은 단원들로 부터 잦은 반발과 저항을 샀고 부족한 장비와 무리한 공사 강행으로 인한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나 결국 1년 만에 해체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개발 시대에는 공병대들 역시 국토 개발에 많이 동원되었는데 따로 돈이 들지 않는 공병대는 민간 업체에서 맡기를 꺼리는 위험한 구간의 공사를 맡을 일이 많았을 것이고 그만큼 사고도 따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부 고속도로 역시 공병대가 작전을 수행했고 울진 불영계곡을 통과하는 도로 변에도 공병대 순직장병 위령비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역사속에서 저마다 맡게될 역할은 인간의 의지로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가지고 온 렌즈 중 그나마 망원인 85미리를 끼우고 이리저리 휘둘러 본다만 이미 작업 반장 쯤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자꾸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기차역, 특히 이런 작은 시골역은 사진 찍는 사람이라면 소재로 삼아보고 싶을 매력적인 소재이지만 정식으로 사진을 찍기는 그리 쉽지 않다.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경춘선의 강촌역이나 가평역 같은 곳에서는 사진을 찍어대도 신경쓰지 않지만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이런 한적한 역에서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거리다가는 금방 눈에 띄고 십중팔구 몇 컷 찍어보지도 못하고 제지당하게 된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다가와서는 국가 중요 시설이라 관할 상부역의 정식 허가를 득해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며 촬영을 금지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말도 안되는 규정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헷갈리게 한다.

88올림픽 전만 해도 남산 타워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 있었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땐 그랬다. 경복궁 뒷편의 청와대도 내려다볼 수 있는 등 보안상으로 문제가 있다는게 이유였다. -_-;;  지금 군사 시설도 아닌 이딴 철길 하나 찍는데 내가 어딘지도 모르는 추전역의 관할역에 가서 허가를 득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냔 말이다.

어쨌든 자꾸 눈치를 주기에 대충 몇 장 찍고 말았다. 소탈하게 웃으며 역을 안내해주며 역에 얽힌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푸근하고 인상좋고 인심좋은 시골역장님은 '6시 내고향'에서만 볼 수 있나 보다. 물론 일하고 있는데 카메라 들고 나타나 이것저것 찍어대는 관광객이 짜증스러울 것이라 충분히 이해는 한다.





한 켠에 전시된 광차(鑛車 : Mine Tube). 광산에서 채굴한 석탄 등을 운반하는데 쓰였던 것이다. 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라고 얘기하지만 석탄과 시멘트는 풍부했던 것만 해도 천만 다행이리라.





추전역에서 바라본 매봉산 풍력단지. 해질 무렵에 올라갈 예정이다.





굉음을 내며 지나는 기차 한 대. 석탄 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예전만은 아니겠지만 여전히 뭔가를 실은 기차들은 잠깐 머무는 동안에도 2대나 지나갔다.





추전역에 오니 문득 ROTC 1년차 시절 TMO를 타고 강원도로 향하던 때가 떠오른다. 4주간의 하계 훈련 중 3주차를 마치고 마지막 주에 있을 전방실습으로 양양의 000여단으로 가게 되어 청량리 역에서 승차해 강릉역까지 갔었으니 이 추전역도 분명히 지났으리라. 군복을 입고 불편한 전투화를 신은 상태였지만 차창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강원도 산골의 풍경은 훈련 중이라는 생각마저 잊게 해주었다. 훈련을 마치고 퇴소하면 사진 찍으러 반드시 다시 오겠다는 생각만 계속 했었다.

그 때의 감정이 떠올라 이번에 들렀던 추전역. 역시 청량리에서 출발해 여기저기 다 정차하며 느려터지게 한참을 가던 무궁화호를 타고 온 것이 아니어서인지 그 때의 호젓한 감정을 다시 느끼긴 무리였다. 없는 돈을 쪼개어 필름을 사고 기차표는 입석으로 끊어 메뚜기를 하다 그것도 귀찮아 지면 아예 연결통로에 쪼그려 앉아 잠을 자며 태백으로 향했던 대학생 시절. 역시 여행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것 같다.


