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0 도착

역시 롤라이 35이 최대 미덕은 작고 이쁘다는거. ㅎㅎ
대학교 3학년 때였나 Contax T3 구입을 위해 팔려나갔던 Rollei35S 이후 거의 6-7년만에 다시 손에 쥔 롤라이35. Rollei-HFT 코팅이 된 Sonnar렌즈는 예전에 보유했던 것과 동일하나 이번엔 전자식 노출계가 들어간 SE모델이다. 그리고 원하던 실버바디. 롤라이는 역시 블랙 페인트보단 실버 크롬이 이쁜거 같다.

최대의 단점이자 롤라이35시리즈의 특징인 목측식 초점 조절은 예전에 사용해봐서인지 심도를 활용하면 크게 어렵지 않다. 물론 대형인화에서는 아무래도 보다 정밀한 초점 조절이 필요하겠지만 일반적인 4*6인화 혹은 웹포스팅용 이미지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거리감각은 갖고 있다고 자부하며(?) 몇 컷의 샘플을 나열해보기로 한다.



창밖을 보며 뭔가를 대화 중인 부장님과 김대리님. 일단 색감은 좀 맘에 안든다. 오토오토 200의 한계인지 뭔지 모르겠다만 예전에 썼던 롤라이35s의 화사한 색감을 기대했던 것과는 좀 거리가 있네. 하긴 풍경 자체가 칙칙한 탓일수도..



휴게실에서 이대리님. 부드럽게 들어온 빛을 받아 톤이 맘에 드는 편. 목측임에도 눈에 칼 같이 맞은 초점을 보며 혼자 흐뭇~ 언샵마스크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샤프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목측식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근접 촬영. 다행히 요것도 초점을 잘 잡은 편. 색감이 좀 이상한데 레벨 맞추기 귀찮아서 니콘스캔이 긁어준 값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해질 무렵이라 색온도도 낮은 편.



OEM창고 앞에 선적된 배터리들. 일단 내장 노출계도 네가티브 필름이라면 그런대로 신뢰할 만하다. 포지티브를 넣어봐야 정확하겠지만 뭐 굳이 이 녀석에 포지티브를 넣을 일은 그다지 없을 듯. 주로 흑백과 컬러네가가 주가 될테니 노출계에 너무 까칠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기로 했다.



지게차 운전하는 중국애. 카메라를 들이대니 순간 긴장하던데 알아듣던 말든 셔터를 누르곤 '사진 나중에 줄게~' 그랬더니 웃는다. 요건 하나 인화해서 갖다줘야지. 목측식의 최대 장점은 역시 충분한 심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재빨리 누르는 스냅에 있다. 렌즈 의 톤이나 해상도는 맘에 드는데 아무래도 디스토션이 꽤나 생기는게 보인다.



블라인드를 투과한 확산광이 꽤나 근사해서 강제로 세워두고 찍은 샷. 실내에선 노출부족에 주의해야할 듯한 노출계. TTL방식이 아니니 측광에 좀 신경을 써야할 듯 하다.



마지막으로 거울 셀프샷. 어림짐작 거리 x 2를 해주어야하는 나름 고난이도의 초점 맞춤. ㅋㅋ 의외로 잘 맞았다. 아기자기한 조작감과 귀여운 디자인, 훌륭한 렌즈에 대한 신뢰와 불편하지만 목측만의 매력이 더해져 갖고 노는 재미가 쏠쏠하다. 겨울들어 라이딩 횟수가 줄면서 다시 사진에 대한 열정이 피어오르는 중. 다음엔 흑백 테스트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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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roid Land 350

