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한산도


한산도 대첩이 아니었다면 이름이나 들어볼 일 있었을까 싶은 작은 섬에서 하루를 보냈고, 그 날 밤 이번 가을에는 바이칼호에 가보기로 동생과 결정 했었다. 이 필름의 후반부에는 울란바토르의 사진이 담겨있다.


Rolleiflex 2.8F Xenotar / RVP 100 / V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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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8. 포항


Contax IIa / Carl Zeiss Jena Topogon 25mm f4.0 / RDP III / 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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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hinhj 2018.06.06 16: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토포곤, 역시 좋군요.
























2018.04.17. 금척리


TX-1 / Fujinon 45mm f4.0 / C200 / V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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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4. 청송


Leica IIIa / Summitar 5cm f2.0 / C200 / 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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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빠도 몰랐던 니콘 RF카메라


15년도 넘게 지난 옛 기억이다. 남대문 어느 카메라 수리점에 배 한명과 함께 들렀던 날이었다. 수리할 카메라를 맡겨두고 잠시 기다리며 이것저것 구경하다 벽에 붙은 니콘 카메라 계보도(?)가 눈에 띄었다. 당시 나는 F3HP를, 선배는 F2AS를 쓰면서 니콘 수동 플래그쉽 모델을 쓴다는 부질없는 자부심에 으쓱거리며 니콘은 그래도 좀 '빠삭'하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는데 그 계보도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처음보는 니콘 RF카메라들이 있었다. 





좌측 맨 위에 있는 니콘 RF 카메라들에게 시선을 뺐겼었다.





'야 저건 뭐지? 겁나 이쁘네.'


'니콘에도 레인지파인더 카메라가 있었네요?'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라면 당연 라이카였지만 학생 신분에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가격이라 감히 사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던 때였다. 당연히 RF카메라에 대한 관심 자체가 크지 않았기에 니콘에서도 그런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리가 없었다. 당시 스마트폰이 있길 했나 언제 만들어졌고 어떤 성능이었는지 그 자리에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는 없었지만 정말 '카메라 답게' 생긴 그 멋진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게 눈을 못떼며 한참을 바라보다 수리점을 나오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요즘도 저런게 나오면 사고 싶다.'






그런데 그게 '요즘도 나오는' 카메라였을 줄이야! 


그 날 보았던 멋진 니콘 RF 카메라들은 50년대에 생산된 니콘의 S시리즈였다. 

자이스이콘의 콘탁스를 다분히 참고하고 카피한 니콘은 S2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콘탁스를 따돌리기 시작한다. S2는 시원시원한 등배파인더에 50미리 프레임 라인을 지원했으며 와인딩 레버 및 리와인딩 크랭크 등을 적용하며 한결 현대적인 RF카메라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1957년에는 시차보정이 되는 6개 화각(28/35mm, 50/85/105/135mm)의 프레임을 지원하는 유니버셜 뷰파인더를 탑재한 S시리즈 끝판왕 SP를 출시하며 세상을 놀라게 한다. 





Nikon SP(上) & S3(下)


그리고 이듬해에는 복잡한 SP의 파인더를 간략화한 S3를 출시하기에 이르는데 35/50/105mm 프레임 라인이 등배 파인더에 모두 표시되는 방식으로 시차보정 기능도 생략된 모델이었다. 3개의 화각이 상시 표시되다 보니 파인더 내부가 다소 복잡하기는 하지만 28mm, 35mm 렌즈를 사용할 때 오른쪽 파인더에서 초점을 맞추고 왼쪽의 28/35 파인더로 눈을 옮겨야하는 SP에 비해 편리한 측면도 있고 가격도 보다 저렴해,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모델이었다. 바로 그 S3가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복각 생산 되었던 것이니, 그야말로 요즘도 나오는 카메라였던 것이다. 






니콘의 낭만적인 프로젝트


90년대 초반부터 올드 모델 복각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가 니콘에서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 가장 열의를 보인 곳은 Nikomat, F3, F4, FM2, FM3a 등 수동모델들의 생산을 주로 담당했던 미토 니콘(Mito Nikon)이었다. 1994년 봄, 미토 니콘은 진지하게 S시리즈 복각 프로젝트를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그 첫번째 모델로 1958년에 생산된 Nikon S3가 잠정적으로 선정되게 된다. 저속/고속셔터가 분리되어 있고 50미리 프레임만 지원하는 S2는 다소 구식이었을테고 복잡한 유니버셜 뷰파인더를 가진 SP는 꽤 부담스러웠으리라. S3가 선정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미토 니콘은 우선 S3 설계 도면을 입수하여 면밀한 검토를 시작하게 되는데 제대로된 복각 생산을 위해서는 새로운 제작 설비와 도구를 갖추는 등 많은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는 당연히 생산 단가를 상승하게 하는 요인이었고 아무리 한정판이라고 하더라도 납득이 갈만한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하는데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토 니콘이 주저하고 있을 때, 마침 경기는 불황으로 접어들었고 1995년, S3 복각 프로젝트는 잠정 중단된다.






다시 시작된 프로젝트


3년이 지난 1998년, 미토 니콘은 다시 한번 S3 복각 프로젝트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최초 검토 당시에 추정되었던 높은 생산 단가는 각개의 부품들을 다시 검토하고 생산 공정을 개선하면 상당 수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고 이는 상업적 성공 가능성도 높아짐을 의미했다. 미토 니콘은 Nikon Photo Products Inc.(現 Nikon Imaging Japan Inc.) 측에 S3 복각 프로젝트의 매력과 의미를 강력하게 어필했고 결국 Nikon, Mito Nikon, Nikon Photo Products Inc., Tochigi Nikon 까지 총 4개사가 참여한 'S팀'이 구성되었다. 그렇게 야심찬 S3 복각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닻을 올리게 된다. 98년 12월이었다.






모든 것을 오리지널과 동일하게


S팀은 복각될 S3의 모든 부품과 품질 수준을 40년전 당시와 동일하게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S3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는 816개에 이르렀고 이를 완벽히 재현하는데는 엄청난 정성이 필요했다. 40년전의 도면을 면밀히 재해석하는 한편 역설계를 위해 중고샵에서 S3를 구입해 와 철저히 분석했다. 프레스 및 다이 캐스팅 설비까지 생산 시설을 새로 설계해야 했고 나사 모양, 표면의 질감, ​​페인트의 색상과 광택, 각인 두께와 깊이, 셔터 스피드 다이얼의 글자 색, 인조 가죽의 느낌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심지어 오리지널 S3의 상판 각인의 깊이 0.5mm를 맞추기 위해 이미 공급된 상판 중 절반 가량을 폐기하기까지 할 정도로 S팀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제작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여러 어려움에 봉착했는데 특히 콘탁스와 니콘 바디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바디 오른쪽의 포커싱 기어의 재현은 생각보다 많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미세 피치 기어가 맞물리며 작동되는 복잡한 구조로 인해 마운트 부분 헬리코이드와 정밀하게 연동이 되지 않았고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야 완벽하게 작동되도록 조정될 수 있었다. 


