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 대세이던 시절에는 이른바 럭셔리 똑딱이라 불리는 기종들을 각 사에서 한두개씩 내놓았었다.


대부분의 공통점은 광각 계열의 밝은 단렌즈를 탑재하고 조리개우선 등의 자동노출 시스템을 갖추고 렌즈의 성능이 렌즈교환식 카메라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다는 점이었는데 이 같은 장점은 애호가들의 전천후 에버레디 카메라로서 혹은 출사시 서브 카메라로서 안성맞춤이었기에 신품가 기준 70~100만원에 가까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누렸었다.



손꼽히는 카메라들이 Contax T3, Leica Minilux, Minolta TC-1, Ricoh GR-1 등이었는데 내 선택은 T3였다. 




2002년 겨울 쯤 당시 기준으로 70만원 정도나 하던 T3를 회현지하상가에서 신품으로 구입했었다. 칼자이즈 35mm 2.8 Sonnar 렌즈를 탑재한 담배갑만한 사이즈. 이거 하나면 언제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만해도 자가인화를 하던 시절이라 확대기에 T3로 찍은 필름을 걸었을 때의 느낌이 생생하다. 이 작은 렌즈에서 찍혀진 결과물이라 믿을 수 어려울만큼 날카로운 선예도와 강한 콘트라스트. 옆에서 지켜보던 동기가 뱉은 말이 기억이 난다.


'아 내 카메라도 팔아버리고 이거 하나 달랑 들고 다닐까?'




당시 혜화동에는 암실이라는 까페가 있었다. 말그대로 까페에 암실이 있는 특이한 곳이었는데 여기서 돈을 내고 인화를 할 수도 있었는데 나야 학교에서 암실을 이용했기 때문에 그 곳에서 작업하진 않았지만 독특한 분위기가 좋고 그 곳에서 즐겨 인화하던 친구를 따라 가서 도와주기도 하며 여러차례 갔었다. 어느날 저녁인가도 암실에 들렀는데 친구의 지인이 암실에서 인화된 사진을 들고 나오며 희희낙락하는 걸 마주쳤었다. 


'야 이것봐. 죽이지 않냐? 이거 뭐로 찍었게?'


'형 라이카 쓰잖아요? 주미크론으로 찍은거 아녜요?'


'아니지롱~ 짠! 이것봐. 예쁘지? 이걸로 찍은거야. 콘탁스 T3! 야 이거 죽이네 진짜.'


나와는 직접 알던 사람은 아니라 별 말 않고 있었지만 당시엔 참 '방정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 양반이 그렇게 호들갑 떨 정도로 T3의 결과물은 상당히 훌륭하기는 했다.





군입대 후 T3는 당분간 놀게 되었다. T3를 대체한 카메라는 올림푸스 뮤2였다. 귀하신 몸 T3는 탄창 주머니에 넣고 돌아다닐 수는 없어서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었는데 같은 35미리 화각에 개방값도 2.8로 동일했다. 조리개우선을 지원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똑딱이는 대부분 P모드로 찍는지라 별 상관이 없었고 렌즈의 선예도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라 군에서 잘 사용했었다. 내구성이 다소 떨어져서인지 말그대로 전투형으로 사용해서인지 전역하기 전 마지막 혹한기 무렵엔 이미 초점이 엉뚱한데 맞으며 짧은 생을 마감했다.




전역 후 회사원이 되면서 다시금 T3는 늘 가방속에 들어서 거의 대부분을 시간을 함께 하게 되었다. 2004년경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구입한 속사케이스에 싸여서 서류 가방 한구석에 한두롤을 필름과 함께 늘 들어있던 T3는 그야말로 나의 에버레디 카메라. 회식 자리에서나 아님 잠깐의 외근에서나 필요하면 언제나 톡톡톡 누를 수 있었던 소중한 존재였다.




그러나 2010년경부터는 나도 디지털이 주력이 되면서 거의 5년간 T3를 놓고 살았는데, 그동안 이효리 효과로 중고가가 치솟는 기이한 경험을 겪었다. 대부분의 필름 카메라들이 X값이 된 와중에 T3는 지금 팔아도 살 때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단 사실에 이거 그냥 팔아버릴까 하는 생각을 한두번 한 것이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로 지금까지도 잘 살아 남아있다. 




그리고 2015년..   5년만에 다시 필름 사진을 시작하며 새로 주문한 필름이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필름을 넣어준 카메라는 T3였다.




T3의 기계적 성능이야 별달리 언급할 것이 없고 장단점도 명확히 알려져있지만 그래도 리뷰니 몇 가지만 언급해보자면.




▶ 장점


작은 크기, 우수한 렌즈... (뭐가 더 필요한가)



▶ 단점


1. 고질적인 베리어 고장 : 자동 카메라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렌즈 베리어 부분이 아무래도 충격을 받으면 쉽게 고장날 수 있는데 고장 정도에 따라 국내 가능 혹은 일본 ㄱㄱㅆ이라고 한다. 그런데 외부의 강한 충격에 의한 것이 아닌 자연스런 고장은 대부분 내부 접점의 접촉불량이나 이동 범위 오류에 따른 것으로 부품 교체 등을 요하지 않고 수리가 가능한 것으로 수리점에서 수리 불가 판명 받은 T3를 '병동사'님이 직접 수리하여 공개한 적이 있다. 따라서 수리점 말만 무조건 믿고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2. 필름 로딩 에러 : 필름을 넣었을 때 자동으로 로딩이 되지 않고 헛도는 현상이 간혹 있다. 필름 스풀의 돌기가 다소 낮고 뭉툭해서 제대로 못거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자가로 수리했다. 돌기 부분을 칼로 좀 깎아서 좀 더 두드러지게 해줬는데 그 후 전혀 문제가 없다.



3. 감도 수동 설정 불가 : 이 정도 가격대면 감도 수동 설정 정도는 가능해야 좋을는데 DX코드만 인식된다. 뭐 전원켤 때 마다 플래쉬 설정 만져줘야하는 미니룩스에 비하면 이정도는 참아줄 수 있다. 




Contax T3는 최초 발매된지 이제 15년이나 지난 기종이 되었다. (벌써? ㄷㄷ) 필름 시대가 저물면서 더이상 이런 카메라는 나올리가 없기에 어쩌면 T3의 인기는 여전히 높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필름을 사용한다면 이런 고급 똑딱이에 매력을 한번쯤은 누구나 느낄 수 밖에 없는데 라이카의 손맛도 좋고 니콘의 단단함도 좋지만 이렇게 가볍고 작은 카메라를 주머니에 쏙 넣고 다니다 쓱 꺼내서 톡톡 찍어대는 스냅의 묘미도 만만치 않은 즐거움이니까 말이다. 









