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에 입문한지 2년만에 가장 흔히 추천되는 피셔 리시버를 들였다. 사실 AR스피커에 피셔 리시버 혹은 AR인티앰프, AR리시버는 너무 뻔한 공식이긴 하지만 결국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렀다. 250T시리즈 중 오징어TR이 들어간 250TX 중기형으로 후기형 캔티알에 비해 소리가 좋다는게 대체적인 정설인데 어차피 캔티알을 들어보지 못한지라 비교 불가. 산수이 2000의 불빛이 역시 아름답다. 반면 피셔의 불빛은 그냥 빈티지스럽다 딱..







위에서부터 Bose 1705-2 인티앰프, 피셔 250TX, 산수이 2000






보스 앰프에는 iPod Classic을 소스기기로 쓰고 있다. 원래는 보스 웨이브뮤직시스템 용으로 나온 아이팟 커넥터 킷을 Y단자로 앰프에 물려뒀는데 별도의 DAC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음질은 만족스럽다. 아이팟의 DAC이 기본적으로 성능이 우수하다는 얘기가 맞는 듯. 피셔 250TX에는 인켈 6030G CDP와 AR-XA 턴을 물려놨고 기존에 사용하던 산수이 2000은 스피커와 소스기기를 모두 뺏긴 상태. 당분간 250TX를 사용해보고 산수이 2000과 둘 중 하나만 살아남을 예정이다.







단순하기 그지 없는 AR-XA 턴테이블.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턴테이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종으로 단순한 구조와 심플한 디자인, 그럼에도 좋은 소리를 들려줘 여전히 찾는 이들이 많다. 







AR4와 공제 스탠드. 가장 많고 가장 저렴한 AR4X와 크기가 같음에도 유닛과 네트워크의 차이로 다른 성향의 소리를 들려주는 AR4. AR4X에 비해 한 수 위의 소리라고 평가되고 생산수량도 많지 않아 그만큼 가격도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스탠드는 AR까페에서 공제했던 것으로 원래는 당시에 4시리즈용으로 나온 스탠드는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AR4 위에 올려둔 나의 첫 하이파이 시스템이었던 보스 101IT 스피커. 황준씨 블로그와 책으로 인해 엄청나게 유명해진 스피커라 안티(?)도 많은 스피커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론 아주 만족스러운 스피커다. 보스 스피커들이 대체로 그렇긴 하지만 이것저것 안따지고 음악을 듣기에 이처럼 흥겨운 스피커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전용 스탠드는 구하기도 어렵고 너무 비싸서 카메라용 삼각대로 제작해줬다.







이처럼 단촐한 나의 시스템들. 랙조차 없이 이렇게 바닥에 두다보니 선정리도 너저분하다.







좌우 벽면의 특성이 너무 다르고 2~3m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청취하는지라 약간의 토인을 줘서 운용하고 있다.







피셔 250TX의 느낌은 얼마 더 들어본 후에 적는걸로. 2년간 써온 산수이 2000은 상태가 너무 깨끗한데다 정말 드문 우드 케이스도 있고 불과 얼마전에 빌라소리사에서 오버홀까지 마친지라 팔기엔 너무 아깝다. 그런데 피셔의 소리도 역시 소문대로 명불허전이고.. 어째야 할까나.






지난 6월 이사를 했다. 


이사하면서 당연히 가구 배치나 여러가지가 변경되었는데 내게 있어 가장 큰 변화는 오디오 시스템의 거실 점령이 불가능해진 것.






요렇게 세팅되어 있던 오디오 시스템들이..






이렇게 골방으로 이동..


사실 음악 듣기엔 골방이 좋긴 한데 좌우 폭이 좁아지니 스테이징이 좁아져 대편성을 들을 때 뭔가 맘에 안든다. 좌측은 책꽂이 우측은 벽면이라 아무래도 반사의 차이도 있고 앰프의 밸런스 단을 조정해도 왠지 균형감이 떨어진다. 소편성이나 보컬 곡들은 괜찮은데..  흠.. 하여튼 각설하고.






이사후 거실의 모습.


예전 집엔 오디오 시스템을 둬서 꽉찬(지저분한..) 느낌이 들었는데 TV만 달랑있으니 뭔가 허전하다. 와이프는 내 오디오들을 골방으로 쫓아내고 나니 속이 시원한 듯 하지만 난 이 허전한 공간을 채우고 싶어졌고 한동안 잊고 있던 5.1채널 사운드에 대한 열망이 슬금슬금 살아나기 시작했다. 블루레이 플레이어에는 그에 걸맞는 훌륭한 사운드가 보태져야 훨씬 진가를 발휘하지 않겠냐며. 