니콘내에서 S3 복각 모델은 M200이라는 코드명으로 불렸으며 M은 Mito Nikon을 의미했다. 니콘의 M200 개발 프로젝트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공감하고 있던 협력사들도 수익과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였다. 협력사 출신 고령의 엔지니어들 중 소수만이 S3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고 바디를 감싸고 있는 인조가죽의 샘플이 협력사에 남아있어 이를 바탕으로 동일한 질감을 재현할 수 있었던 점도 행운이었다. 니콘 S3의 복각은 엔지니어들의 공돌이 정신이 똘똘 뭉친 열정과 낭만의 상징이 되었다.






수작업으로 진행된 조립 공정


부품 생산이라는 큰 산을 극복하자 조립 공정이라는 또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려진 옛 도면을 그대로 읽고 이해하여 조립할 수 있는 숙련공은 거의 없었고 체계적인 조립 절차에 대한 자료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미토 니콘은 당시의 조립 방식을 최대한 현대적인 생산 공정에 맞추어 절차화하며 이를 극복해 나갔다. 40년전과 달리 수작업만으로 카메라를 제작해본 숙련공들이 부족했지만 다행히 니콘에 남아있는 숙련공으로부터 관련한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었고 6개월간의 교육을 거친  후 니콘 S3는 본격 조립되게 된다. 특히 섬세함이 요구되는 셔터막 조립은 여성 숙련공들이 전담하게 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 생산은 하루 한 대에 불과할 정도로 더디게 진행됐다. 거기다 부품 공급 지연 등 몇가지 이유로 제품 출하는 예정보다 2개월이나 지연되기도 했다. S3의 생산 속도는 같은 시기 생산되던 FM3a에 비해 6~10배 가까이 느렸지만 지속적인 노력 끝에 애초 목표였던 월 300대 생산을 초과하여 500대까지 생산이 가능케 할 수 있었다.





마침내 세상에 다시 태어난 Nikon S3 Year 2000 Limited Edition (2000~2001)


니콘이기에 가능했던 이 멋진 프로젝트에 매니아들의 지지는 열렬했고 2000년 4월 6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된 사전 예약에 504,000엔이라는 엄청난 가격에도 불구 수천명의 예약자가 몰리는 대성공을 기록했다. 완성된 S3는 'Nikon S3 Year 2000 Limited Edition'이란 이름으로 그해 10월부터 구매자들에게 인도되기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2001년 10월까지 8천대의 S3가 생산되었다. 모두 실버 크롬 버전이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열정적인 엔지니어들은 물론, 카메라를 보지도 못했음에도 기꺼이 예약했던 매니아들 모두에게 잊기 힘든 추억이 아닐 수 없었으리라. 





L형님이 소장하고 계신 Nikon S3 Year 2000 Limited Edition





Nikon S3 Limited Edition Black (2002)


그리고 2년후인 2002년, S3 블랙 페인트 버전이 새롭게 출시됐다. 블랙 페인트 카메라에 대한 매니아들의 사랑은 유별난데, 실버 크롬에 비해 도장 처리과정이 복잡한 탓에 S3는 5만엔 가량이 더 비싼 556,500엔에 판매 되었다. 생산대수도 훨씬 적어 실버 크롬 버전의 1/4 수준인 2,000대만이 생산되었다. 





아름다운 자태의 Nikon S3 Limited Edition Black (2002)






Nikon S3 Olympic Model(?)과의 관계





Nikon S3 Black Paint (1965)


구글이나 이베이를 검색하다 보면 1964년 도쿄 올림픽 모델이라고 하는 S3 오리지널 블랙페인트 모델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니콘 공식 홈페이지에는 올림픽 기념으로 S3를 발매했다는 얘기가 없다. 정작 올림픽을 앞두고 재생산 된 모델은 SP였는데,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앞두고 프레스와 잡지사 쪽을 중심으로한 재발매 요구에 응하여 S3가 아닌 SP를 한정 재생산되었던 것이다. (1959년 니콘은 SLR에 집중하기 위해 S시리즈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그리고 SP 재생산과 함께 사이즈가 더 커진 개선형 Nikkor-S 50mm f1.4가 출시된다. 그렇다면 올림픽 버전 S3의 정확한 정체는 무엇일까. 니콘 홈페이지에서는 1965년에 블랙 페인트 버전 S3가 생산된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쇼와 40년(1965년)의 니콘 S3 재발매를 알리는 신문기사




965년 9월, 니콘은 S3 블랙 페인트 모델을 2,000대 한정으로 재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올림픽을 앞두고 출시됐던 개선형 Nikkor-S 50mm f1.4가 세트로 구성됐다. 구글에서는 이른바 올림픽 S3의 출시시기가 1962년부터 64년까지 다양하게 검색되는데 결론적으로 니콘 홈페이지의 내용과 위 신문기사가 일치하는 1965년이 정확하다고 판단된다. 이처럼 올림픽과 비슷했던 생산시기, 올림픽 버전 50미리의 구성, 그리고 한정판, 거기에 프레스용 이미지가 느껴지는 블랙페인트 모델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올림픽 버전이라 불리게 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엄밀히 말해 오리지널 S3 블랙페인트 모델을 올림픽 버전이라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어쨌든 올림픽이 끝난 후에 생산되었기 때문에 올림픽에서 사용될 프레스용이라 보기는 어려웠으며 이미 대세는 SLR이었기에 필드에서 험하게 사용될 기회도 적었다. 덕분에 상당수의 블랙 페인트 모델들은 콜렉터들의 손에 들어갔고 지금도 아주 상태가 양호한 것들을 이베이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쨌든 이는 Nikon S시리즈의 마지막 생산이었고 이를 마지막으로 S3는 총 14,310대 생산을 기록하게 되었다. 그리고 37년이 흐른 2002년, S3 복각 블랙페인트 모델은 65년 당시와 같은 2,000대만이 생산되게 된다. 






Nikon S3 Limited Edition Black 박스를 열어 보자


니콘 S3 복각 모델은 공식적으로 일본 내수 시장에서만 판매되었다. 실버 크롬 8천대, 블랙 페인트 2천대로 총 1만대, 오리지널 S3 생산수량 14,310대에 맞먹을 정도로 한정판치고는 생산량이 무척 많았던지라 적지 않은 물량이 알음알음 전 세계 매니아들 손으로 퍼져 나갔고 현재도 가격을 지불할 능력만 있다면 이베이에서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국내에도 모르긴 몰라도 S3 복각판이 제법 들어와 있을텐데 국내 블로그에서는 관련된 내용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실버 크롬 버전은 가뭄에 콩 나듯 몇몇 포스팅을 찾을 수 있었으나 블랙 페인트 버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실제 유저들이 찍은 사진과 소감을 보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여튼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을테니 박스 개봉샷을 보기로 하자. 







