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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하고야 말았다. ㅎㄷㄷ  창간 이래 수십년간 다큐 사진의 전성기를 이끌어간 주간지 '라이프'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세계 각국에 파견된 뛰어난 사진작가들로 부터 원고를 받아 생생한 현장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전달해 준 라이프. 특히 전쟁과 보도사진은 떼놓을 수가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2차대전을 거치면서 라이프는 급성장하게 되었는데 로버트 카파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당시 오마하 비치에서의 유명한 사진들도 라이프를 통해 전세계로 퍼져갔다.

 자유 베트남 패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 라이프가 수십년의 화려했던 시절을 접고 폐간을 선고한 이후 이제 다큐사진은 끝났다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라이프는 오늘날 가판대에 넘쳐나는 수준 이하의 주간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영향력이 대단했다고 한다.
 
 다큐 사진에 관심을 가진 이 후로 라이프는 한번쯤 꼭 보고 싶은 잡지였다. 이 녀석의 실물을 처음 본 것은 작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로버트 카파展에서였는데 카파의 사진이 표지로 씌여진 라이프지가 유리액자 속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처음 느낀 것은 '생각보다 꽤 큰 판형이다'라는 생각이었고 한번 펼쳐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후로 다시 라이프는 기억속에 잠들어 있다가 여름 즈음부터 나의 라이프 찾기는 시작되었다. 뜨거운 어느 여름 오후에 대구의 헌 책방 골목을 돌아다녀봤지만 라이프가 뭔지도 모르는 가게들에서 적잖은 실망만을 느끼고 말았고 미국에 나가있는 지인에게도 연락해보았으나 역시 구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 동대문 일대의 헌 책방들을 한번 뒤져야겠단 생각을 하던 중 일단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로 하고 나섰다. 인터넷상에서 영업 중인 헌 책 전문사이트는 수십군데나 있었지만 라이프로 검색하면 나오는 것은 대부분 라이프 폐간 이후 80년대 초에 한국일보와 타임-라이프에서 펴낸 단행본들이었다. 수십년간의 라이프지에서 엄선된 작품들이 주제별로 4권이 발매된 사실상 엑기스라고도 볼수 있지만 이 시리즈는 생각보다 구하기가 쉬운 편인 반면 정작 찾고 있는 라이프는 정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슬슬 눈도 피곤해지고 평소 같으면 진작에 포기했을 만한 충분한 시간(약 2시간)이 넘어갈 무렵. 그 날 따라 왠지 오기가 생기더니만 드디어 6권의 라이프지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 순간의 벅참이란 이제까지 겪어봤던 그런 것과는 다른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고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6권을 모두 쓸어담아 결제해버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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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녀석들이 그 6권. 68년 12월 23일판은 나름 연말특집판 같은 스페셜 에디션이라 횡재한 기분이다. 마거렛 버크 화이트의 사진이 표지를 장식한 창간호나 종간호를 구하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이 잠깐 든다 ;;  이 6권들은 모두 67년 부터 70년 사이에 판매된 것들로 무려 40년이 넘은 AUGUST 21 / 1967 부터 MAY 25 / 1970 이 가장 최신(?)판. 조금 안타까운 것은 오리지널 미국판이 아니라 아시아판이라는 것인데 그런것 따질 만큼 구하기 쉬운 물건이 아닌 듯하기에 이거라도 구한 것에 감사. 사실 내용면에서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이고 지면에 할애된 광고들에서 좀 차이가 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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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히 펜탁스의 걸작 SPOTMATIC광고, 펜탁스 외에도 캐논, 야시카, 페트리 등등 카메라 광고가 참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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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가 시대이기에 단연 월남전 기사가 많다. 베트남의 古都 HUE시 전투에서 부상당한 이 미군들의 칼라사진은 전쟁에 대한 이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지나치게 리얼한 이미지가 반전 운동의 불을 지펴주었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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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월남전 당시 케산 고지의 미군 방어진지의 모습. 사진이 주가 되는 잡지답게 넓은 양면을 가득 채우는 사진에도 전혀 인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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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처럼 흥미로운 기사도 있다. 1970년 5월 25일판으로 2차대전이 끝난지 불과 25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느껴지는 히틀러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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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권 중 한 권은 안국동 로타리에 있었던 協同書店에서 팔렸던 모양이다. 이 라이프 아시아 에디션의 앞 표지에는 국가별 가격이 그 나라의 화폐 기준으로 표시되어있는데 1967년 당시 한국은 70 Won이 정가였다. 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 당시 버스비가 3원 정도였다고 하니 결코 싼 가격이 아니었을듯. 더군다나 주간지인데도 말이다.

 사실 이 녀석이 회사로 도착한 후 너무너무 뜯어보고 싶었으나 이건 주위 사람들이 도저히 정상적인 정신상태로 이해해 줄리 만무하다는 생각과 아무 생각없이 들쳐보다 찢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에 집에 와서야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다. 역시나 오랜 세월을 거친 책이라 손에 새까맣게 먼지가 묻어나지만 전반적인 보존 상태가 썩 훌륭한 편이라 돈 아깝단 생각은 안드는 중. 사실은 38년도 판 라이프도 한 권 찾았었는데 무려 9만원에 육박하는 가격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값을 떠나 국내에서 이제 라이프를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더이상 취미의 범위가 고서 수집 쪽으로 확장되지 않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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