 그동안 꽤나 많은 카메라를 거쳐왔다만 폴라로이드는 처음이다. 우연찮게 갖게된 이 녀석은 랜드 350이란 모델로 알루미늄 바디, 가죽 스트랩, 거리에 따른 구도프레임 라인도 변환되는 Zeissikon RF파인더와 현상 시간을 간편하게 체크할 수 있는 전자식 타이머가 장착된 비교적 고급 라인업이다. 대체로 만족스럽지만 조리개우선만 가능한 측광방식은 꽤나 아쉽다. 완전 기계식 랜드 180같은 모델도 있지만 거의 3-4배에 달하는 가격을 지불하기엔 이 녀석이 담당할 역할은 어차피 '즐기는 사진놀이'일 뿐이기에 나름대로의 타협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구입하느라 이베이에 비해 비싼 듯 하지만 엔딩시간 맞춰 꼭두새벽에 일어나 비딩하기도 싫고 기약없는 배송일정과 컨디션에 대한 불안감을 덜 수 있었으니 뭐. 덤으로 이 물건은 친절히 AAA사이즈 건전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꽤 세심하게 개조되어 있다. (사실 어려운 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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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즈를 잡아당긴 모습. 슈퍼이콘타, 이솔레테 등 중형 폴딩을 사용하고 있기에 낯설지 않다. 자바라 상태는 좋은 편이고 쉽게 구멍이 나거나 닳을 것 같진 않다. 하필이면 금요일 오후에 지른 덕분에 택배를 받아내겠다는 일념으로 토요일에도 출근모드를 강행했다. 마음이 콩밭에 간 채로 수 시간을 버틴 끝에 받아든 이 녀석에게선 오래된 카메라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곰팡이+먼지 냄세가 가시지 않았다. 더군다나 셀러의 설명과 달리 곳곳에 먼지와 기스 등등 그 사람 기준에선 A급이었을지언정 내 기준엔 B+급. 어쨌든 이런 녀석은 손수 닦아주는 재미도 쏠쏠하기에 총기수입하던 느낌을 되새기며 칫솔로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Zippo 라이터기름으로 적셔가며 때를 닦아주고 나니 그런대로 볼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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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석구석 살펴보면 미제 답게 아주 실용적인 설계와 디자인이란 느낌이 든다. 다시 말하면 독일제 처럼 절묘한 손맛과 공예품 같은 마무리는 보이지 않는다. 뭔가 싸구려 틱한 느낌의 플라스틱으로 된 빨간 셔터버튼의 릴리즈 감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님. 다소 힘주어 눌러야 해 핸드 블러를 주의해야 할 듯 하다. 초점 조절은 목측식이 아님에도 초보자들을 배려한 듯한 거리별 그림이 그려져 있다. 폴라로이드 사에서도 고급형 모델들의 파인더는 독일제를 쓰고 싶었는지 Zeissikon의 것이 장착되어 있어 밝고 시원하다. 거리에 따라 변환되는 프레임 라인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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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 뒷 커버에 붙어있는 전자식 타이머. 시간을 셋팅해두면 필름을 뽑음과 동시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삐~' 소리가 울린다. 그 때 필름에서 사진을 떼어내면 된다. 필름이 카메라를 빠져나올 때 롤러가 현상액을 눌러 펴주며 현상이 시작되기에 온도와 현상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에 무척 유용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일반 폴라로이드에 비해 까다로운 부분이지만 이 것도 재미라면 재미? 노출 조절을 정확히 할 수 있는 기계식 모델에 사실 조금은 미련이 있었자만 이 전자식 타이머를 써보고 나니 역시 편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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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입 전 알아본 정보들에 따르면 노출 감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해서 필름 뽑기부터 쉬운 것이 없다는 얘기들이 대세였다. 비싼 기계식 모델 외에 모두 자동노출만 가능한 라인업이기에 역광 및 실내에서 정상적인 노출잡기가 어렵고 쉽게 쓸 수 있는 후지에서 나오는 필름들은 걸리거나 찢어지거나 혹은 여러 장이 한꺼번에 딸려 나오기도 한다는 등 궁합이 맞지 않다길래 나 역시 뭐 살짝 긴장도 했었다. 한 팩 정도 시행착오라 치고 버린다는 각오를 했건만..첫 컷부터 성공했다. -_-;   운이 좋은 듯. ㅎㅎ  카메라 자체는 크게 비싸지 않지만 문제는 역시 살인적인 가격의 필름. 온라인 최저가보다 더 싼 종로 삼성사 기준으로도 흑백인 후지 FP-3000 1팩이 12,500원인지라 장당 1,250원이란 얘기인데. 노출 성향과 현상시간에 따른 결과물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테스트를 하는데도 ㄷㄷㄷ 이다. 무조건 원샷원킬만이 살 길;

