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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3  하동


3월에 월차신공으로 평일에 조용히 다녀왔던 섬진강.

하동을 빠져나와 남해안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달리던 중 보이는 간판 '최참판댁'
적어도 운치있는 고택과 최참판이 하동 마을 주민들에게 베풀었던 넉넉한 마음씀씀이 등의 훈훈한 일화를 떠올리며 핸들을 꺾었던 나의 기대를 무참히 깨준 곳이었다. 드라마 '토지' 세트장이었다는 민속촌 비스무리한 초가집들과 각진 목재로 새로 깨끗이 만들어진 최참판댁과 이런 것들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받는 어이없는 상황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야했다. 더군다나 수많은 관광버스에서 쏟아져 나온 단체 관광객들의 왁자지껄함에 질려버렸음은 물론이다. 박경리의 '토지'를 읽고 소설의 감흥을 느끼고자 찾은 애독자는 있기나 했을까.

어쨌든 괜히 왔다라는 생각을 되뇌이며 세트장을 빠져나오며 만난 마을은 그나마 위안을 주는 모습이었다. 요즘 농촌 답게 빈 집이 드문드문 있었지만 섬진강변의 넓은 들을 끼고 있는 곡창의 마을답게 여유가 느껴지는 한적한 마을이었으며 돌담도 예전 그대로의 형태를 보존하고 있었다. 요즘은 이런 돌담을 보기도 어려워져 돌담도 보존해야할 향토 유적으로 분류될 정도이니 자연스럽게 남아있는 이런 골목길을 만나게 된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었다.

골목을 돌아다니며 TMX가 들어있는 Nikon FM과 내가 제일 좋아했던 렌즈 ai-s 28mm2.8로 몇 컷을 담았다. 어딜가나 골목길은 셔터를 누르게하는 묘한 매력이 가득한 공간이다. 괜찮다 싶은 곳에선 누군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재빨리 셔터를 누르곤 하지만 뭐 사실 딱히 대단한 사진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정감이 느껴지는 골목길에 사람이 없다면 허전하다는 나름의 고정관념으로 해마다 이 같은 사진을 수십장 남기게 하는 듯 하다. 작고한 김기찬 작가는 골목길만을 평생동안 필름에 담았다고 하니 골목길의 매력은 사진가들에게 남다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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