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올라가도 힘든 계단을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는 분. 천지 주변에서는 뭔지 모를 작은 토목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힘든 노인들은 이렇게 가마를 타고 오르기도 하던데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해발 2700미터를 헥헥 거리며 오르다보니 나도 돈 내고 타고 싶은 생각도 없잖아 들었다.




오르다 힘들 때면 잠시 서서 뒤돌아보면 이처럼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지고..




하늘에 구름이 드문드문 끼었지만 천지를 볼 수 있을까하는 걱정에 자꾸만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1년에 천지를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는 얘기가 천지를 못봐도 원성을 덜 들으려는 가이드나 여행사의 얘기인 것 같은 의구심이 강하게 들지만 재수없게 내가 못보게 될까 하는 걱정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천지는 모습을 드러내 주었다. 기대했던 것 보다 크지 않아서 약간 실망한 것도 없잖아 있지만 힘든 계단을 올라 눈앞에 짠하고 나타난 천지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천지다!'하고 소리를 질렀으니.. 이상하게 짠해오는 벅찬 감동. 우리 땅인데도 중국을 통해 와야한다는 안타까움과 사실 천지를 신성시 여기는 것은 우리 민족 말고도 여진족을 비롯한 만주 일대의 많은 유목민족들이 그러했으니 중국에서도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 이해는 간다.


그래도 우리 민족에게 백두산 천지는 남다른 감동을 주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태극기를 꺼내거나 무슨 구호를 외치거나 하면 절대 안된다는 주의를 받으면서도 심히 기분이 나빴고 돈을 쓰더라도 북한 땅을 통해 들어갈 수만 있다면 아마 대부분 중국에 돈 주면서 백두산을 오르진 않으리라.


함께한 일행 중에 미국에서 사업을 하시는 고종호님께서 자작시를 한편 쓰셨는데 화려한 문체와 음율은 아니었지만 백두산에 오른 벅찬 감동을 전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사업으로 크게 성공하시며 아쉬울 것 없이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시고 전 세계의 명소를 두루 다니셨을텐데도 백두산은 백두산이라 천지를 보는 순간 눈물이 맺혔다고 하시는데..  양해를 얻어 그 시를 여기 옮겨 적어본다.


백두산

한민족의 성산이 백두산이라네
철이 들고 나이 들어
그렇게 보고 싶고 오르고 싶던 백두산

이제는 반 쪽되어 장백산이라 한다네
이 뼈 아픈 역사
누군들 좋아하리

삼팔선 가로막혀 중국땅 밟고
압록강 줄기따라
삼 일을 달려

백두산에 오르니
9월인데 벌써 하얀 눈이 마중하네

큰 호흡하며 감격하니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천지 내려다 보며
마음으로 대한만세 부르니
소원 풀었네


2010.09.23 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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