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스캔해서 포스팅하게 되니 좀 민망하긴 하다만 묵혀둔 필름의 이미지들을 다시금 바라보니 당장이라도 카메라를 들고 나서고 싶어진다. 이번 사진들은 지난 8월 가족들과 다녀온 여행에서 얻은 의외의 소득, 군산 새벽 도깨비 시장에서 촬영한 컷들. 역전 앞에 잠깐 서는 도깨비 시장이야 곳곳에 있는 편이지만 군산만큼 크게 서는 장은 본 적이 없다. 지난 2006년에 군산을 찾았을 때는 가보지 못했던 이 새벽시장을 촬영하고자 기어이 일어나 다녀왔다. 아무래도 상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시장 촬영이라 시선을 끌기 쉬운 니콘은 두고 Hexar AF와 Contax T3만 달랑 들고서 역전앞을 누비며 마음껏 셔터를 눌렀고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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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화물역 앞에 공터에 들어서는 새벽 시장. 새벽 일찍 섰다가 사람과 차들의 왕래가 늘어나는 아침시간이 되면 자리를 피해 재빨리 사라지는 반짝 장이라 도깨비 시장이라고도 부른다. 도깨비 시장이란 말은 이런 새벽 반짝 시장이나 아님 남대문 시장이나 대구 교동 시장 처럼 온갖 수입물품을 비롯한 온갖 물건들을 파는 시장에 자주 붙는 별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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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 역 앞 도로는 모두 상인들의 차지다. 도로 가득 상인들이 저마다 가지고 온 물건들을 펼쳐놓고 장보러 온 사람들로 분주하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해가 막 뜬 직후로 도깨비 시장으로선 끝물에 가까워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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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현재가 눈을 떼지 못하던 것 중 하나.. 싱싱한 게들. 바다와 인접한 군산답게 역시나 해산물들이 놀랄만큼 저렴하게 팔리고 있었다. 뭐 포항에 사는 입장에서 크게 다르게 느껴질 것은 아니었으나 게가 많이 잡히는 편은 아닌 동해안과 달리 서해안인 군산에서 게는 무척이나 저렴했다. 정말 한 소쿠리 사가서 쪄먹던 찌게를 끓여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게가 이렇게 싸니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게장이 밑반찬으로 푸짐하게 나왔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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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장본 것들을 싣는 할아버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지 3달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요즘 이미 2대의 자전거가 있음에도 어김없이 장비병에 빠져 날마다 새로운 자전거를 인터넷에서 알아보고 있으니..;; 어쩜 이 할아버지처럼 여유로운 페달질을 하며 장을 보러 다니고 마실다니는 자전거 생활이 더욱 바람직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 이 컷의 톤과 질감이 참 맘에 든다. Hexar AF는 고속셔터의 한계를 제외하곤 결과물 측면에서는 정말 물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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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찍부터 장에 나와 구경도 하고 나무 그늘 주변에 앉아 노니는 할아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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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트에서 보일듯한 특이한 양식의 건물. 군산엔 일제시대 가옥이 많이 남아있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언젠가 한번 이에 대한 작업을 구룡포와 연계해 진행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어쩌다 보니 남해안 일대에 산재한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축성한 왜성(倭城)도 몇군데를 답사했었는데 이 것들을 주제로도 괜찮은 작업이 될 것같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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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길에 차가 들어오자 펼쳐놓은 물건들을 안으로 당기기에 바쁘다. 원칙적으로 도로 위의 난전으로 불법이겠지만 이런 시장에까지 까칠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처럼 차들의 통행이 늘어날 때 쯤 되면 이미 상인들은 짐을 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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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되면 알아서 자리를 뜰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일단 무력시위 중인 공무수행 차량.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이기에 긴장감은 없다. 어차피 알아서 도깨비처럼 사라질 시장이다. 그래도 내일 새벽이면 또다시 장이 서고 또다시 불법도로 전용단속 차량이 올 것이고 그 쯤이면 또 장은 사라질 것이다.


2008. 08. 10 군산








2008. 08  군산

군산화물역 앞에 서는 새벽 도깨비 시장 촬영을 위해 이동하던 중..

군산은 옛 흔적이 많이 남은 곳이라 작업해볼 소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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