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1. 티베트 라사












2011.08.02 티베트

차를 타고 지나던 중 말타기 경기가 벌어지고 있던 한 마을을 운좋게 만나게 되었다. 험준한 산세를 먼저 떠올리기 쉬운 곳이 티벳이지만 사실 티벳은 서쪽에서 중원을 압박하던 강력한 기마군단을 보유한 나라였다. 이들의 말타기를 보니 그 시절의 유전자가 아직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011.08.02 티베트



유채꽃이 만발하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장이라도 보고 온 듯한 아빠가 돌아오자 카메라를 신기해하며 만지작거리던 두 꼬마는 달려가버렸다.

남쵸가 내려다 보이는 고갯마루. 어김없이 타르쵸가 휘날리고 있다. 해발 4천미터가 넘다보니 바람이 장난아니었다.




티벳의 3대 성호 중의 하나라는 남쵸호수. 바다와도 같은 호수지만 2007년에 바이칼을 보고 와서인지 큰 감흥은 아쉽게도 없었다. 관광코스로 이렇게 짧게 구경하고 돌아가서는 괜찮은 사진을 얻기 어렵다.




야크를 타보길 자꾸만 권하는 현지인. 수많은 관광객들이 야크를 타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남쵸호수 보다는 주변의 사원들과 타르쵸들, 그리고 바위들이 어우러진 풍경에 더 눈이 갔다.




거대한 호수를 바라보며 마니차를 돌리며 천천히 걷고 사진찍는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색색의 타르쵸.



마니차를 돌리며 걷는 사람




그리고 관광객들에게서 돈을 받고 사진을 찍혀주는 티벳인들. 10위안 쥐어주고 몇 컷 찍긴 했다만 안타깝다.




여기도 찍을 때는 몰랐는데 야크 고기를 팔러 나왔다기 보다는 야크를 해체하는 모습을 신기해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는 것이 주목적인 티벳인들이었다.












사실 이 척박한 땅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유목말고는 크게 없다.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만나게 되는 티벳인들은 아직도 남루한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경제적 풍요로움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어쨌거나 '같은 나라 사람'인 한족들의 모습을 보는 티벳인들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어린애들은 푼 돈이 생기면 이렇게 야외 당구대에서 당구를 치며 논다.




남쵸호수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 유료 화장실을 운영하며 돈 받던 티벳 청년에게서 얻어 마신 수유차. 비리거나 느끼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베지밀 같은 맛이라고 해야 하나 무척 고소했다. 찬 바람 맞으며 좀 떨었던 차에 일행들과 나눠 다 마셔버렸다.


2011.08.02 남쵸호수



2011.08.03 쿰붐사원

티베트 장체의 쿰붐사원에서 만난 스님. 처음 본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어디선가 만났던 것 처럼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생에 한 번이라도 만났던 인연이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면서 사진 한 컷을 부탁드렸다.


2011.08.02


2011.08.03

돈 없다고 몇해전 팔아먹은 베이3 PL필터가 무척이나 간절했던 곳. 힘들게 구했던 건데 역시 팔지 말았어야했다;;


2011.08.02 티베트

남쵸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고개에 있던 타르쵸. 해발 4700m였나? 엄청난 바람과 추위 속에 대충 몇 컷만 찍고 차에 올랐다.