겉으로 봐선 별로 특별함이 느껴지진 않는 니콘 특유의 황금색 박스. 'NIKON S3 LIMITED EDITION BLACK'이라고 적혀 있다.







상자를 열면 두개의 상자가 자리잡고 있다. 왼쪽에는 카메라, 오른쪽에는 전용 가죽 케이스가 들어 있다.







상자를 꺼내고...







카메라 쪽 상자를 여니 상자가 안에 또 있다. 실버 크롬 버전은 흰 바탕이었던 것에 반해 블랙 페인트 버전은 검정색이 바탕을 차지하고 있다.







뚜껑을 열면 짠 하고 나올 줄 알았더니 또 다시 흰 상자가 있다. 







흰 상자를 열자 드디어 블랙 페인트 니콘 S3의 모습이 나타났다. 니콘에서 보기 어려운 고급스러운 패키지라 다소 낯설긴 하지만 역시나 한정판다운 느낌이다. Nikkor-S 50mm f1.4가 마운트되어 있고 전용 후드가 함께 들어있다. 







오리지널의 렌즈캡은 플라스틱이었지만 복각 모델엔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다. 니콘 S3 복각의 의미 중 하나는 오리지널에 비해 퇴보된 부분없이 작은 부분이나마 개선하려고 했던 노력이 보인다는 점이다. 단, 아쉽게도 뒷캡과 43mm UV필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렌즈캡을 열었더니 황홀한 코팅색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렌즈는 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생산되었던 개선형 Nikkor-S 50mm f1.4와 같은 모양으로 40년전의 광학 설계에 현대적인 멀티 코팅이 더해진 독특한 케이스가 되었다. 슬라이드 필름을 넣고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뒷면엔 아무것도 없이 밋밋하다. 바디를 감싸고 있는 인조가죽은 협력사에 샘플이 남아 있어 오리지널과 같은 느낌으로 재현할 수 있었다. M4 이전 라이카 바디들은 요즘은 생산되지 않는 볼커나이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동일한 재료로 수리할 수 없는 것과 달리 무척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뒷판을 열어봤더니 셔터막 위에 보호종이가 딱! ㄷㄷ 왠지 건드리면 안될거 같고 사용하면 안될거 같은 압박감이 엄습해온다. 문득 대학교 사진동아리 때 일화가 떠오른다. 한해 선배였던 누나가 신입생이었던 시절, 집에 안쓰는 카메라가 있더라며 동아리방에 달랑달랑 들고 갔었는데 그게 무려 니콘 F3HP였다고 한다. 너무나도 깨끗한 상태에 선배들이 놀라 '와 이런게 집에 그냥 있었다고? 완전 새거 같은데?!' 하면서 뒷판을 열었는데 저 종이가 셔터막 위에 곱게 놓여져 있었다고 한다. '야, 이거 진짜로 새건데?!!'  놀라운 광경이었으리라. ㄷㄷ







어쨌든 그 놀라운 종이를 치우면 이렇게 셔터막이 보인다. S3, SP 오리지널 모델의 셔터막은 천 재질의 초기형과 티타늄 재질의 후기형으로 나뉘는데 복각 모델은 모두 초기형과 같은 천 재질로 되어있다. 셔터 작동의 부드러움과 정숙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고 하는데 잘 조정된 라이카 M3만큼은 아니지만 여러 유저들이 호평할만하다. 







바디를 살펴 봤으니 전용 케이스를 꺼내 봤다. 니콘 글씨 역시 옛 폰트를 따르고 있다. 







두툼한 가죽에 굵은 실밥, 다소 투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무척 튼튼해 보인다. 귀한 녀석이니 옷을 입혀서 곱게 데리고 다녀야 할 것 같다.







카메라를 꺼내 후드까지 끼워봤다. 라이카가 아름답다면 니콘은 역시 멋지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다 보면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다. 내 것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렌즈의 레터링이 지워진 것이 제법 보인다. 수십년된 독일제 렌즈들, 아니 같은 일제 렌즈들에서도 그리 쉬이 볼 수 있는 것이 아닌데 한정판으로 만들어진, 그것도 15년 밖에(?) 안된 렌즈에서 이런 헛점을 발견하니 다소 허탈하다. 니콘의 S3, SP 복각 프로젝트는 진짜 공업 예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칭송 해주려다가 여기서 김이 좀 샜다. -_-







그러는 한편 스트랩 고리 위에는 보호 테잎을 꼼꼼히 붙여주었다. (이런건 내가 해도 된다 -_-)







마지막으로 종이 쪼가리들. S3와 SP 복각 모델은 공식적으로 일본 내수용으로만 발매되었기 때문에 매뉴얼도 일본어만 적혀 있다. 뭐 굳이 읽어볼 것도 없는 내용들이지만.







매뉴얼도 오리지널과 같은 디자인으로 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오리지널 S3와의 비교





마침 내게 지인의 오리지널 S3가 와있는지라 복각 모델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1. 시리얼넘버 형식



오리지널은 63으로 시작하며 복각은 시리얼넘버 앞에 S3라는 모델명이 붙는다. 2000년의 실버크롬 버전은 S3 20XXXX, 2002년의 블랙페인트 버전은 S3 30XXXX로 구분된다.






2. 와인딩 레버의 형태



와인딩 레버의 형태도 조금 다른데 복각은 끝단의 경계면이 직각에 가깝게 떨어지는 반면, 오리지널의 완만한 경사를 보인다. 이거야 뭐 별로 안중요한데..







복각은 꽉 차있는 통쇠고 오리지널은 프레스로 찍어낸 속이 빈 형태임을 알 수 있다. SP, S3 후기형의 경우는 복각 모델처럼 통쇠의 형태로 개선됐다고 하는데 정확히 확인은 못해봤다. 어쨌든 오리지널의 저 텅빈 와인딩 레버는 대리석 타일이 붙지 않은 건물의 뒷면을 보는 듯한 실망스런 느낌이다. 다행히 복각 모델은 이를 개선해두었다. 물론 그렇다고 복각 모델의 와인딩 레버가 월등히 좋은 조작감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가득찬 쪽이 좋아 보인다. 


형태의 문제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니콘 RF 모델들에게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 와인딩 레버인데, 바디 자체는 튼튼하고 남성적인 기계적 느낌이 물씬 나는데 반해 와인딩 레버는 유독 연약해 보이기 그지 없다. 바디에 비해 좀 작지 않나 느껴지는 외관상의 불균형은 둘째로 하고 상하의 유격이 있어 까딱까딱 움직이는데 이 같은 허술한 만듦새는 라이카 M3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3. 하판 부분



오리지널의 하판, 감도 표시 다이얼의 기준이 ASA로 되어 있고 빨간색과 흰색으로 레터링이 되어 있다.