하지만


1. 5.1ch로 구축시 프론트/센터/우퍼/리어스피커에다 거기에 연결될 케이블 등등은 곧 태어날 아기에게 위험천만한 것들이고


2. 아파트에서는 층간 소음 문제로 어차피 우퍼 쾅쾅 울리며 시원하게 듣기가 어렵고 볼륨을 낮추자니 그럴거면 이걸 왜 샀나 싶고


3. 생각해보니 난 영화 보는 걸 크게 즐기지도 않는다는 거 (쓸데없이 사운드 욕심만)



그래서 5.1ch에 비해 리어 스피커가 없어 덜 거추장스러운 2.1ch 보스 시네메이트 GS2도 고려했는데 결국은 그냥 가장 깔끔하게 가기로 했다. TV 스피커의 쨍쨍거리는 사운드보단 괜찮게 들어보자. 심플하게. 그래서 택한 것이 보스의 솔로 티비 사운드 시스템이다. 제품설명은 보스 홈피에 있던 내용 참고.










요약하자면 '간단한 설치로 보다 훌륭한 TV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컨셉인 제품이다. 사운드는 사실 들어보고 구입하는게 맞지만 집에 Wave Music System ll, Soundlink Wireless Mobile Speaker, 101it까지 세 종류의 보스 스피커가 있다보니 얘도 딱 특유의 보스 느낌이 아닐까 싶었고 몇몇 리뷰들을 읽어보고 대충 감이 잡혔다. 어쨌든 호불호는 갈려도 기본 이상은 하는 Bose니까 믿고 고고.





그리고 물건 도착. 보스 공식 쇼핑몰은 배송도 나름 빨라서 좋다. 

택배 포장 개봉용치고는 좀 살벌하게 생긴 거버 나이프. 같은 멀티툴이라도 스위스의 빅토리녹스는 선물용으로도 인기일 정도로 예쁘지만 미국제 거버는 그냥 딱 공구의 느낌이다.






겉 박스를 여니 나타나는 본 포장. 납작하지만 꽤 넓다. 보증서는 보스 제품들이 늘 그렇듯 저렇게 박스 바깥에 붙어있다.






포장을 여니 전원버튼/음량조절/음소거 기능만 있는 단촐한 리모컨과 매뉴얼, TV와 연결하는 옵티컬 케이블이 놓여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이렇게 보스 솔로 티비 사운드 시스템 본체가 들어있다. 저렇게 두라고 해도 안할 것 같은데 TV를 가운데 잘 맞춰서 올리라고 친절히 그림이 그려져 있다.






보스답게 만국에서 사용가능하도록 다양한 전원 코드가 들어있다. 애플은 이런 것도 트래블킷이라고 따로 파는데. 






제품의 전면. 그릴 망 사이로 내부에 스피커 유닛이 보인다. 좌우 각 2발씩 총 4개의 유닛이 들어있다. 






제품의 후면. 저음을 내주는 덕트가 좌우에 있고 가운데로 각종 입력 단자들이 보인다.






각종 입력단의 모습.

좌측부터 전통적인 RCA  / 옵티컬  / 코액시얼. 요즘 TV들은 RCA 출력 단자가 없는 경우도 많아 대부분의 경우 가운데의 옵티컬 단자끼리 연결해주면 된다. 별도의 AV리시버나 앰프처럼 소스 셀렉트 기능은 없기 때문에 3개의 입력단 중 사실상 하나만 사용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어차피 셋톱박스나 DVD/블루레이 플레이어는 TV의 입력단에 연결하고 이 제품은 TV하고만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다.


입력단 우측의 서비스나 데이터 단자 쪽은 실사용에 필요가 없고 맨 우측이 전원 단자. 보다시피 프리볼트 제품이라 해외직구를 해도 변압기가 필요없다. 나는 해외배송 기다리기도 싫고 이 녀석은 다른 보스 제품들에 비해서 해외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정품으로 구입했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보스는 해외직구가 답인 듯 하다. (가격 차이가 꽤 심한 제품들이 많다.)