옛부터 티벳에서 주식이나 다를 것 없었던 야크 버터. 사진으로 보니 노란 색감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다. 호기심에 조금 사고 싶었지만 막상 사도 다 먹지도 못할 것 같아 구경만 하고 있으니 칼로 조금 베어서 맛보라고 건네주길래 받아 먹어보았다. 엄청 비리거나 느끼할거란 예상과 달리 의외로 꽤나 먹을만했다. 티벳 여행 동안 입에 도저히 맞지 않는 중국 음식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던 중이라 식빵에 이거만 발라 먹으며 버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밑에는 덩어리 차들도 팔고 있었다. 뜨거운 물에 이 차와 야크 버터를 넣고 잘 저어서 만든 수유차를 티벳 사람들은 엄청 즐기는데 그에 따라 차 소비량도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사실 척박한 티벳에서는 비타민을 섭취하기가 어려웠던지라 차는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는 필수 식품이기도 했다. 티벳 사람들에겐 기호 식품이 아닌 생명을 위한 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차였는데 이 점을 이용해 중국은 티벳을 효과적으로 길들일 수도 있었다. 중국의 국력이 강해질 수록 티벳은 더 많은 말(馬)을 갖다주고서야 차와 바꿀 수 있었고 이는 기마전력의 약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도 티벳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를 소비하는 곳 중 하나이다. 윈난에서 출발한 마방들이 설산을 넘고 협곡을 건너 차를 운반하는 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는 정말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이제는 예전의 마방들도 대부분 사라지고 도로 사정이 좋아고 교통이 편해지면서 쓰촨성의 차들이 훨씬 저렴한 가격에 들어와 티벳에서 팔린다고 한다. 사실 예전에도 윈난성의 푸얼차 중에서 제일 하급이 대량으로 티벳에 공급되었다고 하니 티벳 사람들은 품질보다 싸고 양 많은 차를 최고로 치는지도 모르겠다.



2011.08.01 라사









2011.08.01 라사




포탈라궁 광장..
 
포장된 광장은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고 넓은 도로 위로는 자동차들이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가서지 못하는 아스팔트 도로는 포탈라궁을 막아선 해자와 다름없다. 빌딩과 로타리에 둘러싸여 외롭게 서있던 우리 숭례문도 그렇지만 위풍당당하리라 예상했던 포탈라궁은 의외로 안스러웠다.




오전에 약간은 흐렸던 날씨가 갑자기 개이는 것이 다행스러웠지만 포탈라궁의 웅장한 모습을 담기에 마땅한 앵글을 잡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이 흉측스런 건축물 때문인데. 중국의 티베트 침공 60주년을 서장평화해방 60주년이라 부르며 성대한 축제를 했던 흔적이다. 이제 막 해체되는 중으로 보였는데 저 흉물 때문에 포탈라궁을 시원하게 찍기가 무척 어려웠다. 잘 찍어봐야 달력 사진이었겠지만 그래도 저런 것 때문에 방해를 받다니 기분이 좋지 않다.




포탈라궁 앞은 물론 라사 곳곳에는 아예 소총을 든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지만 언제든지 2008년과 같은 소요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포탈라궁을 마주한 곳에는 이처럼 뾰족한 탑이 하늘로 치솟아있고 공안들이 부동자세로 경비를 서고 있다. 광화문을 부수고 경복궁을 가로 막아섰던 조선총독부와 다를게 뭐냐.




어쨌거나 포탈라궁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하루 출입 인원에 통제가 있음에도 입장하기까지 꽤나 줄이 길었고 시끄러운 듕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여야 했다. 티베트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인기있는 관광지라는데 원체 변방인데다 교통도 불편해 적잖은 비용이 들어 티베트에 오는 관광객들은 중국에서도 꽤 잘사는 층이라고 한다. 티베트를 관광하는 그들의 기분이 나는 몹시도 궁금했다.




멀리서 봤을 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궁으로 들어오니 그 규모에 더욱 압도된다. 그렇잖아도 기본 해발고도가 3천미터가 넘는 라사인데 이 많은 계단을 오르자니 절로 숨이 가빠온다. 남들처럼 손가방하나에 똑딱이 디카 하나만 달랑달랑 들고가도 힘들 판에 목에 건 롤라이플렉스는 흔들거리며 휘청이고 어깨의 카메라 가방은 끈은 살점을 파고 드는 것 같다;

그나저나 이 엄청난 건물을 17세기에 지었다니 17세기에 우리나라는? 이라는 생각이 솔직히 들지 않을 수가 없다. 17세기면 임진왜란의 충격에서 간신히 벗어나려던 차에 또 정신 못차리고 여진족들한테 짓밟히며 국력이 바닥을 치던 때가 아닌가. 임진왜란 때 왜적도 아닌 열받은 백성들한테 불탄 경복궁도 복원하지 못하고 있던 조선에 비해 이런 웅장한 건물을 지어낸 티베트는 과연 어떠했던걸까.




