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6.


비교컷을 좀 찍긴 했는데 리뷰로 이어질지는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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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ppon Kogaku W-Nikkor 2.5cm f4.0 (LTM버전)



거침없이 달리시는 L형님 덕분에 관심있던 렌즈를 빌려 써보게 됐다. 54년에 발매된 W-Nikkor 2.5cm f4.0이 그 주인공. 환갑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어마무시한 몸값을 자랑하는 귀한 녀석이다. 원래는 Zeiss Ikon의 Contax와 같은 형태의 니콘 S마운트로 발매되었지만 라이카에서도 사용가능한 M39(LTM) 마운트로도 발매되었다. 


오늘날 기준으로 25mm라는 화각은 다소 낯설긴 하지만 당시로서는 거의 초광각에 해당하는 것이라 사진가들의 환호를 받았으리라. 이 렌즈에 대한 매니아층은 오늘날도 제법 두터운데 그 이유는 우수한 성능도 성능이지만 특이한 구조에 기인한다. 






보다시피 이 렌즈는 4군 4매 구성된 완벽한 좌우대칭의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같은 극단적인 좌우 대칭 구조를 통해 광각 렌즈에서 왜곡을 비롯한 각종 수차를 물리적으로 억제할 수 있었다. 마치 구슬과도 같은 렌즈 알을 보고 있자면 영롱한 매력에 빠져드는데 이같은 설계의 원조는 사실 Carl Zeiss의 Topogon이었다. 







요것이 오리지날 Carl Zeiss Jena Topogon 25mm. 화각부터 최대개방값까지 똑같다. 50년대 니폰 코가쿠, 캐논 등의 일본 메이커들은 독일 메이커들의 설계를 다분히 참고한 제품들을 출시하는 한편 그들의 성능을 뛰어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뭐 하나라도 개선된 점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했던지라 오리지날 Topogon이 거리계와 연동되지 않는 목측식이었던 것에 반해 W-Nikkor 2.5cm는 거리계 연동이 가능하게 출시되었다. (캐논의 25mm f3.5는 최대 개방값도 아주 조금 더 밝아졌다.)







코팅 역시 당대 독일 렌즈들보다 두터워 보이는데 역시나 역광에서 버티는 능력도 제법 준수하다. 







Topogon 타입임을 증명하듯 렌즈알이 반구형으로 볼록하게 나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뒷면에서는 더욱 그 형태를 잘 확인할 수 있다. 정말 구슬을 하나 박아넣은 듯한 모양이라 가만히 들여다 보고만 있어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만 Topogon 타입은 급격하게 꺾인 렌즈 끝단의 곡률로 인해 주변부의 화질이 많이 떨어지고 비네팅이 심하게 발생하는 단점을 가지는데 이때문에 최대 개방시에도 조리개는 완전히 다 열리지 않게 설계함으로써 그 문제를 최대한 억제하는 경우가 많다. 위 사진에서도 최대 개방에서 조리개날이 완전히 열리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렌즈는 비네팅이 제법 발생하며 개방시에는 더욱 심해진다. 반면 오리지날의 위엄은 역시 무시할 수 없는지 칼 자이즈의 Topogon은 조리개가 거의 대부분 열리면서도 W-Nikkor에 비해 비네팅이 적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편이다. 







거리계의 단위는 FEET로만 적혀있고 라이카 스크류 렌즈들과 같은 형태의 무한대 잠금 장치를 가지고 있다. 크롬 코팅이나 레터링 각인의 수준은 훌륭하다. 코팅된 렌즈임을 표기해주는 빨간색 "C"마킹도 적당한 시각적 포인트가 되어준다. Carl Zeiss 렌즈들의 "T"마킹을 보는 듯 하다.







필터 구경은 상당히 특이한 34.5mm로 오늘날 해당하는 사이즈의 필터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중앙카메라 수리실에 제작을 의뢰해 만들었다. 앞으로 애매한 사이즈의 필터는 비싸게 구할 생각하지 말고 애초에 부탁드려 만드는 것이 더 좋을 듯. 







얇은 필터링에다가 광택도 최대한 비슷하게 제작되어 제짝인 듯 잘 어울린다. 







단단하고 야무진 렌즈에 어울리지 않는 플라스틱이라 좀 깬다만 올드 렌즈에서 일반적인 금속제 슬립온 방식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클립온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앞캡.







바디와의 매칭. 슬림한 경통에 짧은 길이의 컴팩트한 렌즈로 바르낙 바디에 제법 잘 어울린다. 25미리 파인더가 없어서 일단 Voigtlander 28mm 파인더로..ㄷ





많은 롤을 찍어보지 못해 렌즈의 특성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 조심스럽지만 니콘은 니콘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말에는 물론 장단이 존재하는데 흔히 니콘 렌즈의 특성으로 평가받는 높은 선예도와 강한 콘트라스트는 이미 이 시절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느껴진다. 칼라 색감 역시 화사하고 예쁜 쪽은 아니지만 Topogon타입의 특징에 기인하는 강한 비네팅 효과와 왜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쭉쭉 뻗는 시원시원함은 렌즈의 개성을 확실히 드러내준다. 






B/W Neagtive : Kodak 400TX





































































Positive : Fujifilm RVP 100







































귀한 렌즈 빌려주신 L형님과 렌즈 뒷캡으로 IIIf를 보내준 K군에게 감사를! 


보다 훌륭한 리뷰를 보려면


Qunaj님의 'W-NIKKOR C 2.5cm 1:4 LTM'


Goliathus님의 '[Nikon]W-Nikkor 2.5cm 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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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Fly꼬마~ 2017.09.13 1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5mm f4 니코르렌즈도 34.5미리 필터였군요;; 저도 5cm 마이크로렌즈 가지고있는데 34.5미리입니다! 필터제작비용은 어느정도 나오셨어요?! 이베이에도 없어요 ㅠㅋㅋ

    • BlogIcon [Photo-Nomad] 2017.09.14 13: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확히 기억이 나지가 않습니다만 필터알은 별도로 해서 5만원 정도 했었던 것 같네요. ㅎㅎ 정확한 건 직접 문의해보시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 전쟁의 종말


1945년 04월 30일 베를린. 


일체의 정규 방송이 모두 중지된 베를린 라디오에서는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중 '신들의 황혼'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밀려오는 소련군에 맞서 절망적인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길 수 없는 전투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항복할 수 없었다. 그들이 소련군을 저지하는 동안 보다 많은 민간인들과 패잔병들이 미,영 연합군이 있는 엘베강 너머로 투항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미없는 '현진지 사수'와 같은 명령보다 더욱 절박한 이유였다. 


이미 와해돼버려 존재하지도 않는 사단들을 가지고 '이리 보내라, 저리 보내라' 심지어 역습을 가해 공세로 전환하라고 미친듯이 지시하던 히틀러도 더이상 무의미한 작전 지휘를 그만두었고 벙커 속은 침묵만이 흘렀다. 그는 이 날 발터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았고 오랜 연인 에바 브라운은 청산가리 캡슐을 깨물었다. 소련은 베를린 함락의 상징적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고 베를린 국회의사당은 그에 걸맞는 장소였다. 죽기를 각오한 독일군 수비대 6천여명이 이에 맞섰고 치열한 교전끝에 늦은 밤이 되어서야 소련군은 국회의사당을 점령할 수 있었다. 날이 밝고 국회의사당에 소련 국기가 걸렸다. 노동절을 맞아 가장 극적인 승리의 장면을 묘사하고 싶던 스탈린의 바램이 이루어졌다. 