2007.01 서울 / 400TX / 미니룩스를 사용하던 친구







2007.12 포항 / APX400 / 지금은 사라진 송도해수욕장 방파제의 횟집들







2008.04 포항 / APX400 / 송도해수욕장








2008.04 대구 / APX400 / 삼성라이온즈 개막전. 경기가 잘 안풀렸던 걸로..







2008.05 후쿠오카 / RDP III






2008.05 후쿠오카 / RDP III

 






2008.07 부산 / TMX / 영도다리 밑








2008.08 군산 / Centuria 100 / 지금은 사라진 육교







2008.08 군산 / Centuria 100 / 군산역 도깨비 시장 가던 길








2008.08 군산 / Centuria 100 / 군산역 도깨비 시장








2008.08 포항 / Centuria 100 / 구룡포 해녀들의 잠수복





2008.10 대구 / 400TX / 민뿡형 유부초밥 되던 날








2009.01 서울 / 400TX / 후임 귀 꼬집기






2009.02 부산 / 400TX / 거가대교 건설 중일 때. 아직은 '섬'이던 가덕도








2010.12 경주 / TMX / 경주 남산 등산 중







2015.07 경주 / Color Plus 200 / 건천 5일장






2015.07 포항 / TMX / 포클 포항지부







2015.09 경주 / Delta 100 / 자화상







2015.09 경주 / Delta 100 / 매복 포인트에서






2015.09 경주 / Delta 100 / 매복 포인트에서






2015.09 경주 / Delta 100 / 매복 포인트에서






2015.10 제주도 / C200 / 동생과 스벅질






2015.12 대구 / APX100 / 평광동 광복 소나무







2015.12 대구 / APX100 / 시골집에서






2007.12 포항 / APX100 / 김치~~~! 하고 달려오던 아이들.




끝.
















할아버지 제사라 지방쓰시는 중인 아버지







뭔가 메모하고 계신 어머니







아마 슈퍼맨이 돌아왔다 보고 계셨던걸로







단촐한 제사 준비







집에 돌아와 LX를 한번 찍어줬다. 43리미티드는 진짜 거의 10년만에 다시 찍어준 것 같은데 역시 좋군 좋아. 갖고 있는 AF바디가 허접스런 ZX-7 뿐인게 아쉽다. 


MZ-S를 사야하나?



2015.12.29

몇년째 사용치 않고 있던 롤라이플렉스를 작년에 '부루마님'께 오버홀한 후 TMY 2롤을 찍었다. 몇달에 걸쳐.. ㄷㄷ


지난 주 드디어 그 2롤을 '솔리스트'에서 현상했고 하는 김에 밀착도 한번 맡겨서 받았는데 몇몇 사례가 보고되던 TMY불량에 당첨.







오버홀 후 필름을 넣고 첫 컷을 뭘 찍어볼까 하다가 셀카나 한번 찍어본 건데 보다시피 유제면에 암지의 프린팅이 묻어났다.. 아놔.








인서 돌 스튜디오 촬영 때 찍었던 컷들에도 한가득. 스튜디오 사장님이 중형 카메라들고 옆에서 찍어준 아빠는 처음이라고 놀라셨는데 결과물은 참담하네 ㅋㅋ








여기는 두번째 필름. 복불복인지 이 필름에선 그런 현상이 좀 적다. 저 정도면 포토샵에서 어찌 해볼만하겠는데.








다행히 두번째 필름에선 프린팅이 묻어나지 않은 컷들이 대부분이다. (근데 왜 이건 9컷만 찍힌거지?)



보관한지 오래된 120필름에선 이런 현상이 종종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유통기한 넉넉한 새 필름에서 이게 뭔 지랄인지. 남아있는 3롤은 어째야할지도 고민이다. 살다살다 이런 적은 처음. 


Bose 1705-2 인티앰프와 멀티소스 셀렉터 SB-1


101시리즈와 최고의 궁합을 보이며 황준님 블로그와 책등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1705인티앰프의 가장 큰 단점은 입력 단자가 하나 뿐이라는 점이다. 이 초소형 앰프에 그런 것까지 바라면 너무 과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1705에 이어 출시된 1706은 3개의 소스 입력 단자를 제공하는 걸 보면 역시 아쉬운 점이다. 



Bose 1705의 뒷면. 입력 단자가 하나 뿐인 것이 보인다. 1705는 1705-2와 달리 전원 아웃풋 기능이 있다.







1705의 후속 1705-2. 내 것이 이 모델인데 1705에 있던 전원 아웃풋 기능이 생략되어 아쉬우나 좌우스피커의 볼륨을 별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소리는 1705가 더 좋다는 얘기가 있으나 모르겠다. 







1705의 단점을 보완해 출시된 1706, 소스기기 입력 단자가 3개로 늘었고 슬라이딩식 볼륨 조절에서 노브 회전식으로 바뀌어 전체적으로 많이 편리해졌다. 그런데 이것도 1705보다는 소리가 못하다는 얘기가 있다. 안들어봐서 모름. 







1706의 뒷면. 3개의 입력 단자가 보인다. 여기까지는 101스피커용 EQ셀렉터가 있다.







1706에 이어 나온 1706-2. 여기부터는 101스피커용 EQ도 생략되어있다. 뭐 꼭 EQ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101스피커용 EQ덕분에 1705~1706은 101시리즈를 울리기 최적의 인티앰프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빠지니 좀 허전하긴 하다. 하여튼 얘도 안들어봐서 모름.







어쨌든 입력단자가 하나 뿐인 내 1705-2를 위해 전용 멀티소스 셀렉터 SB-1을 구해서 달아줬다. 별거 아닌 셀렉터지만 이게 은근 잘 안나오는 물건이라 보자마자 그냥 사버렸다;;  총 5개의 소스기기 입력이 가능하고 그 중 하나는 무려 포노단이다. 단,포노단을 연결하려면 전원을 연결해줘야 하는데 앞서 얘기했듯 1705-2는 1705와 달리 전원 아웃풋 기능이 생략되어 SB-1에게 전원을 넣어주자면 멀티탭에 또 하나의 플러그를 꽂아야 하기도 하고 어차피 하나뿐인 턴테이블은 피셔에 연결되어 있기에 굳이 그럴 필요도 없어서 생략. 1번에는 튜너를, 2번에는 iPod Classic, 3번에는 CDP를 연결해뒀다. 







