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7 진주


천황식당 줄이 너무 길어서 한바퀴 돌아다니던 중.

GR로만 찍은 줄 알았는데 필름 현상해보니 2컷 찍은게 있던데 그 중 하나. 엘마는 쓰면 쓸수록 맘에 든다.




























2016.02.14 포항



Leica M3 / 50mm 2.8 Elmar




나름 20년간 사진을 찍어오면서 이것저것 많이도 가져봤지만 한번도 '소유'한 적은 없는 것이 라이카였다. 주변에서 하나씩은 가지고들 있어서 M3, M6, M7 등을 몇번 빌려 써보기도 하고 만져 봤었지만 결국 지름에 이르지는 못했다. 사실 카메라에 대해서는 워낙 잡식성이고 한번 사면 어지간해선 잘 안내치는 성격이라 카메라 라인업이 지나치게 방대하다 보니 라이카는 그 비싼 가격대로 인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라이카 M바디에 렌즈를 살 돈이면 광각부터 망원까지 니콘 렌즈 라인업을 짤 수도 있으니..




그러다 필름사진을 다시 시작한 올 해, 이미 필름값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거의 2-3배 올라버린 상황이고 앞으로 얼마나 더 올라가고 더 구하기 힘들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나마 지금이 제일 싸다고 생각하니 지금이라도 많이 찍고 싶었다. 그리고 길지 않을 남은 필름 시대는 라이카를 한번 써보고 싶었다. 디지털 M바디야 앞으로도 쓸 수 있겠지만 필름이 사라지게 되면 더이상 필름 M바디는 사용해보지도 못할 것 아니냐는 생각이 쓸데없는 조급증을 가져다 주며 지름에 정당성을 부여해줬다. 그래 지금이라도 라이카를 한번은 써보고 죽자. 




그렇다면 어떤 걸로? M형 라이카야 특이한 모델들을 제외하고는 M3, M2, M4, M5, M6, M7, MP 등으로 이어지지만 난 라이카를 쓴다면 무조건 M3였다. 다른 M모델들도 나름의 장점과 개선점이 없지 않지만 그건 M3를 갖고 있는 다음의 얘기고 한 대라면 무조건 M3라는 나의 고집은 완고했다. 화이트아웃이 발생하지 않고 두 눈을 뜨고 촬영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높은 배율의 밝고 시원한 파인더, 일체의 전자 부품이 들어가지 않은 완전 기계식 설계, 그리고 돌출된 파인더 보호 프레임. 그리고 무조건 M3가 내 눈엔 제일 예뻤다. 이 바닥이 그렇듯 예쁘면 장땡. 타협은 없었다. (심지어 나는 그렇다고 50미리 예찬론자도 아니었다. M3를 사면 50미리만 쓰지 뭐 이 생각.. -_-)



그렇게 M3 구입을 위해 매복을 시작했다. 돈도 없었지만 쓰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의 컬렉션 급은 제외(어차피 못먹는 감), 그렇다고 기스가 많고 볼커가 떨어져나간 너무 험한 상태는 제외. 이왕 M3를 선택했으니 당연히 더블스트록의 손맛은 느껴봐야했고 프레임 선택 레버가 없어 좌우균형감이 떨어지는 극초기형도 제외. 생각보다 입맛에 딱맞는 바디를 구하기는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귀한 매물도 아니라 오랜 매복을 하지 않고도 구하는데 성공했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야 할' 라이카. Leica M3. 원하던 대로 도그이어에 더블스트록, 유럽식 셔터스피드 다이얼을 가진 초기형 개체다. 여기에 미국식 셔터스피드 다이얼이었다면 보통 가장 많이 선호되는 타입이지만 Contax IIa를 쓰면서 익숙해져서 유럽식 셔터스피드는 별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유럽식이라 조금 더 싸게 구했으리라.


