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턴테이블 Victor QL-Y5


 

언젠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결국 턴테이블을 들이게 되었다. CD나 MP3가 나오기 전에는 오로지 테이프로만 음악을 즐겨왔기에 사실 난 LP세대라고는 할 수가 없다. 그래서 LP매니아들이 가지는 옛 소리에 대한 향수나 아날로그의 따스함 따위는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도 굳이 이렇게 턴테이블을 들이게 된 것은 결국 '호기심'이 아니었나 싶다.

 

CD가 음질이 나으냐 LP가 나으냐 따위의 케케묵은 논쟁은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위에 언급했듯 LP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논할 자격도 없다. 대체적으로 보자면 LP로도 아주 우수한 음질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정설인 듯 한데 턴테이블만 해도 몇백만원 짜리도 있는데다 카트리지와 바늘만 해도 수십~기백 만원이 즐비하니 분명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이래저래 CD는 비교적 저렴하게 훌륭한 음질을 들을 수 있으나 LP로 그만한 음질을 구현하자면 아무래도 일이 커질 것은 뻔했다. 그래서 LP에서 지나친 음질 욕심은 버리기로 하고 시작~~

 

턴테이블 부터 구하기 시작하니 의외로 새제품이 요즘도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 요즘 새롭게 LP붐이 일다보니 인켈(수출브랜드로는 셔우드)을 비롯해 데논, 마란츠 등에서도 저렴한 턴테이블들이 신품으로 발매 중이고 개중에는 LP음원을 MP3 포맷으로 USB에 저장할 수도 있고 포노앰프가 없는 요즘 앰프들을 고려하여 포노앰프까지 내장된 기종들도 있었다. 하지만 본가에 있는 켄우드 인티앰프에 포노입력단이 있는지라 포노앰프 내장형은 불필요한 가격인상 요인일 뿐이며 MP3변환 기능은 정말 블필요. 어차피 LP는 LP로서 즐기는 게 목적이며 굳이 디지털화할 거면 도이치그라모폰이나 데카에서 나오는 LP음반 리마스터링 버전 CD를 사는게 낫다. 일단 이러저러한 거 다 떠나 요즘 모델들은 너무 말끔하거나 아니면 가전제품 같은 느낌이 강한 디자인이었다. 어차피 불편을 감수하고 사용해보자는 것인데 모양이라도 맘에 드는 걸로 구하고 싶었다.

 

 

 

 

잠시 고려했던 인켈의 턴테이블. 테크닉스 제품을 많이 참고한 디자인으로 모양 자체는 맘에 들었지만 중고로 구하기로 해서 탈락.

 

 

 

어쨌든 요즘 나오는 턴테이블들은 모두 패스. 같은 값이면 중고 명기를 구하는게 나을 듯 해서 열심히 장터 매복 시작. 30만원대에서 적당한 물건을 구하기로 했고 조건은 이왕이면 고풍스러운 우드 베이스, 벨트 교체 걱정안해도 되고 회전 속도 정확한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 고출력 MC카트리지인 데논 DL-110 장착 가능할 것(이것때문에 프로젝트 오디오의 데뷰 시리즈는 탈락), 더스트커버 있을 것. 뭐 이 정도였는데 걸려든 것이 바로 Victor QL-Y5였다.

 

 

 

 

 

Victor QL-Y5

 

81년 발매 당시 기준으로 69,800엔이니 당시엔 그래도 비싼 모델이이었다. 위에 적은 요구사항을 대부분 충족하며 톤암의 이동부터 업다운, 재생 종료 후 톤암의 원위치 등이 자동으로 이루어져 사용에 편리하다. 사실 고장날 부분이 없는 수동 모델이 더 좋지 않을까 했는데 써보니 역시 자동이 편하긴 편하다. 완전 수동의 경우 재생이 끝나도 LP는 계속 돌고 톤암도 그자리에 계속 있으니 음악 듣다 잠이라도 들까봐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닐 듯 하다.

