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15 포항



2013.12.15 포항



2015.01.15 포항



2014.03.18 서울



2009.05.04 청산도



2014.08.05 청송





2014.11.30 포항 구룡포



2014.12.20 포항


구룡포 근처 작은 방파제에 어선이 들어와 부려놓고 간 고등어들. 어슬렁거리다가 단돈 2만원에 엄청난 마릿수를 들고 왔다. 너무 많이 산 듯. 



2015.01.01 포항



이름도 없는 어느 해변 기가 막힌 장소에서의 새해 일출. 올해도 좋은 일 가득하길.



Waterman Expert F Nib & Waterman Ink Serenity Blue



가장 오래쓰고 있는 만년필인 Waterman Expert. 그동안은 흔하디 흔한 Parker Quink Black만 넣고 써왔는데 워터맨엔 워터맨 잉크를 써보고 싶어 병잉크를 하나 들였다. 블루 계통에서 상당히 인기있는 Serenity Blue. 과거에 플로리다 블루로 나온 색인데 이름과 포장이 다소 바뀌었다. (예전게 더 이쁜듯)


어쨌든 칙칙한 Black과 Blueblack만 쓰다가 파란색을 넣어보니 산뜻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본격 필기용보다는 회사에서 흑백으로 출력된 서류에 첨삭하거나 하는 용도로 쓰면 좋을듯.



2015.01.23



2015.03.25




집 ↔ 회사만 반복하다 보니 목련이 핀 것도 오늘 처음 봤다. 그것도 밤에.


목련(木蓮)

 

나무에서 피는 연꽃이라는 이름 그대로 봉오리 때부터 꽃잎이 활짝 피기 전까지는 청초하고 고혹한 매력으로 봄을 대표하는 꽃 중의 하나이지만 꽃잎이 지면서 땅에 떨어져 거무튀튀한 갈색으로 시들어 가는 마지막 모습 때문에 썩 좋아하는 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봄을 대표하는 꽃은 뭐니뭐니해도 매화라고 여긴다.


어쨌든 목련하면 2002년의 험난했던 봄날이 생각난다. 당시 입단한지 얼마안된 우리 ROTC 3학년 후보생들은 1월의 첫 동계훈련을 시작으로 개강 후 3월까지 3개월째 선배들의 군기 잡기와 통제된 일상 속에서 긴장되고 피곤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물론 우리학교 학군단은 비교적 소프트했지만) 


학교에선 선배가 지나가지 않는지 사주경계를 부지런히 하며 돌아다녀야 했고, 저 멀리서 보여도 큰 소리로 '충성!'을 외쳐야 했다. 여자친구는 경례하는데 걸리적 거리지 않도록 반드시 왼팔에만 팔짱을 껴야했고, 07시에 학교에 모여 태권도 연습을 해야했으며, 동기들 중 누가 실수를 하거나 하면 단체로 미대 가는 길(그 아름다운 미대가는 길에서..ㅠㅠ) 다리 밑에서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새파란 것들끼리 1년 차이가지고 지들은 선배랍시고 어지간히 철든 척, 장교가 다 된 듯 으시대며 설쳤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물론 그런 삐딱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얼차려를 받고 나서 알이 베기기라도 하면 유난히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우리 학교 캠퍼스를 쩔뚝쩔뚝 거리며 돌아다녀야 했는데, 몸은 만신창이여도 겉으로는 다리미로 각잡은 베레모를 쓰고, 어깨에 뽕이 과도해 누가 입어도 어깨가 딱 벌어져 보이는 더블브레스트수트의 감색 학군단 제복을 입고, 여학생 치마속이 비칠 정도로 닦으라던 검정 단화를 신은 멋진 후보생이어야 했다. -_-; 아 쓸데없이 무거웠던 007가방이 화룡점정..