복각모델은 감도 표시 다이얼의 기준이 ISO로 바뀌어져 있고 오리지널 모델엔 없는 MADE IN JAPAN 각인이 추가되어 있다. 단, 1965년의 S3 블랙 페인트모델에는 동일한 제조국 각인이 있다. 




4. 그 외 


렌즈 마운트 부에 거리 단위가 ft에서 m로 바뀌었다. (S3 후기형에는 m단위로 표기된 모델들도 있다.) 필름 카운터에 함께 있는 필름 컷수 셀렉터가 20컷/36컷에서 24컷/36컷으로 바뀌었고 스트랩 고리의 재질이 니켈 도금된 황동에서 크롬 도금 스테인레스로 바뀌었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복각 S3는 사소한 부분들을 제외하고는 오리지날의 그것을 아주 충실히 재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농이냐 필드냐


개봉기용 사진을 찍고 S3는 다시 박스 속으로 고이 들어가 책장 높은 곳으로 올려졌다. 카메라는 물론 사진을 찍으라고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애초에 S3 복각 모델을 구입한 사람들 중에 진짜로 이걸로 사진을 찍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필름 한번 못 물려보고 10여년 째 장농 속에서 박제처럼 지내고 있는 복각 한정판들이 적지 않을터인데 나 역시도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이것이 과연 후손에게 물려줘야할 니콘 역사 속 빛나는 작품인지(놔두면 비싸지려나..흠흠) 아니면 실사용으로 열심히 써주는게 가장 멋진 것인지 결정이 쉽지는 않다. 발매 당시 공식 예약가에 비해 상당히 저렴해진 오늘날의 상황을 보면 투자자(?)들에게 그리 쏠쏠한 재미를 주진 못한 것 같고, 니콘의 추억과 열정에 대해 기꺼이 값을 지불한 애호가들에게 뿌듯한 행복을 안겨준 카메라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깨끗할 때 증명사진은 남겨둬야 할 것 같아서...














































Nikon S3 Limited Edition Black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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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byungwookann 2018.04.04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다운 카메라만큼이나 아름다운 리뷰입니다



































































































2018.02.11. 대구


Nikon S3 / Carl Zeiss Jena Biogon 35mm f2.8T / RDP / 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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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4. 영천


Rollei 35 / Carl Zeiss Tessar 40mm f3.5 / Fujifilm C200 / 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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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1203 송도 ::

Snaps/2017 2018.01.15 11:29



























































2017.12.03. 포항


Nikon S3 / Zeiss Opton Biogon 35mm f2.8T / RDP III / 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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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4. 포항


Nikon S3 / Carl Zeiss Jena Biogon 35mm f2.8 / RVP 100 / 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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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1009 송도 ::

Snaps/2017 2018.01.02 09:09


































2017.10.09. 포항


Contax IIa / Zeiss Opton Biogon 35mm f2.8T / Fujifilm RVP50 / 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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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빼곤 예전엔 스캔조차 하지 않았던 컷들. 옛날 필름을 뒤지다 발견해서 다시 스캔해보니 역시 수퍼이콘타는 참 좋은 카메라였다 싶다.



SuperIkonta 534/16  /  RVP100  /  Epson V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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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 포항 송도


Nikon F3HP / ai-s 28mm f2.8 & 50mm f1.4 / Fujifilm Reala / 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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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812 동네 ::

Snaps/2017 2017.09.15 16:53












































2017.08.12. 동네


Contax IIa / Carl Zeiss Jena Orthometar 35mm f4.5 / Fujifilm RVP 100 / 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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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ue ::

Snaps/2017 2017.08.30 16:48








2017.08.16. 경주


Contax IIa / Carl Zeiss Jena Orthometar 3.5cm f4.5 / Fujifilm RVP 100 / IVED


슬라이드 필름을 넣으면 아무래도 色을 찾아다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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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ppon Kogaku W-Nikkor 2.5cm f4.0 (LTM버전)



거침없이 달리시는 L형님 덕분에 관심있던 렌즈를 빌려 써보게 됐다. 54년에 발매된 W-Nikkor 2.5cm f4.0이 그 주인공. 환갑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어마무시한 몸값을 자랑하는 귀한 녀석이다. 원래는 Zeiss Ikon의 Contax와 같은 형태의 니콘 S마운트로 발매되었지만 라이카에서도 사용가능한 M39(LTM) 마운트로도 발매되었다. 


오늘날 기준으로 25mm라는 화각은 다소 낯설긴 하지만 당시로서는 거의 초광각에 해당하는 것이라 사진가들의 환호를 받았으리라. 이 렌즈에 대한 매니아층은 오늘날도 제법 두터운데 그 이유는 우수한 성능도 성능이지만 특이한 구조에 기인한다. 






보다시피 이 렌즈는 4군 4매 구성된 완벽한 좌우대칭의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같은 극단적인 좌우 대칭 구조를 통해 광각 렌즈에서 왜곡을 비롯한 각종 수차를 물리적으로 억제할 수 있었다. 마치 구슬과도 같은 렌즈 알을 보고 있자면 영롱한 매력에 빠져드는데 이같은 설계의 원조는 사실 Carl Zeiss의 Topogon이었다. 







요것이 오리지날 Carl Zeiss Jena Topogon 25mm. 화각부터 최대개방값까지 똑같다. 50년대 니폰 코가쿠, 캐논 등의 일본 메이커들은 독일 메이커들의 설계를 다분히 참고한 제품들을 출시하는 한편 그들의 성능을 뛰어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뭐 하나라도 개선된 점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했던지라 오리지날 Topogon이 거리계와 연동되지 않는 목측식이었던 것에 반해 W-Nikkor 2.5cm는 거리계 연동이 가능하게 출시되었다. (캐논의 25mm f3.5는 최대 개방값도 아주 조금 더 밝아졌다.)







코팅 역시 당대 독일 렌즈들보다 두터워 보이는데 역시나 역광에서 버티는 능력도 제법 준수하다. 







Topogon 타입임을 증명하듯 렌즈알이 반구형으로 볼록하게 나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뒷면에서는 더욱 그 형태를 잘 확인할 수 있다. 정말 구슬을 하나 박아넣은 듯한 모양이라 가만히 들여다 보고만 있어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만 Topogon 타입은 급격하게 꺾인 렌즈 끝단의 곡률로 인해 주변부의 화질이 많이 떨어지고 비네팅이 심하게 발생하는 단점을 가지는데 이때문에 최대 개방시에도 조리개는 완전히 다 열리지 않게 설계함으로써 그 문제를 최대한 억제하는 경우가 많다. 위 사진에서도 최대 개방에서 조리개날이 완전히 열리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렌즈는 비네팅이 제법 발생하며 개방시에는 더욱 심해진다. 반면 오리지날의 위엄은 역시 무시할 수 없는지 칼 자이즈의 Topogon은 조리개가 거의 대부분 열리면서도 W-Nikkor에 비해 비네팅이 적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편이다. 