 

 

 

 

부분부분 사진을 보자. 구입할 때 같이 따라온 카트리지는 Sumiko의 엔트리급 MM타입 Oyster. 제조사 권장 침압은 2.3g~ 바늘 상태는 거의 새 것이라 몇 년은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신품 기준 10만원 정도의 가격이지만 가격대비 성능이 좋다고 알려진 제품으로 비록 저가형이지만 보통 번들로 많이 붙어 나오는 5만원대 미만의 오디오테크니카 제품이 아닌 것만으로도 일단 만족. 카트리지를 바꾸면 훨씬 좋은 소리를 들려주겠지만 일단 이걸로 충분히 들어봐야 좋아져도 좋아진 걸 느끼지 싶다. 환상적인 음질보단 LP자체의 소리로 만족하기에 아직 큰 불만은 없다. 카트리지만 해도 몇백만원씩 하는 것들도 있으니 큰 욕심은 부리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이 턴테이블 QL-Y5와 좀 더 고급형인 QL-Y7의 특징인 'Electro-Dynamic Servo Tone Arm' 시스템. 톤암의 상하좌우 움직임 및 침압 및 안티스케이팅 조정 등이 모두 전자식으로 이루어 지는 방식이다. 사실 30년이 넘은 모델인지라 전자식 구동 방식이 왠지 불안했지만 해외 사이트에서 고장이 정말 안난다는 글들을 보고 믿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같은 수치로 맞추어야 하는 침압과 안티스케이팅은 전자식이다 보니 하나의 다이얼로 같이 조정되며 재생 중에도 조정이 가능하다. 어쨌든 이 전자식 톤암이 당시로서는 꽤나 자랑스런 기술이었는지 제품 카달로그의 양면을 할애하여 자세히 소개해뒀다. 





 

 

 

 톤암의 높이도 노브를 돌려 상하로 +-3mm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 다양한 카트리지와 플래터 사용이 가능하단 점에서 기능의 한계로 턴을 굳이 업그레이드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아래 우측 하단 사진)







 

지금부터는 간단 사용 방법. 턴테이블이 연결된 앰프의 전원을 켜주고 소스 기기를 포노로 선택한다. .

 

 

 

 

그 다음은 턴테이블의 전원을 켜주고 음반을 올린 다음 스타트 버튼을 눌러주면 LP판이 돌기 시작한다.

 

 

 

 

이제 톤암을 움직여 바늘을 음반 위로 위치시킨다. 수동모델이면 그냥 손으로 옮겨주면 되고 이 모델은 좌우방향 버튼을 눌러주면 움직인다. 난 LP를 거의 구경도 못했던지라 그냥 닥치고 첨부터 들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음반에 골을 보면 트랙을 확인할 수 있어서 원하는 곡 부터 재생할 수 있다. 물론 정확히 한번에 딱 맞추기는 아직 좀 어렵다;;

 

 

 

 

 

바늘을 원하는 위치에 두고 업/다운 버튼을 누르면 톤암이 내려가며 바늘이 LP의 소리골을 읽기 시작한다.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며 간간히 먼지 덕분에 타닥타닥 장작타는 소리도 들려온다. 사실 LP의 단점 중 하나는 먼지나 습기 등으로부터 관리를 철저히 해줘야한다는 점인데 난 장작타는 소리도 그냥 그러려니 하니 별로 신경쓰이지 않더라는.

 

 

 

 

재생이 되면서 바늘은 음반의 안쪽으로 점점 흘러가고 이걸 보고만 있어도 즐겁다. 소리는 확실히 CD에 비해 날카롭지 않고 오래 들어도 귀가 피곤하지 않다. (음질이 더 좋다는 얘기는 아님) 이런게 LP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최근 한 달동안 구한 음반들. 이 중 제일 처음으로 산 Lola Bobesco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좌측 맨 위)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고다. LP는 한 장에 거의 3-5만원대라 웬만해선 중고로 구하는게 나을 듯 하다. 이제 겨우 16장 인데 솔티가 지휘한 말러 교향곡 8번이랑 칼뵘 지휘의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은 보유하고 있는 CD와 겹쳐버렸다. 시간나면 원반인 LP와 리마스터링을 거친 CD를 비교해 보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사실 뻘짓이라.. -_-;  이 중 먼지도 많고 가장 상태가 안좋은 것이 빌헬름 켐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14번/23번 앨범인데 CD로 갖고 있는 에밀 길렐스의 연주에 비해 무척 편안하고 부드러워 가장 손이 많이 간다. 결국 켐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 CD를 주문해버리고 말았다..

 

 

 

 

 

미개봉 중고로 구한 뒤 무한 대기 중인 데논 DL-110 고출력 MC카트리지. MM단자만 있는 앰프에도 물릴 수 있는 고출력 MC카트리지다. MC카트리지의 음질을 느껴보고 싶지만 일단 참는 중. 지금 달려 있는 카트리지로 충분히 들은 후 투입 예정.

 

 

 

 

 

금단의 영역.. 그래도 행복하다.. ㅠㅁㅠ

 

 

13.02.11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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