 마지막으로 선뜻 이 카메라를 선물해준 ○○에게 감사를~ ㅎㅎ (말못할 사정이 -_-;;)

 2008.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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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크로드의 악마들 : Peter Hopkirk 지음 / 김영종 옮김 (원제 : Foreign Devils On The Silk Road)

 파미르 고원이란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인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어릴적 즐겨 읽었던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나왔던 그 지명만은 생생히 기억에 남는 걸로 봐서 파미르 고원은 세상의 지붕이라는 인식 처럼 뭔가 신비하고 모험이 가득한 그런 이미지로 내 뇌리에 남아있는가보다. 그 파미르 고원을 넘어 고대부터 중국과 로마를 이어주던 문명의 교통로 '실크로드'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실크로드를 걸었던 대상들의 무역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다룬 책은 아니고 20세기 초반 이루어진 서구 열강의 실크로드 유적 탐험 / 발굴기다. 보다시피 책의 제목 위에 '중앙아시아 탐험의 역사'라는 글귀가 적혀있지만 엄밀히 말해 이는 다분히 서구사회에서 바라본 시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이 책의 진정한 주요내용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를 비롯한 서구 열강과 러일전쟁 이후 열강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한 일본의 중앙아시아 '문화재 약탈사'를 다루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중국의 서쪽 변방인 타클라마칸 사막과 텐진(天山)산맥 남단에 흩어져 있던 실크로드의 주요 교역로에 위치했던 찬란한 문명들의 유적지들이 수세기 전 급격한 사막화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가 서구 열강의 탐험대에 의해 발견되고 화려한 벽화와 수많은 조각상, 한자, 산스크리트어, 티베트어, 위구르어 등으로 적혀진 많은 고문서들이 어떻게 대영박물관과 루블박물관 등지에 소장되어 전시되고 있는지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스타인, 펠리오, 르쿡 등 열정적인 탐험가들은 개인적인 학구열에 의해, 자국의 문화 우월성에 대한 믿음에 의해, 혹은 '주인없는' 화려한 유물들에 대한 소유욕으로 갖은 고생을 마다 않고 지금도 사람의 발길을 들여놓기 어려운 황량한 땅에 도전했다. 이 책은 1981년 영국에서 첫 출간이후 영국 도서상의 논픽션 부분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단순히 인문학적, 고고학적 수준을 넘어서 한 편의 소설을 보기라도 하는 듯 다이내믹한 전개와 생생한 묘사가 일품이다. 물론 여기에는 깔끔한 번역과 저자의 오류를 바로 잡아준 주석을 아끼지 않은 김영종씨의 노력도 일조했다. 또한 지명이 낯설어 적절한 공간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을 출판사측에서 인지했었는지 부록으로 실크로드 일대의 지도도 들어있어 푸짐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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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의 인쇄수준은 특별히 뛰어나지는 않지만 당시 탐험대에 의해 직접 촬영된 유적지의 발견 당시의 생생한 사진들이라 그들이 느꼈을 흥분된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충분이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이들이 발견할 당시 대부분의 유적들은 바람을 따라 이동하는 사구에 묻혀 높은 부분만이 간신히 남아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 유적지를 발굴하기 위해 이들은 현지의 유목민들을 인부로 고용해 모래를 퍼내고 건조한 기후 속에 모래에 파묻혀 훌륭하게 보존될 수 있었던 수많은 유물들을 수집하여 낙타나 말에 싣고 떠났다. 심지어 이들은 사원의 벽에 그려져있던 수많은 불화(佛畵)들을 표면 그대로 떼어 가기도 했는데 당시의 화려한 벽화들이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안료의 비밀을 밝히고 그리스 양식이 동양으로 퍼져가던 미술사적인 측면에도 많은 관심을 두었기 때문이었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오늘날 중국에서 이 시기에 이루어진 서양 학자들에 의한 유물 반출은 중국 인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사안이 되고 있다. 그 유명한 돈황석굴에서도 스타인과 펠리오 등의 학자들은 이 곳 사원을 관리하고 있던 승려를 감언이설로 매수하여 귀중한 불경 필사본을 수천본이나 가져갔으며 이 곳에서도 벽화를 뜯어가버렸다. 이 중에는 우리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발견되기 전까지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 인쇄물로 알려진 '금강경'도 있었다.(역자는 여기에도 주석을 달아주었다)

