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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2.04 서울

대학교 4년동안 내가 살던 하숙집.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2동 331-16호

지금이라도 저 문으로 들어가 계단으로 올라가 좁은 옆 복도를 따라 어둠컴컴한 하숙집 안으로 들어가야할 것만 같다. 내가 참 무뎌서인지 바퀴벌레가 냉장고 안에서도 출몰하고 2층임에도 햇볕이 거의 들지 않던 우울한 그 하숙집에서 별 다른 문제없이 4년을 살았다. 여기저기 어질러놓은 잡다한 물건들과 거의 365일 펴져있던 요와 이불, 컴퓨터 한대에 미니컴포넌트 하나 외에 티비도 없던 방이 뭐 그리 자랑이라고 친구들을 그리도 자주 데려와서 같이 라면 끓여 먹고 놀고 술도 한 잔 하고 잠도 자고 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어쨌거나 집을 제외하곤 가장 오랜기간 나의 거처가 되었던 저 곳. 참 많은 감정과 기억이 떠오르는 곳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부모님의 통제를 벗어나 처음으로 '맘대로 살수 있는 곳'이 되었던 곳. 누워서 천정을 바라보다 사방의 벽과 천정이 나를 향해 조여오는 착시현상을 느꼈을 만큼 외로웠던 곳. 졸업 후 가끔씩 학교 근처에 올 때 마다 이 곳을 들르면 가슴이 짠해져서 가보지 않으려해도 꼭 발 길이 가게 되는 곳. 들어가봐야 그 때 그 하숙집 아줌마도 없지만 말이다.

내가 졸업을 한두달 남겨뒀을 무렵 아줌마(사실 나이는 할머니였다)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한다고 했었고 나도 별 수 없이 방을 빼야했다. 짐을 싸서 집으로 보내고 계절학기를 포함한 4학년의 막판 한달 가량을 이 집 저 집 전전하며 보냈었다. 처음 밖으로 나와 마땅히 갈 곳이 떠오르지 않아 임시 기거할 곳으로 선택한 동아리 방 쇼파에 누웠을 때의 묘한 감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때 이사가신 이후 아줌마와는 연락해본 적이 없었고 뭐 굳이 연락해 볼 생각도 없었지만 이렇게 하숙집 앞에 서보니 아줌마 특유의 쨍쨍거리는 전라도 사투리가 떠오른다. 전라도 사람이라는 일반적 상식에 어긋나는 형편없는 음식 솜씨가 나를 실망시켰고 하루에 두 끼를 모두 라면으로 떼우기도 했었는데 그걸 본 아줌마는 '넌 밥보다 라면을 좋아한다잉~'그러며 아예 반찬은 안하고 밥만 해두고 라면만 쌓아두더라는; 어쨌든 요란했던 나의 하숙생활에 주인으로서 일체의 태클을 걸지 않아줬던 나름 고맙고 생각나는 분이긴 하다. 약간 덜 떨어졌던 나이 든 아들하고 어디선가 잘 살고 계시길 바래본다.

내가 느꼈던 타지 생활의 모든 감정들을 이젠 현재가 느끼며 버텨야하겠지. 출장차 상경하여 현재가 퇴근하길 기다리며 돌아다닌 이문동은 참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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