거리계의 단위는 FEET로만 적혀있고 라이카 스크류 렌즈들과 같은 형태의 무한대 잠금 장치를 가지고 있다. 크롬 코팅이나 레터링 각인의 수준은 훌륭하다. 코팅된 렌즈임을 표기해주는 빨간색 "C"마킹도 적당한 시각적 포인트가 되어준다. Carl Zeiss 렌즈들의 "T"마킹을 보는 듯 하다.







필터 구경은 상당히 특이한 34.5mm로 오늘날 해당하는 사이즈의 필터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중앙카메라 수리실에 제작을 의뢰해 만들었다. 앞으로 애매한 사이즈의 필터는 비싸게 구할 생각하지 말고 애초에 부탁드려 만드는 것이 더 좋을 듯. 







얇은 필터링에다가 광택도 최대한 비슷하게 제작되어 제짝인 듯 잘 어울린다. 







단단하고 야무진 렌즈에 어울리지 않는 플라스틱이라 좀 깬다만 올드 렌즈에서 일반적인 금속제 슬립온 방식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클립온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앞캡.







바디와의 매칭. 슬림한 경통에 짧은 길이의 컴팩트한 렌즈로 바르낙 바디에 제법 잘 어울린다. 25미리 파인더가 없어서 일단 Voigtlander 28mm 파인더로..ㄷ





많은 롤을 찍어보지 못해 렌즈의 특성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 조심스럽지만 니콘은 니콘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말에는 물론 장단이 존재하는데 흔히 니콘 렌즈의 특성으로 평가받는 높은 선예도와 강한 콘트라스트는 이미 이 시절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느껴진다. 칼라 색감 역시 화사하고 예쁜 쪽은 아니지만 Topogon타입의 특징에 기인하는 강한 비네팅 효과와 왜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쭉쭉 뻗는 시원시원함은 렌즈의 개성을 확실히 드러내준다. 






B/W Neagtive : Kodak 400TX





































































Positive : Fujifilm RVP 100







































귀한 렌즈 빌려주신 L형님과 렌즈 뒷캡으로 IIIf를 보내준 K군에게 감사를! 


보다 훌륭한 리뷰를 보려면


Qunaj님의 'W-NIKKOR C 2.5cm 1:4 LTM'


Goliathus님의 '[Nikon]W-Nikkor 2.5cm F4'



Posted by [Photo-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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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Fly꼬마~ 2017.09.13 1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5mm f4 니코르렌즈도 34.5미리 필터였군요;; 저도 5cm 마이크로렌즈 가지고있는데 34.5미리입니다! 필터제작비용은 어느정도 나오셨어요?! 이베이에도 없어요 ㅠㅋㅋ

    • BlogIcon [Photo-Nomad] 2017.09.14 13: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확히 기억이 나지가 않습니다만 필터알은 별도로 해서 5만원 정도 했었던 것 같네요. ㅎㅎ 정확한 건 직접 문의해보시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2. BlogIcon ichitaka 2018.06.28 12: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정말 너무 좋네요.
    이 렌즈를 저도 구하다니..ㅜㅜ 행복합니다.




























LZOS Orion-15 28mm f6.0


Russian Topogon!


리뷰 : Topogon의 영혼, Orion-15 28mm f6.0


Posted by [Photo-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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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종말


1945년 04월 30일 베를린. 


일체의 정규 방송이 모두 중지된 베를린 라디오에서는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중 '신들의 황혼'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밀려오는 소련군에 맞서 절망적인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길 수 없는 전투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항복할 수 없었다. 그들이 소련군을 저지하는 동안 보다 많은 민간인들과 패잔병들이 미,영 연합군이 있는 엘베강 너머로 투항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미없는 '현진지 사수'와 같은 명령보다 더욱 절박한 이유였다. 


이미 와해돼버려 존재하지도 않는 사단들을 가지고 '이리 보내라, 저리 보내라' 심지어 역습을 가해 공세로 전환하라고 미친듯이 지시하던 히틀러도 더이상 무의미한 작전 지휘를 그만두었고 벙커 속은 침묵만이 흘렀다. 그는 이 날 발터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았고 오랜 연인 에바 브라운은 청산가리 캡슐을 깨물었다. 소련은 베를린 함락의 상징적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고 베를린 국회의사당은 그에 걸맞는 장소였다. 죽기를 각오한 독일군 수비대 6천여명이 이에 맞섰고 치열한 교전끝에 늦은 밤이 되어서야 소련군은 국회의사당을 점령할 수 있었다. 날이 밝고 국회의사당에 소련 국기가 걸렸다. 노동절을 맞아 가장 극적인 승리의 장면을 묘사하고 싶던 스탈린의 바램이 이루어졌다. 


1945년 05월 02일. 베를린을 수비하던 독일군은 항복을 선언했다. 









■ 독일에서의 달콤한 전리품들


전쟁 중에 독일이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기 위해 비록 손을 잡았지만 애초부터 미국,영국과 소련은 서로가 친구가 될 수 없으리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패튼은 소련을 의식하는 아이젠하워의 조심스런 전략에 불만이 많았고 '그렇게 소련이 무서우면 이대로 전차군단을 계속 몰아 모스크바까지 점령해버리면 될 것 아니냐.'는 막말을 걸핏하면 내뱉었을 정도로 소련에 대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미,영 폭격기들이 학살 수준의 공습을 가했던 드레스덴 폭격은 진격하는 소련군의 전방에 가해지던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포장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미,영이 보유한 무시무시한 공군력을 소련에게 보여주려는 정치적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소련은 전쟁이 끝난 후 재무장한 독일군을 앞세워 미,영이 쳐들어올까 두려워했고 서방은 소련에 의한 공산주의 진영 확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냉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이 가까워 올 수록 양측은 앞으로의 전쟁에 대비해야했고 독일의 군사 기술은 승전국들이 노리는 최고의 전리품이었다. Me262 제트전투기와 V1, V2 로켓은 특히나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고 미처 실전 배치되지 못하거나 연구,개발 과정에 있었던 다양한 무기들의 자료들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승전국들은 혈안이 되었다. 그리고 소련이 탐을 낸 것이 더 있었으니 바로 세계 최고의 독일 광학 기술이었다.





■ Zeiss Ikon을 내놔라.


승전의 대가로 소련은 Zeiss Ikon의 생산 설비와 기술을 요구했다.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부담해야했던 가혹한 전쟁 배상금의 규모에 비할 바는 못되었지만 전쟁 기간 동안 참전국 중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입은 소련 입장에서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소련군 점령지에 속한 예나와 드레스덴의 Zeiss Ikon 공장 설비들이 열차에 실려 소련으로 옮겨진다. Contax와 교환렌즈의 생산 라인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를 생산할 엔지니어와 숙련공들도 함께였다. 





패전과 함께 생산이 중지되고 소련으로 생산 설비가 옮겨진 Contax II. Biogon 35mm가 장착되어 있다.




