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마지막으로 석굴암을 찾은 것이 10년도 지난것 같다. 안개가 자욱한 길을 걸으며 마지막으로 찾았던 것이 언제였던가 떠올려봤지만 마땅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석굴암을 찾았을 땐 오늘처럼 이렇게 안개가 자욱하고 흐린날이었던 것만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저 위에 보이는 석굴암. 원래 석굴암에는 저런 목조건물로 된 전각이 없었다고 하지만 원형으로 되돌리긴 이미 어렵다. 폐허로 무너져가던 석굴암을 일제 시대에 보수하면서 당시로선 신소재였던 콘크리트를 쳐바르는 바람에 자연스런 통풍과 습도 조절 기능을 상실한 석굴암은 저 목조 전각으로도 모자라 유리벽 속에 갇힌채 첨단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동해안에 해가 뜨면서 석굴암 부처님의 얼굴에 빛이 드리워지는 황홀한 장면을 한번쯤은 볼 수 없을까.



 
문화재 안내판을 비롯한 곳곳의 무성의한 구조물들을 볼 때 마다 정말 한숨만 나온다. 설명문 앞의 저 번쩍이는 울타리는 왜 필요한걸까? 비단 저것뿐이 아니라 쓰레기통, 계단의 난간, 가로등까지 주변 환경과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구조물들을 볼 때 마다 안타깝기 그지 없다. 시각적 공해도 엄연한 공해다.




일제시대와 6-70년대 석굴암을 해체 보수하면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석조물들.. 우리가 보는 석굴암은 과연 원형 그대로의 모습일까.




차라리 영어로는 안적어뒀음 좋겠다. 부끄럽다 정말..




석굴암 내부는 촬영불가. 예전엔 신도증이 있어 관광객들은 들어가지 못하는 유리벽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둘러보고 손끝을 갖다 대보기도 했었는데 이젠 신도증이 있어도 출입을 금하고 있다. 유적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안타깝지만 기꺼이 이해는 하겠으나 유리에 막혀 정면밖에 볼 수 없단 점에서 석굴암의 예술적 조형미와 건축 기법의 전부를 느끼기엔 너무나 부족하다.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내부의 상세한 사진이나 과학적이고 예술적인 설계 구조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할 것 같다.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찾아왔었나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좁은 전각 안에서 유리 너머로 보이는 정면 일부만 보고서는 "이 돌부처 보려고 여기까지 올라온거야?" 라는 한심한 사람들도 있는데 외국인들은 얼마만큼 보고 얼마만큼 이해하고 감탄할 수 있을까. 석굴암에 대한 정보는 너무나 부족하다. 이미 수 많은 책과 다큐멘터리에서 다룬 내용이지만 일부러 그걸 찾아볼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기에 석굴암을 직접 찾은 현장에서 보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





2009.08.09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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