 중국의 입장에서 이들이 한 행위들은 자국 문화재의 도굴이나 다름이 없었다. 20년대에 접어들어 중국은 중앙아시아에서의 유적 발굴을 엄격히 통제했고 이 후 서양 탐험대는 발굴에는 참여할 수 있어도 그 어떤 것도 반출해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미 20여년에 걸쳐 가져간 수많은 유적들은 지금도 대영박물관과 루블박물관 등에서 전시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에도 전세계에서 3번째 정도 손꼽히는 양과 질적으로 뛰어난 중앙아시아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다. 이는 일본의 오타니 백작이 이끄는 스파이인지 탐험단인지 모를 일본의 발굴단에 의해 수집된 것인데 일제 시대에 서울의 박물관에 보관되게 되면서 얼떨결에 우리의 소유가 된 것이라고 하니 이건 역사의 어부지리라고 해야 하는지..

 저자는 이 책 속에서 줄곧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 발굴활동이 도굴이나 다름없는 도덕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한 사실임에도 그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며 독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인디애나 존스에서 느껴지는 오리엔탈리즘적 사고에 젖어 우리의 입장이 어느 쪽인지 망각하기 쉽다. 우리도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의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당했던 역사가 있기에 이 흥미진진한 탐험기를 읽으면서도 맘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물론 그들은 주장할 것이다. 그 때 그나마 그들이 가져갔기에 이렇게 연구되고 박물관에서 훌륭한 보존처리를 거쳐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2차대전 당시 베를린이 폭격당하며 수천점의 귀중한 유물이 사라진 것을 보면 그 주장도 그리 떳떳하긴 어려울 것 같다.

 약탈이냐 발굴이냐. 이에 대한 입장 차이는 분명하겠지만 그러한 가치 판단은 제쳐두고라도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것이다. 실크로드 혹은 중앙아시아 내륙에 존재했던 다양한 민족들이 남긴 문화 유산을 알게 되면서 황량한 사막과 만년설이 뒤덮인 험준한 산맥 속에 야크나 낙타 떼나 몰고 다니는 유목민 밖에 없다고 여겨왔던 그 땅에도 화려한 문명과 생명력 강한 민족들이 있었음을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의 특성상 이 책에 이어 '유목민 이야기 - 김종래 著'를 읽고 있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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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하고야 말았다. ㅎㄷㄷ  창간 이래 수십년간 다큐 사진의 전성기를 이끌어간 주간지 '라이프'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세계 각국에 파견된 뛰어난 사진작가들로 부터 원고를 받아 생생한 현장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전달해 준 라이프. 특히 전쟁과 보도사진은 떼놓을 수가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2차대전을 거치면서 라이프는 급성장하게 되었는데 로버트 카파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당시 오마하 비치에서의 유명한 사진들도 라이프를 통해 전세계로 퍼져갔다.

 자유 베트남 패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 라이프가 수십년의 화려했던 시절을 접고 폐간을 선고한 이후 이제 다큐사진은 끝났다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라이프는 오늘날 가판대에 넘쳐나는 수준 이하의 주간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영향력이 대단했다고 한다.
 