연결할 선이 달랑 2개라 뭐 특별히 할 것도 없이 간단히 설치하고 위에 TV를 올려봤다. 이사하고 나니 좁은 집에서 쓰던 TV가 좀 작아보여(42인치) 불만이었는데 마침 위 사진처럼 제품 위에 직접 올릴 수 있는 최대 사이즈로 보스에서는 42인치까지를 권장하고 있다. 그 이상의 경우는 무게 때문에 문제가 있고 스탠드 자체도 커서 힘들 것 같다.






BOSE 로고 아래의 초록색 불이 전원 표시등. 뭔가가 표시되는 것은 저 불빛이 유일하고 보스 웨이브 뮤직 시스템(III 이전 버전)과 마찬가지로 본체에 아무런 버튼도 없어서 디자인상의 깔끔함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전원 ON/OFF, 볼륨 조절이 오직 리모컨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잃어버리면 난감해진다. (분실시 별도 구입은 가능, 말도 안되는 가격 33,000원)






전체적인 샷. 보다시피 있는 듯 없는 듯 별 티가 나지 않는다. 어느 거실에 배치해도 이것으로 인해 인테리어가 확~ 산다거나 얘만 동동 튀지도 않고 아주 무난하고 심플하다. 벽걸이를 하지 않은 우리 집인지라 쇼파에 앉았을 때 티비가 조금 낮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조금이나마 높아진 장점은 있다. 



지금까지 디자인이랑 별 것도 없는 기능들을 대략 적어봤다만 스피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사운드!


글로써 전달함이 불가능한 부분이지만 대략적인 느낌을 적어본다면 TV 스피커에 비해서는 확실히 개선효과가 있다. 후면 덕트 덕분에 영화를 볼 때도 꽤 둥둥거려주고(보스하면 역시 둥둥둥) 대사 전달력이 보다 명확해져서 야구 중계 볼 때도 산만함이 줄었다. 특히 음악이 주가 되는 방송에서는 확실히 위력을 발휘한다. 뮤직 비디오 혹은 공연 실황을 즐겨 보거나 나가수/슈스케/히든싱어 등 음악프로, 그리고 영화 중에서도 맘마미아, 드림걸스 같은 뮤지컬 영화를 보는 비중이 높은 사람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일 듯 하다.


하지만 박진감 넘치는 전쟁 영화를 보면서 총알이 핑핑 날아가고 뒤에서 폭탄이 터지고 이런 입체 음향을 추구한다면 이 제품으로 만족하기는 어렵다. 영화를 우선시 하는 사람들은 그냥 5.1채널로 가는게 백번 옳고 리어 스피커가 부담스럽다면 가상 5.1채널을 지원하는 2.1채널 제품들도 좋은게 많이 나오고 있으니 그런 걸 사는게 낫겠다 싶다.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약간 애매한 제품이 아닌가 싶다. 홈시어터로서의 입체 음향 효과는 거의 없고 TV사운드의 개선 효과에 투자하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인지 해외 어느 블로그에서는 이 사진으로 마무리하고 있던데.






ㅋㅋㅋ 


이왕 산거 열심히 잘 써야겠다. 안사봤으면 궁금했을거야. -_- 






마지막으로 친구 사진 하나. 편하게 듣기는 얘만한 것도 없다. Bose Wave Music System ll





산수이 70년대 명기 7070리시버. 7070, 8080, 9090까지 출력별로 거의 같은 디자인으로 출시되었던 70년대의 명기다. 이 중 7070이 출력은 가장 작지만 소리는 가장 예쁘단 평들도 많은데 구입한 물건의 우드케이스가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일단 제짝이 아닌 새로 주문 제작한 것 같으며 주문 제작치곤 만듦새도 훌륭하지 않은데다 보다시피 검정색 시트지를 붙여둬 영 빈티지 같은 운치가 살지 않는다. 


이런 우드케이스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보이스우드에 의뢰하면 정말 멋지게 만들어주겠지만 일단 가격이 18만원 정도 하는지라 이 리시버 구입 가격 + 빌라소리사에서의 오버홀 비용까지 감안하면 얘한테 거의 70만원이상을 투자하게 되는 셈이라 망설여지던 차에 아예 저 검정 시트지를 벗겨버리고 무늬목 시트지를 새로 입혀보면 어떨까 하는데 생각이 이르렀고 결국 과감히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만약 망치면 보이스우드에 주문 제작할 생각으로.