1945년 05월 02일. 베를린을 수비하던 독일군은 항복을 선언했다. 









■ 독일에서의 달콤한 전리품들


전쟁 중에 독일이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기 위해 비록 손을 잡았지만 애초부터 미국,영국과 소련은 서로가 친구가 될 수 없으리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패튼은 소련을 의식하는 아이젠하워의 조심스런 전략에 불만이 많았고 '그렇게 소련이 무서우면 이대로 전차군단을 계속 몰아 모스크바까지 점령해버리면 될 것 아니냐.'는 막말을 걸핏하면 내뱉었을 정도로 소련에 대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미,영 폭격기들이 학살 수준의 공습을 가했던 드레스덴 폭격은 진격하는 소련군의 전방에 가해지던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포장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미,영이 보유한 무시무시한 공군력을 소련에게 보여주려는 정치적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소련은 전쟁이 끝난 후 재무장한 독일군을 앞세워 미,영이 쳐들어올까 두려워했고 서방은 소련에 의한 공산주의 진영 확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냉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이 가까워 올 수록 양측은 앞으로의 전쟁에 대비해야했고 독일의 군사 기술은 승전국들이 노리는 최고의 전리품이었다. Me262 제트전투기와 V1, V2 로켓은 특히나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고 미처 실전 배치되지 못하거나 연구,개발 과정에 있었던 다양한 무기들의 자료들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승전국들은 혈안이 되었다. 그리고 소련이 탐을 낸 것이 더 있었으니 바로 세계 최고의 독일 광학 기술이었다.





■ Zeiss Ikon을 내놔라.


승전의 대가로 소련은 Zeiss Ikon의 생산 설비와 기술을 요구했다.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부담해야했던 가혹한 전쟁 배상금의 규모에 비할 바는 못되었지만 전쟁 기간 동안 참전국 중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입은 소련 입장에서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소련군 점령지에 속한 예나와 드레스덴의 Zeiss Ikon 공장 설비들이 열차에 실려 소련으로 옮겨진다. Contax와 교환렌즈의 생산 라인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를 생산할 엔지니어와 숙련공들도 함께였다. 





패전과 함께 생산이 중지되고 소련으로 생산 설비가 옮겨진 Contax II. Biogon 35mm가 장착되어 있다.




그렇게 옮겨진 설비들은 모스크바 근교의 Krasnogorsk와 우크라이나의 Kiev 등지의 공장에 설치되어 국산화 과정을 거쳐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승전의 대가로 소련은 당대 최고의 카메라와 렌즈를 생산할 수 있게된 것이었다. 그리고 Zeiss Ikon에서 획득한 광학 기술을 통해 조준경, 잠망경, 정찰용 카메라 등 군사용 광학 장비의 성능 향상도 꾀할 수 있었을 것이다.






■ Soviet's Carl Zeiss - Jupiter의 탄생


Kiev에서 Contax II/III의 카피 모델이 생산되면서 Krasnogorsk에서는 Contax용 렌즈들을 카피하여 생산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독일에서 가져온 칼 자이즈의 부품 재고를 이용해 조립이 이루어졌는데 이 때문에 이 시기의 제품들은 칼 자이즈 오리지날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다 독일에서 가져온 부품들이 모두 소진된 1950년 이후부터는 유리알을 비롯한 모든 부품이 국산화되며 100% 소련제로 본격 대량 생산이 시작된다. 이처럼 칼 자이즈에서 원설계하고 소련에서 재생산한 렌즈들에는 새로운 이름이 붙혀지게 된다. 바로 Jupiter였다. 


로마 신화에서 최고의 신으로 여겨지는 Jupiter는 승리의 주피터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집정권들이 취임하거나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들이 개선할 때 반드시 참배하는 대상이었고 로마의 스타틀 신전은 로물루스가 주피터에게 기원한 후 전쟁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세워진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 승리의 대가로 얻어낸 렌즈에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 수 없었다. 


소련은 Jupiter 시리즈의 본격 출시에 나서면서 오리지날인 Contax 베이요닛 마운트와 함께 LTM버전도 병행하여 생산했는데 자국의 Zorki나 Fed 카메라에도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이는 소련의 자체적인 재설계로 볼 수는 없고 전쟁 기간 중 Carl Zeiss에서 아주 극소량으로 생산했던 LTM버전 렌즈들을 자국의 필요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해낸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겠다. 


Carl Zeiss에서 자사의 Contax용이 아닌 경쟁사인 Leica에 맞는 LTM버전의 렌즈들을 만들어 낸 것에는 사연이 있다. 전쟁 기간 중 드레스덴의 Contax 제조 시설이 폭격을 맞아 생산이 중단되자 Carl Zeiss는 렌즈를 생산해도 함께 판매할 카메라의 공급이 끊어져 버렸고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경쟁기종이던 라이카에 사용할 수 있는 LTM버전 렌즈들을 잠시 생산했던 것이다. 


오늘날 전쟁 기간 중 생산된 오리지날 Carl Zeiss LTM버전 렌즈들은 극히 귀하고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물건이라 현실적으로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에 Jupiter LTM 버전 렌즈들은 Carl Zeiss가 설계한 올드 렌즈들을 가볍게 즐겨보고 싶은 라이카 유저들에게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Carl Zeiss에서 생산된 LTM버전 렌즈들. 소련은 이 중 5종류를 Jupiter라인으로 생산하게 되는데 Jupiter-3, 8, 9, 11, 12가 그것인데 순서대로 각각 Sonnar 50mm f1.5, Sonnar 50mm f2.0, Sonnar 85mm f2.0, Sonnar 135mm f4.0, 그리고 Biogon 35mm f2.8이었다. 






■ Jupiter-12에 대한 재인식



Jupiter-12 35mm f2.8 (for Contax/Kiev)


5종류의 Jupiter렌즈 중 현재까지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렌즈는 단연 Jupiter-12가 아닐까 싶다. RF에서 가장 대중적인 35미리 화각이라는 점, 명성이 자자하던 비오곤의 카피라는 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겠다. 1950년대 당시 자국에서 생산된 세계 최고 수준의 35미리 렌즈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소련의 사진가들은 얼마나 흥분되었을지 상상해본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오늘날의 처지는 그저 '싼맛'에 쓸만한 그냥 그런 렌즈일 뿐, 애정을 갖고 대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들이 대세가 되면서 이종교배용으로 알음알음 유저들이 제법 늘어나고 있기는 하나, 깊이 있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는 여전히 드물다. 개인적으로 Biogon 타입에 대해 애정이 많아 그 영혼이 담긴 Jupiter-12에도 많은 관심이 있었던지라 이번 리뷰를 통해 조금 자세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관심을 가지다 보니 Jupiter-12의 넘버링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다. 다른 Jupiter 시리즈들은 화각 순으로 번호가 진행되는데 반해 Jupiter-12는 35mm임에도 왜 맨 마지막인 12번을 얻게 되었을까? (쓸데없는 의문..ㄷㄷ) 나름의 논리로 추론해본 결과는 다른 Jupiter 시리즈들이 모두 Sonnar타입이니 Biogon타입에는 뭔가 다른 이름을 붙여 주려다가 '그냥 얘도 주피터로 해라!'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거나, 아니면 제조가 까다로운 탓에 가장 늦게 재설계가 이루어졌던 탓에 가장 늦게 번호를 부여받았던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Biogon이 원래 Sonnar 설계에서 파생된 형식이니 소련에서 Jupiter라는 이름을 붙힌 것 자체가 광학설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래도 12번이라는 가장 늦은 번호가 붙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별로 중요하지 않.. 넘어가자. ㄷㄷ) 