티베트에서 대부분의 사원을 비롯한 유적 내부에서의 촬영은 금지되어있었다. 뭐 우리나라 사찰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두 번 다시 못올지도 모르는 곳에서 맞딱드린 촬영 금지는 정말 야속하긴 하다. 여기까지는 별다른 말이 없었기에 찍었다만 이후로는 눈으로 보고 마음 속에 담아올 수 밖에 없었다.




포탈라궁에서 내려단 본 라사 시내 전경. 티베트인들이 우러러 올려보던 포탈라궁에 더이상 달라이 라마는 살지 않는다. 대신 이제 그 들의 나라가 된 중국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이 되어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숨을 헐떡이며 계단을 오르내리고 사진을 찍고 웃고 떠드는 곳이 되버렸을 뿐이다.


2011.08.01 라사





































2011.08.01 라사





2011.07.31 라사 노블링카 궁전

문을 드나들 때 마다 복을 기원하며 만지고 지나간다기에 열심히 만져보고 다녔었다. 다른 것 보다 원색의 화려한 발색이 좋아서 여러 곳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봤는데 라사에서의 첫 날에 들른 노블링카 궁전에서 찍은 것들이 제일 맘에 든다. 첫 날이라 뭐든 신기해서 좀 더 관심있게 보고 성의있게 찍어서인가.

비행기 시간 때문에 청두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설쳐대며 라사 공고르 공항까지 날아왔다. 호텔 조식도 못챙겨먹고 나온지라 기내식을 기대했건만 아무 것도 들지 않고 심지어 간도 되지 않은 허연 죽이 달랑 나와서 황당하게 했던 AIR CHINA~ 무사히 날아와준 것에 감사하다;




공항의 벽면에 그림만 봐도 드디어 티벳에 왔다는 것이 실감난다.




누구 귀하신 분 마중할 일이 있었는지 전통복장을 입고 공항에 나와있던 처자들. 노란 옷 입은 애는 티벳인이 맞을 거 같은데 빨간 옷 입은 애는 漢族일 것 같다.




티벳에 도착했다는 들뜬 기분에 찬 물을 끼얹는 듯한 '서장평화해방60주년' 깃발들~ 
중국에선 티벳을 서장이라고 부르며 1951년의 침공을 신분제도에서 신음하는 티벳인들을 해방시키고 영국 제국주의 침략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티벳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쨌든 그러고 보니 올해가 60주년이다. 잠시나마 잊고 있던 티벳의 현실을 공항 도착과 함께 저 깃발들이 확실히 상기시켜줬다.




그리고 왁자지껄 시끄러운 듕국인들로 혼잡스런 수하물 찾는 곳. 우리를 비롯한 외국인들은 약간은 짜증스런 표정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가 듕국인들 빠지고 나면 덩그라니 남아있는 몇 안되는 짐 중에서 자기 것을 찾아갔다.




한국에서 티벳 지역 일기예보를 확인했을 때 계속 비가 올 예정이라고는 했지만 늘 그렇듯 예보가 빗나가길 바랬는데 어째 이번엔 딱 맞아버렸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공항에서 앞으로의 일정에서 날씨가 계속해서 이 모양이면 어쩌나 걱정했던 라사에서의 첫 날. 구름이랑 비 보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곳인데 귀한 풍경 구경하는구나;

2011.07.31 라사


해도 뜨지 않은 꼭두새벽에 인천공항에 도착. 보딩까지는 아직도 한참 남았고 잠을 제대로 못잔 피로함이 밀려온다.




지루한 사람들은 담배도 피우고..




두 다리 쭉 뻗고 스마트폰과 놀기도 하고..




이번 티벳 여행을 함께할 녀석들. 현재와 현재 친구들인 은국, 강남, 자준. 다 동생 친구들에 내가 꼽사리가 된 격이지만 사실 티벳은 내가 몇년째 노래를 부르던 곳. ㅎㅎ  이번 여행은 2007년 몽골-바이칼 여행 때 함께한 여행사 사장님이 아직 우리를 기억하는 덕에 촬영에 보다 유리한 일정으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다들 사진이 취미인 녀석들이라 적격이다.




오늘이 가장 출국자가 많다고 했던가. 어느 게이트나 줄이 장난이 아니다. 올해도 여행수지 적자에 기여하는구나.




Take off ~~

항공편 사정상 티벳에 앞서 첫날은 상해로~ 


2011.07.30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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