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지우드는 그 오랜 역사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브랜드라 하나 정도는 갖고 싶었는데 그 유명한 Jasper 라인은 그 아름다움은 별개로 실사용하기에 그리 끌리지 않았다. 식기류의 파란색은 음식이 맛있게 보이지 않았고 찻잔만 구하고 있는 나에게 홍차의 수색을 보려면 찻잔은 일단 흰색이어야했다.
웨지우드의 대표작. Portland 항아리
그러나 이런 웨지우드 전통의 아이템과 달리 비교적 최근인 1964년에 첫 등장하여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라인업이 있으니 바로 와일드 스트로베리 시리즈다. 영국제 도자기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미 문양이 아닌 산딸기 그림을 그려넣은 이 라인업은 처음 봤을 때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포트메리온이 떠올라 그다지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게 보면 볼 수록 수수한 듯 하면서도 참 산뜻하고 예뻐 보이는 것이었다. 찻잔의 모양도 내가 선호하는 넓고 얕은 Peony Shape에 1st Quality의 Made in England. 일단 한 조만 사보기로 했고 3주가 거의 다되어 영국에서 도착했다.
Wild Strawberry라는 이름 처럼 잔과 소서에 산딸기 그림이 그려져 있다. Minton의 Haddon Hall 라인업 보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듬성듬성한데 그래서 더 깔끔하고 마치 산뜻한 풀내음이 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림의 채도는 의도적인지 다소 낮은 편인데 그래서 덩쿨의 녹색과 산딸기의 빨강, 꽃의 분홍색이 그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전체적으로 차분한 조화를 이룬다. 찻잔과 소서의 테두리는 22K 금으로 입혀져 조금이나마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빅토리아 여왕 시절의 금장이 엄청나게 들어간 화려한 찻잔들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평소에 자주 쓰기엔 딱 적당해 보이고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위에서 바라본 모습. 잔에다 차를 따르면 찻속에 산딸기 풀을 담궈놓은 듯한 느낌도 든다. 손잡이의 홀딩감도 좋고 무게 배분, 촉감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찻잔의 아랫면에는 웨지우드의 마크가 스탬핑 되어 있고..
소서의 아랫면에서는 포틀랜드 항아리 그림의 웨지우드 마크가 스탬핑되어 있다. 찻잔과 소서의 웨지우드 마크 스탬핑이 다른데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제작 시기가 서로 다른 찻잔과 소서로 이루어진 한 조일 가능성도 있을 듯. 자세히 보면 산딸기 그림의 색감도 찻잔과 소서가 조금 다르다. 상태는 매우 훌륭하므로 굳이 신경안쓰기로. 패스~
마지막 사진은 차를 따라둔 것으로 올리고 싶었으나 사진을 찍어두질 않아서 그냥 이걸로 끝낸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찻잔인데 실물을 보니 한조를 더 사고 티포트와 플레이트까지 사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든다. 64년에 발매된 이후 지금까지 인기를 누리는 건 역시 유행을 타지 않는 깔끔함에 있지 않나 싶다.
2015.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