■ Sonnar에서 Biogon으로 다시 Juputer-12까지




위 자료를 보면 Sonnar부터 Biogon, 그리고 Jupiter-12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잘 정리되어 있다. Sonnar에서 파생된 Biogon 35mm는 전쟁 후 서독의 Zeiss Opton Biogon 35mm와 소련의 Jupiter-12로 나뉘어지게 된다. 서독의 비오곤은 새롭게 개발된 Contax IIa에 사용할 수 있도록 비오곤의 상징과도 같았던 엄청나게 큰 후옥의 크기가 작아지고 백포커스가 조금 길어지는 여유있는 설계를 택하게 되는 반면 Jupiter-12는 오리지날 비오곤의 설계를 크게 변경하지 않아 여전히 큰 후옥과 짧은 백포커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Jupiter-12는 전전형 비오곤과 같은 설계라는 일반적인 평가를 얻게 되었는데 위 그림을 살펴보면 그렇다고 완전히 같은 설계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Jupiter-12는 렌즈 구성이 Biogon의 4군 7매에서 4군 6매로 간략화 되었고 각매의 렌즈알 크기나 곡률도 변경되었는데 이것이 소련제 렌즈알에 따라 최적화 설계를 다시해낸 것인지 원가절감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혹은 소련에 끌려간 독일 기술진에 의해 보다 향상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새로운 설계가 이뤄진 것일 수도 있고. 어쨌든 일본에서는 Jupiter-12를 전후 서독에서 생산된 Zeiss Opton Biogon보다 높게 친다고 하니 성능의 저하도 없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물론 호들갑스런 일본애들의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는 없겠지만 또 걔들만큼 집요한 애들도 없기에...)  





입사부보다 훨씬 큰 후옥과 필름면 가까이 들어오는 짧은 백포커스를 가진 Jupiter-12, Biogon의 설계가 충실히 계승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오리지날인 Contax용은 아답터를 이용해도 라이카 바디에서 사용할 수 없었는데 소련에서 LTM버전을 대량으로 생산해준 탓에 라이카에서도 Biogon 설계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Carl Zeiss Sonnar나 Biogon에는 일명 '자이즈 버블'이라는 기포가 한두개씩 흔히 발견되는데 Jupiter-12 역시 이러한 기포가 발견된다. 화질에 영향은 전혀 없기에 구매시 결격 사유가 되지는 않고 역설적으로 이로 인해 오리지날 칼 자이즈와 유사한 재료를 이용해 동일 제조 공법으로 생산되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발가락도 닮은 셈.






■ Jupiter-12의 세대별 구분



Contax II의 카피 Kiev II와 Biogon 35mm의 카피 Jupiter-12. 위 사진과 같은 50년대 Kiev는 오리지날 Contax II와 거의 같아 거래가격이 제법 높다.




Jupiter-12는 1950년부터 90년대까지 무려 40여년에 걸쳐 생산될 정도로 생산 기간이 긴데다 2개의 제조사(KMZ, LZOS)에서 생산되었던 탓에 자잘한 여러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이베이에 떠있는 수많은 매물 중 어느 것을 구해야할지 구매자들은 난감해 지곤 하는데, 사실 뭐 열심히 공부해서 족보를 꾀야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비싸게 거래되는 렌즈는 아니다. 그래도 명색이 리뷰이니 이참에 한번 정리를 해보도록 하자. 우선 마운트에 따라 Contax/Kiev용과 LTM 버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마운트만 다를 뿐이니 사실상 같은 렌즈로 보는 것이 맞겠고 이번 리뷰에서는 LTM버전에 한정하여 생산 시기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분류해 보겠다. 





1. KMZ제조 BK (Biogon-Krasnogorsk) : 1947~50년



Jupiter라는 이름이 붙기 전의 최초기 버전이다. KMZ에서 오리지날 자이즈의 부품과 유리알을 사용해 조립한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외관상으로도 오리지날 비오곤 LTM버전과 거의 동일하다. 이중 47~48년에 생산된 PT0805 버전은 100% 자이즈 유리알이 사용되었다고 하며 49~50년의  PT0810은 100% 혹은 부분적으로 자이즈 유리알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외관상 이를 확인할 방법은 거의 없으며 시리얼넘버가 00으로 나가는 것은 PT0805, 49 혹은 50으로 시작하는 년도가 앞에 붙으면 PT0810이라 볼 수 있다. 어쨌든 이들은 본격 양산형이라기 보단 Jupiter-12를 생산하기에 앞서 이루어진 과도기적인 시기의 렌즈라 자료가 명확하지 않고 생산 수량도 적어 오늘날 구하기가 쉽지 않다.


위 사진의 왼쪽이 50년에 생산된 이른바 BK렌즈이며 우측이 55년에 생산된 Jupiter-12다. 내가 가진 BK는 각인은 BK이지만 경통의 형태가 Jupiter-12와 거의 같고 최초기형임에도 렌즈의 코팅이 더 두터워보여 각인을 조작한 짝퉁이 아닌가 의심도 들지만, 그렇게 해봐야 이게 100만원짜리가 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여튼 괜히 이런거 구하려고 애쓰지 마시라;;






2. KMZ 생산 Jupiter-12 (1950~60년대 초)



두번째는 50년부터 생산된 버전으로 이때부터 비로소 Jupiter-12라는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렌즈에는 엷은 블루톤의 코팅이 되어 있는데 전쟁 전 자이즈의 T코팅과 아주 유사한 느낌이다. 코팅이 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붉은 색 'n' 마킹이 찍혀있는데 이는 키릴어로 'P'에 해당한다. 이 마킹은 BK부터 60년대 초반 생산 렌즈에만 존재하는데 칼 자이즈의 빨간색 'T'코팅 표기와 같이 검정과 흰색 뿐인 밋밋한 렌즈 전면부에서 확실한 포인트가 되어주어 예쁘다. 그래서인지 이베이에서도 매물 설명에 굳이 'Red P'를 강조하는 문구를 많이 볼 수 있다.


KMZ생산 버전은 PT0815와 PT0820으로 나뉘는데 PT0815는 앞선 BK와 마찬가지로 경통의 형태가 오리지날 비오곤과 유사한 형태로 1950-52년 사이 적은 수량이 생산되어 오늘날 매우 드물고 흔히 보이는 버전은 PT0820으로서 경통이 다소 길어지고 지름이 조금 늘었다. 이 시기의 생산 제품들은 소련 공산품 수준이 막장이 되기 전이라 가장 만듦새가 좋고 품질 관리가 잘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가장 인기가 높고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그래봤자 200불 미만이지만..






