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서 사용중인 보스 121스피커. 유명한 보스 101 시리즈의 하나로 일본에서 'West Borough' 라는 브랜드로 출시된 일종의 고급 라인업이었다. 101에 비해 인클로저의 크기가 커지고 싼티나는 플라스틱 대신 MDF 재질이 사용되었고 겉은 대리석 무늬 같은 시트지로 마감되어있는데 무늬가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나마도 이 시트지가 잘 떨어지는 고질병이 있어 121시리즈를 구입할 때 완벽하게 잘 붙어있는 녀석은 흔치 않다. 소리와는 상관이 없는 부분이지만 아쉬운 부분. 내 121은 시트지를 새로 붙힌 것을 구입했던 것인데 2년 정도 지난 지금 중간에 부풀어 오른 곳이 생기는 등 곧 떨어질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스피커의 측면. 121 스피커는 높이가 높은 스탠드와 이처럼 선반 따위에 올린다는 것을 가정하여 약간 각도만 올려주는 형태의 낮은 스탠드가 함께 전용으로 발매되었었다. 121스피커는 자체는 그리 구하기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전용 스탠드는 다소 구하기 힘든 편이다. 뭐든 그렇듯 구할 때 같이 구해야 편하다. 







101시리즈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보스 스피커들이 클립식 단자만을 사용해 굵은 스피커선을 사용하기 힘든데 반해 121을 조임식 단자와 바나나 단자를 사용할 수 있다. 케이블은 노이만 주석선을 사용 중이다. 







그릴을 오픈한 모습. 풀레인지 유닛 하나와 전면 덕트가 전부인 아주 단순한 구성이다. 그럼에도 소리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보스 스피커에 대해 혹평하는 오디오파일들도 많지만 그에 반해 보스의 매력에 빠진 이들도 적지 않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편으로 보스 스피커는 어느 것을 골라도 대부분 신나고 즐거운 소리를 들려준다. 121스피커는 풍성하고 음장감이 좋지만 해상도와 정위감 등은 떨어진다고 하는 일반적인 보스 스피커와는 다소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데, 상당히 섬세하고 깔끔하여 클래식에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몇 안되는 보스 제품이기도 하다. 어쿠스틱 까페의 음반에 수록된 우리나라 가곡 '목련화'의 편곡 버전에서 바이올린의 고역 부분은 정말 짜릿한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121을 울려주는 앰프는 산수이 리시버 7070을 사용중. 뭐 딱히 매칭이 좋다고 소문난 기기는 아니지만 출력도 충분하고 산수이답게 밝고 화사한 깔끔한 소리를 시원시원하게 내주고 있다. 특히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는 이 이상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물론 밝고 화사한 반면 중저역대의 질감이 다소 모자라긴 하지만 어차피 모든 것을 만족할 수는 없으므로 녹턴형의 아름다운 디자인만으로도 산수이 7070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매칭이 좋다는 보스 1705는 121과의 매칭에서 좀 거친 느낌이 들었고 (1705에는 역시 101IT가 최고인 듯) 121과 함께 발매된 PLS-1210, 1310 등이 최고의 매칭이라 하는데 CDP의 픽업이 대부분 고장나있고 튜너의 주파수는 일본용이라 우리나라 방송은 잡히는 주파수의 범위가 아주 좁고 액정창의 선명도도 떨어진 상태가 많은 여러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어 구입해 보진 못했다. 상당히 들어보고 싶은 조합이다.







전체적인 본가 세팅. 스피커 간격은 벌릴 수 있을 만큼 벌려둔 상태로 쇼파에 앉으면 대략 정삼각형이 만들어지긴 한다. 좌우 벽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전형적인 우리나라 아파트의 거실 구조인데다 한쪽에 탁 막힌 책장과 가운데 위치한 TV 등 여러가지로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상관없이 소리는 좋기만 하다. 내가 집에서 사용하는 AR4의 소리가 너무 무겁고 답답하다고 한번씩 느껴질 때 본가에 와서 이 녀석들을 듣고 나면 'AR이고 뭐고간에 다 팔아버리고 121에 PLS리시버나 구해서 끝내버릴끼?' 하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르지만 굳이 같은 스피커를 갖고 있을 필요는 없기에 참고 있다.  