뒷면의 모습. SB-1의 아웃풋을 1705의 인풋에 연결해주고 나머지 인풋 단자 5개를 사용할 수 있다. 굳이 이걸 따로 사고 할 바엔 그냥 1706을 사면 되는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뭐 이 바닥이 말처럼 합리적으로만 되는 곳도 아니라...  어쨌든 아이팟만 연결해서 듣던 1705-2와 101IT로 이제 다양한 소스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형석이가 놀러오면서 가지고 온 나카미치 튜너 ST-2. 나와 달리 FM방송은 거의 듣질 않는다는 그는 사용하지 않는 이 튜너를 나에게 선물했고 나는 데논 DCD-1610 구입 이후 놀고 있던 인켈 6030G CDP를 그에게 선물하며 물물 교환을 했다. 피셔 250TX의 FM품질도 괜찮았지만 별도 튜너의 성능이 몹시 궁금하던 나였고 사용중인 나카미치 CDP가 고장난 형석이 모두가 윈윈한 거래. 색상이나 크기가 마침 데논 CDP와 세트로 보일만큼 깔맞춤이다. :)







피셔에 연결되어 있던 이른바 '포터 안테나'를 ST-2에 연결해줬더니 실내에 안테나를 뒀음에도 시그널이 5까지 풀로 뜬다. 오래 사용치 않아서인지 스테레오가 왔다 갔다 하는 증상이 있는데 오늘 거의 종일 틀어두는 중인데 전기밥을 좀 먹고도 호전되지 않으면 점검을 맡겨봐야겠다. 디지털 튜너답게 소리 깔끔하고 좋다. 라디오 소리 별거냐 싶은 사람들도 많을텐데 괜히 비싼 튜너가 있는건 아니겠지. 튜너 지름신 올까봐 두렵네. ㄷㄷ



금/월 휴가를 쓰고 5일만에 회사로 와보니 영국에서 소포가 딱 와있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굳이 CD 한 장 달랑 주문한 것인데 EMI에서 나온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1978/1979년 콘서트헤보우 라이브 녹음 음반이다. 이 음반에 수록된 슈만 환상소곡집 op.12는 개인적으로 최고다. 신들린 듯한 그녀의 연주가 너무나 강렬해 비교해보고자 사본 다른 음반들에서는 그 느낌을 받질 못했다. 심지어 그녀가 동일한 곡을 연주한 스튜디오 녹음반도 라이브 연주의 그 강렬함이 덜하여 이 곡은 무조건 이 음반이었다. 


고클래식으로 음원을 구입하긴 했는데 너무 좋은 연주라 CD로도 갖고 싶어 뒤져봤으나 알라딘에선 품절. EMI의 5CDs 모음 음반에는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런건 단독반으로 가지고 있어야할 것 같아 이베이로~  의외로 배송료를 포함해도 상당히 저렴한 신품이 하나 있어 바로 결제해주었다. 그러부터 대략 일주일만에 온 것 같으니 해외배송치곤 상당히 빨리 온 편. 







케이스 내부. 이제는 워너뮤직에 흡수되어 버려 EMI CLASSICS의 빨간색  로고도 더 이상은 볼 수가 없다. 워너클래식의 로고는 안예쁜데 말이지 -_-







곡해설은 늘 그렇듯 같은 내용이 몇개국의 문자로 적혀있고 기대했던 사진 한 장 없다. 아쉽네.




사실 이 음반이 아주 희귀한 거나 인기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꼭 소장하고 싶던 음반이었다. 국내에 재발매될 것 같지도 않고 언젠가 또 새로운 편집 음반이 나올 때 꼽사리로 들어갈 확률이 높아 그러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불필요한 음반도 같이 구매하게 되는 셈이라 이렇게라도 구했으니 다행이다. 


이제 남은게 있다면 네빌 마리너 경이 지휘한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길다)의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음반인데, 영화 아마데우스의 첫 인상이 너무 강해 그 느낌을 주는 25번 1악장을 아직 못만나봤다. 아마존에 있긴 하던데 배송료가 아까워 바라만보고 있는게 몇년째. LP로 갖고 있는 아마데우스 OST 판으로 대리 만족 중이다. 





2016.03.03 


DENON CDP-1610



AR4를 울려줄 리시버를 피셔 250TX로 바꾸고 나니 이제 마지막으로 소스기기를 어느정도 괜찮은 걸로 바꿔보고 싶었다. 사용 중인 인켈 6030G에 딱히 불만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우선순위에서 제일 밀려있던 CDP를 바꿔주면 조금 더 좋은 소리를 내주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이 들었고, 마침 AR매니아 까페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데논 DCD-1610이 가까운 곳에서 나왔길래 퇴근 후 달려가 업어왔다.


DCD-1610은 88년쯤 출시된 기기로 30년이 다 되어가는 구닥다리인데, 오디오 기기들은 과거의 명기들이 오히려 원가절감으로부터 자유롭고 메이드 인 차이나가 보편화되기 전의 시절에 제작되어 내구성이나 만듦새도 좋은 것들이 많고 DCD-1610도 그 중 하나. 어차피 30만원 정도를 쓸거면 보급형 입문기 신품을 사느니 구닥다리라도 당시에 한가닥했던 걸 써보고 싶었다. 






요즘 제품들의 깔끔한 디자인에 비해 이것저것 버튼도 많고 예전 VTR같은 모양이기도 한데 자꾸 보다보니 소니나 필립스, 데논의 구형 CDP들의 디자인이 더 기계답고 멋진거 같다. 사실 CD만 해도 이미 디지털이지만 MP3가 대세가 된 오늘날 CD만해도 아날로그로 느껴진다. 트랙을 바로 찾아서 재생할 수 있는 트랙넘버 버튼은 소니 것 처럼 우측에 바둑판 형태로 모여있는게 예쁘고 사용하기도 편한데 정보창 하단에 일렬로 배치되어 있어 기기를 바닥에 두는 나로서는 숫자가 잘 보이지 않고 누르기도 좀 불편하다. 리모컨쓰면 되니깐 뭐..






전체적인 상태는 상당히 훌륭하다. 자세히 보면 약간의 생활기스도 있고 하지만 전면 판넬은 새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깨끗. 판매자분도 이정도 상태의 기기는 구하기 어려울 거라고 침을 튀기셨는데 외관은 만족한다. 




