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5 경주

오전이었음에도 해가 너무 뜨거웠지만 간만의 연꽃 촬영이었다. 연꽃 촬영이라는게 왠만한 독창적인 시각을 가지지 않고서는 그 밥에 그 나물. 별 다를거 없는 사진들 찍어오기 딱 좋지만 일요일 오전 바람이나 쐴 겸 다녀오기는 그만이다. AF180mm2.8ED는 정말 오랜만에 쓴 듯. 활용빈도가 무척이나 떨어지는 망원렌즈지만 간혹 있는 이런 경우에는 참 유용하다. ㅎ

해바라기 축제장에서 나와 매봉산 산길을 따라 오르면 고랭지 배추밭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정상부에는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굽이굽이 배추밭 사이길을 따라 오르던 중에 약간의 갓길(?)이 있어 차를 세우고 내리자 후덥지근한 한여름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높긴 높은가 보다.





매봉산 풍력단지. 사실 풍력단지의 경관만을 놓고 보자면 동해바다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영덕의 그것이 더 멋지지 않나 싶다.





뭐 나도 마찬가지지만 해질 무렵인데도 이렇게 많은 차들이 찾아왔다. 어릴적부터 여행이라면 정말 많이 다녀온 나지만 요즘은 다들 차도 있고 인터넷도 발달하고 좋은 곳이란 곳은 다들 찾아다니니 어딜가도 사람들이 없는 곳은 없다. 나라가 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제 여가와 레저 문화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던 고랭지 배추밭. 우리나라 배추가 다 여기 있는 것만 같았다. 예전에 산 하나가 전부 차 밭이라는 중국의 사진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여기도 그에 못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탁 트인 공간에서 약간은 추울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 곳에서의 시간은 여유로웠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긴 휴가 기간 중 이틀을 활용하여 태백만을 다녀왔는데 사진으로 보니 당시에 느꼈던 것 보단 괜찮아 보이니 다행이다. 후덥지근한 열대야가 이어지는 오늘밤도 저 곳에서의 바람이 그리워진다;

2010.08.05 태백























2010.08.05 태백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이라기에 찾은 추전역.

해발 855미터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태백의 해발고도가 높은 탓에 그리 높은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도로가 발달되면서 버스와 승용차의 폭발적인 증가로 여객 운송으로서의 철도의 기능은 이제 최소화되었고 작은 시골역들은 대부분 승객들 없이 조용하지만 추전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상징성으로 관광객들이 드문드문 찾아오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굽이굽이 철길의 모습. 73년 태백선이 개통되면서 영업을 시작했다는 추전역. 험준한 강원도를 가로지르는 이 구간은 5.16 이후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장정들을 대상으로 군복무에 준하여 조직된 국토건설단원들이 동원되어 건설하였다고 되어 있다. 오늘날이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엔 뭐 시대가 시대인지라 부르면 갈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말이 국토건설단이지 조선시대 백성들이 노역에 불려가는거나 뭐 다를바가 있었을까 싶고 군대가 아니다 뿐이지 공병대 처럼 일했을 것 같다.

실제 건설단원들은 신분상 현역병에 준하여 취급되었고 사고시 군법에 의거해 처리되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폭압적인 정책이었다 생각되지만 당시에도 무리가 따랐던지 군대식의 강압적 조직과 규율은 단원들로 부터 잦은 반발과 저항을 샀고 부족한 장비와 무리한 공사 강행으로 인한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나 결국 1년 만에 해체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개발 시대에는 공병대들 역시 국토 개발에 많이 동원되었는데 따로 돈이 들지 않는 공병대는 민간 업체에서 맡기를 꺼리는 위험한 구간의 공사를 맡을 일이 많았을 것이고 그만큼 사고도 따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부 고속도로 역시 공병대가 작전을 수행했고 울진 불영계곡을 통과하는 도로 변에도 공병대 순직장병 위령비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역사속에서 저마다 맡게될 역할은 인간의 의지로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가지고 온 렌즈 중 그나마 망원인 85미리를 끼우고 이리저리 휘둘러 본다만 이미 작업 반장 쯤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자꾸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기차역, 특히 이런 작은 시골역은 사진 찍는 사람이라면 소재로 삼아보고 싶을 매력적인 소재이지만 정식으로 사진을 찍기는 그리 쉽지 않다.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경춘선의 강촌역이나 가평역 같은 곳에서는 사진을 찍어대도 신경쓰지 않지만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이런 한적한 역에서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거리다가는 금방 눈에 띄고 십중팔구 몇 컷 찍어보지도 못하고 제지당하게 된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다가와서는 국가 중요 시설이라 관할 상부역의 정식 허가를 득해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며 촬영을 금지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말도 안되는 규정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헷갈리게 한다.