 다큐 사진에 관심을 가진 이 후로 라이프는 한번쯤 꼭 보고 싶은 잡지였다. 이 녀석의 실물을 처음 본 것은 작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로버트 카파展에서였는데 카파의 사진이 표지로 씌여진 라이프지가 유리액자 속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처음 느낀 것은 '생각보다 꽤 큰 판형이다'라는 생각이었고 한번 펼쳐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후로 다시 라이프는 기억속에 잠들어 있다가 여름 즈음부터 나의 라이프 찾기는 시작되었다. 뜨거운 어느 여름 오후에 대구의 헌 책방 골목을 돌아다녀봤지만 라이프가 뭔지도 모르는 가게들에서 적잖은 실망만을 느끼고 말았고 미국에 나가있는 지인에게도 연락해보았으나 역시 구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 동대문 일대의 헌 책방들을 한번 뒤져야겠단 생각을 하던 중 일단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로 하고 나섰다. 인터넷상에서 영업 중인 헌 책 전문사이트는 수십군데나 있었지만 라이프로 검색하면 나오는 것은 대부분 라이프 폐간 이후 80년대 초에 한국일보와 타임-라이프에서 펴낸 단행본들이었다. 수십년간의 라이프지에서 엄선된 작품들이 주제별로 4권이 발매된 사실상 엑기스라고도 볼수 있지만 이 시리즈는 생각보다 구하기가 쉬운 편인 반면 정작 찾고 있는 라이프는 정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슬슬 눈도 피곤해지고 평소 같으면 진작에 포기했을 만한 충분한 시간(약 2시간)이 넘어갈 무렵. 그 날 따라 왠지 오기가 생기더니만 드디어 6권의 라이프지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 순간의 벅참이란 이제까지 겪어봤던 그런 것과는 다른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고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6권을 모두 쓸어담아 결제해버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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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녀석들이 그 6권. 68년 12월 23일판은 나름 연말특집판 같은 스페셜 에디션이라 횡재한 기분이다. 마거렛 버크 화이트의 사진이 표지를 장식한 창간호나 종간호를 구하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이 잠깐 든다 ;;  이 6권들은 모두 67년 부터 70년 사이에 판매된 것들로 무려 40년이 넘은 AUGUST 21 / 1967 부터 MAY 25 / 1970 이 가장 최신(?)판. 조금 안타까운 것은 오리지널 미국판이 아니라 아시아판이라는 것인데 그런것 따질 만큼 구하기 쉬운 물건이 아닌 듯하기에 이거라도 구한 것에 감사. 사실 내용면에서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이고 지면에 할애된 광고들에서 좀 차이가 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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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히 펜탁스의 걸작 SPOTMATIC광고, 펜탁스 외에도 캐논, 야시카, 페트리 등등 카메라 광고가 참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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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가 시대이기에 단연 월남전 기사가 많다. 베트남의 古都 HUE시 전투에서 부상당한 이 미군들의 칼라사진은 전쟁에 대한 이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지나치게 리얼한 이미지가 반전 운동의 불을 지펴주었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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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월남전 당시 케산 고지의 미군 방어진지의 모습. 사진이 주가 되는 잡지답게 넓은 양면을 가득 채우는 사진에도 전혀 인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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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처럼 흥미로운 기사도 있다. 1970년 5월 25일판으로 2차대전이 끝난지 불과 25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느껴지는 히틀러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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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권 중 한 권은 안국동 로타리에 있었던 協同書店에서 팔렸던 모양이다. 이 라이프 아시아 에디션의 앞 표지에는 국가별 가격이 그 나라의 화폐 기준으로 표시되어있는데 1967년 당시 한국은 70 Won이 정가였다. 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 당시 버스비가 3원 정도였다고 하니 결코 싼 가격이 아니었을듯. 더군다나 주간지인데도 말이다.

 사실 이 녀석이 회사로 도착한 후 너무너무 뜯어보고 싶었으나 이건 주위 사람들이 도저히 정상적인 정신상태로 이해해 줄리 만무하다는 생각과 아무 생각없이 들쳐보다 찢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에 집에 와서야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다. 역시나 오랜 세월을 거친 책이라 손에 새까맣게 먼지가 묻어나지만 전반적인 보존 상태가 썩 훌륭한 편이라 돈 아깝단 생각은 안드는 중. 사실은 38년도 판 라이프도 한 권 찾았었는데 무려 9만원에 육박하는 가격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값을 떠나 국내에서 이제 라이프를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더이상 취미의 범위가 고서 수집 쪽으로 확장되지 않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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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칼 : 문학동네 / 김종록 저 / 2002년 / 12,800원


 바이칼에 대한 서적은 국내에 정말 드물다. 비단 바이칼 뿐 아니라 시베리아를 비롯한 드넓은 유라시아 대륙의 정보는 정말 부족하기 그지 없다.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소련,몽골,중국 등)에 속했던 지역이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탓도 있겠지만 인류학, 지리학적으로 비인기 분야의 출판은 여전히 어려운 국내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을듯.