어쨌든 그런 군기 잡기 과정도 보통 4월 쯤이 되면 어느 정도 완화되기 마련이었고, 그래서 일부 좀 '착한'선배들이나 역시 ROTC출신 대위였던 훈육관님은 우리들에게  '목련 꽃 필 때까지만 버텨라' 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했었다. 공교롭게도 학군단 앞에는 큰 목련 나무가 있었고, 진짜로 그넘의 목련이 딱 피면 생활이 풀리려나 기대하며 목련 나무를 쳐다보며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진짜로 목련이 피고나서 생활이 풀렸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쨌든 그 '목련 필 때까지 버텨라' 라는 말은 아직도 목련이 필 때마다 떠오른다. 그런데 그 때는 참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졌던 그 목련 피는 날이 기껏해야 3월말이었다니. 13년전 그토록 기다렸던 목련꽃은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활짝 필 준비를 마쳤다. 


목련이 피면서 올 한해도 벌써 1/4분기를 넘어가고 있다..



2015.03.25


원래 턴테이블 침압계로서 산 녀석인데 요즘은 이렇게 홍찻잎 우릴 때 정확히 계량하는 용도로 쓰인다. 턴테이블 좀 돌려줘야 하는데 요즘은 너무 안듣는 듯.

웨지우드는 그 오랜 역사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브랜드라 하나 정도는 갖고 싶었는데 그 유명한 Jasper 라인은 그 아름다움은 별개로 실사용하기에 그리 끌리지 않았다. 식기류의 파란색은 음식이 맛있게 보이지 않았고 찻잔만 구하고 있는 나에게 홍차의 수색을 보려면 찻잔은 일단 흰색이어야했다.





웨지우드의 대표작. Portland 항아리



그러나 이런 웨지우드 전통의 아이템과 달리 비교적 최근인 1964년에 첫 등장하여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라인업이 있으니 바로 와일드 스트로베리 시리즈다. 영국제 도자기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미 문양이 아닌 산딸기 그림을 그려넣은 이 라인업은 처음 봤을 때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포트메리온이 떠올라 그다지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게 보면 볼 수록 수수한 듯 하면서도 참 산뜻하고 예뻐 보이는 것이었다. 찻잔의 모양도 내가 선호하는 넓고 얕은 Peony Shape에 1st Quality의 Made in England. 일단 한 조만 사보기로 했고 3주가 거의 다되어 영국에서 도착했다.





Wild Strawberry라는 이름 처럼 잔과 소서에 산딸기 그림이 그려져 있다. Minton의 Haddon Hall 라인업 보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듬성듬성한데 그래서 더 깔끔하고 마치 산뜻한 풀내음이 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림의 채도는 의도적인지 다소 낮은 편인데 그래서 덩쿨의 녹색과 산딸기의 빨강, 꽃의 분홍색이 그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전체적으로 차분한 조화를 이룬다. 찻잔과 소서의 테두리는 22K 금으로 입혀져 조금이나마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빅토리아 여왕 시절의 금장이 엄청나게 들어간 화려한 찻잔들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평소에 자주 쓰기엔 딱 적당해 보이고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위에서 바라본 모습. 잔에다 차를 따르면 찻속에 산딸기 풀을 담궈놓은 듯한 느낌도 든다. 손잡이의 홀딩감도 좋고 무게 배분, 촉감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찻잔의 아랫면에는 웨지우드의 마크가 스탬핑 되어 있고..





소서의 아랫면에서는 포틀랜드 항아리 그림의 웨지우드 마크가 스탬핑되어 있다. 찻잔과 소서의 웨지우드 마크 스탬핑이 다른데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제작 시기가 서로 다른 찻잔과 소서로 이루어진 한 조일 가능성도 있을 듯. 자세히 보면 산딸기 그림의 색감도 찻잔과 소서가 조금 다르다. 상태는 매우 훌륭하므로 굳이 신경안쓰기로. 패스~






마지막 사진은 차를 따라둔 것으로 올리고 싶었으나 사진을 찍어두질 않아서 그냥 이걸로 끝낸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찻잔인데 실물을 보니 한조를 더 사고 티포트와 플레이트까지 사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든다. 64년에 발매된 이후 지금까지 인기를 누리는 건 역시 유행을 타지 않는 깔끔함에 있지 않나 싶다. 