그렇게 옮겨진 설비들은 모스크바 근교의 Krasnogorsk와 우크라이나의 Kiev 등지의 공장에 설치되어 국산화 과정을 거쳐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승전의 대가로 소련은 당대 최고의 카메라와 렌즈를 생산할 수 있게된 것이었다. 그리고 Zeiss Ikon에서 획득한 광학 기술을 통해 조준경, 잠망경, 정찰용 카메라 등 군사용 광학 장비의 성능 향상도 꾀할 수 있었을 것이다.






■ Soviet's Carl Zeiss - Jupiter의 탄생


Kiev에서 Contax II/III의 카피 모델이 생산되면서 Krasnogorsk에서는 Contax용 렌즈들을 카피하여 생산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독일에서 가져온 칼 자이즈의 부품 재고를 이용해 조립이 이루어졌는데 이 때문에 이 시기의 제품들은 칼 자이즈 오리지날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다 독일에서 가져온 부품들이 모두 소진된 1950년 이후부터는 유리알을 비롯한 모든 부품이 국산화되며 100% 소련제로 본격 대량 생산이 시작된다. 이처럼 칼 자이즈에서 원설계하고 소련에서 재생산한 렌즈들에는 새로운 이름이 붙혀지게 된다. 바로 Jupiter였다. 


로마 신화에서 최고의 신으로 여겨지는 Jupiter는 승리의 주피터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집정권들이 취임하거나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들이 개선할 때 반드시 참배하는 대상이었고 로마의 스타틀 신전은 로물루스가 주피터에게 기원한 후 전쟁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세워진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 승리의 대가로 얻어낸 렌즈에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 수 없었다. 


소련은 Jupiter 시리즈의 본격 출시에 나서면서 오리지날인 Contax 베이요닛 마운트와 함께 LTM버전도 병행하여 생산했는데 자국의 Zorki나 Fed 카메라에도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이는 소련의 자체적인 재설계로 볼 수는 없고 전쟁 기간 중 Carl Zeiss에서 아주 극소량으로 생산했던 LTM버전 렌즈들을 자국의 필요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해낸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겠다. 


Carl Zeiss에서 자사의 Contax용이 아닌 경쟁사인 Leica에 맞는 LTM버전의 렌즈들을 만들어 낸 것에는 사연이 있다. 전쟁 기간 중 드레스덴의 Contax 제조 시설이 폭격을 맞아 생산이 중단되자 Carl Zeiss는 렌즈를 생산해도 함께 판매할 카메라의 공급이 끊어져 버렸고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경쟁기종이던 라이카에 사용할 수 있는 LTM버전 렌즈들을 잠시 생산했던 것이다. 


오늘날 전쟁 기간 중 생산된 오리지날 Carl Zeiss LTM버전 렌즈들은 극히 귀하고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물건이라 현실적으로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에 Jupiter LTM 버전 렌즈들은 Carl Zeiss가 설계한 올드 렌즈들을 가볍게 즐겨보고 싶은 라이카 유저들에게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Carl Zeiss에서 생산된 LTM버전 렌즈들. 소련은 이 중 5종류를 Jupiter라인으로 생산하게 되는데 Jupiter-3, 8, 9, 11, 12가 그것인데 순서대로 각각 Sonnar 50mm f1.5, Sonnar 50mm f2.0, Sonnar 85mm f2.0, Sonnar 135mm f4.0, 그리고 Biogon 35mm f2.8이었다. 






■ Jupiter-12에 대한 재인식



Jupiter-12 35mm f2.8 (for Contax/Kiev)


5종류의 Jupiter렌즈 중 현재까지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렌즈는 단연 Jupiter-12가 아닐까 싶다. RF에서 가장 대중적인 35미리 화각이라는 점, 명성이 자자하던 비오곤의 카피라는 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겠다. 1950년대 당시 자국에서 생산된 세계 최고 수준의 35미리 렌즈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소련의 사진가들은 얼마나 흥분되었을지 상상해본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오늘날의 처지는 그저 '싼맛'에 쓸만한 그냥 그런 렌즈일 뿐, 애정을 갖고 대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들이 대세가 되면서 이종교배용으로 알음알음 유저들이 제법 늘어나고 있기는 하나, 깊이 있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는 여전히 드물다. 개인적으로 Biogon 타입에 대해 애정이 많아 그 영혼이 담긴 Jupiter-12에도 많은 관심이 있었던지라 이번 리뷰를 통해 조금 자세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관심을 가지다 보니 Jupiter-12의 넘버링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다. 다른 Jupiter 시리즈들은 화각 순으로 번호가 진행되는데 반해 Jupiter-12는 35mm임에도 왜 맨 마지막인 12번을 얻게 되었을까? (쓸데없는 의문..ㄷㄷ) 나름의 논리로 추론해본 결과는 다른 Jupiter 시리즈들이 모두 Sonnar타입이니 Biogon타입에는 뭔가 다른 이름을 붙여 주려다가 '그냥 얘도 주피터로 해라!'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거나, 아니면 제조가 까다로운 탓에 가장 늦게 재설계가 이루어졌던 탓에 가장 늦게 번호를 부여받았던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Biogon이 원래 Sonnar 설계에서 파생된 형식이니 소련에서 Jupiter라는 이름을 붙힌 것 자체가 광학설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래도 12번이라는 가장 늦은 번호가 붙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별로 중요하지 않.. 넘어가자. ㄷㄷ) 





■ Sonnar에서 Biogon으로 다시 Juputer-12까지




위 자료를 보면 Sonnar부터 Biogon, 그리고 Jupiter-12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잘 정리되어 있다. Sonnar에서 파생된 Biogon 35mm는 전쟁 후 서독의 Zeiss Opton Biogon 35mm와 소련의 Jupiter-12로 나뉘어지게 된다. 서독의 비오곤은 새롭게 개발된 Contax IIa에 사용할 수 있도록 비오곤의 상징과도 같았던 엄청나게 큰 후옥의 크기가 작아지고 백포커스가 조금 길어지는 여유있는 설계를 택하게 되는 반면 Jupiter-12는 오리지날 비오곤의 설계를 크게 변경하지 않아 여전히 큰 후옥과 짧은 백포커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Jupiter-12는 전전형 비오곤과 같은 설계라는 일반적인 평가를 얻게 되었는데 위 그림을 살펴보면 그렇다고 완전히 같은 설계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Jupiter-12는 렌즈 구성이 Biogon의 4군 7매에서 4군 6매로 간략화 되었고 각매의 렌즈알 크기나 곡률도 변경되었는데 이것이 소련제 렌즈알에 따라 최적화 설계를 다시해낸 것인지 원가절감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혹은 소련에 끌려간 독일 기술진에 의해 보다 향상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새로운 설계가 이뤄진 것일 수도 있고. 어쨌든 일본에서는 Jupiter-12를 전후 서독에서 생산된 Zeiss Opton Biogon보다 높게 친다고 하니 성능의 저하도 없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물론 호들갑스런 일본애들의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는 없겠지만 또 걔들만큼 집요한 애들도 없기에...)  