 


트레이의 작동도 힘차고 묵직하다. 단 소리는 쓰는 인켈 6030G가 더 조용한것 같다. 




DCD-1610의 소리의 성향은 생각보다 음색이 부드럽고 담백한 편이라 특별한 개성이 느껴지진 않는 것 같다. 단, 인켈 6030G에 비교했을 때 음역대와 스테이징이 확연히 넓어져 시원시원해졌고 해상도도 좋은 듯. 현재 출시되고 있는 1-2백만원 정도의 CDP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는 글들도 많이 봤는데 내가 일단 그런 기기들을 써본적이 없어서 평가가 안되지만 6030G를 쓸 때 좀 아쉬웠던 부분들(약간 무겁고 탁한 음색과 해상도가 낮아 음이 뭉치던 소리 등)이 해소되면서 음악을 들으며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게 아닐지. 





구입할 때 리모컨은 없어서 호환되는 모델을 이리저리 검색해서 RC-258로 이베이에서 하나 구했다.




호주에서 날아온 데논 CDP용 리모컨 RC-258. DCD-1610 전용으로 나온 리모컨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확인을 못했지만 대략 데논의 리모컨들은 전체적으로 기능에 호환이 다 되는듯 하다. 아무리 중고래도 이왕이면 깨끗한걸로 구해보고자 몇가지 모델 중에 고른 것이 요 넘.






전체적인 샷. 이런 길죽한 형태보단 납작하고 네모 반듯한 모양이 더 맘에 들었는데 일단 이 리모컨으로 DCD-1610을 제어하고 있다는 글을 봐서 안전하게 같은 것으로 주문.






조작부 세부 사진. 트레이 개폐, 반복/무작위/프로그램 재생, 볼륨 조절 등등 모든 기능의 조작이 가능하다. 






해외 셀러에게 이런 것은 기대도 안했는데 AA건전지 두 개도 넣어서 왔다. 그것도 듣보잡 싸구려가 아닌 에너자이저로. ㅋㅋ



중고로 구매하는 CDP들은 대부분 리모컨을 분실한 경우가 많은데 없어도 상관없지만 있으면 확실히 편한 것이라 호환되는 모델만 확인하면 어지간하면 이베이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대부분 가격대가 비싸지 않지만 배송료를 포함하면 2-3만원대가 되므로 선택은 자유. 



이제 중요한건 구하기 힘든 KSS-151A 픽업이 얼마나 버텨주냐는거다. ㄷㄷㄷ  



※ 내용 추가


요녀석이 간혹 CD의 마지막 트랙이 튕기면서 앞으로 돌아오는 증세가 종종 있다는 걸 발견했다. 구매 당시 판매자 분께서 예전 CDP들은 요즘 나오는 긴 런닝타임의 CD들을 읽는데 약간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픽업의 문제는 아니라고 얘기를 하시긴 했는데 뭐 알고 샀으니 컴플레인할 부분은 아니었지만 찝찝한 건 사실. 보통 픽업 수명이 다되어갈 때의 증상 중의 하나로 언급되는 것이 CD의 마지막 트랙에서의 튕김 현상이니..  


그런데 복사 CD를 넣어도 기가 막히게 빨리 읽고 재생에도 문제가 없고 정품CD도 무조건 튀는 것도 아니다. 70분이 넘는 CD들 중 일부만 튀는데다 80분이 넘게 녹음되어있는 아바도의 말러 교향곡 9번 CD는 또 전혀 튀질 않고. 아무래도 픽업 문제는 아닐 거 같단 생각에 오늘 대구 빌라소리사에 역시나 들고 찾았다.


늘 친절하신 사장님. DCD-1610은 많이 다뤄보셔 예상이 된다며 뜯으시더니 약 10분 정도의 작업으로 완벽해졌다. 뭐라뭐라 하셨는데 100% 알아듣진 못하겠고 예전에 나온 기종이라 요즘 나오는 CD의 마지막 트랙을 경우에 따라 제대로 못따라가는 경우가 있어 그 부분을 약간 손을 봐 범위를 넓혀주는 소소한 개조를 하셨다고..  더불어 내 CDP의 상태가 아주 훌륭하다며 CDP는 이 정도면 끝이라고 하이엔드 급의 비싼 모델로 가도 큰 차이를 못느낄만큼 좋은 기종이라며 해주셨다. 


역시 찾길 잘했다. 픽업 문제라 판명해버리고 팔아치우긴 너무 아까운 상태라. 단 오래된 기기인 만큼 픽업 수명을 걱정하는 내게 사장님은 계속해서 KSS-151A는 내구성이 워낙 좋아 별 문제없을 거라고 말씀하셨다만..이제 더도말고 5년만 별 문제없이 잘 버텨주자. 



시골집에 원래 세팅되어있던 시스템. 켄우드에서 세트로 나온 모델명도 모르는 제품이었다. 20년전에 신품으로 우리집 거실에 놓여졌던 시스템인데 그당시에도 소리가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었다. 가격은 나름 비쌌었지만..  하단부터 데크, 7CDs 체인저, 튜너, 인티앰프, 이퀄라이져로 구성된 시스템이었는데 고장난 CDP는 버리고 나머지는 빌라소리사에서 고쳐서 사용 중이었는데 튜너는 다시 맛이 가버렸다. 이래저래 공간에 비해 소리가 아쉬운 녀석이라 싹 교체해봤다.







새로 세팅한 시스템. 공교롭게도 앰프는 또다시 켄우드 리시버 KR-5400, 그리고 스피커는 이번에도 보스로. 보스 X01 시리즈 중 비교적 인기가 없는 201-3이다. CDP대용은 삼성의 DVD플레이어. 요즘 DVD플레이어는 굳이 잘 사용하지도 않는 아날로그 RCA출력단이 생략되고 옵티컬만 지원되는 제품도 많아 구입할 때 제원 확인을 잘하고 사야된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전용 CDP보다 못한 점은 CD를 넣고 나서 인식 시간이 좀 길다는 점이랑 트랙정보가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현재 재생 중인 곡이 몇 번 트랙인지도 확인이 안되는 것 정도.. 고가의 CDP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소리 자체로는 부족함을 못느끼고 있다.