2015.03.22

단기간에 걸쳐 찻잔을 몇 개나 지르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어느 정도(?)만 갖추고 나면 그만해야지 다짐하며 그 '어느 정도'에 속하는 것들을 나름대로 정해보았다. 주로 영국제 찻 잔들에 관심이 갔고 非영국제로는 딱 두 종류가 소유욕을 자극했는데, 하나는 독일 마이센(Meissen)의 Blue Onion 라인이었고 또다른 하나는 러시아 로모노소프(Lomonosov) Cobalt Net 라인이었다. 




두 종류 모두 파란색을 주제로 한 자기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보아 내가 파란색을 참 좋아하긴 좋아한다 싶은데, 마이센의 블루 어니언은 조선에서도 만들어내던 중국의 청화 백자를 모방한 제품임에도 유럽에서 최초로 도자기 제작에 성공했다는 역사성을 가지고 있고 오늘날에도 명품으로서의 위치가 탄탄해 다소 수수해 보이는 외모에 비해 가격도 만만치 않다. 반면 로모노소프의 코발트 넷은 파란색 그물망에 금으로 그려진 문양들이 어우러져 러시아 황실에 공급되던 자기라는 명성에 걸맞는 상당히 화려한 외모를 자랑한다. 



성격상 어차피 언젠가는 살 것 같아 이왕 살거 빨리 사자는 합리적(?) 결론을 내렸다. 마이센은 좀 더 보는 안목이 키워지면 알아보기로 하고 먼저 로모노소프를 알아보니 국내 가격은 정말 깜짝 놀랄 수준이다. 복잡한 유통과정과 관세,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은 수입사들의 의도가 더해졌는지 모르겠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다. 한 눈에 확 들어오는 화려한 디자인에다 이렇게 비싼 가격까지 더해지니 그릇 좀 좋아하는 일부 사람들 사이에선 거의 선망의 대상이던데 나는 그렇게 비싼 비용을 지불할 생각은 없었다. 결국 이번에도 이베이를 공략하기 시작했는데 그다지 많은 물건이 올라와있지도 않을 뿐더러 짝퉁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가격대가 국내에 비해 저렴했고 그리 비싸지 않은 중고제품에도 입찰자가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물건이 많은 영국의 로얄 알버트나 파라곤 제품들에는 항상 입찰자가 많은 것과는 너무 비교되는 의외의 모습이라 로모노소프 역시 국내에서 다소 과장된 이미지의 브랜드가 아닌가 살짝 의심도 된다.. 그래도 이쁜 건 사실이라 하나를 눈여겨 보며 입찰했고 별다른 경쟁없이 수월하게 한 조를 구할 수 있었다. 





Lomonosov - Cobalt Net Tulip Tea Cup


정상적으로 소서에 올려두고는 안찍고 뒤집어서 먼저 찍었다; 미국의 셀러에게서 구입한 물건인데 적어도 배송하기 전에 한 번은 씻을 법도 한데 먼지도 제법 많고 잔 내부에 얼룩 마저 있었다. 물론 셀러의 제품 설명에 90년대말에 구입한 후 거의 쓰지 않고 보관만 해온 것이라 먼지가 앉거나 때가 묻었을 수 있다고 적혀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냥 그대로 보낼 줄이야;;; 셀러도 참 대단한 사람인 듯. 하여튼 개봉 후 회사 탕비실에 들고가 깨끗이 설거지 해줬더니 다행히 반짝반짝 상태가 좋다. 잔 아랫면의 스탬프는 요즘 나오는 제품들과 차이가 있다. 