2010.08.05 태백











통리 5일장을 구경하고 떠나기 전 잠깐 둘러본 한보 사택. 석탄 산업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태백을 비롯한 탄광촌 지역 곳곳에는 이처럼 텅빈 집들을 보기 어렵지 않다. 예전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쇠퇴해버린 도시들을 찾게 되면 마치 속담처럼 널리 쓰이는 말을 듣게 된다. '그 때는 개들도 만원 짜리를 물고 다녔다'라고  ㅎㅎ   석탄 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태백에도 개들이 만원 짜리를 물고 다녔다고 한다. 지금은 사람들이 떠나 발길이 닿지 않는 계단에는 잡초만이 무성하다.





계단에는 버려진 인형도 있고.. 내가 올려둔거 절대 아님;;





거대한 흉물로 남은 텅빈 아파트. 아파트는 개발 시대에 서민들의 꿈이자 최고의 재산이었지만 참 멋없고 운치없는 집일 수 밖에 없는것 같다.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이렇게 남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보니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마치 소비에트에 온듯한 딱딱하고 멋없는 콘크리트 건물들이 너무 많다고 혹평을 하는 것이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국가도 산업도 도시도 그리고 사람도. 언제나 전성기일 수는 없다. 다 때가 있는 법. 얼마나 그것을 품위있게 지켜나갈 것인가.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쇠락의 시기에 얼마나 슬기롭게 대비하는가. 그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신리 너와집을 보고 태백으로 이동 중 우연히 들른 통리. 마침 장날이라 시끌벅적했다.
작년 5월의 강원도 여행에서도 운좋게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는 정선 5일장 날짜를 잘 맞춰서 구경했는데 5일장과 좀 인연이 되는 듯. ㅎㅎ  일단 점심 먹고 시장 구경하기로 결정.





태백 여행 전 사전 정보 수집시 맛집에 검색된 이 설렁탕 집이 마침 통리에 딱 있었다. 딱히 먹을 만한 데도 없는데 설렁탕 정도면 무난하고 장날이라 그런지 맛집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았다.





기본 세팅 밑반찬. 뭐 설렁탕집이라면 기본적으로 볼 수 있는 반찬들이다.





국물은 서울의 설렁탕들에 비해 꽤나 진한 편에 속했는데 고기의 양은 특을 시켰음에도 불구 적다. 그리고 일반적인 설렁탕 고기 처럼 편육 형태로 썬 것이 아닌 저런 형태인 것도 특이했다는.. 설렁탕은 역시 을지로 이남장이 최고인 것 같다. 맛이 없진 않았지만 특을 시켜서 먹기엔 돈 값을 못한다고 해야하나. 뭐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 잘 먹었고 더 시켜먹진 않았지만 원한다면 국물과 공기밥은 무한 리필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덜어준다.





꼭 뭐 이 식당에서만 볼 수 있는건 아니지만 태백에서 연탄을 보니 탄광촌이라는 느낌이 물씬 나는 거 같은 착각도 든다.





가마솥 옆에서 배추를 다듬는 아주머니들. 설렁탕집의 기본은 김치와 깍뚜기라 할 정도로 설렁탕이라는 담백한 음식에 곁들이는 반찬으로서 김치와 깍뚜기 담그는 솜씨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 집은 일부 프랜차이즈 설렁탕집의 조미료 듬뿍 달달한 그런 맛은 아니었지만 좀 투박하다고 해야할까. 기교있는 맛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렇게 한 끼 잘 먹고 통리 5일장을 구경한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조용하고 띄엄띄엄한 산골 마을을 보다 갑자기 번잡한 장에 들어서니 활기가 넘친다.





구경 다니다가 낚여서 지른 목수건(?)  찬물에 담궈두면 5분 정도 후 수분을 흡수해서 내부의 특수 파우더가 팽창하며 시원한 기운을 유지하며 목에 감아두면 좋다는데 아저씨의 현란한 말빨과 잠깐의 착용에 혹해 많은 사람들이 지르고 있었다. 뭐 이런데 오면 속는 셈 치고 재미삼아 살 만한 것들 중 하나지만 어쨌든 낚인건 낚인거;  아이스팩 처럼 차가운 온도가 유지되는 것이 아닌지라 물 적셔 수건 목에 감는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여행 중에 우연찮게 만나는 5일장은 언제나 재미있다. 그 지역의 특산물과 먹거리, 사투리가 어울어져 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 2007년 초 몇가지 사진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여러 주제들을 써내려가며 메모했던 적이 있는데 그 중에 당연히 5일장도 있었건만 역시 이 사진들 처럼 수박 겉핧기식 사진들만 찍어왔지 제대로 된 작업을 해보지 못함이 아쉽고 게으름을 자책하게 된다.