케이스에서 빼낸 산수이7070과 검정시트지를 모조리 뜯어낸 우드 케이스. 진짜 저거 뜯는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손도 아프고.. 어찌나 잘 붙어있는지; 예상대로 뜯어보니 대충 합판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전문적인 곳에 의뢰했다기 보단 손재주 조금 좋은 전 주인이 직접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싶은 딱 그 정도의 퀄리티다. 좀 좋은 품질의 원목이거나 했으면 사포로 한번 샌딩하고 어찌 해볼까 했다만 역시 예정대로 무늬목 시트로 덮어버려야겠다. 흉하다.






적당히 잘라낸 시트지를 앞뒤좌우 충분한 여유 길이를 확보하여 상판부터 덮어버렸다. 핸드폰 액정 필름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면적이라 잘못하면 끝이단 생각에 긴장도 되었다만 기본적으로 두께가 있는지라 잘 울거나 하진 않았다. 일단 상판부터 좍좍 펴 눌러주고..






각이 생명이기에 모서리 부분은 열심히 손으로 문지르고 눌러주고 당겨가며 붙히는 수 밖에 없다. 헤라 같은거나 없음 다른 걸로라도 펴주면 될텐데 귀찮아서 손으로 열심히 했더만 손이 다 따끈따끈하다.






확실히 이런 접합 부분은 스킬이 필요한 듯. 가구 리폼하는 사람들이 보면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넓직한 면적은 나름 잘 붙였다만 역시 이 쪽은 실력이 드러난다.






한시간 조금 넘게 걸렸나. 드디어 다 작업하고 새 집에 들어가는 산수이7070. 어찌나 무거운지..






완성! 사실 이거 보단 좀 더 붉은 색상이었으면 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살짝 아쉽지만 이만하면 된 것 같다. 확실히 시꺼먼 시트지 붙어있을 때 보단 훨씬 예쁘구만.






빛 좀 받는 곳으로 옮겨서 다시. 확실히 이젠 집안 분위기랑 좀 더 매칭이 잘 되는 것 같다. 오디오는 소리도 소리지만 눈으로 듣는 소리도 무시못하는 지라 아무래도 모양도 이뻐야 더 맘에 드는 법. 처음해본 것 치곤 나름 만족스럽게 작업이 되었다. 뒤편에 어렴풋이 보이는 애들은 우리집은 좁아서 둘데가 없어 본가에서 테스트 중인 산수이2000과 AR4. 얼른 이사가야 하는데..







2014.03.22 포항





고약한 취미 오디오. 20년이 다되어가는 취미인 사진(카메라)은 그래도 스펙이 명확하고 리뷰를 보거나 하면 대강의 성능이라도 가늠이 되지만 이놈의 오디오라는 취미는 글과 사진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귀'로 하는 취미가 아닌가. 공간감이 뛰어나고 악기들의 정위감이 훌륭하며 질감이 느껴지는 두툼한 중역대와 섬세하지만 가늘지 않게 뻗어가는 고음, 풍성하면서도 단단함을 잃지 않는 저역의 양감..뭐 이런 식으로 표현된 글을 읽고 도대체 어떻게 판단하란 말이냠. 그러니 더 궁금해지고 일단 사서 들어보고 싶어 지는 욕구가 더 커지는 몹쓸 분야가 바로 오디오다. 


오디오란 녀석은 가격대도 수십에서 수천까지 다양한데 다른 분야에서라면 '잘 모르면 일단 비싼게 좋다'는 공식이 어느정도 통한다지만 오디오는 또 그렇지가 않다.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우선 가장 중요하고(그래서 오디오파일들의 궁극의 지름은 단독주택이라고..) 스피커와 앰프, 심지어 케이블류까지 서로간의 매칭도 무시하지 못하며 클래식이나 재즈, 팝, 락 등 자신의 음악 기호에 맞는 스피커와 앰프를 구해야 하는데다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적정한 수준에서 짜맞춰야 하니 머리가 팽글팽글 돈다. 어쨌든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 공간의 문제가 가장 커서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면 제대로 시스템을 구축해봐야겠단 생각으로 날마다 정보 수집과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장터에 물건이 하나 보였다. 바로 보스 1705-2와 101it였다.





