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3. 회사에서



몇 년은 쓸 줄 알았던 필름이 슬슬 바닥을 보이자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한참 열심히 찍던 시절에 비하면 많은 것도 아니지만, 한 달에 10롤 정도를 찍어대니 넉넉할 줄 알았던 수십롤의 비축 물자도 얼마 버티질 못했다. 이렇게 많이 찍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필름을 다시 쓰기 시작하니 디지털에는 손이 가질 않는다.



지인과 함께 면세 한도를 꽉꽉 채워 주문한 필름은 2주일 하고도 며칠이 더 걸려 뉴욕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회사로 날아왔다. 박스 겉면에 무슨 이유인지 받는이의 이름이 빠져 있었는데도 내용물이 적힌 스티커에서 'Kodak Potra 160'이라고 적힌 것을 본 여직원이 알아서 가져다 준다.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것과 반비례하여 마음은 넉넉해졌다. 이제 또 몇 개월을 버틸 수 있겠다는 안도와 그보다 더 큰 설레임. 포장도 뜯지 않은 새 필름임에도 벌써부터 저 필름에 남길 추억과 이미지에 들뜨는 가을날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