3. LZOS 생산 Jupiter-12 (1950년대 말 ~ 90년대)



세번째는 LZOS 생산 버전이다.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초반에 걸쳐 Jupiter-12는 KMZ와 LZOS 양쪽에서 병행 생산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후 62년쯤 부터는 LZOS에서만 생산되게 된다. 이때부터 빨간색 'n'코팅 마킹이 사라지게 되고 본격적으로 품질이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뭐 그게 꼭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고 오래된 렌즈니만치 관리 잘된 개체면 크게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다. 


PT0825, 0833, 0835 등에 해당하는 버전으로 KMZ 생산 시절과 비교해 외관상 달라진 부분은 거의 없고 코팅이 다소 진해지고 키릴어로 표기되었던 Jupiter 표기가 수출을 염두에 둔 듯 영문으로 바뀌기도 했다. 71년부터는 크롬 버전을 대신해 검정 페인트로 마감된 버전(PT0835)이 생산되게 된다. (물론 블랙 페인트라고 해서 라이카의 멋진 도장 상태 따위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위 사진의 렌즈는 91년 시리얼 블랙 페인트 버전인데 코팅이 두터워져 제일 바깥 쪽 렌즈에는 노란색이 선명하고 안쪽은 분홍, 보라, 주황 등 코팅색이 아주 유치찬란하고 요란하다. 어쨌든 그 덕분에 역광에서의 성능은 앞선 버전들에 비해 더욱 좋아졌다고 하며 비교적 최근까지 생산된 탓에 상대적으로 상태가 좋은 물건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극복하지 못했는지 50년대 시리얼에 비해 가격이 낮아 가장 가성비가 높은 버전이기도 하다. 지인 한 분이 얼마전 이 버전의 렌즈를 블랙 페인트 Leica III에 마운트하여 가지고 오신걸 보았는데 제법 잘 어울렸다. 





지인의 Leica III와 88년 시리얼 Jupiter-12





대략 이렇게 크게 세가지로 분류를 해보았지만 막상 이베이에서 만나는 물건들은 천차만별의 상태와 외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60년 시리얼인데도 붉은 색 'n'마킹이 없는 경우도 있고 조리개 수치 폰트나 눈금선의 형태도 제각각이고 세대별 순서와 상관없이 뒤죽박죽 섞인 경우도 많다. 이래서 소련제의 진정한 문제는 광학적 성능이 아니라 믿을 수 없는 QC라는 말이 나왔나 싶기도 하다.




각 세대에 속하는 다양한 타입들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 가보시면 되겠다.


http://www.sovietcams.com/index.php?-736220353






■ Juputer-12의 성능


그렇다면 이 렌즈의 성능은 어떨까. 태생 자체가 Carl Zeiss Biogon 35mm이니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Carl Zeiss Biogon 35mm는 당시로서 놀라운 해상도로 유명했고 f2.8이라는 밝은 개방값을 가지고도 수차를 효과적으로 억제한 한마디로 당대 최고의 렌즈였다. (같은 시기 라이츠의 Elmar 3.5cm와 비교해보라 ㄷㄷ) 그런 Biogon의 설계를 이어받았다는 점이 오늘날까지도 애호가들이 Jupiter-12에 관심을 가지는 결정적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화면 중앙부는 최대 개방에서도 제법 높은 해상도를 보여주며 대부분의 렌즈가 그러하듯 f8.0~11 정도에서 최대 해상도에 도달한다. 비네팅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며 약간의 실패형 왜곡을 보인다. 주변부 빛망울의 흐려짐은 쐐기형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Sonnar와도 유사하다. 초기형부터 모두 코팅이 적용되어있어 역광에 버티는 능력도 괜찮으며 색감과 콘트라스트는 과하지 않고 중립적이다.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무척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준다고 여겨지는데 한눈에 느껴지는 확실한 개성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 사실 올드 렌즈의 개성이라는 부분은 제어되지 못한 각종 수차와 비네팅, 떨어지는 해상도 등이 어울어진 이른바 '병신력'에서 기인하기 마련인데 그런 결점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Biogon, 그리고 Jupiter-12를 보면 당시 칼 자이즈의 렌즈 설계가 얼마나 우수했는지 알 수 있다.






■ 못생긴 외모와 허접한 Build Quality


사실 Jupiter를 구입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못생긴 외모와 허접한 빌드 퀄리티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좋다고 한들 모양도 예뻐야 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게다가 후기형으로 갈수록 레터링 각인의 수준도 떨어지고 경통 표면은 부식되거나 때가 잔뜩 끼어 지저분한 경우도 많다. 가격이 싸다 보니 돈들여 오버홀하는 이들도 드물어 윤활유는 떡져 포커스링을 돌리는 느낌도 싼티가 철철 넘치기 십상이다. 소련도 나름 할말은 있다. 못생긴 디자인은 애초에 칼 자이즈의 LTM버전이 그렇게 생겨먹었고 전쟁 중에 생산된 것들이라 고급스럽고 화려한 크롬 코팅이 아닌 알루미늄 혹은 두랄루민으로 제작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것이 Jupier-12였기에 '소련제라서 그렇다'라는 평가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다. 





오리지날도 요따구로 생겼다. -_-




위와 같은 이유에 더해,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서 오는 불신(주피터가 좋아봤자지..), 그리고 '소련제'라는 편견 때문에 비싸고 고급진 카메라(라이카?)를 사용하는 유저들의 눈에 찰리가 없었다. 역시나 마찬가지였던 주변 지인 몇분이 나의 권유에 못이겨 Jupiter-12를 구입하셨는데 몇롤을 찍어보시고는 렌즈 성능에 모두들 놀라 예찬론자가 되셨다. 개인 취향차이도 물론 있겠지만 Jupiter-12 때문에 Summaron 3.5cm f3.5를 내친 분도 계시고 80불 짜리 렌즈가 아니라 800불 정도의 가치는 하는 렌즈라고 평가하신 분도 계시다. 그 중 한분이 못생긴 외모를 빗대어 '양동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셨고 그 이후 우리는 양동이 만쉐이를 외치고 다니고 있다. 정말 비싸봐야 20만원도 안하는 가격으로 이 정도 성능의 35미리 f2.8이라니. 이건 사실 거저라고 봐야한다. (요즘 Summaron 35mm f2.8 LTM버전 구하려면 100만원 이상을 줘야한다)






■ Biogon 35mm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 Juputer-12


Jupiter-12는 1950년부터 무려 40여년간 생산되었다. 자본주의 진영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소련에서는 가능했다. 경쟁이 사라진 경제 체제에서 굳이 더 좋은 렌즈를 개발해야할 동기가 충분할리가 없었다. 물론 그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을 만큼 Biogon의 탄탄한 기본 설계을 이어받은 Jupiter-12의 성능이 우수했던 탓도 있었으리라. 오리지날인 Carl Zeiss Biogon 35mm는 서독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60년대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되지만 Contax IIa의 단종과 함께 결국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이후 카메라 시장의 대세는 SLR이 되었고 퀵 리턴 미러가 자리잡은 공간에 Biogon처럼 필름면 가까이 들어가는 광각렌즈는 들어갈 수 없었다. 