모든 페인팅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손잡이에도 신경써서 금으로 무늬를 그려뒀다. 잔과 소서의 화려한 그림과 튤립 형태의 디자인에 비해 손잡이의 디자인은 너무 평범하지 않나 싶은데 금으로 그린 무늬가 심심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바로 위에서 바라본 모습. 잔의 크기는 일반적인 찻잔에 비해 큰 편으로 가득 채울시 약 250ml 정도 들어가며 보기 좋게 예쁘게 담으면 220ml 정도가 들어가는 수준이다. 티포트를 쓰지 않고 간단하게 티백을 우려 마시기에는 딱 좋은 사이즈. 다만 차를 그 정도 채우면 무게가 꽤 무거워지는데 역시 저 손잡이가 뭔가 좀 어설프다. 손가락이 편하지 않고 무게감이 많이 느껴지고 잔의 옆 면에 손가락이 닿아 뜨겁기도 하다. 드는 요령이 생기면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저 손잡이는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래도 모든게 용서되는 화려한 코발트 넷과 금장의 조화. 소서 위에 잔을 올려두고 이렇게 바라보면 정말 아름답고 화려하다. 물론 눈을 부릅뜨고 구석구석 살펴 보면 완벽하지만은 않은데, 잔 아랫 부분이나 소서의 가장 자리 등의 금장 칠 폭이나 도료의 두께가 조금씩 편차가 있긴 있다. (공식 수입업체에서도 모든 무늬가 핸드 페인팅이라 완벽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언급을 해둠) 로얄 알버트도 그렇고 금으로 칠하는 부분은 원래 다소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이해하는게 좋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만년필도 그렇고 시계나 등등 대부분의 물건들에 '금장'을 상당히 싫어하는 편인데 이상하게 찻 잔은 금장 무늬가 들어간 것이 좋다. 





퇴근이 다소 늦었지만 새 찻잔이 왔으니 한 잔 안마실 수 없지. 티백으로 간단히 마시고 잘까 하다가 새로산 Twinings의 Earl Grey 틴을 개봉해서 우려냈다. 확실히 잔이 크니까 우려낸 다음 티포트로 옮겨서 2번 따라 마실 필요가 없어서 좋다. 어차피 2조를 산 것도 아니니 혼자 마실 때 주력 찻잔이 될 것 같다. 



대부분의 찻잔들이 사진보단 실물이 낫던데 솔직히 말하면 얘는 사진이 나은 것 같다. 실물이 예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워낙 사진발을 잘 받는 화려한 잔이다 보니 기대가 너무너무 컸던 것일 수도. ㅎㅎ  



2015.03.17

찻잔에 빠진 이후 날마다 ebay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괜찮은 찻잔이 없나 살펴보는 요즘인데 얼마전에 덤볐다가 놓친 물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위 사진의 웨지우드의 찻잔 2조 세트였는데 'Queen of Hearts'라는 이름처럼 곳곳에 하트가 뿅뿅 박혀있다. 하트가 들어간 디자인인데도 너무 여성스럽기만 하거나 유치하지 않은 품위가 느껴졌고 컵과 소서의 무늬와 반복적인 패턴도 단정하면서도 화려한 매력이 있어서 이건 다소 출혈이 있더라도 한번 덤벼봐야겠다 싶어 Watch List에 올려두고 주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경매가가 높지 않더니 꽤 많은 입찰자들이 나타났고 마감 10여분을 남겨두고는 거의 US $60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 배송료를 감안해도 아직은 괜찮은 가격이라 매복을 끝내고 기습적으로 끼어들었더니 금방 다시 가격이 올라가버린다. 한번 해보자 싶어 나도 다시 올려서 입찰하니 또 올라가고 한번 더 올리니 아예 덤빌 생각하지 말라는 듯 훌쩍 높은 금액을 던지는 녀석이 하나 있길래 추격을 포기해버렸다. 매복해 있다가 마지막에 등장한 나를 의식한 듯 그 입찰자는 계속 가격을 올려서 불렀고(나는 추격 의지를 이미 상실했는데 ㅋ) 결국 위 캡쳐에 있는 것 처럼 US $108.73에 가져갔다. (셀러는 나한테 고마워해야할 듯)




