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0 포항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계절마다 달리 피는 꽃이나 풍경들을 구경하고 제철을 맞은 음식들을 맛보러 돌아다니려 해도 여간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구석구석 다 다녀보기란 쉽지가 않다. 좁은 국토임에도 오밀조밀한 지형과 삼면의 바다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환경 속에서 볼 것, 먹을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가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생선이 바로 전어가 아닐까 한다. 전어는 남해안 전어를 으뜸으로 치지만 굳이 남해까지 내려가서 먹을 여유는 쉽게 나지 않아 동네 횟집에서 전어회를 좀 떠와서 맛이나 보며 가을을 느꼈다.

전어는 회로 쳐서 먹거나 소금을 뿌려 구이로 해먹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전어 굽는 냄새는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표현이 꼭 따라붙을 정도로 유명하다. 하기 좋은 말로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라는 표현을 방송에서부터 너도 나도 쓰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될 것을 나는 또 괜한 생각이 든다는 거;;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오는 전어 굽는 냄새란 표현에서 짚어볼 것이 있다면 며느리가 왜 집을 나갔는지에 대한 연민과 동정은 전혀 없다는 점이 아닐까. 남편이 주정뱅이에다 폭력을 일삼았는지 시어머니의 등쌀이 극심했는지 찢어진 가난에 생계를 꾸릴 형편이 안되었는지 남편이 세상을 떠났지만 이미 언약된 혼사 때문에 청상과부가 되었는지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유불문하고 집나간 며느리는 죄인이다. 그런 죄인이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올 정도이니 이 전어 굽는 냄새가 얼마나 좋으냐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죄는 망각하고 전어 굽는 냄새에 그저 이끌려 맞아죽을지도 모르는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에는 은연중에 여자란 참을성 없고 단순한 존재란 인식이 깔려있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냥 그렇다고 -_-;; 


가을 전어 한번 먹으면서 쓸데 없는 생각이 많았다.


올 해 전어 잡이가 시원찮아서 전어값이 예년에 비해 비싸다지만 그래도 한번 정도는 먹어봐야 가을을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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