비록 전쟁이라는 아픈 역사에서 비롯된 일이었지만 철의 장막 속으로 들어간 Biogon은 Jupiter-12로 다시 태어나 오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Jupiter-12는 단순히 '소련제 짝퉁 비오곤'으로만 취급할 것이 아니라 Biogon 35mm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 렌즈로 평가해줘야 함이 더 옳지 않을까? 





Jupiter-12 35mm f2.8 (1950~1990's)


Elements/Gropus : 6/4

Number of Aperture Blades : 5

Close Focus Distance : 1m

Filter Diameter : 40.5mm

Weight : 130g

Mount : Contax Bayonet or LTM






■ 작례 




1. B/W Negative (Kodak TMY & 400TX)



















































2. Colar Negative (Kodak Color Plus 200)



























3. Positive (Fujifilm RDPIII)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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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Super-Elmar 21mm f3.4 ASPH (2011 ~ 現)




친구 K군이 어느날 이 렌즈를 보내주었다. 필름 사진을 거의 찍지 않고 있는지라 이 렌즈를 필름에서 테스트할 여유가 부족하니 한번 써봐주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과연 이 정도의 해상력이 필름에서 의미가 있을지 묘사력은 어떨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다소 의아한 생각이 되었다. 꽤나 고가의 렌즈를 선뜻 써보라고 보내주는 것은 환자들에겐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곱게 쓴다 해도 쓰다보면 이래저래 자잘한 스크래치도 나게 마련이라 빌려주는 이나 받아쓰는 이나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빌려달라고도 하지 않은 렌즈를 써보라며 빌려주는 그의 진짜 의도는 뭘까. (뽐뿌?) 화두라도 받은 것처럼 그렇게 슈퍼 엘마를 택배로 받았다. 




Leica Super-Elmar 21mm f3.4 ASPH는 그전까지 21mm 화각을 담당하던 Elmarit 21mm 대신해 2011년 6월에 등장했다. 7군 8매의 구성에 비구면렌즈가 포함된 이 새로운 렌즈는 고해상도 디지털 카메라들에 발 맞추어 해상도가 훨씬 향상되어 거의 모든 조리개 영역에서 극도로 샤프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현존 최고의 21미리 렌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 세대의 엘마리트에 필터 구경을 비롯한 전체적인 사이즈는 보다 컴팩트해졌고 그로인해 최대개방값은 다소 어두워져 f2.8에서 f3.4가 되었다. f3.4? 이 어중간한 수치는 그리 낯설지 않다. Carl Zeiss Biogon에 맞섰던 라이카의 Super Angulon 21mm의 2세대가 바로 f3.4였다. 슈퍼 엘마의 등장은 오랜 라이카 유저들에겐 슈퍼 앵글론의 귀환으로 느껴질만한 일이었다. 




슈퍼 엘마의 렌즈 구성을 보면 3군 4매의 간단한 설계의 Elmar와는 전혀 상관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아마 라이카는 이 신형 21미리 렌즈에 슈퍼 앵글론이란 이름을 다시 붙혀주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슈나이더와 혐업하여 탄생한 이전 렌즈들과 달리 독자적으로 새롭게 개발된 이 렌즈에 그 이름을 사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왠지 모르게 보급형, 2선급의 느낌이 드는 Elmarit의 이름을 다시 쓰기는 싫고, 결국 그래서 렌즈 설계와는 무관한 슈퍼 '엘마'가 되지 않았을까.




6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Carl Zeiss Biogon 21mm나 Leitz Super Angulon 21mm에 대한 매니아들의 지지는 열렬한데 이 녀석들은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된다. 렌즈 뒷면이 바디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설계 특성상 디지털 바디에서는 측광이 안되거나 비네팅과 마젠타 캐스트가 심각하게 발생했던 것. 이 같은 문제가 발생치 않도록 렌즈 후면이 셔터막에서부터 충분한 여유를 갖도록 설계된 Super-Elmar는 덕분에 전자들에 비해 길이가 제법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컴팩트한 비오곤에 익숙한 내게는 무척이나 어색하고 어딘지 꼼수를 부렸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엘마릿에 비해 작아졌다지만 길이가 길다보니 실제보다 더 크고 무겁게 느껴졌고 현행 라이카 렌즈 특유의 고운 반광택 도장면에 흠집이라도 날까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았다. 그래서 이 렌즈를 받아들고 나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 한롤을 겨우 꾸역꾸역 찍고는 책상 위에 고이 모셔두었다. 


















꾸역꾸역 샷들. 필름을 넣고 빼기까지 무려 2주가 걸렸다.





렌즈를 빌려준 K군은 한참이 지나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약간 서운해 하는 듯 느껴졌고 나역시 괜시리 미안한 날들이 이어졌다. 친구가 큰맘먹고 렌즈를 빌려줬으면 신이 나서 마구 찍어서 '이거 해상도가 끝내주네?!', '왜곡도 거의 없어!' 등등의 호들갑을 떨어줘야 그도 재미있을터. 밍기적 거리는 나의 반응이 못내 심심했으리라. 그래도 어쩌랴. 이 렌즈가 '내 것'이었다면 부담없이 휘두르고 다녔겠지만 어쨌든 잠시 빌려 써보는 렌즈인 것을. 이 곱게 자란 렌즈를 가지고 '야전'에 뛰어들기는 어려웠다. 결국 두번째 필름도 슬라이드를 넣고 금척리 고분군을 살랑살랑 찍어대는데 사용됐다. 































그럼에도 뭔가 아쉬움은 가시지 않았다. 곱게만 찍으려니 이 렌즈가 보여줄 수 있는 힘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문득 친구가 바랬던 것은 이런 테스트 샷이 아니라 필름 유저가 실전에 투입한 슈퍼 엘마의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멋대로의 생각이었겠지만(ㅋㅋ) 생각이 그렇게 이르자 21미리가 가장 잘 활약할 수 있는 전장으로 데려가 실전 데뷔를 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새로운 렌즈가 생기고 어느 정도 손에 익고 특성 파악을 간략히 하고 나면 데려가는 곳이 있다. 바로 어판장이다. 어판장에서 정밀한 구도와 노출, 포커싱을 할 여유는 많지 않다. 복잡한 현장에서 부대끼며 순간순간의 장면을 재빨리 잡아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버벅이지 않고 촬영을 하고 그 결과물 또한 만족스러웠을 때 그제서야 그 렌즈, 혹은 그 카메라는 비로소 '내 것'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5월의 어느 토요일 새벽. 송도의 수협 위판장을 찾았다. 자주 갔던 죽도시장 어판장과 달리 제대로 촬영차 가본 적은 없는 곳이라 손에 익지 않은 렌즈로 가당키나 할지 처음엔 조금 걱정도 되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슈퍼 엘마는 빠른 속도로 현장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넓은 렌즈는 넓은 공간에서 오히려 힘을 잃는다. 21미리가 어울리는 곳은 그런 곳이 아니라 모든 것이 뒤엉킨 좁고 한정된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 21미리의 다이나믹한 앵글은 평범한 장면을 비범한하게 바꾸어 주고 현장의 싱싱한 활력을 생생하게 극대화 해줄 수 있다. 비로소 물을 만났듯 나는 신나게 셔터를 눌러댔다. 두 롤의 필름을 난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그동안 잔재주 없이 최선의 광학적 설계만으로 최상의 화질을 구현하고자했던 슈퍼 앵글론이나 비오곤을 열렬히 추종해왔던 나였던지라 '영혼없는' 슈퍼 엘마나 엘마리트 21미리 따위에는 영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찾았던 송도 어판장에서 맹활약한 슈퍼 엘마의 결과물을 보고 나니 그런 생각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한눈에 봐도 높은 해상도와 콘트라스트는 슈퍼 엘마가 녀석의 선배 슈퍼 앵글론과는 확연히 다른 신세대 21미리임을 강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이 취향이냐 아니냐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말이다. 




