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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5  일본 후쿠오카


요번 일본행에서의 칼라사진은 후지의 대표적인 정색재현용 포지티브 Provia와 Contax T3가 맡았다.
사실 이 조합은 나로선 약간의 도박이었다. 일단 후지 프로비아는 나와 궁합이 안맞는 편이었다. 이상하게 정색재현용이란 이미지 때문인지 프로비아로 찍은 사진들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고 어차피 슬라이드라면 화려하게 가자는 생각으로 벨비아나 E100VS같은 Vivid계열만을 선택했었다. 더군다나 아무리 고급 P&S이라고 해도 어쨌든 똑딱이인 T3에 관용도 좁은 슬라이드를 넣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이번의 그 시도는 아주 성공적. 의외로 프로비아와 T3의 눈 Carl Zeiss
35mm 2.8 T* Sonnar의 궁합은 참 훌륭했다. 차분한 편인 프로비아와 짜이즈 특유의 쨍함이 만나 적절한 수준의 톤과 색감을 만들어준 듯. 첫 번째 사진은 특히 나무 기둥의 질감이 참 기막히게 표현된 것 같다. 사진의 내용과 주제도 중요하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스캔빨잘 받고 색감이랑 톤이 맘에 든단 이유만으로 괜히 혼자 뿌듯뿌듯할 때도 있다.

노출계도 없는 수십년 된 카메라들을 쓸고 닦고 만지며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T3처럼 누르기만 하면 되는 똑똑한 녀석도 귀엽긴 하다. 앞으로 종종 슬라이드 물려줄 생각  :)


※ 사진들은 후쿠오카의 첫 날 열심히 삽질하며 돌아다니다 만난 아담한 작은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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