KR-5400의 전면부. 양쪽 사이드 우드가 없어서 좀 밋밋하다. KR-6200이나 7600은 조명도 좀 화려하고 예쁜데 X400시리즈는 별로 예쁘지도 않고 인기도 X200, X600시리즈에 비해 덜한 편이라 싸게 구할 수 있었다. 시골집에서 그야말로 BGM용도로 부담없이 편하게 사용하고 있어 음반을 바꿔가며 테스트 해본 적도 없고 듣기에 딱히 거슬리는 점 없이 좋다. 이런게 실용? ㅋㅋ







일단 뭐 켄우드 하면 우수한 튜너라 KBS클래식 FM도 수신이 짱짱하다. 70년대 빈티지 켄우드 리시버는 크게 높지 않은 가격에 우수한 튜너 성능 등 기본기가 우수하고 AR스피커와도 매칭이 괜찮은 모델이 많아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빈티지 리시버들 중에 여전히 매력적인 앰프가 아닐까. 물론 KR-7600같은 애들은 이제 마란츠의 가격에 근접하고 있지만.







스피커는 이번에도 보스. 공간을 휘감는 풍성한 양감과 음장감, 오래 들어도 귀가 아프지 않고 편안한, 그리고 팝 음악을 신나게 울려주는 20만원대의 스피커. 이만하면 충분하다. 생각보다는 크기가 큰 편인데 101, 121에 비해 확실히 여유로운 소리를 들려준다. 101, 301의 인기에 비해 사이에 낀 201의 인기는 덜한편인데 그래서인지 의외로 구하기가 힘들었다. 이 제품 구입하러 방문했던 판매자분의 댁에는 탄노이, KEF등의 시스템들이 세팅되어 있어 클래식 매니아이겠거니 했지만 의외로 클래식 음반이 거의 없어서 다소 의외였던 기억이 난다. 그 분은 보스의 소리가 궁금하여 들였다가 취향이 아니라 급처분한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인클로져와 유닛의 상태도 나쁘지 않고 만족스럽다. 







전체적인 세팅샷. 단독주택이라 층간소음 따위 신경쓰지 않고 꽝꽝 울려댈 수 있다는게 그 어떤 좋고 비싼 시스템에 비하여서도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진작에 오디오에 빠졌을 거 같음 애초에 좌우 밸런스를 고려하여 벽난로를 배치하자고 했을 것인데 그게 좀 아쉽네. 오른쪽에 밀려난 켄우드 세트는 회사 동료에게 무료 분양하기로 되어있다. 어쨌든 그 집에 가서는 맘껏 소리를 내주며 사랑받길. 



본가에서 사용중인 보스 121스피커. 유명한 보스 101 시리즈의 하나로 일본에서 'West Borough' 라는 브랜드로 출시된 일종의 고급 라인업이었다. 101에 비해 인클로저의 크기가 커지고 싼티나는 플라스틱 대신 MDF 재질이 사용되었고 겉은 대리석 무늬 같은 시트지로 마감되어있는데 무늬가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나마도 이 시트지가 잘 떨어지는 고질병이 있어 121시리즈를 구입할 때 완벽하게 잘 붙어있는 녀석은 흔치 않다. 소리와는 상관이 없는 부분이지만 아쉬운 부분. 내 121은 시트지를 새로 붙힌 것을 구입했던 것인데 2년 정도 지난 지금 중간에 부풀어 오른 곳이 생기는 등 곧 떨어질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스피커의 측면. 121 스피커는 높이가 높은 스탠드와 이처럼 선반 따위에 올린다는 것을 가정하여 약간 각도만 올려주는 형태의 낮은 스탠드가 함께 전용으로 발매되었었다. 121스피커는 자체는 그리 구하기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전용 스탠드는 다소 구하기 힘든 편이다. 뭐든 그렇듯 구할 때 같이 구해야 편하다. 







101시리즈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보스 스피커들이 클립식 단자만을 사용해 굵은 스피커선을 사용하기 힘든데 반해 121을 조임식 단자와 바나나 단자를 사용할 수 있다. 케이블은 노이만 주석선을 사용 중이다. 







그릴을 오픈한 모습. 풀레인지 유닛 하나와 전면 덕트가 전부인 아주 단순한 구성이다. 그럼에도 소리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보스 스피커에 대해 혹평하는 오디오파일들도 많지만 그에 반해 보스의 매력에 빠진 이들도 적지 않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편으로 보스 스피커는 어느 것을 골라도 대부분 신나고 즐거운 소리를 들려준다. 121스피커는 풍성하고 음장감이 좋지만 해상도와 정위감 등은 떨어진다고 하는 일반적인 보스 스피커와는 다소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데, 상당히 섬세하고 깔끔하여 클래식에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몇 안되는 보스 제품이기도 하다. 어쿠스틱 까페의 음반에 수록된 우리나라 가곡 '목련화'의 편곡 버전에서 바이올린의 고역 부분은 정말 짜릿한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121을 울려주는 앰프는 산수이 리시버 7070을 사용중. 뭐 딱히 매칭이 좋다고 소문난 기기는 아니지만 출력도 충분하고 산수이답게 밝고 화사한 깔끔한 소리를 시원시원하게 내주고 있다. 특히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는 이 이상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물론 밝고 화사한 반면 중저역대의 질감이 다소 모자라긴 하지만 어차피 모든 것을 만족할 수는 없으므로 녹턴형의 아름다운 디자인만으로도 산수이 7070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매칭이 좋다는 보스 1705는 121과의 매칭에서 좀 거친 느낌이 들었고 (1705에는 역시 101IT가 최고인 듯) 121과 함께 발매된 PLS-1210, 1310 등이 최고의 매칭이라 하는데 CDP의 픽업이 대부분 고장나있고 튜너의 주파수는 일본용이라 우리나라 방송은 잡히는 주파수의 범위가 아주 좁고 액정창의 선명도도 떨어진 상태가 많은 여러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어 구입해 보진 못했다. 상당히 들어보고 싶은 조합이다.







전체적인 본가 세팅. 스피커 간격은 벌릴 수 있을 만큼 벌려둔 상태로 쇼파에 앉으면 대략 정삼각형이 만들어지긴 한다. 좌우 벽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전형적인 우리나라 아파트의 거실 구조인데다 한쪽에 탁 막힌 책장과 가운데 위치한 TV 등 여러가지로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상관없이 소리는 좋기만 하다. 내가 집에서 사용하는 AR4의 소리가 너무 무겁고 답답하다고 한번씩 느껴질 때 본가에 와서 이 녀석들을 듣고 나면 'AR이고 뭐고간에 다 팔아버리고 121에 PLS리시버나 구해서 끝내버릴끼?' 하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르지만 굳이 같은 스피커를 갖고 있을 필요는 없기에 참고 있다.  