입사부보다 훨씬 큰 후옥과 필름면 가까이 들어오는 짧은 백포커스를 가진 Jupiter-12, Biogon의 설계가 충실히 계승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오리지날인 Contax용은 아답터를 이용해도 라이카 바디에서 사용할 수 없었는데 소련에서 LTM버전을 대량으로 생산해준 탓에 라이카에서도 Biogon 설계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Carl Zeiss Sonnar나 Biogon에는 일명 '자이즈 버블'이라는 기포가 한두개씩 흔히 발견되는데 Jupiter-12 역시 이러한 기포가 발견된다. 화질에 영향은 전혀 없기에 구매시 결격 사유가 되지는 않고 역설적으로 이로 인해 오리지날 칼 자이즈와 유사한 재료를 이용해 동일 제조 공법으로 생산되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발가락도 닮은 셈.






■ Jupiter-12의 세대별 구분



Contax II의 카피 Kiev II와 Biogon 35mm의 카피 Jupiter-12. 위 사진과 같은 50년대 Kiev는 오리지날 Contax II와 거의 같아 거래가격이 제법 높다.




Jupiter-12는 1950년부터 90년대까지 무려 40여년에 걸쳐 생산될 정도로 생산 기간이 긴데다 2개의 제조사(KMZ, LZOS)에서 생산되었던 탓에 자잘한 여러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이베이에 떠있는 수많은 매물 중 어느 것을 구해야할지 구매자들은 난감해 지곤 하는데, 사실 뭐 열심히 공부해서 족보를 꾀야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비싸게 거래되는 렌즈는 아니다. 그래도 명색이 리뷰이니 이참에 한번 정리를 해보도록 하자. 우선 마운트에 따라 Contax/Kiev용과 LTM 버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마운트만 다를 뿐이니 사실상 같은 렌즈로 보는 것이 맞겠고 이번 리뷰에서는 LTM버전에 한정하여 생산 시기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분류해 보겠다. 





1. KMZ제조 BK (Biogon-Krasnogorsk) : 1947~50년



Jupiter라는 이름이 붙기 전의 최초기 버전이다. KMZ에서 오리지날 자이즈의 부품과 유리알을 사용해 조립한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외관상으로도 오리지날 비오곤 LTM버전과 거의 동일하다. 이중 47~48년에 생산된 PT0805 버전은 100% 자이즈 유리알이 사용되었다고 하며 49~50년의  PT0810은 100% 혹은 부분적으로 자이즈 유리알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외관상 이를 확인할 방법은 거의 없으며 시리얼넘버가 00으로 나가는 것은 PT0805, 49 혹은 50으로 시작하는 년도가 앞에 붙으면 PT0810이라 볼 수 있다. 어쨌든 이들은 본격 양산형이라기 보단 Jupiter-12를 생산하기에 앞서 이루어진 과도기적인 시기의 렌즈라 자료가 명확하지 않고 생산 수량도 적어 오늘날 구하기가 쉽지 않다.


위 사진의 왼쪽이 50년에 생산된 이른바 BK렌즈이며 우측이 55년에 생산된 Jupiter-12다. 내가 가진 BK는 각인은 BK이지만 경통의 형태가 Jupiter-12와 거의 같고 최초기형임에도 렌즈의 코팅이 더 두터워보여 각인을 조작한 짝퉁이 아닌가 의심도 들지만, 그렇게 해봐야 이게 100만원짜리가 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여튼 괜히 이런거 구하려고 애쓰지 마시라;;






2. KMZ 생산 Jupiter-12 (1950~60년대 초)



두번째는 50년부터 생산된 버전으로 이때부터 비로소 Jupiter-12라는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렌즈에는 엷은 블루톤의 코팅이 되어 있는데 전쟁 전 자이즈의 T코팅과 아주 유사한 느낌이다. 코팅이 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붉은 색 'n' 마킹이 찍혀있는데 이는 키릴어로 'P'에 해당한다. 이 마킹은 BK부터 60년대 초반 생산 렌즈에만 존재하는데 칼 자이즈의 빨간색 'T'코팅 표기와 같이 검정과 흰색 뿐인 밋밋한 렌즈 전면부에서 확실한 포인트가 되어주어 예쁘다. 그래서인지 이베이에서도 매물 설명에 굳이 'Red P'를 강조하는 문구를 많이 볼 수 있다.


KMZ생산 버전은 PT0815와 PT0820으로 나뉘는데 PT0815는 앞선 BK와 마찬가지로 경통의 형태가 오리지날 비오곤과 유사한 형태로 1950-52년 사이 적은 수량이 생산되어 오늘날 매우 드물고 흔히 보이는 버전은 PT0820으로서 경통이 다소 길어지고 지름이 조금 늘었다. 이 시기의 생산 제품들은 소련 공산품 수준이 막장이 되기 전이라 가장 만듦새가 좋고 품질 관리가 잘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가장 인기가 높고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그래봤자 200불 미만이지만..






3. LZOS 생산 Jupiter-12 (1950년대 말 ~ 90년대)



세번째는 LZOS 생산 버전이다.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초반에 걸쳐 Jupiter-12는 KMZ와 LZOS 양쪽에서 병행 생산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후 62년쯤 부터는 LZOS에서만 생산되게 된다. 이때부터 빨간색 'n'코팅 마킹이 사라지게 되고 본격적으로 품질이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뭐 그게 꼭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고 오래된 렌즈니만치 관리 잘된 개체면 크게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다. 


PT0825, 0833, 0835 등에 해당하는 버전으로 KMZ 생산 시절과 비교해 외관상 달라진 부분은 거의 없고 코팅이 다소 진해지고 키릴어로 표기되었던 Jupiter 표기가 수출을 염두에 둔 듯 영문으로 바뀌기도 했다. 71년부터는 크롬 버전을 대신해 검정 페인트로 마감된 버전(PT0835)이 생산되게 된다. (물론 블랙 페인트라고 해서 라이카의 멋진 도장 상태 따위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위 사진의 렌즈는 91년 시리얼 블랙 페인트 버전인데 코팅이 두터워져 제일 바깥 쪽 렌즈에는 노란색이 선명하고 안쪽은 분홍, 보라, 주황 등 코팅색이 아주 유치찬란하고 요란하다. 어쨌든 그 덕분에 역광에서의 성능은 앞선 버전들에 비해 더욱 좋아졌다고 하며 비교적 최근까지 생산된 탓에 상대적으로 상태가 좋은 물건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극복하지 못했는지 50년대 시리얼에 비해 가격이 낮아 가장 가성비가 높은 버전이기도 하다. 지인 한 분이 얼마전 이 버전의 렌즈를 블랙 페인트 Leica III에 마운트하여 가지고 오신걸 보았는데 제법 잘 어울렸다. 