마지막 송도 어판장 필름을 스캔하고 나서야 나는 솔직하고 시원하게 K군에게 소감을 얘기할 수 있었다.




'야 슈엘 겁나 좋은데?!'





2017.05.20. 포항


Leica M6 / Super Elmar 21mm f3.4 ASPH / Kodak 400TX / IVED




Specail Thnaks to Qun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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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민뿡 2017.06.29 0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ㄷ ㄷ ㄷ ㄷ 인도의 별도 어서...


친구 K군이 바르낙 라이카용 스풀을 하나 보내줬다. 왼쪽의 검둥이가 그가 이번에 보내준 스풀이고 오른쪽은 내 IIIa에 들어있던 스풀. 사실 오른쪽의 스풀은 바르낙용의 모양이 아니라 M형 라이카의 스풀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어쨌든 정체가 모호한데다 은근히 불편하고 짜증스런 부분이 많았다. 다른 바르낙에 있던 스풀은 이렇지 않던데... 이런 나의 불만을 들은 K군이 고맙게도 그가 부품용으로 들인 IIIc에 있던 스풀을 보내주어 비교를 해볼 수 있게 되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두 스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디 하판의 고정 축과 물리는 부분인데 내 것은 은색으로 된 부분이 스프링 장력에 의해 들어가고 나오는 반면 K군이 보내준 스풀은 고정형이다. 검둥이는 바르낙 전용 정품이고 내 것은 아무리 봐도 M형 라이카(정확히는 M3, M2까지)의 그것과 닮긴 했는데 Germany나 Leica 표기도 없는 녀석이라 '사제'가 아닌가 심히 의심스럽다. 물론 저렇게 쏙쏙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형태가 뭔가 좀 더 '신형' 같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저 은색 부분이 위로 튀어나오니 높이가 높아져 하판을 열고 닫을 때 축이 걸려 영 불편하고 조작 과정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뭐 물론 사진을 찍는데야 전혀 지장이 없지만 라이카라는게 그런 '실용'만으로 쓰는 물건은 아니지 않은가. 반면 검둥이는 딱 필요한 높이로만 고정되어 있어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뭐 물론 요녀석도 눌러서 옆으로 살짝 돌려주면 고정은 된다. 이렇게 되면 검둥이 스풀과 높이가 거의 같아 진다. 이렇게 해두고 쓰면 되겠지만..







아주 살짝만 건드려도 다시 톡 튀어나온다는 거. 성가신 녀석이다. -_-;;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라이카의 스풀은 금속 압착판 아래로 필름을 밀어넣으며 고정시키는 방식인데 오른쪽 정체불명 스풀은 필름이 들어가는 깊이가 너무 얕아 필름을 제대로 꽉 잡아주질 못한다. 그러니 로딩 과정에서 필름이 슬금슬금 빠져 버리거나 수평이 어긋나기 십상이었다. 물론 이것도 주의를 기울이면 되는 부분이지만 바르낙의 필름 로딩이 소문과 달리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이걸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서 필름을 끼워야 하나 싶은 생각에 짜증이 절로;;;  내가 아직 바르낙에 손이 익지 않았나 보다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스풀탓!







과연 얼마나 다른지 보자. 유통기한은 옛날옛적에 지나 필름 로딩 테스트용으로 쓰는 오토오토 200에 숫자 표기를 해두고 스풀에 각각 끼워보기로 했다.







먼저 문제의 스풀. 2번 구멍 정도에 겨우 들어간다. 거기에 필름을 물어주는 압착판의 형태가 끝이 둥근 모양이라 실제 필름을 눌러주는 표면적은 더욱 부족하다. 이러니 필름을 넣다가 쉽게 빠지거나 수평이 틀어지기 십상이었다.







반면 정품 스풀은 3번 구멍까지 들어가고 압착판의 형태도 직사각형이라 훨씬 안정적으로 필름을 잡아준다. 이 스풀에서는 어지간해서는 쉽게 필름이 빠지지 않는다. 그래, 원래 이랬어야지. 






글을 쓰면서도 이 무슨 환자짓인가 싶다만 제대로 된 스풀이 생김으로써 바르낙을 쓰면서 느껴오던 작은 스트레스 하나가 사라졌다. 그야말로 앓던 이가 빠진 기분. 제 짝이 괜히 제 짝이 아니다.






어쨌든 Special Thanks to quan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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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낙 라이카를 쓰게 되면서 외장 파인더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바르낙의 뷰파인더는 매우 좁아서 쾌적하게 들여다 보기는 사실 좀 어렵다. 물론 적응하고 나니 크게 불편하진 않다고 여겨지지만 엘마 50미리를 사용할 때 실제로 파인더에서 보여지는 화각이 약 40미리라 정확한 프레이밍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결국 이 부분은 50미리 외장 파인더 'Sbooi'를 구입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Leica IIIa / Elmar 5cm f/3.5 / Sbooi (50mm View Finder)






지인에게서 무상대여한 Elmar 3.5cm f/3.5가 있다. 요녀석을 써주자면 35미리 파인더가 필요하다. 앞서 얘기했듯 바르낙 파인더가 40미리 정도라 조금 더 나오겠거니 하고 찍으면 그런대로 쓸만하긴 하지만 제대로 찍으려면 역시 외장 파인더를 써주는 편이 맘이 편하다. 다행히 내겐 Biogon 35mm용 ZeissIkon 432/5 파인더가 있었다. 별도로 또 파인더를 살 필요없이 요녀석을 쓰면 되겠다 싶었는데.





Leica IIIa / Elmar 3.5cm f/3.5 / ZeissIkon 432/5(35mm View Finder)






Contax와 Leica의 핫슈 위치가 좀 다르다 보니 파인더를 끼웠을 때 접안부가 뒤로 좀 많이 튀어나오는게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쓰는데는 지장이 없겠거니 했는데 생각도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바르낙은 셔터스피드를 변경할 때 다이얼을 살짝 들어서 돌려야 하는데 이 때 다이얼이 파인더에 부딪혀 완전히 들리지가 않는게 아닌가. 그러니 저 파인더를 꽂은 상태에서는 셔터스피드를 변경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아놔. 결국 바르낙에 엘마 35미리를 쓰려면 다른 파인더를 사야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Voigtlander의 28/35 미니 파인더. 작은 크기에다 28미리 화각도 커버할 수 있어 이 녀석을 구한다면 딱이다. 하지만 단종되면서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서 제 정신으로 사긴 힘들다. 무척 아쉽다.







