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릉원의 동쪽에 위치한 경주 쪽샘지구. 4∼6세기에 걸쳐 조성된 삼국시대 신라 왕족과 귀족들의 묘역으로 사적지구로 지정된 경주시 황오·황남·인왕동 일대에 해당하며, 총면적 38만 4,000㎡ 이다. 1960년대 이후 주택이 많이 들어서면서 고분의 훼손이 심해지자 2002년부터 문화재청과 경주시가 680억 원을 들여 일대 민가 359가구와 사유지 등을 매입하고 2007년 3월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쪽샘지구에 대한 발굴 조사는 근래 들어 최대의 규모라고 할 수 있는데 2009년 6월 현재 적석목곽분과 목곽묘·석곽묘 등의 고분 150여 기가 확인되었고 3,000여 점의 유물이 수습되었다고 한다. 사실 경주에 사는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것 중의 하나가 땅만 파면 뭐가 나온다는 것인데 천마총으로 유명한 대릉원 바로 옆인 쪽샘지구는 당연히 땅만 파면 뭔가가 쏟아질 것으로 대단한 기대를 모았던 곳이었으나 현재까지의 발굴 성과는 기대에 비해 다소 초라하다고 한다. (신라중장기병의 갑옷은 완벽한 세트로 출토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대부분의 집들이 헐리고 없지만 아직 남아있는 집들도 있다. 아직 보상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떠나지 않은 집인지 철거를 기다리는 집인지는 모른다. 사진을 찍다보면 이야기보다 이미지에 치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건물의 잘린 단면이 왜 그렇게 색다르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폐가에서 나왔던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더미들. 




대학교 시절 간혹 찾던 서울의 달동네 난곡에서도 봤던 붉은 스프레이로 휘갈긴 숫자들. 철거를 앞둔 집들이다. 문화재 발굴 때문에 정든 집을 떠나야 했던 주민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자기 집 공사하다가 땅 밑에서 유적이 나오면 그냥 파묻어 버렸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으니 그따위 문화재가 무슨 소용인지 싶은 사람들도 있었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경주의 한 주택가에서 발견된 문무왕릉비의 일부를 수돗가에서 빨래판으로 쓰던 것이 우연히 발견되었음에도 집주인은 포상금에 눈이 어두워 쉽게 내놓지를 않고 장장 9개월간이나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경찰까지 동원하여 강제로 박물관으로 옮겨지는 웃기지도 않는 일도 있었다.




역시 철거를 앞둔 집들. 전반적으로 AF20-35mm2.8D는 Nikkor렌즈의 일반적인 특성과 달리 다소 부드러운 콘트라스트와 색감을 보여주는 거 같다. 




경주의 다른 구시가지와 마찬가지로 단층 가옥들과 좁은 골목길이 이어졌던 이 곳은 이제 넓은 공터가 되어 버렸다. 고도제한 때때문에 높은 건물이 별로 없는 곳이긴 하지만 그나마도 건물이 없으니 하늘이 탁 트이며 경주는 참 평평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형산강을 제외하고 그렇게 큰 강을 끼고 있지는 경주는 인근의 건천, 안강, 흥해와 더불어 꽤나 들이 넓어 한 국가의 도읍으로 괜찮은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뜨거운 오후의 햇살을 양산으로 가리며 어디론가로 마실 나가시는 두 할머니. 쪽샘지구에 대한 발굴은 앞으로도 20년간 계속 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고대사의 조각들을 다시 찾을 수 있는 발굴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며..




2010.08.29 경주 쪽샘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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