지인의 Leica III와 88년 시리얼 Jupiter-12





대략 이렇게 크게 세가지로 분류를 해보았지만 막상 이베이에서 만나는 물건들은 천차만별의 상태와 외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60년 시리얼인데도 붉은 색 'n'마킹이 없는 경우도 있고 조리개 수치 폰트나 눈금선의 형태도 제각각이고 세대별 순서와 상관없이 뒤죽박죽 섞인 경우도 많다. 이래서 소련제의 진정한 문제는 광학적 성능이 아니라 믿을 수 없는 QC라는 말이 나왔나 싶기도 하다.




각 세대에 속하는 다양한 타입들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 가보시면 되겠다.


http://www.sovietcams.com/index.php?-736220353






■ Juputer-12의 성능


그렇다면 이 렌즈의 성능은 어떨까. 태생 자체가 Carl Zeiss Biogon 35mm이니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Carl Zeiss Biogon 35mm는 당시로서 놀라운 해상도로 유명했고 f2.8이라는 밝은 개방값을 가지고도 수차를 효과적으로 억제한 한마디로 당대 최고의 렌즈였다. (같은 시기 라이츠의 Elmar 3.5cm와 비교해보라 ㄷㄷ) 그런 Biogon의 설계를 이어받았다는 점이 오늘날까지도 애호가들이 Jupiter-12에 관심을 가지는 결정적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화면 중앙부는 최대 개방에서도 제법 높은 해상도를 보여주며 대부분의 렌즈가 그러하듯 f8.0~11 정도에서 최대 해상도에 도달한다. 비네팅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며 약간의 실패형 왜곡을 보인다. 주변부 빛망울의 흐려짐은 쐐기형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Sonnar와도 유사하다. 초기형부터 모두 코팅이 적용되어있어 역광에 버티는 능력도 괜찮으며 색감과 콘트라스트는 과하지 않고 중립적이다.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무척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준다고 여겨지는데 한눈에 느껴지는 확실한 개성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 사실 올드 렌즈의 개성이라는 부분은 제어되지 못한 각종 수차와 비네팅, 떨어지는 해상도 등이 어울어진 이른바 '병신력'에서 기인하기 마련인데 그런 결점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Biogon, 그리고 Jupiter-12를 보면 당시 칼 자이즈의 렌즈 설계가 얼마나 우수했는지 알 수 있다.






■ 못생긴 외모와 허접한 Build Quality


사실 Jupiter를 구입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못생긴 외모와 허접한 빌드 퀄리티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좋다고 한들 모양도 예뻐야 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게다가 후기형으로 갈수록 레터링 각인의 수준도 떨어지고 경통 표면은 부식되거나 때가 잔뜩 끼어 지저분한 경우도 많다. 가격이 싸다 보니 돈들여 오버홀하는 이들도 드물어 윤활유는 떡져 포커스링을 돌리는 느낌도 싼티가 철철 넘치기 십상이다. 소련도 나름 할말은 있다. 못생긴 디자인은 애초에 칼 자이즈의 LTM버전이 그렇게 생겨먹었고 전쟁 중에 생산된 것들이라 고급스럽고 화려한 크롬 코팅이 아닌 알루미늄 혹은 두랄루민으로 제작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것이 Jupier-12였기에 '소련제라서 그렇다'라는 평가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다. 





오리지날도 요따구로 생겼다. -_-




위와 같은 이유에 더해,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서 오는 불신(주피터가 좋아봤자지..), 그리고 '소련제'라는 편견 때문에 비싸고 고급진 카메라(라이카?)를 사용하는 유저들의 눈에 찰리가 없었다. 역시나 마찬가지였던 주변 지인 몇분이 나의 권유에 못이겨 Jupiter-12를 구입하셨는데 몇롤을 찍어보시고는 렌즈 성능에 모두들 놀라 예찬론자가 되셨다. 개인 취향차이도 물론 있겠지만 Jupiter-12 때문에 Summaron 3.5cm f3.5를 내친 분도 계시고 80불 짜리 렌즈가 아니라 800불 정도의 가치는 하는 렌즈라고 평가하신 분도 계시다. 그 중 한분이 못생긴 외모를 빗대어 '양동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셨고 그 이후 우리는 양동이 만쉐이를 외치고 다니고 있다. 정말 비싸봐야 20만원도 안하는 가격으로 이 정도 성능의 35미리 f2.8이라니. 이건 사실 거저라고 봐야한다. (요즘 Summaron 35mm f2.8 LTM버전 구하려면 100만원 이상을 줘야한다)






■ Biogon 35mm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 Juputer-12


Jupiter-12는 1950년부터 무려 40여년간 생산되었다. 자본주의 진영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소련에서는 가능했다. 경쟁이 사라진 경제 체제에서 굳이 더 좋은 렌즈를 개발해야할 동기가 충분할리가 없었다. 물론 그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을 만큼 Biogon의 탄탄한 기본 설계을 이어받은 Jupiter-12의 성능이 우수했던 탓도 있었으리라. 오리지날인 Carl Zeiss Biogon 35mm는 서독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60년대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되지만 Contax IIa의 단종과 함께 결국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이후 카메라 시장의 대세는 SLR이 되었고 퀵 리턴 미러가 자리잡은 공간에 Biogon처럼 필름면 가까이 들어가는 광각렌즈는 들어갈 수 없었다. 


비록 전쟁이라는 아픈 역사에서 비롯된 일이었지만 철의 장막 속으로 들어간 Biogon은 Jupiter-12로 다시 태어나 오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Jupiter-12는 단순히 '소련제 짝퉁 비오곤'으로만 취급할 것이 아니라 Biogon 35mm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 렌즈로 평가해줘야 함이 더 옳지 않을까? 





Jupiter-12 35mm f2.8 (1950~1990's)


Elements/Gropus : 6/4

Number of Aperture Blades : 5

Close Focus Distance : 1m

Filter Diameter : 40.5mm

Weight : 130g

Mount : Contax Bayonet or LTM






■ 작례 




1. B/W Negative (Kodak TMY & 400TX)



















































2. Colar Negative (Kodak Color Plus 200)



























3. Positive (Fujifilm RDPIII)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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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IId / Summaron 3.5cm f3.5 / Voigtlander 28/35 Viewfi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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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민뿡 2017.05.25 1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메라가 아름다운건 왜일까?

  2. 2017.05.31 0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Leica IId / Elmar 5cm f3.5 (Black Scale Uncoated) / Fison Hood & Voola 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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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민뿡 2017.05.25 1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꾸보니 바르낙은 블랙보다는 실버구나...

  2. BlogIcon CH.SHIN 2017.05.25 17: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니가 먼저 올렸구나 ㅋㅋㅋ 좋음

:: 170325 동네 ::

Snaps/2017 2017.04.17 08:48























2017.03.25.


Leica M3 / Orion-15 28mm f6.0 / Fujifilm C200 / 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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