Leitz 순정 Weiso 파인더. 제 짝이니 만큼 바르낙엔 정말 딱 어울리는 모양이지만 크기 자체가 작다보니 그리 시원하게 보이지는 않는데다 가격은 또 어찌나 비싼지 저 파인더를 살 돈이면 바르낙 바디를 하나 더 살 수 있는 수준이다. 역시 제 정신으로는 살 수 없다.








Leitz 순정 Sbloo 파인더. 엄청 시원하고 밝지만 저 거대한 사이즈를 보면 아무리 그래도 바르낙에 꽂을 물건은 아닌것 같다.






이래저래 빼고 나니 막상 맘에 쏙 드는 파인더가 별로 없었다. 주피터-12용으로 나온 소련제 파인더나 니콘, 캐논의 것들도 나름의 대안이긴 했으나 썩 예쁘지도 않고 프레임 라인도 없고 그다지 밝아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뭔가 나타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틈나는대로 이베이에서 이런 저런 파인더들을 꾸준히 검색했고 그러던 중 우연히 일본 Petri 社의 파인더를 발견했다. 그리 예쁜 편은 아니었지만 배송비를 포함해도 40불 정도밖에 안할 정도로 가격도 저렴했고 35mm와 85mm 프레임이 같이 떠 활용성도 높아보인다. 일단 덥썩 질러봤다.







약 2주 정도의 기다림 끝에 파인더가 도착했다. 그런데 막상 받아보니 파인더 내부가 엄청 뿌연 것이 아닌가. 셀러에게 '니 설명과 다르잖아!'라면서 네가티브 피드백을 확 눌러버릴까 하다가 일단 직접 청소해보기로 했다. 전용 공구는 없었지만 멀티툴의 칼날을 홈에 집어넣고 조심조심 링을 돌려서 전면 렌즈를 빼낼 수 있었다. 







렌즈를 분해한 후 불빛에 비춰보니 역시나 안쪽에 얼룩들이 뿌옇게 묻어있었다. 이러니 파인더를 들여 봤을 때 밝고 시원한 느낌이 들 리가 있나. 







뿌옇게 묻은 얼룩들을 알콜 티슈를 이용해 닦아줬다. 







렌즈를 닦고 재조립하여 파인더를 들여다보니 이전보다 훨씬 선명해졌다. 프레임 라인은 실제로는 왜곡이 거의 없지만 아이폰으로 찍다보니 많이 휘어졌다. 파인더의 밝기는 그렇게 우수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의외의 장점이 있었는데 바로 등배 파인더라는 점. 등배 파인더는 보기에도 시원시원하고 양눈을 뜨고 촬영하기에도 유리하다. 







프레인 라인에는 화각은 적혀있지 않고 광각(W)과 망원(T)로만 표시되어 있는데 M6의 35미리 프레임 라인과 거의 유사한 걸 보니 35미리가 맞긴 맞는 듯. 







자이스이콘의 파인더와 달리 바디의 두께를 넘지 않아 뒤로 툭 튀어나오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든다.







페트리라고 하면 6-70년대까진 나름 중저가 시장에서 활약하던 일본 메이커였는데 이 파인더는 어떤 렌즈와 카메라를 위해 발매되었던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 파인더 덕분에 이제 Elmar 3.5cm 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다소 싼티나는 부분들도 없잖아 있지만 무려 등배에다 35/85미리를 커버해주는데다 뒤통수도 튀어나오지 않으니 이만하면 싼 맛에 강추다.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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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M3 & Carl Zeiss Sonnar 50mm f1.5(전후형 최후기) / Carl Zeiss Jena Sonnar 50mm f2.0T (전전형 최후기) / Summicron 50mm f2.0 Rigid




30~50년대에 라이카와 쌍벽을 이루었던 ZeissIkon의 Contax용 교환 렌즈들을 라이카 바디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Amedeo 아답터는 현존하는 제품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것이라 알려져 있으나 복불복으로 제품에 따라 약간씩 초점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답터 자체가 아무래도 개인이 제작한 것이다 보니 조금씩 오차가 있는 듯 한데 지인의 것과 내 것 모두 혹시나 해서 중앙카메라에 의뢰하여 점검을 맡겼는데 내 것은 조정을 거쳐도 약간의 전핀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지인의 것은 칼핀이라고. 미세한 조정 과정에서 디지털 M바디가 없는 김학원 선생님은 꽤 애를 먹으셨고 고마운 친구 quanj님이 수차례 중앙카메라를 들락거리며 M10으로 확인해주어 그나마 최선의 조정이 가능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최종적으로 조정된 상태에서 M10에서 찍어본 결과물에선 약 2~3cm 정도 전핀이 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단 극도의 해상력의 디지털 이미지라는 점, 얕은 심도를 이용한 정밀한 초점 확인을 위해 근거리에서 최대개방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실제 내가 사용할 환경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에 과연 필름에서 얼마나 두드러질지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아메데오 아답터에 내 것인 전후형 조나와 지인의 전전형 조나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종의 레퍼런스로 라이카 렌즈인 주미크론 리지드를 끼워서 찍어봤다. 삼각대 따위는 쓰지 않았고 1.5미터 정도 거리에서 45도 정도 각도의 위치에서 찍어봤다. 초점을 맞춘 곳은 '위생문화' 중 '위' 글씨. 각 렌즈별로 최대 개방부터 2.8까지 찍었고 그 이상의 조리개는 심도가 깊어지기에 패스했다.  





1. Carl Zeiss Sonnar 50mm f1.5




① f1.5








② f2.0








③ f2.8






전핀 판정을 받은 상태였지만 필름에서는 명확히 확인하기가 어렵다. 다소 전핀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 정도 차이면 문제없을 듯 하다. 파인더가 시원한 M3라지만 RF의 특성상 초점을 맞출 때 마다 조금씩 달라졌을 가능성도..




2. Carl Zeiss Jena Sonnar 50mm f2.0T




① f2.0








② f2,8






지인의 전전형 조나의 결과물은 내 아메데오에선 약간의 후핀을 보이는 것 같다. 본인의 아메데오와는 궁합이 잘 맞아 칼핀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1.5 조나에 비해 해상도가 제법 떨어져보이는데 2.8에서도 그런 것으로 보아 내가 찍으면서 흔들렸을 것 같기도 하다.




3. Summicron 50mm f2.0 Rigid




① f2.0








② f2.8





원래 라이카 렌즈인 주미크론은 두 조나 렌즈에 비해 비교적 정확한 렌즈에 초점이 맞아 보인다. 당연히 그러해야지;




이리저리 해봤으나 역시 필름으로보니 그리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qunaj님의 판정대로 1.5 조나는 살짝 전핀인 것 같고 2.0 조나는 조금 후핀인거 같지만 어차피 내 아답터에 물릴 렌즈는 아니라 의미없고 리지드는 당연히 정확해 보인다.  어쨌든 이 모든 테스트는 삼각대도 안세우고 들고 찍은거라 정확하다고 보장은 못하겠고 별 문제없이 잘 조정되었다는데 의의를.


대충 확인했으니 이런 짓은 다신 안하기로.