조촐한 하이파이 시스템 : Bose 1705-2 / Bose 101it Speakers / Inkel 6030G CDP




앞서 언급했듯이 오디오 시스템에서 매칭의 중요성은 무시하기 어려운데 그 매칭 사례 중 훌륭하다고 손꼽히는 조합이 바로 이 1705와 101it이다. 손바닥만한 작은 앰프와 플라스틱 인클로저에 풀레인지 유닛을 장착한 별거 없어 보이는 이 스피커의 조합이 왜 그토록 인기가 높은지 궁금해졌고 집에서 사용중인 보스 웨이브시스템과 블루투스 모바일 스피커의 느낌과는 또 어떻게 다른지 들어보고 싶었다. 황준씨의 책과 블로그를 통해 이 둘의 조합이 엄청나게 유명세를 얻으면서 중고가도 상당히 올라간 편이었지만 역시 되팔기도 수월할 것 같아 일단 질렀다.






보스 1705-2 인티앰프의 모습. 일반적으로 1705가 조금 더 좋다고들 얘기하던데 뭐 큰 차이는 없을 것 같고 내가 산 1705-2는 1705와 달리 좌우 스피커의 볼륨을 따로 제어할 수 있다. 무광 검정으로 도색되어 있는 앰프에서 빨간색의 전원 버튼과 초록색 조명은 그나마 포인트가 되어준다. 사실 오디오 기기라기 보다는 무슨 군용 통신장비 같은 느낌이 드는 모양인데 실제로도 들어보면 손바닥만한 크기와 달리 완전 쇳덩이라 꽤나 묵직하다. 볼륨 조절은 0부터 10까지 가능한데 집에서는 2까지도 올리지 못할 정도로 소리가 크다. 누군가는 아무 생각없이 5정도에 올려두고 음악을 재생시켰다가 지진난 줄 알았다고 하던데 거기까지 올렸다간 당장에 이웃에서 난리가 날 듯. 






앰프의 뒷면. 입력단 오른쪽으로 가운데에는 101스피커 시리즈와 그 밖의 스피커로 EQ셀렉터가 있다. 101it를 물려놨으니 당연히 101쪽으로 EQ셀렉터를 위치해뒀다. 1705시리즈와 101it가 최적의 매칭이라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소형 앰프라 기능이나 확장성은 최소화되어 있다. 스피커도 한조만 연결할 수 있고 Input단자도 하나 뿐이다. 이 앰프가 메인이 되어 CDP나 튜너, 턴테이블등을 동시에 물려쓰고자 하자면 별도의 셀렉터를 구입해야 한다. 물건 자체도 귀하고 이 앰프에 셀렉터까지 갖추자면 다른 인티 앰프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커진다는게 문제. 하지만 1705매니아라면 구입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다.





단점이라면 단점. 100V 전원 사용이라 이른바 '도란스'가 필요하다. 110V도 아닌 100V라 한일공업에서 나오는 220V -> 100V 소형 다운트랜스를 구입해서 연결했다. 






그리고 보스 101it 스피커. 101시리즈 중 약간의 별종인데 가장 인기가 높은 모델이다. 스피커의 안쪽 면엔 덕트가 있는데 이 덕트를 서로 마주보게 하고 스피커 사이에 가리는 물건이 없이 적당한 거리를 두어 설치하면 보스 특유의 음장감이 극대화된다. 사진은 촬영을 위해 스피커를 조금 더 붙혀둔 것이고 실제 음악을 들을 때는 더 벌려두고 있다. 101스피커에는 전용 스탠드도 있는데 허접한 모양새와 달리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중고가도 상당히 높아 자작(?)해버렸다. 매틴에서 나오는 소형 삼각대 2개를 2만원 조금 넘게 주고 사서 기존의 나사를 뜯어내고 스피커 하단의 나사 구멍에 맞는 5X20 나사로 끼워줬다. 






그릴을 열고 바라본 101it의 풀레인지 유닛. 풀레인지 답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음색과 중역대의 풍부함이 훌륭하다. 측면의 덕트 덕분에 저음의 양감은 꽤나 풍성하다. 테스트차 여러가지 음원들을 들어봤는데 가장 놀랬던 곡은 김윤아 솔로 앨범의 '야상곡'이었다. 김윤아의 목소리와 숨소리가 너무나 생생하게 밀려왔는데 이건 글로써는 어떻게 표현을 할 방법이 없네. 그 밖에 스탠 겟츠의 'The Girl from Ipanema' 에서도 색소폰의 두툼한 소리와 여성 보컬의 청명함이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재즈나 팝에는 뭐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겠나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만 클래식에서는 소나타나 현악 4중주 정도의 소편성 이상으로 넘어가면 한계가 있다. (사실 대편성은 어지간한 시스템으로도 힘들긴 하지만) 





스피커의 뒷 면. 구입 후 초반에 테스트차 들었던 이작 펄만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고음이 너무 날카롭게 느껴져 고음을 좀 완화시키고 중역대를 두툼하게 한다는 주석 도금선인 벨덴 8477을 연결했다. 문제는 선이 너무 굵어 스피커 단자에 잘 끼워지지가 않는다는 점이다. 대충 꼬아서 억지로 끼워뒀는데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 케이블로 계속 갈거면 단자를 사서 끼워주던지 해야겠다.