많은 스피커들을 경험해본 건 아니지만 이 가격대에서 이만한 소리는 정말 더 바랄게 없는 스피커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AR에 입문한지 2년만에 가장 흔히 추천되는 피셔 리시버를 들였다. 사실 AR스피커에 피셔 리시버 혹은 AR인티앰프, AR리시버는 너무 뻔한 공식이긴 하지만 결국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렀다. 250T시리즈 중 오징어TR이 들어간 250TX 중기형으로 후기형 캔티알에 비해 소리가 좋다는게 대체적인 정설인데 어차피 캔티알을 들어보지 못한지라 비교 불가. 산수이 2000의 불빛이 역시 아름답다. 반면 피셔의 불빛은 그냥 빈티지스럽다 딱..







위에서부터 Bose 1705-2 인티앰프, 피셔 250TX, 산수이 2000






보스 앰프에는 iPod Classic을 소스기기로 쓰고 있다. 원래는 보스 웨이브뮤직시스템 용으로 나온 아이팟 커넥터 킷을 Y단자로 앰프에 물려뒀는데 별도의 DAC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음질은 만족스럽다. 아이팟의 DAC이 기본적으로 성능이 우수하다는 얘기가 맞는 듯. 피셔 250TX에는 인켈 6030G CDP와 AR-XA 턴을 물려놨고 기존에 사용하던 산수이 2000은 스피커와 소스기기를 모두 뺏긴 상태. 당분간 250TX를 사용해보고 산수이 2000과 둘 중 하나만 살아남을 예정이다.







단순하기 그지 없는 AR-XA 턴테이블.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턴테이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종으로 단순한 구조와 심플한 디자인, 그럼에도 좋은 소리를 들려줘 여전히 찾는 이들이 많다. 







AR4와 공제 스탠드. 가장 많고 가장 저렴한 AR4X와 크기가 같음에도 유닛과 네트워크의 차이로 다른 성향의 소리를 들려주는 AR4. AR4X에 비해 한 수 위의 소리라고 평가되고 생산수량도 많지 않아 그만큼 가격도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스탠드는 AR까페에서 공제했던 것으로 원래는 당시에 4시리즈용으로 나온 스탠드는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AR4 위에 올려둔 나의 첫 하이파이 시스템이었던 보스 101IT 스피커. 황준씨 블로그와 책으로 인해 엄청나게 유명해진 스피커라 안티(?)도 많은 스피커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론 아주 만족스러운 스피커다. 보스 스피커들이 대체로 그렇긴 하지만 이것저것 안따지고 음악을 듣기에 이처럼 흥겨운 스피커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전용 스탠드는 구하기도 어렵고 너무 비싸서 카메라용 삼각대로 제작해줬다.







이처럼 단촐한 나의 시스템들. 랙조차 없이 이렇게 바닥에 두다보니 선정리도 너저분하다.







좌우 벽면의 특성이 너무 다르고 2~3m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청취하는지라 약간의 토인을 줘서 운용하고 있다.







피셔 250TX의 느낌은 얼마 더 들어본 후에 적는걸로. 2년간 써온 산수이 2000은 상태가 너무 깨끗한데다 정말 드문 우드 케이스도 있고 불과 얼마전에 빌라소리사에서 오버홀까지 마친지라 팔기엔 너무 아깝다. 그런데 피셔의 소리도 역시 소문대로 명불허전이고.. 어째야 할까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재즈 음반, 빌 에반스 트리오의 왈츠 포 데비. 

리마스터링되어180g 중량반으로 출시되었던 걸 사두었다. 이 판의 녹음이 CD와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트랙간의 이어짐이 아주 자연스럽게 처리되어있다는 점인데 첫번째 곡 'My Foolish Heart'가 끝나고 관객들의 짝짝짝 박수소리가 나는데 그 박수소리의 끝과 두번째 곡 'Waltz for Debby'의 시작이 중첩되며 마치 현장에서 듣는 듯한 느낌이 아주 자연스럽다. 


사실 클래식만 주로 듣다 재즈로 외도를 몇개월간 하며 음반도 좀 사보았는데 재즈가 클래식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아 결국 수박 겉핧기만 하다 아주 유명하고 대중적인 음반들만 계속 듣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이 앨범이 나에겐 페이버릿인 듯. 새 걸로 샀는데도 관리 부주의로 기스가 너무 많이 나서 안타깝다;



하이파이에서는 어색하기 그지없는 그 이름 소니..  6-70년대에는 제법 괜찮은 앰프들을 출시하기도 했는데 TA-1120F을 비롯한 11XX시리즈가 그 중 명기로 평가받고 있다. TA-1150은 30W 정도의 비교적 약한 출력이지만 댐핑능력이 뛰어나 AR같은 밀폐형 스피커를 구동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실제 상당히 매칭이 괜찮다는 얘기들이 있어 들여봤다. 







내외관이 무척 깨끗한 녀석으로 구했다. 

볼륨 조절은 슬라이드식 레버로 되어있고 다양한 입력 단자와 스피커 2조를 지원. 






전원을 켜면 저 초록색 불만 하나 달랑 들어온다. 보는 재미도 쏠쏠한 녹턴형 리시버에 비해 심심한 부분. 







기존에 AR4와 매칭하여 사용하던 산수이2000 대신 연결하여 음악을 들어봤다. 보컬부터 소편성, 대편성까지 클래식 음원 위주로 여러 곡을 들어봤는데 출력도 비슷하고 출시시기도 비슷하여 그런지 산수이와 성향이 매우 유사하다. 적당한 저음의 양과 밝은 중고음의 성향. 특히 고역이 무척 고급스런(?) 느낌같은 느낌. 

와이프와의 약속대로.. 산수이2000이랑 이 녀석 중 둘 중 하나는 비교 후 팔려나가야 하는데 어째야할지..




데카에서 나온 Martha Argerich의 피아노 협주곡 음반.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과 키릴 콘드라신이 지휘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이 커플링 되어있다. 꽤 평가가 좋은 명반인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그렇게 좋아하는 곡이 아니라 사지 않았었는데 아르 누님의 연주가 너무 좋다기에 사봤다. 예쁜 사진도 많을텐데 왜 저런 사진을 썼을지 좀 의문이다.