하여튼 그 후 국내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는 약 7만원 전후로 새 것도 살 수 있는데 굳이 위험한 이베이에서 무리하여 사지 않은게 현명했다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사려면 나중에 새거로 사야겠다 생각 하던 중, 어제밤에 내가 찻잔 구경하는 걸 보던 와이프가 친정에 이 찻잔이 있다는 게 아니가! 예전에 처제가 회사 다닐 때 부회장이 처제에게 선물해줬고, 처제는 그걸 다시 친정에 드렸다는 것. ㅎㄷㄷ 그리하야 오늘 처가에 갔다가 찬장에 들어있던 요놈들을 데리고 집에 왔다. (찻잔가지러 간 건 아님..) 처가 장농에서 카메라가 출토(?)되서 들고 왔다는 이야기나, 미래의 사위를 위해서 장인이 만년필을 미리 사뒀다가 줬다는 얘기나 등등 처가 득템 얘기들은 은근한 로망이었는데 나도 뜻밖의 이런 득템의 날이 오다니. 사실 찻잔에 관심없었다면 봐도 몰랐겠지만.





Wedgwood - Queen of Hearts Tea Cup


당연하겠지만 상태좋고 깨끗한 민트급. 이런게 처갓집에 있었다니! 깊이가 얕고 폭이 넓은 전형적인 홍찻잔의 형태고 화려한 문양이 있지만 잔 내부는 흰색이라 홍차의 수색을 감상하는데 지장이 없다. 홍찻잔의 내부는 무조건 흰색이어야 한다는 개인적 신념.





소서의 한 가운데도 하트가 딱~ 반복적인 패턴과 금장의 조화가 화려하고 아름답다. 





위에서 바라본 모습. 보기좋게 잔의 흰 색 부분까지 차를 채웠을 때 대략 130ml 정도 들어가는 일반적인 크기이다. 






잔의 아랫면. Wedgwood의 가장 최근 로고가 스탬핑되어있다. 마크로 렌즈가 없어서 더 크게는 못찍었다만 W 사이에 웨지우드의 대표작 포틀랜드 항아리 모양이 있다. 






마크로 렌즈가 없어서 크롭해서 올려본다. 요렇게 되어 있는데 꽤 귀여운 듯. 





대부분의 영국 도자기 업체들이 요즘 그러하듯 웨지우드도 이제 대부분 해외 공장 생산이다. 그래서 얘도 뒷 면에 ENGLAND 스탬핑은 보이지 않는다. (태국 생산) 퀄리티의 차이야 없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웨지우드의 이름을 생각한다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사진 다 찍고 Twinings의 Darjeeling을 우려서 마셨다. 3g에 300ml 우려냈더니 딱 2잔 나온다. 



어쨌든 뜻밖의 득템으로 횡재한 기분인 주말이다. 다음 주 중으로는 아마도 이베이에서 지른 Wedgwood의 대표 라인 Wild Strawberry 찻 잔도 하나 날아올텐데 안전하게 잘 날아오길. 



2015.03.15





퇴근 후 본가에 잠시 들러서 노닐다가 책상 위에 엄마 만년필이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요즘 만년필로 금강경 필사를 하신다더니 그 만년필인가보다. 어릴 적부터 봐왔던 만년필이었지만 그 때는 크게 관심이 없다가 오늘은 좀 유심히 살펴보며 이면지 위에 몇 자 휙휙 갈겨봤다. 파커답지 않게 글씨가 제법 가늘게 써지기에 닙을 봤더니 14K에 XF. 이정도면 분명 그 당시엔 제법 고가의 만년필이었으리란 예감이 든다. 