어쨌든 나의 첫 하이파이 시스템인 보스 1705-2와 101it 스피커. 팝이나 재즈를 즐겨 듣고 공간이 그리 크지 않다면 50만원 정도를 투자해 이 정도 음질을 들을 수 있다는 건 꽤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이 든다. 디자인은 참 싼티나게 생겼지만 자꾸 보니 또 정이 든다. (와이프는 못생겼다고 이사가는 즉시 팔아버리라고 하는 중) 보스는 유독 오디오파일들로 부터 많이 까이기도 하는 브랜드이지만 또 그만큼 매니아도 많은 브랜드인데 보스 특유의 음장감과 풍성한 저역에서 오는 느낌은 칼 같은 해상도와 정위감과는 달리 스펙으로 설명이 안되는 보스만의 색깔과 매력이 있다. 가장 작은 101시리즈에서 가장 인기있는 101it를 들어보고 나니 301이나 901같은 보스의 대표적인 라인업이 또 궁금해진다. 



 





본가에 산수이 리시버 7070을 들인 후 턴테이블을 연결하니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소리가 났다.
늘어난 테이프, 혹은 엄청 잘 안잡히는 라디오의 소리로 느껴질 정도로 상당히 심각했는데 턴테이블은 계속해서 쓰던 것이었고 리시버의 AUX단자를 통한 CD재생음은 훌륭했기에 나는 당연히 포노단의 문제일 것으로 생각했다. 튜너의 수신감도도 훌륭한 것 같지 않고 주파수 바늘도 잘 움직이지 않아 겸사겸사 대구의 수리명가 '빌라소리사'에 수리를 의뢰했다. 어차피 이런 빈티지 기기들은 구입한 후 오버홀 한 번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처음 도착한 날 사무실에 놓아두고 바라보기만 했던 산수이 7070. 스피커나 소스기기가 없으니 문제가 있는지 여부의 확인은 불가능했다. 그냥 '이쁘다~ 이쁘다~'를 연발하며 바라만 보던 숙직서던 날의 긴긴 밤.




어쨌든 그렇게 수리를 맡긴 산수이는 일주일 가량 지난 이번 금요일에 퇴근하고 달려가 찾아왔는데 말끔히 고쳐져 튜너의 스테레오 분리도 확실해 졌고 수신력도 좋아졌다. 그런데 문제라 생각했던 포노단은 전혀 이상이 없었고 턴테이블의 소리가 이상했던 것은 살 때 달려있었던 바늘의 수명이 다한 것이었다. 애꿎은 판매자에게 포노단이 이상한 것 같다고 따졌던 것이 좀 미안해졌지만 어쨌든 튜너 부분 수리하고 전체적으로 오버홀하는데 10만원이 들었으니 나도 적지않은 수업료를 들였다.




턴테이블의 문제는 결국 바늘의 마모로 밝혀졌으니 집에 돌아오자 마자 카트리지 교체를 시도했다. 이 때가 거의 저녁 9시 반 정도로 저녁도 안먹고 퇴근하자 마자 대구까지 달려갔다 돌아온 상태였지만 당장 해보고 싶단 생각이 앞서니 배도 안고프더라는;; 언젠가 오이스터 카트리지 바늘의 수명이 다하면 교체하려고 사둔 DENON DL-110 카트리지를 꺼냈다. 결국 돈들여 산건데 왜 나의 준비성(?)이 왜그리 흐뭇하던지 -_-; 





DENON DL-110. 일반적으로 MM형에 비해 보다 섬세하다는 MC카트리지인데 고출력이라 MC포노단을 지원하지 않는 앰프의 MM단자에도 바로 연결이 가능하다. 신품기준 16만원 정도 하는 것 같던데 미개봉 신품을 10만원에 사둔 것. (정말 잘한 짓인듯)




카트리지 교체 과정은 사진으로 좀 찍어둘까 했으나 일단 시작하니 긴장되서 그런 건 못했다..  책이나 웹상에서 어떻게 하는지 이론만 익혔지 막상 해보려니 손이 바들바들. 리드선이 어찌나 가늘고 불안한지 카트리지에서 빼내다가 끊어지기라도 할까봐 조심조심 겨우 빼냈다. 