많은 스피커들을 경험해본 건 아니지만 이 가격대에서 이만한 소리는 정말 더 바랄게 없는 스피커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본가에 산수이 리시버 7070을 들인 후 턴테이블을 연결하니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소리가 났다.
늘어난 테이프, 혹은 엄청 잘 안잡히는 라디오의 소리로 느껴질 정도로 상당히 심각했는데 턴테이블은 계속해서 쓰던 것이었고 리시버의 AUX단자를 통한 CD재생음은 훌륭했기에 나는 당연히 포노단의 문제일 것으로 생각했다. 튜너의 수신감도도 훌륭한 것 같지 않고 주파수 바늘도 잘 움직이지 않아 겸사겸사 대구의 수리명가 '빌라소리사'에 수리를 의뢰했다. 어차피 이런 빈티지 기기들은 구입한 후 오버홀 한 번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처음 도착한 날 사무실에 놓아두고 바라보기만 했던 산수이 7070. 스피커나 소스기기가 없으니 문제가 있는지 여부의 확인은 불가능했다. 그냥 '이쁘다~ 이쁘다~'를 연발하며 바라만 보던 숙직서던 날의 긴긴 밤.




어쨌든 그렇게 수리를 맡긴 산수이는 일주일 가량 지난 이번 금요일에 퇴근하고 달려가 찾아왔는데 말끔히 고쳐져 튜너의 스테레오 분리도 확실해 졌고 수신력도 좋아졌다. 그런데 문제라 생각했던 포노단은 전혀 이상이 없었고 턴테이블의 소리가 이상했던 것은 살 때 달려있었던 바늘의 수명이 다한 것이었다. 애꿎은 판매자에게 포노단이 이상한 것 같다고 따졌던 것이 좀 미안해졌지만 어쨌든 튜너 부분 수리하고 전체적으로 오버홀하는데 10만원이 들었으니 나도 적지않은 수업료를 들였다.




턴테이블의 문제는 결국 바늘의 마모로 밝혀졌으니 집에 돌아오자 마자 카트리지 교체를 시도했다. 이 때가 거의 저녁 9시 반 정도로 저녁도 안먹고 퇴근하자 마자 대구까지 달려갔다 돌아온 상태였지만 당장 해보고 싶단 생각이 앞서니 배도 안고프더라는;; 언젠가 오이스터 카트리지 바늘의 수명이 다하면 교체하려고 사둔 DENON DL-110 카트리지를 꺼냈다. 결국 돈들여 산건데 왜 나의 준비성(?)이 왜그리 흐뭇하던지 -_-; 





DENON DL-110. 일반적으로 MM형에 비해 보다 섬세하다는 MC카트리지인데 고출력이라 MC포노단을 지원하지 않는 앰프의 MM단자에도 바로 연결이 가능하다. 신품기준 16만원 정도 하는 것 같던데 미개봉 신품을 10만원에 사둔 것. (정말 잘한 짓인듯)




카트리지 교체 과정은 사진으로 좀 찍어둘까 했으나 일단 시작하니 긴장되서 그런 건 못했다..  책이나 웹상에서 어떻게 하는지 이론만 익혔지 막상 해보려니 손이 바들바들. 리드선이 어찌나 가늘고 불안한지 카트리지에서 빼내다가 끊어지기라도 할까봐 조심조심 겨우 빼냈다. 





일단 장착하긴 했는데 이게 제대로 맞추긴 한건지..칩압이랑 안티스테이팅 조절하고 일단 판부터 올려본다. 내가 처음으로 샀던 LP인 Lola Bobesco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다행히 소리가 난다!





이것으로 본가 오디오 시스템 변경이 거의 완료되었다. 턴테이블만 빼고 다 바꾼 것이었는데 카트리지를 바꿨으니 턴테이블에도 변경이 생겼다. 켄우드 시스템을 대구로 쫓아낸 산수이 7070과 보스 121 스피커. 보스 121은 여타의 보스(Bose) 스피커들과 달리 좀 더 맑고 저음의 양감이 적은 편인데 산수이와의 매칭은 꽤 괜찮은 듯 하다. 크기도 작은데다 풀레인지의 이 스피커에서 어찌 이런 소리가 나는지. 





그리고 사두고는 턴테이블 문제로 듣지도 못했던 Bill Evans Trio의 "Waltz for Debby"를 드디어 올려본다. 180g중량반으로 새롭게 리마스터링되서 발매된 판으로 기존에 듣던 음원보다 해상도나 공간감이 좋아진 느낌이다. 





교체과정은 안찍어두고 너저분한 작업 후의 장면. 마침 -자 드라이버가 작은게 없어서 애먹었는데 빅토리녹스의 저 작은 멀티툴이 나름 큰 역할을 해줬다. 맥가이버가 왜 쟤를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 가지고 다니다 보면 요긴하게 쓰일데가 많다.





10만원대 카트리지도 이만하면 들을만 한데 수십만원짜리 카트리지에선 어떤 소리가 나오는걸까. 안들어보는게 행복의 지름길이라...



2014.03.07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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