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4 경주
남산 탑곡 가는 길에 만난 이른 아침의 풍경
Contax II / Carl Zeiss Planar 35mm f3.5 / Kodak Portra 400 / IVED
2018.07.14 경주
남산 탑곡 가는 길에 만난 이른 아침의 풍경
Contax II / Carl Zeiss Planar 35mm f3.5 / Kodak Portra 400 / IVED
2007년 8월 한산도
한산도 대첩이 아니었다면 이름이나 들어볼 일 있었을까 싶은 작은 섬에서 하루를 보냈고, 그 날 밤 이번 가을에는 바이칼호에 가보기로 동생과 결정 했었다. 이 필름의 후반부에는 울란바토르의 사진이 담겨있다.
Rolleiflex 2.8F Xenotar / RVP 100 / V800
2015.03.25
집 ↔ 회사만 반복하다 보니 목련이 핀 것도 오늘 처음 봤다. 그것도 밤에.
목련(木蓮)
나무에서 피는 연꽃이라는 이름 그대로 봉오리 때부터 꽃잎이 활짝 피기 전까지는 청초하고 고혹한 매력으로 봄을 대표하는 꽃 중의 하나이지만 꽃잎이 지면서 땅에 떨어져 거무튀튀한 갈색으로 시들어 가는 마지막 모습 때문에 썩 좋아하는 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봄을 대표하는 꽃은 뭐니뭐니해도 매화라고 여긴다.
어쨌든 목련하면 2002년의 험난했던 봄날이 생각난다. 당시 입단한지 얼마안된 우리 ROTC 3학년 후보생들은 1월의 첫 동계훈련을 시작으로 개강 후 3월까지 3개월째 선배들의 군기 잡기와 통제된 일상 속에서 긴장되고 피곤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물론 우리학교 학군단은 비교적 소프트했지만)
학교에선 선배가 지나가지 않는지 사주경계를 부지런히 하며 돌아다녀야 했고, 저 멀리서 보여도 큰 소리로 '충성!'을 외쳐야 했다. 여자친구는 경례하는데 걸리적 거리지 않도록 반드시 왼팔에만 팔짱을 껴야했고, 07시에 학교에 모여 태권도 연습을 해야했으며, 동기들 중 누가 실수를 하거나 하면 단체로 미대 가는 길(그 아름다운 미대가는 길에서..ㅠㅠ) 다리 밑에서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새파란 것들끼리 1년 차이가지고 지들은 선배랍시고 어지간히 철든 척, 장교가 다 된 듯 으시대며 설쳤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물론 그런 삐딱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얼차려를 받고 나서 알이 베기기라도 하면 유난히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우리 학교 캠퍼스를 쩔뚝쩔뚝 거리며 돌아다녀야 했는데, 몸은 만신창이여도 겉으로는 다리미로 각잡은 베레모를 쓰고, 어깨에 뽕이 과도해 누가 입어도 어깨가 딱 벌어져 보이는 더블브레스트수트의 감색 학군단 제복을 입고, 여학생 치마속이 비칠 정도로 닦으라던 검정 단화를 신은 멋진 후보생이어야 했다. -_-; 아 쓸데없이 무거웠던 007가방이 화룡점정..
어쨌든 그런 군기 잡기 과정도 보통 4월 쯤이 되면 어느 정도 완화되기 마련이었고, 그래서 일부 좀 '착한'선배들이나 역시 ROTC출신 대위였던 훈육관님은 우리들에게 '목련 꽃 필 때까지만 버텨라' 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했었다. 공교롭게도 학군단 앞에는 큰 목련 나무가 있었고, 진짜로 그넘의 목련이 딱 피면 생활이 풀리려나 기대하며 목련 나무를 쳐다보며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진짜로 목련이 피고나서 생활이 풀렸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쨌든 그 '목련 필 때까지 버텨라' 라는 말은 아직도 목련이 필 때마다 떠오른다. 그런데 그 때는 참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졌던 그 목련 피는 날이 기껏해야 3월말이었다니. 13년전 그토록 기다렸던 목련꽃은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활짝 필 준비를 마쳤다.
목련이 피면서 올 한해도 벌써 1/4분기를 넘어가고 있다..
2013.08.25 포항
동해에서는 일출 밖에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포항에서 호미곶 쪽으로 향하는 해안에서는 영일만을 앞에 두고 서쪽으로 떨어지는 일몰을 볼 수 있다. 물론 서해안의 낙조 처럼 바다에 퐁당 해가 빠지는 장면은 볼 수 없지만 바다 끝에 길게 펼쳐진 한반도 뒤로 넘어가는 해를 보고 있노라면 꼭 내가 바다 한가운데의 섬이나 배 위에서 한국를 바라보는 듯한 착각마저 드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2013.04.13 대구 평광
결혼하기 전 와이프한테 선물로 사줬던 올림푸스 E-420으로 간만에 찍은 몇 컷들. LCD로 봤을 땐 참 별로더니만 그래도 노트북에 옮겨 놓으니 좀 낫네. 출시된지 5년이 넘은 기종인데다 마이크로 포서드의 특성상 한계는 분명하지만 25미리 팬케잌 렌즈와 더불어 휴대성 하나는 극강이다. 앞으로도 종종 애용해줘야지.
촌에 가서 집 기초공사 진행 중인 것 둘러보고 할머니 산소 올라갔다가 쑥도 캐고.. 빅토리녹스에 붙어있는 작은 가위가 쑥 자르는덴 아주 그만이었다. 봄 같네 이제.
요즘들어 잦은 소나기와 급변하는 기상 속에 드라마틱한 저녁 노을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일요일 숙직은 아주 짜증스럽지만 평일 숙직에 비해 조용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이런 괜찮은 하늘도 만날 수 있었으니 전혀 나쁘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