일단 장착하긴 했는데 이게 제대로 맞추긴 한건지..칩압이랑 안티스테이팅 조절하고 일단 판부터 올려본다. 내가 처음으로 샀던 LP인 Lola Bobesco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다행히 소리가 난다!





이것으로 본가 오디오 시스템 변경이 거의 완료되었다. 턴테이블만 빼고 다 바꾼 것이었는데 카트리지를 바꿨으니 턴테이블에도 변경이 생겼다. 켄우드 시스템을 대구로 쫓아낸 산수이 7070과 보스 121 스피커. 보스 121은 여타의 보스(Bose) 스피커들과 달리 좀 더 맑고 저음의 양감이 적은 편인데 산수이와의 매칭은 꽤 괜찮은 듯 하다. 크기도 작은데다 풀레인지의 이 스피커에서 어찌 이런 소리가 나는지. 





그리고 사두고는 턴테이블 문제로 듣지도 못했던 Bill Evans Trio의 "Waltz for Debby"를 드디어 올려본다. 180g중량반으로 새롭게 리마스터링되서 발매된 판으로 기존에 듣던 음원보다 해상도나 공간감이 좋아진 느낌이다. 





교체과정은 안찍어두고 너저분한 작업 후의 장면. 마침 -자 드라이버가 작은게 없어서 애먹었는데 빅토리녹스의 저 작은 멀티툴이 나름 큰 역할을 해줬다. 맥가이버가 왜 쟤를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 가지고 다니다 보면 요긴하게 쓰일데가 많다.





10만원대 카트리지도 이만하면 들을만 한데 수십만원짜리 카트리지에선 어떤 소리가 나오는걸까. 안들어보는게 행복의 지름길이라...



2014.03.07 포항






BOSE WAVE MUSIC SYSTEM



남자가 발들이지 말아야 할 취미로 흔히 언급되는 것들이 있으니 자동차, 시계, 카메라, 오디오가 그 것들인데 사람에 따라 손꼽는 것들이 다르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위 네 가지는 빠지지 않는 분야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자동차, 시계는 관심이 많다고 해서 펑펑 사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바로바로 지름을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분야고 카메라는 이미 충분(?)하기에 오디오만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모르는 것이 약!' 이란 생각으로 자제, 또 자제하며 교보문고에서도 오디오 입문서를 펼쳐보다 황급히 덮어버리고 돌아서기도 했을 만큼 위험하게 여겨온 오디오였다만 결국은 이 녀석을 들이고 말았다. 물론 언젠간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기에 마음의 준비는 충분했다. 이미 이어폰으로 한번 겪었던 분야가 아닌가..;;


모든 지름이 그러하듯 이번 지름에 이르기까지에도 많은 후보들이 있었다. 기본적인 조건으로는 집에서 간편하게 들을 것이기에 간단한 올인원 시스템이어야 했고 AUX가 아닌 충전 기능을 겸한 아이팟 도킹이 필수적이었다. 제일 먼저 마음이 갔던 GENEVA의 MODEL M+CD. 디자인이 일단 아름답고 아이팟 도킹과 CD, 라디오가 가능했고 명동 원형사운드에서 청음 결과 소리도 맘에 들었다만 가격이 무려 160만원대. 일단 패스. 그 다음은 B+W의 제플린 에어. 모델명처럼 비행선을 연상시키는 유선형의 멋진 디자인과 에어 플레이 기능등 아이팟과의 궁합도 좋고 사운드 역시 내 귀엔 제일 맘에 들었다. 다만 90여만원에 이르는 가격을 들여 지르기엔 CD를 들을 수 없다는 기능의 한정이 너무 아쉬었고 BOSE의 SoundDock 10도 같은 이유로 탈락. 이렇게 이거 빼고 저거 빼고 나니 남은 것이 결국 이 WAVE MUSIC SYSTEM이었다. 일단 CD와 라디오를 기본으로 아이팟 도크는 없지만 별매 사운드 링크 아답터를 통해 아이팟을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재생이 가능했다.




