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탈라궁 광장..
 
포장된 광장은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고 넓은 도로 위로는 자동차들이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가서지 못하는 아스팔트 도로는 포탈라궁을 막아선 해자와 다름없다. 빌딩과 로타리에 둘러싸여 외롭게 서있던 우리 숭례문도 그렇지만 위풍당당하리라 예상했던 포탈라궁은 의외로 안스러웠다.




오전에 약간은 흐렸던 날씨가 갑자기 개이는 것이 다행스러웠지만 포탈라궁의 웅장한 모습을 담기에 마땅한 앵글을 잡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이 흉측스런 건축물 때문인데. 중국의 티베트 침공 60주년을 서장평화해방 60주년이라 부르며 성대한 축제를 했던 흔적이다. 이제 막 해체되는 중으로 보였는데 저 흉물 때문에 포탈라궁을 시원하게 찍기가 무척 어려웠다. 잘 찍어봐야 달력 사진이었겠지만 그래도 저런 것 때문에 방해를 받다니 기분이 좋지 않다.




포탈라궁 앞은 물론 라사 곳곳에는 아예 소총을 든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지만 언제든지 2008년과 같은 소요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포탈라궁을 마주한 곳에는 이처럼 뾰족한 탑이 하늘로 치솟아있고 공안들이 부동자세로 경비를 서고 있다. 광화문을 부수고 경복궁을 가로 막아섰던 조선총독부와 다를게 뭐냐.




어쨌거나 포탈라궁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하루 출입 인원에 통제가 있음에도 입장하기까지 꽤나 줄이 길었고 시끄러운 듕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여야 했다. 티베트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인기있는 관광지라는데 원체 변방인데다 교통도 불편해 적잖은 비용이 들어 티베트에 오는 관광객들은 중국에서도 꽤 잘사는 층이라고 한다. 티베트를 관광하는 그들의 기분이 나는 몹시도 궁금했다.




멀리서 봤을 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궁으로 들어오니 그 규모에 더욱 압도된다. 그렇잖아도 기본 해발고도가 3천미터가 넘는 라사인데 이 많은 계단을 오르자니 절로 숨이 가빠온다. 남들처럼 손가방하나에 똑딱이 디카 하나만 달랑달랑 들고가도 힘들 판에 목에 건 롤라이플렉스는 흔들거리며 휘청이고 어깨의 카메라 가방은 끈은 살점을 파고 드는 것 같다;

그나저나 이 엄청난 건물을 17세기에 지었다니 17세기에 우리나라는? 이라는 생각이 솔직히 들지 않을 수가 없다. 17세기면 임진왜란의 충격에서 간신히 벗어나려던 차에 또 정신 못차리고 여진족들한테 짓밟히며 국력이 바닥을 치던 때가 아닌가. 임진왜란 때 왜적도 아닌 열받은 백성들한테 불탄 경복궁도 복원하지 못하고 있던 조선에 비해 이런 웅장한 건물을 지어낸 티베트는 과연 어떠했던걸까.




티베트에서 대부분의 사원을 비롯한 유적 내부에서의 촬영은 금지되어있었다. 뭐 우리나라 사찰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두 번 다시 못올지도 모르는 곳에서 맞딱드린 촬영 금지는 정말 야속하긴 하다. 여기까지는 별다른 말이 없었기에 찍었다만 이후로는 눈으로 보고 마음 속에 담아올 수 밖에 없었다.




포탈라궁에서 내려단 본 라사 시내 전경. 티베트인들이 우러러 올려보던 포탈라궁에 더이상 달라이 라마는 살지 않는다. 대신 이제 그 들의 나라가 된 중국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이 되어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숨을 헐떡이며 계단을 오르내리고 사진을 찍고 웃고 떠드는 곳이 되버렸을 뿐이다.


2011.08.01 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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