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티벳에서 주식이나 다를 것 없었던 야크 버터. 사진으로 보니 노란 색감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다. 호기심에 조금 사고 싶었지만 막상 사도 다 먹지도 못할 것 같아 구경만 하고 있으니 칼로 조금 베어서 맛보라고 건네주길래 받아 먹어보았다. 엄청 비리거나 느끼할거란 예상과 달리 의외로 꽤나 먹을만했다. 티벳 여행 동안 입에 도저히 맞지 않는 중국 음식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던 중이라 식빵에 이거만 발라 먹으며 버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밑에는 덩어리 차들도 팔고 있었다. 뜨거운 물에 이 차와 야크 버터를 넣고 잘 저어서 만든 수유차를 티벳 사람들은 엄청 즐기는데 그에 따라 차 소비량도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사실 척박한 티벳에서는 비타민을 섭취하기가 어려웠던지라 차는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는 필수 식품이기도 했다. 티벳 사람들에겐 기호 식품이 아닌 생명을 위한 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차였는데 이 점을 이용해 중국은 티벳을 효과적으로 길들일 수도 있었다. 중국의 국력이 강해질 수록 티벳은 더 많은 말(馬)을 갖다주고서야 차와 바꿀 수 있었고 이는 기마전력의 약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도 티벳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를 소비하는 곳 중 하나이다. 윈난에서 출발한 마방들이 설산을 넘고 협곡을 건너 차를 운반하는 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는 정말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이제는 예전의 마방들도 대부분 사라지고 도로 사정이 좋아고 교통이 편해지면서 쓰촨성의 차들이 훨씬 저렴한 가격에 들어와 티벳에서 팔린다고 한다. 사실 예전에도 윈난성의 푸얼차 중에서 제일 하급이 대량으로 티벳에 공급되었다고 하니 티벳 사람들은 품질보다 싸고 양 많은 차를 최고로 치는지도 모르겠다.



2011.08.01 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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