2010.08.05  통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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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번 국도변의 작은 휴게소, 동활휴게소에서 휴식 중

생각보다 7번 국도는 정체가 거의 없었다. 아침이라 피서 차량들이 몰리기 전이었을 듯. 울진까지 거침없이 북상하여 월천교를 지나 태백 방향으로 연결되는 416번 도로로 빠졌다. 넓고 쭉쭉 뻗은 바닷가의 7번 도로를 벗어나 416번 도로에 진입하면 강원도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물씬 든다. 들은 좁아지고 산은 높아지고 골짜기는 깊어지고 코너는 가파르다. 그렇지만 오가는 차도 적고 주변의 풍광에 젖어 운전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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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첫번째 목적지 삼척시 가곡면 신리의 너와집 앞에 도착했다. 이 너와집이 없다면 이 곳을 지나는 차가 하루에 몇 대나 될까 싶을 정도로 한적하고 조용한 산골이다. 신리의 너와집은 언젠가 찾았던 적이 있는데 워낙 오래되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크게 없는 것 같지만 주차장이 조금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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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한옥의 건축 양식에서 벗어나 지역적, 환경적 특색이 드러나는 가옥 형태인 강원도의 너와집. 강원도 깊은 산골에 정착한 화전민들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는 나무였을 것이다. 가난한 그 들이 기와를 올릴 수는 없을 것이고 벼농사가 어려운 곳이 많았으니 일반 농촌처럼 볏짚을 올려 초가지붕을 올릴 수도 없어 아예 나무 판자로 기와를 대신한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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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옥의 형태를 대청마루로 대표되는 남방계 주거 문화와 온돌이라는 북방계 주거 문화의 조화라고 말하기도 하던데 너와집은 개방적 구조의 남방계 주거 문화의 요소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혹독하게 추웠을 깊은 산골의 겨울을 버티기 위한 구조였을까. 건축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는 없지만 답답하고 어두워 보이는 너와집. 건물 내부를 구경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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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굴뚝도 나무로 만들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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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리의 너와집에는 드문드문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아와 잠시 둘러보고 발길을 돌렸다. 오늘날의 이런 호기심어린 관심이 사치스럽다 생각들 정도로 옛 시절 강원도 산골 화전민들의 삶은 치열했을 것이다. 험한 산세와 좁은 경작지에서 먹고 살기 위해 험한 산비탈을 개간하고 쌀 대신 감자와 옥수수로 연명하며 벌목과 사냥 등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기도 했으리라. 물이 있고 조그마한 터라도 있으면 이 좁은 국토 어디에서도 마을이 있고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우리 민족의 생명력은 끈질기고 강했음을 강원도 여행길에서는 절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너와집은 특이한 옛날 집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 남았던 강원도 사람들의 질긴 삶의 흔적으로 더 가치있을 것이다.





흑백 필름으로 뭔가 운치있는 장면을 찍고 싶었지만 지나치게 쨍한 날씨의 강한 콘트라스트에서는 별로 원하는 장면이 나올거 같지 않았다. 막연한 기대일지 모르지만 새벽이나 해질 무렵이라면 모를까 벌건 대낮에는 역시 어쩔 수 없다. 자 이제 태백으로~



2010.08.05 삼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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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이번 휴가 기간의 끝 물. 이대로 흘려보냈다간 분명히 후회하리라. 1박 2일 일정으로 잠시라도 어디든 다녀오기로 했다. 아침 날씨는 보는 바와 같이 아주 청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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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일찍 출발해야 했으나 전 날 늦게 잠드는 바람에 그만큼 기상도 늦었다. 해가 일찍 뜨는 여름에는 도로의 정체와 더위를 피해 새벽 6시면 출발해야 하거늘 이미 지표면이 달궈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출발하게 되었다. 목표한 출발 시간보단 늦었지만 그래도 해가 긴 여름날이니 계획한 일정을 소화하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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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휴가의 목적지는 바로 강원도 태백. 마지막으로 태백에 여행 갔던 것이 현재 군입대 전 태백산 일출산행을 했던 2003년 초였던가..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밤기차를 타고 떠났던 그 때의 운치만 하겠냐만 어쨌든 올 휴가는 태백이다. 7번 국도를 따라 북상해서 울진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태백까지 향하는 정석적인 코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휴가철을 맞아 7번 국도에 차량들이 넘쳐나지 않을까 걱정도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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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고고고~