 몽골 / 바이칼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은 정보 수집이었다. 과거 두차례의 해외경험(베트남, 일본)의 경우에 충분치 못한 사전 정보수집으로 결국 보는 만큼 느끼지 못하고 돌아온 일은 안타까운 것이었다. 오히려 귀국 후 살인적으로 두꺼운 '호치민' 전기를 읽고 '세키가하라 전투', '올빼미의 성'과 같은 시바료타료의 일본 역사소설과 '도쿠가와 이에야스'전기를 읽는 뒷북을 둥둥 쳐야했다.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않으리라는 각오로 관련 서적을 찾았지만 정말 마땅한 서적을 발견하지 못하던 차에 유일하게 한 권을 만나게 된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소설가 김종록의 몽골 / 바이칼 일대의 여행기다. 여러차례 다양한 사람들과 바이칼 일대를 여행하며 겪고 듣고 느꼈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어찌보면 이번에 내가 다녀온 여행 코스와도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몽골에서 바이칼로 향하는 루트가 가장 무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목차를 간단히 살펴보자면..

서문 : 우리 영혼의 바탕골, 바이칼

1. 나는  왜 북방의 하늘을 보았는가?
2. 호 반 의  도시   이르쿠츠크  통신
3. 숲   의     귀   족,   자  작  나  무
4. 물  의  천 국 (天 國 ),  바  이  칼
5. 알   혼   을     노    래    하    라
6. 환  바  이  칼    철  도   위 에 서
7. 북 두 칠 성 의  고 향 을 찾 아 서
8. 대  지  의    신  은    평 안 하 다

후기 : 세계로 뻗어가기 위한 뿌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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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지 국립공원의 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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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을 할애하는 화보도 충실한 편>


 책을 구입함에 있어 의외로 상당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표지 디자인과 내지(內紙)의 질, 시각자료의 유무 등을 들수 있는데 이 책의 경우 표지 디자인은 뭔가 좀 촌스러워 맘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먹고 죽으려해도 바이칼에 관한 책은 이 것이 거의 유일무이한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괜찮은 인쇄질과 다양한 사진들로 바이칼을 답사하기 전에 꽤 유용한 자료가 되기도 했다.

 책 속에는 러시아의 데카브리스트들의 이야기, 바이칼 일대의 원주민 부리야트족, 예벤키족의 문화, 우리와 많은 연관이 있으리라고 여겨지는 샤머니즘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인류학적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한 전문성이나 심도는 깊지 않아 결국 다른 책을 찾아보고 싶게 만든다. 사실 여행기에서 그 정도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 과한 것이겠다. 어쨌든 이 정도 내용만 숙지하더라도 현지에서 느낄 수 있는 감흥은 크게 달라질 것이며 실제 가이드들이 설명하는 이야기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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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브리스트들을 따라 시베리아로 왔던 여자들의 이야기>


 다만 이 책의 저자 김종록씨는 문학하는 사람이라 너무 감성적인 것인지 좀 100%까지 동감하기 어려운 지나친 감정의 비약도 많이 보이고 바이칼을 우리 민족의 원류로 여기는 시각이 강하다. (이 사람은 바이칼 여행을 거의 성지순례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반적인 문체도 굳이 감상적으로 쓰려는 듯한 무리가 보이는 등 그리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라 내게는 읽는 맛이 쏠쏠한 맛깔스런 글은 아니었지만 출판 자체로 감사해야할 바이칼을 다룬 책이라 이 지역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할만한 책이다.

사실 이 책 말곤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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