그리고 요요마의 새 음반 'SONGS FROM THE ARC OF LIFE' 피아니스트 캐서린 스톳과 함께한 첼로 소품집. 편안하고 좋은 곡들 위주로 구성이 되어있어 듣기엔 좋을것 같은데 결국 요런 소품집은 잘 안듣게 되던데 이번엔 어떨런지. 최근 음반이니 만치 첼로 소리의 녹음 품질이 우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본 음반. 





2003년 09월 15일에 구입했던 펜탁스 FA 43mm 1.9 Limited렌즈. 리미티드란 말이 무색하게 무지 많이 생산된 렌즈지만 발매 당시 이건 꼭 사야한다며 지금은 사라진 단골 가게 남대문 '유공 카메라'에서 신품을 깠었다. 테스트 좀 해보자고 사장님께 후지 포지티브 필름 '센시아' 한롤을 얻고 바디를 안가져가서 샵에 있던 MZ-3를 빌려다가 남대문 일대를 돌아다니며 후딱 한 롤을 찍고 돌려드렸던 기억이 난다.





아쉽게도 구입 이후 많이 사용은 하지 못하다가 문득 얼마전 이 렌즈를 다시 써보고 싶은 생각에 바디에 마운트했다. 펜탁스 LX보다는 AF바디에 쓰고 싶었는데 AF바디가 꼴랑 요거 하나뿐. MZ시리즈의 막내급 보급형 MZ-7의 미주 발매형인 ZX-7. 필름 감도 수동 지원도 안되고 AF도 무지하게 느리지만 공짜로 생긴 바디라.. 






요즘 일제 렌즈답지 않게 금속으로 만들어지고 작고 아담한 외형이 무척 매력적인 43 리미티드. 렌즈에 비해 바디가 좀 많이 모자라보이지만 뭐 바디는 어둠상자일 뿐이니깐. 



그래도 예쁜 어둠상자를 들이고 싶다. MZ-S 정도면 딱인데.




위에서 부터



1. Lamy Safari EF Nib


국민 만년필, 입문용 만년필의 대표 주자 사파리. 다양한 칼라가 있지만 역시 펜촉까지 까만 챠콜이 제일 멋있다.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필기감도 약간 서걱거리고 플라스틱 재질 등 전체적으로 고급스런 느낌은 아니지만 획을 긋는 듯한 필기감이 꽤 괜찮고 종이도 별로 안가리는데다 잉크 흐름도 적당하고 디자인도 깔끔하고 여러가지 면에서 아주 실용적이고 만족스런 만년필. 아버지께서는 몽블랑보다 오히려 더 쓰는 맛이 있다고 평하시기도 하셨다. 블랙잉크 카트리지를 넣고 수기로 작성해야하는 공식적인 문서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2. Parker 21


Parker 51의 염가형으로 나온 제품으로 기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후드닙 방식으로 뚜껑을 연 상태에서도 잉크가 조금은 덜 빨리 마르긴 하는데 촉이 너무 굵어서(닙 정보가 표기되어 있지 않은데 MF정도는 될 듯) 필기는 불가능하고 사인용으로 좀 썼는데 요즘은 잉크를 빼뒀다. 아무래도 아래의 파커 75가 너무 훌륭하다보니 얘는 손이 안간다. 



3. Parker 75 XF Nib


부모님이 대학원 커플 시절 커플 만년필로 사셨던 것으로 배럴이 은으로 된 당시로서 꽤 고가형이었다. 잉크 흐름이 부드럽고 필기감이 매끈하고 XF닙이라 작은 글씨에도 유리해서 로디아 노트에 메모하는 용도로 사용 중. 여기에는 파커 Quink Blue Black을 넣어뒀는데 약간 푸른빛이 도는 남색에 가까운 색이라 결재 문서에 사인을 해도 튀지 않고 복사했을 때만 복사본임을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이라 사인용으로도 애용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만년필.



4. Waterman Expert F Nib


워터맨의 스테디셀러. 금촉이 아닌 금도금촉임에도 상당히 부드러운 필기감을 보여주고 잉크 흐름도 좋다. 황동으로 만들어진 배럴은 묵직하니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긴 하는데 다른 만년필들보다 종이를 좀 가리는 것 같다. 여기는 워터맨 Serenity Blue 잉크를 넣어서 인쇄본 위에 첨삭이나 메모를 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




Rollei 35 시리즈 중 비교적 후기형인 Rollei 35SE. 예전에 쓰던 35S에 이어 나의 두번째 롤라이35




HFT코팅이 적용된 침동식 40mm 2.8 Sonnar 렌즈, B셔터부터 1/500초까지 가능한 렌즈 셔터, 노출계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전원이 필요없는 완전 기계식 설계, 범용 스트로보를 사용할 수 있는 핫슈까지 갖추고도 담배갑만한 크기. 렌즈의 성능이야 정평이 나있으니 경우에 따라 메인의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작다고 무시할 수 없는 놀라운 카메라.







롤라이 35의 특징이자 단점은 바로 목측식이라는 점. 거리 맞춤을 할 수 있는 레인지파인더가 내장되어 있지 않아 초점은 오로지 눈짐작으로 맞추어야한다. 따라서 되도록 조리개를 조여 심도를 깊게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불편함마저 롤라이 35를 만지는 재미라 할 수 있다. 그리 심도가 깊지 않은 40미리 화각이지만 어느정도 숙달되고 고감도 필름을 넣어서 조리개 팍팍 조여주면 오히려 초점 맞춤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빠른 스냅이 가능하다. 



예전에 썼던 모델과 지금의 이 모델 모두 조나 렌즈 탑재한 녀석이라 테사 렌즈가 들어간 모델을 써보고 싶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문득 든다.






Leica M3 / 50mm 2.8 Elmar




나름 20년간 사진을 찍어오면서 이것저것 많이도 가져봤지만 한번도 '소유'한 적은 없는 것이 라이카였다. 주변에서 하나씩은 가지고들 있어서 M3, M6, M7 등을 몇번 빌려 써보기도 하고 만져 봤었지만 결국 지름에 이르지는 못했다. 사실 카메라에 대해서는 워낙 잡식성이고 한번 사면 어지간해선 잘 안내치는 성격이라 카메라 라인업이 지나치게 방대하다 보니 라이카는 그 비싼 가격대로 인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라이카 M바디에 렌즈를 살 돈이면 광각부터 망원까지 니콘 렌즈 라인업을 짤 수도 있으니..