바로 이 것이 사운드 링크 아답터. 위 사진은 수신부로 PC의 USB단자에 사운드 링크 USB키를 꽂아두면 오디오와 PC가 연결되며 PC의 음악파일을 무선으로 재생시킬 수 있다. 매뉴얼상에는 아이팟 등 블루투스 기기와의 연결 설명은 없는데 매장에서 직원의 친절한 설명과 타 블로그의 검색 결과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이 부가적인 기능 때문에 동생이 산 아이팟 도크 대신 사운드 링크 아답터를 구입하게 된 것이었다.



 

아이팟의 블루투스 기능을 활성화 시키고 사운드 링크로 재생 중인 모습. 막귀로는 음질의 저하 따위를 느끼기 어렵다. 아무래도 아이팟 도킹 시스템들의 리모콘이 재생목록 선택등 아이팟의 컨트롤을 제한적으로 가능케 해주지만 아이팟 터치는 역시 손으로 만져야 될 물건이라 도킹이 아니라 이처럼 블루투스로 연결되니 손에 쥐고 자유자재로 듣고 싶은 곡을 고를 수 있다.



 

아이팟과 먼저 연결해 본 후 정상적인 방법인 노트북과 연결해 봤다. 노트북에 CD 리핑한 파일들을 가득넣어두고 이 처럼 사운드링크를 통해 듣는다면 아이팟 클래식 부럽지 않은 막강 용량의 쥬크박스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볼 때도 활용성이 무척 좋을 듯 하다. 이럴거면 굳이 JBL스피커에 혹해서 DELL의 XPS15를 살 필요가 있었던가...;





이것이 USB포트에 꽂는 사운드 링크 USB키. 별다른 소프트웨어도 없이 꽂으면 바로 인식되고 쉽게 링크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단점. 본체에는 아무런 버튼도 없어서 이 리모컨을 분실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 ㅎㅎ  덕분에 깔끔한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지만 버튼이 있다고 지저분한 것도 아닌데 너무 극단적인 방식이라 생각된다. 사운드 링크 아답터를 사면서 똑같은 리모컨이 하나 더 와서 잃어버려도 일단 여유는 있어 다행이다. 오디오의 기능이 워낙 단촐해 리모컨도 역시 단촐하다. 이퀄라이저 설정도 불가능해 기능은 정말로 간단하다.


보스 웨이브 뮤직 시스템은 사실 몇 주전에 동생이 먼저 덜컥 질렀던 물건인데 입에 침이 마르도록 호평을 아끼지 않은 동생의 평가에 비해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베이스 위주로 치우친 듯한 둥둥거림이 답답했고 음분리도나 해상도도 아쉬워서 나는 다른 제품으로 사야겠단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불과 2-3주 후 나는 다시 보스 매장을 들렀고(들르면 안될 것 같긴 했다) 청음실에서 볼륨을 상당히 끌어올리고 들어보니 그야말로 내가 들었던 그 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의 강력함이 느껴졌다는거;; 후보였던 사운드독 보다 집에서 듣기엔 웨이브뮤직시스템의 음색이 더욱 안정적으로 따스하게 느껴졌고 같이 들어본 와이프도 이 녀석의 소리가 더 맘에 든다고 했다. 결국은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원래는 안방에 두고 싶었지만 잘 때 말고 들을 수 없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좁은 안방에서는 볼륨을 높이기가 더욱 어려워 거실에 두기로 결정. 매뉴얼에 나온대로 후면으로부터 50cm이상의 여유공간을 확보하고 음의 바운스 효과를 위해 거실 구석 모서리에서 집 안쪽으로 소리를 뽑아내도록 위치를 선정했다. 지금도 서재에서 방문만 열어뒀는데도 거실에 틀어둔 라디오 소리가 훌륭하게 들리니 새삼 놀랍다. 집안 구석구석에 소리가 정말 잘 퍼져나가는 듯. 훌륭하다.


언젠가는 오디오를 하나 지를 줄은 알았다만 어쨌든 이렇게 덜컥 지르게 됐다. 안듣던 CD도 다시 듣게 되고 TV를 안켜게 되니 책을 보거나 하는 등 다른 일을 할 시간도 늘었다. ㅎㅎ  요 근래 스트레스 좀 받아가며 죽어나가고 있던 남편 기분 전환을 위해 덜컥 사주신 우리 와이프에게 감사를~~♥


 


201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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