만지작 거리고 있으니 아버지께서 '그거 하나 더 있다.'고 하시며 서랍장을 뒤지기 시작하셨다. 어릴 적 부터 '엄마 만년필'로만 알고 봐왔던 만년필인데 이게 하나가 더 있었다니. 궁금 하다고 찾아 달라고 했더니 아버지도 오랫만에 생각이 나셨는지 서재 부터 안방 서랍장까지 뒤지시기 시작하셨다. 내려놓은 커피는 다 식어가는데 한참을 뒤지시더니 안방에서 가지고 나오신 주머니 안에는 부모님이 학창 시절에 쓰셨던 Parker, Pilot 같은 여러자루의 만년필이 들어있었고 그 중에 엄마 만년필과 똑같은 이 만년필이 한 자루 있었다.


바로 요 녀석.





구글을 통해 확인한 모델명 : Parker 75 - Stering Silver Cisele



좀 낡았다 뿐이지 요즘 나오는 파커 소네트 라인과 비슷한 음각 처리된 격자 무늬의 베럴과 늘씬한 라인은 세월이 지나도 무척 세련된 느낌이다. 거기에다 베럴과 뚜껑의 재질이 무려 은! 순은 다음으로 불순물이 적으면서 가공성을 갖춘 표준은(Stering Silver)을 사용한 모델이다. 예상대로 꽤 고가의 모델인 듯 구글에 자료도 엄청나게 나온다. 이베이를 뒤져보니 여전히 거래가 꽤 활발한데 제일 비싸게 올라온건 무려 $349.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50~200사이에 형성된 매물들이 제일 많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가격대로 거래되고 있는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정도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걸 보면 70년대 말 당시 우리나라 소득수준과 물가수준을 논외로 하고라도 꽤 고가였을듯 하다. 이 비싼 만년필이 왜 똑같은 것으로 두 자루나 있냐고 여쭤봤더니 대학원 시절 두 분이 사귀실 때 똑같이 사서 사용하시던 즉, 요즘 말로하면 '커플 만년필'이었다고 한다. ㅎㅎ





요즘도 어지간해서는 EF Nib 이하로는 보기가 어려운데 얘는 무려 XF Nib이다. 부모님이 학생 시절이었던 때 산 것이라 깨알같은 노트 필기를 염두에 뒀던 것일까.




두 분의 추억이 어린 40년이 다되가는 만년필을 내가 가져와도 되나 싶었지만 호기심이 발동해 가져가서 써보겠다고 세척을 시작했다. 펜촉을 물에 담그니 검은 잉크가 끝도 없이 나온다. 보통 여러차례 컨버터로 물을 빨아줬다 빼내면 더이상 잉크가 안나오는데 얘는 정말 한참을 반복해야 했다. 이 잉크는 언제 마지막으로 들어갔던 잉크였을지도 궁금했고 멀쩡히 잘 써질까도 걱정됐다. 내가 그렇게 촉을 청소하는 동안 아버지는 베럴을 치약으로 닦아 광택을 살리고 계셨다. 






청소를 다 하고 제 짝인 Parker Quink Black을 넣어주고 집에 돌아와 로디아 노트에 오늘자 일기 비슷한 내 잡설을 또 몇자 끄적여봤다. 초반에는 오래 안써서 그런지 다소 흐름이 원활하지 않더니 금세 부드럽게 술술 잘 나온다. XF Nib이라 그런지 파커 치고는 글씨도 가늘게 써져서 이런 줄 노트나 다이어리에도 충분히 쓸만한 것이 맘에 든다.지금도 세 자루의 만년필을 쓰고 있지만 이 파커 75는 메인으로 쓰기에도 손색이 없는 디자인과 필기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두 분의 젊은 시절 아름다운 추억과 이야기가 깃들어있을 소중한 만년필이라 더욱 가치가 느껴지는 이 만년필. 나도 오래오래 간직해야겠다..



p.s. 너무 간만의 포스팅이라 글도 안써진다. 



2015.03.10. 





Nib 부분 접사샷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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