88올림픽 전만 해도 남산 타워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 있었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땐 그랬다. 경복궁 뒷편의 청와대도 내려다볼 수 있는 등 보안상으로 문제가 있다는게 이유였다. -_-;;  지금 군사 시설도 아닌 이딴 철길 하나 찍는데 내가 어딘지도 모르는 추전역의 관할역에 가서 허가를 득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냔 말이다.

어쨌든 자꾸 눈치를 주기에 대충 몇 장 찍고 말았다. 소탈하게 웃으며 역을 안내해주며 역에 얽힌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푸근하고 인상좋고 인심좋은 시골역장님은 '6시 내고향'에서만 볼 수 있나 보다. 물론 일하고 있는데 카메라 들고 나타나 이것저것 찍어대는 관광객이 짜증스러울 것이라 충분히 이해는 한다.





한 켠에 전시된 광차(鑛車 : Mine Tube). 광산에서 채굴한 석탄 등을 운반하는데 쓰였던 것이다. 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라고 얘기하지만 석탄과 시멘트는 풍부했던 것만 해도 천만 다행이리라.





추전역에서 바라본 매봉산 풍력단지. 해질 무렵에 올라갈 예정이다.





굉음을 내며 지나는 기차 한 대. 석탄 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예전만은 아니겠지만 여전히 뭔가를 실은 기차들은 잠깐 머무는 동안에도 2대나 지나갔다.





추전역에 오니 문득 ROTC 1년차 시절 TMO를 타고 강원도로 향하던 때가 떠오른다. 4주간의 하계 훈련 중 3주차를 마치고 마지막 주에 있을 전방실습으로 양양의 000여단으로 가게 되어 청량리 역에서 승차해 강릉역까지 갔었으니 이 추전역도 분명히 지났으리라. 군복을 입고 불편한 전투화를 신은 상태였지만 차창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강원도 산골의 풍경은 훈련 중이라는 생각마저 잊게 해주었다. 훈련을 마치고 퇴소하면 사진 찍으러 반드시 다시 오겠다는 생각만 계속 했었다.

그 때의 감정이 떠올라 이번에 들렀던 추전역. 역시 청량리에서 출발해 여기저기 다 정차하며 느려터지게 한참을 가던 무궁화호를 타고 온 것이 아니어서인지 그 때의 호젓한 감정을 다시 느끼긴 무리였다. 없는 돈을 쪼개어 필름을 사고 기차표는 입석으로 끊어 메뚜기를 하다 그것도 귀찮아 지면 아예 연결통로에 쪼그려 앉아 잠을 자며 태백으로 향했던 대학생 시절. 역시 여행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것 같다.


2010.08.05 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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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5 영덕


전형적인 풍경사진을 찍으러 갈 때마다 늘 그렇지만 별 기대도 않고 바람이나 쐬자는 취지로 나섰고 역시나 특별할 것 없는 사진들을 건져왔다. 그래도 일주일 동안 학수고대하던 늦잠까지 포기하며 새벽부터 설쳐야 하는 일요일 아침 출사는 쏜살같이 지나가는 주말을 그나마 알뜰하게 보내게 해준다.









2010.01.02 순천

2001년에 처음 찾았던 순천만을 거의 10년만에 다시 찾았다. 그 사이 순천만에는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엄청난 인파가 찾고 있는 생태 관광지로 변했는데 2001년 5월의 그 날만 해도 갈대밭을 어슬렁거리며 사진찍던 사람은 우리 식구밖에 없었는데 대단한 일이다. 그나저나 하늘이 도와주지 않아 일몰은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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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1 서울 강남역

오랜만에 만난 형석군 :)



2009.12.11  서울 이문동

D700 첫 컷!


자우림 전국투어 콘서트 "MIDNIGHT EXPRESS"
2008.12.20 19:00 EXCO 컨벤션홀 5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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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가면 보러 가려던 자우림 콘서트를 7집까지 나온 이제야 다녀왔다.
멤버들의 말대로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된 팬들을 보니 거의 30대;;  하긴 1집이 나왔던 97년이 내가 고1이었으니 그럴만도..감회가 새롭다. 사실 자우림의 라이브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되는 '윤도현의 러브레터' 녹화할 때였다. 그때도 놀랐었지만 역시나 김윤아의 가창력은 쵝오; 더군다나 결혼하고 애기까지 낳고도 더 이뻐지니 ㄷㄷ

혹시나 해서 가져간 D60은 그런대로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줬다. 애초에 AF180mm2.8ED를 들고 갔음 좋았을 뻔 했다만 프레스석이 아닌 관람석에서 이정도면 양호하지 뭐.
2008. 07.  포항

요근래 주말 중 날씨가 양호했던 7월의 마지막 일요일. 가족들과 남산에서 간단히 트래킹을 즐기고 돌아와 바로 카메라를 챙겨들고 모교인 포항체절중학교로 향했다. 스포츠토토 후원 전국 유소년야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기간이었고 그 다음주엔 남해안 일대를 3일간 둘러보고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라 시간은 이 날 하루 뿐이었다.