2010.08.05

김치볶음밥과 샌드위치~





야외에서 본연의 진가를 발휘하는 로지텍 Pure-Fi Anywhere / iPod Touch ~  집에서 들을 때 보다 밖에서 들으니 오히려 소리가 더 나아보인다. ㅎㅎ





셀프타이머가 원래 없는 Rollei35이기도 하지만 선이 무척 긴 에어릴리즈가 있으니 둘이서 사진 찍기 참 편하다. 





꼼지락꼼지락~ 





만고땡~ 여유로운 일요일 점심 시간~


2010.07.18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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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일을 맞아 혜정이가 준비한 꽃바구니. 아들들만 있는 집이라 그런지 생각해보니 엄마한테 꽃 선물 해드린 적은 거의 없었던것 같다. 그래서인지 반응이 무척 좋았던 꽃바구니. ㅎㅎ 계모임에 자랑해야 하신다며 일주일간 물 줘가며 생기있게 유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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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동생이 사드린 선물은 이거.. ㅎㅎ  남자들은 역시 선물이라면 실용적인게 최고인가 보다.


10.06.20


송도 해수욕장의 모습을 뒤바꿔놓은 해안도로 공사도 거의 마무리되었다.




축대가 쌓아지고 아스팔트가 덮인 도로가 차지해버린 모래사장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다. 뭐 이미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던 송도해수욕장이었지만 한적한 분위기를 느끼러 찾아오기 좋았던 곳 하나가 결국 사라졌다.




반면 다 쓰러져가던 빈 집들과 상가들은 이 도로의 개통과 함께 다시 살아나게 될지.. 오늘 신문기사를 보니 모래사장을 엎어서 도로를 만든 포항시에서 송도해수욕장 모래사장 복원을 추진할 계획이라던데 파괴하기 만큼 복원하기도 쉬울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어쨌든 모래사장이 포항시의 계획대로 성공적으로 복원되고 다시금 많은 관광객들이 찾게 될 명소로 거듭난다면 이런 흉물스런 폐가들 대신 번듯한 건물들이 삐까뻔쩍하게 들어설지도 모른다. 광안리처럼 변해버린 북부해수욕장처럼.




프레임만 남은 문. 송도의 골목길.




방파제 근처의 선착장 주변. 21mm Biogon의 광활함을 다루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사진은 뺄셈의 예술이라 했건만 이것저것 다 들어오는 화각은 절제를 요한다.




꽃샘추위도 이제 거의 물러간 듯 하다만 바닷바람은 쌀쌀하다. 아직은 저 난로와 잡목 땔감이 유용하리라.




방파제 위에는 허름한 횟집들이 모여 있지만 언제나 한산하다. 누군가는 이 허름한 곳에서 투박하게 썰은 회 한점에 소주를 털어넣는 운치를 즐기겠지만 내가 한 번 그렇게 해본바로는 이 곳의 회 맛은 솔직히 그닥이었다.




송도해수욕장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이 '평화의 여상' 뿐인듯 하다. 촌스럽기도 하고 조형적으로도 우수해보이진 않지만 송도 해수욕장에 대한 크고 작은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 송도의 상징으로서 뇌리에 기억될 수 있는 것 중 하나일 듯 하다. 나 역시 해안도로가 건설된다고 했을 때 이 것은 좀 남겨줬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다행히 위치를 조금 옮겨 보존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무조건 갈아 엎어버리는 불도저식 개발 시대는 지나갔음을 느낀다.

어쨌든 송도의 변화에 대한 큰 가치 판단없이 심심할 때면 들러 셔터를 눌러온지도 몇 년이 되었다. 그동안 송도의 모래사장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했지만 이제 또 복원을 한다니 틈날 때면 한번씩 들러 또 그 모습을 담담하게 기록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2010.03.28 포항 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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