M3들이 흔히 그렇듯 외장 노출계 탈착에 따른 상판 기스가 제법있지만 사진상으론 아주 깨끗하게 나왔다. (역시 사진은 사기) 상판기스 외에는 전체적으로 외관은 양호한 상태고 렌즈 마운트 하단에 볼커나이트가 아주 조금 떨어져 나가있다. 파인더는 명성대로 아주 밝고 깨끗하며 판매자의 말에 따르면 자기가 소유해본 M3 중에 파인더는 손에 꼽을만하다고.. 오버홀도 마친 바디라 조작감도 아주 좋다. 더블스트록의 장전 느낌은 아주 매끈하면서 걸리는 느낌도 확실하여 손맛이 그만이다. 오늘날 필름에서는 필요없는 부분이지만 M3 초기형 모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손맛을 어찌 포기하겠나. 






그리고 M3의 바디캡으로 선택한 50mm 2.8 Elmar (후기형 Red Feet 표기)

M3에 어울리는 렌즈로 흔히 손꼽히는 것이 50mm 주미크론 1st Rigid, 50mm 주미크론 DR, 50mm 레드피트엘마 정도인데 역시 총알 부족으로 그 중 가장 저렴하고 가장 어두운 엘마를 선택했다. 대신 상태 좋은 렌즈를 찾느라 이베이를 뒤져서 일본 셀러가 내놓은 것을 구했다. 배송비와 관세를 포함하면 국내 샵에서 좀 비싸게 내놨다 싶은 가격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상태는 아주 만족스럽다. 렌즈를 받고 나서 전용 ITOOY 후드도 역시 이베이에서 독일 셀러로 부터 구입하여 모양새를 갖췄다. 레드피트 엘마는 후기형이라 그런지 역광에서 다소 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너무 잘 나와서 기대(?)에 비해 약간은 실망이었는데 진득한 톤과 굵직한 표현력이 참 마음에 든다. 엘마는 나중에 예제 사진이 좀 더 모이면 별도로 다뤄서 리뷰를 한번 써봐야겠다. 




사실 예전처럼 사진을 열심히 찍지도 못하지만 괜히 한번 갖고 싶다는 생각에 덜컥 들인 이 녀석이 본전을 뽑아줄런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필름 사진질을 한창 하던 2010년 이전에 들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그 땐 Contax IIa에 푹 빠져있었지만. 어쨌든 역시 써봐야 안다고 보고 만지고 소리를 들어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오는 카메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왕 질렀으니 적어도 100롤은 찍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나 걸릴지.














































2015.09.26 포항


이베이에서 낙찰받은 50mm 2.8 Red Feet Elmar의 첫 테스트겸 M3에 코닥 Tri-X 400을 넣고 아침 일찍 죽도시장 인근을 돌아댕기며 한 롤을 찍었다. 이왕이면 좀 더 올드한 느낌이 나길 바랬는데 엘마 최후기형이라 그런지 의외로 상당히 깔끔하고 현대적이다. 좀 더 구수한 맛을 느끼려면 L마운트용 무코팅 엘마를 써봐야하나. 만족스럽긴 한데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잘나와서 실망(?)스런 레드핏 엘마. 



천덕이가 새로 지른 라이카 M6 non TTL + 현행 엘마. 둘 다 운좋게 신동급으로 구하고 가격에 반영안된 Kimoto 하프 케이스까지 덤으로 따라왔다. 이 날은 내가 써보기로 하고 바꿔찍어봤는데 역시 M3의 파인더와 조작감이 왜 호평받는지 다시금 느꼈다. 단 현행 엘마의 조리개 조절 방식은 부럽다는.




내 M3와 레드피트엘마. 노출계 없는 카메라들을 오래 쓰니 내장 노출계는 없는게 더 편한 것 같다. 외장 노출계를 처음 써보는 천덕이는 초반 적응에 애를 먹음.





출사 후 점심. 구룡포 왔음 전복죽이지.



2015.10.04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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