그러다 필름사진을 다시 시작한 올 해, 이미 필름값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거의 2-3배 올라버린 상황이고 앞으로 얼마나 더 올라가고 더 구하기 힘들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나마 지금이 제일 싸다고 생각하니 지금이라도 많이 찍고 싶었다. 그리고 길지 않을 남은 필름 시대는 라이카를 한번 써보고 싶었다. 디지털 M바디야 앞으로도 쓸 수 있겠지만 필름이 사라지게 되면 더이상 필름 M바디는 사용해보지도 못할 것 아니냐는 생각이 쓸데없는 조급증을 가져다 주며 지름에 정당성을 부여해줬다. 그래 지금이라도 라이카를 한번은 써보고 죽자. 




그렇다면 어떤 걸로? M형 라이카야 특이한 모델들을 제외하고는 M3, M2, M4, M5, M6, M7, MP 등으로 이어지지만 난 라이카를 쓴다면 무조건 M3였다. 다른 M모델들도 나름의 장점과 개선점이 없지 않지만 그건 M3를 갖고 있는 다음의 얘기고 한 대라면 무조건 M3라는 나의 고집은 완고했다. 화이트아웃이 발생하지 않고 두 눈을 뜨고 촬영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높은 배율의 밝고 시원한 파인더, 일체의 전자 부품이 들어가지 않은 완전 기계식 설계, 그리고 돌출된 파인더 보호 프레임. 그리고 무조건 M3가 내 눈엔 제일 예뻤다. 이 바닥이 그렇듯 예쁘면 장땡. 타협은 없었다. (심지어 나는 그렇다고 50미리 예찬론자도 아니었다. M3를 사면 50미리만 쓰지 뭐 이 생각.. -_-)



그렇게 M3 구입을 위해 매복을 시작했다. 돈도 없었지만 쓰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의 컬렉션 급은 제외(어차피 못먹는 감), 그렇다고 기스가 많고 볼커가 떨어져나간 너무 험한 상태는 제외. 이왕 M3를 선택했으니 당연히 더블스트록의 손맛은 느껴봐야했고 프레임 선택 레버가 없어 좌우균형감이 떨어지는 극초기형도 제외. 생각보다 입맛에 딱맞는 바디를 구하기는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귀한 매물도 아니라 오랜 매복을 하지 않고도 구하는데 성공했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야 할' 라이카. Leica M3. 원하던 대로 도그이어에 더블스트록, 유럽식 셔터스피드 다이얼을 가진 초기형 개체다. 여기에 미국식 셔터스피드 다이얼이었다면 보통 가장 많이 선호되는 타입이지만 Contax IIa를 쓰면서 익숙해져서 유럽식 셔터스피드는 별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유럽식이라 조금 더 싸게 구했으리라.


M3들이 흔히 그렇듯 외장 노출계 탈착에 따른 상판 기스가 제법있지만 사진상으론 아주 깨끗하게 나왔다. (역시 사진은 사기) 상판기스 외에는 전체적으로 외관은 양호한 상태고 렌즈 마운트 하단에 볼커나이트가 아주 조금 떨어져 나가있다. 파인더는 명성대로 아주 밝고 깨끗하며 판매자의 말에 따르면 자기가 소유해본 M3 중에 파인더는 손에 꼽을만하다고.. 오버홀도 마친 바디라 조작감도 아주 좋다. 더블스트록의 장전 느낌은 아주 매끈하면서 걸리는 느낌도 확실하여 손맛이 그만이다. 오늘날 필름에서는 필요없는 부분이지만 M3 초기형 모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손맛을 어찌 포기하겠나. 






그리고 M3의 바디캡으로 선택한 50mm 2.8 Elmar (후기형 Red Feet 표기)

M3에 어울리는 렌즈로 흔히 손꼽히는 것이 50mm 주미크론 1st Rigid, 50mm 주미크론 DR, 50mm 레드피트엘마 정도인데 역시 총알 부족으로 그 중 가장 저렴하고 가장 어두운 엘마를 선택했다. 대신 상태 좋은 렌즈를 찾느라 이베이를 뒤져서 일본 셀러가 내놓은 것을 구했다. 배송비와 관세를 포함하면 국내 샵에서 좀 비싸게 내놨다 싶은 가격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상태는 아주 만족스럽다. 렌즈를 받고 나서 전용 ITOOY 후드도 역시 이베이에서 독일 셀러로 부터 구입하여 모양새를 갖췄다. 레드피트 엘마는 후기형이라 그런지 역광에서 다소 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너무 잘 나와서 기대(?)에 비해 약간은 실망이었는데 진득한 톤과 굵직한 표현력이 참 마음에 든다. 엘마는 나중에 예제 사진이 좀 더 모이면 별도로 다뤄서 리뷰를 한번 써봐야겠다. 




사실 예전처럼 사진을 열심히 찍지도 못하지만 괜히 한번 갖고 싶다는 생각에 덜컥 들인 이 녀석이 본전을 뽑아줄런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필름 사진질을 한창 하던 2010년 이전에 들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그 땐 Contax IIa에 푹 빠져있었지만. 어쨌든 역시 써봐야 안다고 보고 만지고 소리를 들어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오는 카메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왕 질렀으니 적어도 100롤은 찍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나 걸릴지.




2006년인가 2007년인가.. 그 쯤 포클(www.voigtclub.com)에서 공동제작했던 2100 가방과 롤라이플렉스.


튼튼하고 질긴 캔버스 재질에 가죽이 덧대어져 만듦새는 꽤 훌륭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포클의 변함없는 대세는 라이카 M과 롤라이플렉스라 그에 걸맞게 롤라이플렉스를 세운채로 넣을 수 있는 형태로 제작이 됐다. RF와 TLR을 애용하는 이들에겐 상당히 괜찮은 가방이다. 단점은 가방 자체가 좀 무겁다는 점과 구하고 싶어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점; 




Nikon F3HP / ai-s 50mm 1.4



내 20대의 절반동안 언제나 No.1이었던 카메라. 전역 후에는 Contax IIa를 비롯해 Rolleiflex 등의 클래식 카메라들에 미쳐 뒷전에 밀려나긴 했지만 여전히 가장 듬직한 카메라를 꼽으라면 나에겐 F3다. 보통 8년 주기로 풀체인지되는 니콘의 플래그쉽 모델들 중 유일하게 20년 가까이나 되는 긴 기간동안 생산되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카메라. 오랜만에 Tri-X 한 롤을 넣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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