한동안 바깥 바람을 쐬지 못한 AF85mm1.8과 AF180mm2.8ED를 챙겨들고 운동장에 도착하니 광주 화정초등학교와 순천 남산초등학교의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아마 야구는 7회까지로 알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야구는 한 이닝이 더 짧은지 나름의 전광판(?)에는 6회까지만 표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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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 중인 광주 화정초등학교의 투수. 조금은 자신 없는 투구로 감독의 질책을 받고 마운드를 내려오긴 했지만 수차례 위기를 넘기며 순천 남산초등학교의 타선을 중반까지 무실점으로 묶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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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에서 몸을 푸는 화정초등학교의 투수. 직구를 던지기 위한 그립을 한 채 투구판을 밟고 와인드업하는 모습에서 어린 나이답지 않은 비장한 표정과 진지함이 인상적이었다. 이 녀석은 첫 번째 사진의 투수에 이어 등판해 경기 종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체격 조건도 좋아보였고 또래의 초등학교 선수들이 쉽사리 배트를 갖다대기 어려운 묵직한 직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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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락 아웃! 자기 스윙을 하지 못하고 엉거주춤 당하고만 남산초등학교 타자. 시종일관 화정초등학교의 마운드에 눌린 남산초등학교는 수비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플레이로 주지 않아도 될 실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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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의 사인을 주시하고 있는 화정초등학교 포수. 마스크를 썼지만 어린 나이 답지 않은 예리한 눈빛이 인상적. 투수를 리드하고 수비 라인을 조율할 수 있어야하는 포수라는 직책에 어울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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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은 엄마가 보살펴줘야하는 어린이 :)   무실점으로 한 이닝을 마치고 들어와 마스크와 보호구를 벗으며 타격 준비하는 아들의 땀을 닦아주는 엄마는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겠지만 학원 스포츠계에서 만연한 뒷돈 문화 등을 떠올리면 이 부모의 고생길도 훤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음은 슬픈 현실이 아닐까. 상위 학교 진학 혹은 프로 입단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오는 여러 병폐를 막으려면 결국 클럽 스포츠의 형태로 변화되어야 할텐데 그것도 말처럼 한 순간에 쉬이 바뀌기는 어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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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도 할 건 다 한다. 다음 타순의 타자는 대기 타석에서 상대 투수의 투구 동작에 호흡을 맞추며 배팅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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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시타가 터지고 1루 주자는 2루로 내달린다. 조금 의아했던 것은 생각보다 안타나 득점이 이뤄져도 선수들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화이팅이나 패기보다는 군기가 바짝든 그런 딱딱한 모습은 보기에 다소 안쓰러워 보이기 조차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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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죽한 전라도 사투리로 열심히 진두지휘 중인 화정초등학교 감독님. 더위 때문인지 흥분한 탓인지 얼굴까지 시뻘개져가며 수비위치부터 투수의 볼배합까지 큰 소리로 지시하고 있었다. 사실 감독님의 표정과 흥분도를 봐서는 지고 있는 팀의 감독으로 보였지만 투수들의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 상대 실책을 이용하는 효율적인 주루 플레이로 이 날 화정초등학교는 남산초등학교에게 영봉패를 안겨주며 완승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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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의 공이 날아들기 직전의 순간. 한 점도 못내고 영봉패를 당했지만 순천 남산초등학교의 선수들은 벤치에서도 쉴새없이 화이팅을 외치며 최선을 다했다. 사진으로 보니 두 학교의 유니폼이 아마 선수단임을 감안하면 참 세련된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봉황기나 청룡기 중계를 간혹 보면 정말 너무하다 싶은 유니폼들도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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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야구 특유의 맞으면 '땡강~'하는 소리가 나는 알루미늄 배트들. 야구 경기를 보는 내내 만화 '까치'가 생각났다. ㅎㅎ


중학교 때 우리 학교 야구부가 결승에 진출해서 영남대학교 운동장까지 가서 응원했던 이후 아마 야구를 직접 지켜 본 것은 처음이지 않나 싶었다. 애(?)들 답게 어이없는 실수도 하고 귀여운 플레이도 하길 기대하고 찾아간 자리였지만 생각보다 실력도 뛰어나고 너무 진지해서 원하던 컨셉의 사진을 얻지는 못한 것 같다. 이 날 만난 아이들 중 10년 뒤 이름을 휘날릴 친구가 나타날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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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02  일본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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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  베트남 호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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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름대로는 인생의 숙원목표 중 하나였다. 바이칼호에 가보는 것.
아무래도 북방계 몽골로이드의 유전인자가 흐르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가보고 싶었던 그 곳에서
 그에 걸맞는 장엄한 사진을 담아내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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