2017.04.26. 회사 화장실에서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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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30 14: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BlogIcon Fly꼬마~ 2017.05.31 08: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오호 조나렌즈도 사용하시네요?! 저도 사용중인데 정말 저당시에 대단한 렌즈인거같습니다.. 저도 m3에 옵턴조나 무코팅조나 사용중입니다 ㅎㅎ

    • BlogIcon [Photo-Nomad] 2017.05.31 08: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에 포클 이큅에 올려두신거 본 것 같네요. 조나 만쉐이입니다. ㅋㅋ

    • BlogIcon Fly꼬마~ 2017.05.31 08: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넵넵 정말 좋은렌즈입니다 옵턴렌즈의 경우 현행렌즈라고 해도 될만큼 성능이 매우 좋더라고요... ㅎㅎ

    • BlogIcon [Photo-Nomad] 2017.05.31 09: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건 전후형 서독제 최후기형인데 코팅색이 너무 영롱합니다. 정말 매력적인 렌즈예요 :)

    • BlogIcon Fly꼬마~ 2017.05.31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저도 서독껄 싸봐야한데... 렌즈가 조금 가볍지요?! 무코팅이나 옵턴보다 조금 가볍다고들었는데 ㅎㅎ

    • BlogIcon [Photo-Nomad] 2017.05.31 10: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갖고 계신 옵턴 조나도 서독제입니다. 2차대전 전에는 Carl Zeiss Jena로 표기되었고 전후 서독은 초기에 Zeiss-Opton으로 그 후 Carl Zeiss 표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전전형 무코팅 조나는 전후형에 비해 경통이 조금 통통하고 묵직한 느낌이 들긴 하던데 옵턴 조나와 최후기형 칼자이즈 조나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

    • BlogIcon Fly꼬마~ 2017.05.31 1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맨날 헷갈리네요 ㅋㅋ 동독 서독.. 동독렌즈랑 착각했나봅니다 ㅎㅎ 동독렌즈도 사용해보고싶던데.. ㅎㅎ 혹시 사용해보셨나요?!

    • BlogIcon [Photo-Nomad] 2017.05.31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단 Contax용 렌즈는 전후 동독에서는 더이상 생산이 안됩니다. 동독이라 하더라도 그건 그냥 전전형 렌즈와 동일하다고 보면 되는데 이후 Contax는 서독에서만 생산이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Ricoh GR1s




필름의 전성기이던 1990년대말~2000년대 초에 걸쳐 여러 카메라 제조사에서는 끝판왕급 P&S 카메라들을 시장에 선보였다. 뛰어난 성능의 단렌즈와 촬영 의도에 부합하는 다양한 수동 설정이 가능하여 프로들의 서브 카메라로 혹은 항시 휴대할 수 있는 메인 카메라로도 부족함이 없었던 이들의 등장은 분명 이전 세대의 컴팩트 카메라들과는 결이 다른 것이었다. 




Ricoh에서 내놓은 GR시리즈는 그 중에서도 가장 개성이 강한 카메라였다. 작은 크기와 고성능의 렌즈라는 측면에서 여타 브랜드의 그것과 별반 차이는 없지만 손에 쥐어보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물리적인 크기와는 별개로 손에 딱 맞는 그립감과 조작의 편이성은 단순하게 작기만 한 다른 카메라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GR만의 매력이다. 마그네슘 합금으로 만들어진 몸체는 무광 검정에 까슬한 질감이 살아있어 곱게 모시고 다녀야할 것 같은 Contax T3나 Leica Minilux에 비해 보다 터프하게 다뤄도 될 것 같아 심리적으로 부담이 덜해 좋다.




GR시리즈는 스냅에 특화된 카메라란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작고 가벼워 늘상 가지고 다닐 수 있어 보다 많은 셔터 찬스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경험상 작다는 것은 가지고 다니기에만 편할 뿐 그것만으로 꼭 스냅에 유리한 것과 직결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빠른 가동 시간과 AF속도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필수 요소는 초점과 조리개를 수동으로 간편하게 설정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거리에서 빠른 포착을 위해서는 그 어떤 AF방식보다 피사계심도를 이용한 과초점 방식이 가장 유리하지 않던가 말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GR1s는 스냅에 가장 적합한 P&S라 할 수 있다. 모드 버튼을 두번 누르면 AF모드는 곧바로 SNAP모드로 진입한다. 2미터 고정이다. 28미리의 깊은 심도를 고려하면 8~11이상으로 조리개를 조이면 사실상 거의 전 영역에 초점이 맞는다. ISO400 필름을 넣고 스냅모드에 조리개 11로 설정한 GR1s를 한 손에 쥐고 어슬렁거리면 더이상 신경쓸 일이 없다. 




스냅모드 뿐 아니라 수동으로 거리를 세팅할 수 있는데 AF모드를 스팟으로 놓고 원하는 위치에 반셔터를 눌러 초점을 고정시킨 후 모드 버튼을 길게 누르면 해당 거리에서 초점이 고정된다. 이때 부터는 셔터 버튼에서 손을 떼어도 초점 설정이 유지된다. 개인적으로 길거리나 골목에서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장면(자전거가 지나간다거나)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셔터 찬스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AF-LOCK을 유지하기 위해 반셔터를 계속 누르고 있는 것은 꽤나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는데 GR1s의 초점 고정 모드는 이러한 귀찮음을 해소시켜준다. GR시리즈가 스냅에 특화되어 있다는 얘기는 괜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렌즈 성능은 어떨까. GR1s에 탑재된 4군 7매의 28미리 렌즈는 성능이 좋기로 유명했다. 비구면 렌즈까지 넣어준 리코의 성의가 고맙다. 성능의 판단을 해보자면 같은 28미리를 선택한 미놀타 TC-1과의 견주어보거나 RF카메라를 위해 발매된 28미리 교환 렌즈들과도 비교를 해봐야 좋겠지만 왕성한 호기심과는 별개로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엔 나의 귀차니즘이 너무 강했다. 이쯤이면 언제나 면죄부 처럼 하는 말 '그게 뭐 의미가 있나. 사진을 잘 찍어야지!'로 얼렁뚱땅 넘어가 버리곤 하지만 어쨌든 결과물에서 느껴지는 성능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샤프니스나 콘트라스트, 어디에서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케케묵은 올드 렌즈만 주로 쓰다보니 이 정도만 나와도 놀라울 지경이다. 리코에서는 명성이 자자한 GR의 렌즈를 라이카 스크류 마운트로 별도로 제작하여 한정 발매했고 여전히 높은 중고가를 자랑하고 있다. 이 정도면 성능에 대한 평가를 갈음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정발매된 GR28mm f2.8 / 블랙 색상도 출시되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이 없듯 GR1s에도 단점은 분명 존재한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액정 번짐 현상. 촬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발매 후 20년이 지나면서 점차 멀쩡한 녀석이 드물어지고 있다. 


두번째는 느리고 곧잘 버벅이는 AF. T3나 TC-1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느껴진다. (스냅 포커스 모드로 극복!) 


세번째는 어둡고 좁고 흐린 뷰파인더. 파인더 내부의 각종 정보 표시의 밝기와 컨트라스트가 낮아 시인성이 높지 않고 뷰파인더 역시 시원스럽지 못하다. 컴팩트함을 얻기 위해 대부분의 P&S들의 파인더 역시 마찬가지긴 하다. 


네번째로는 수동 감도 설정이 불가능하다는 점. Contax T3 역시 마찬가지긴 하지만 감아쓰는 필름을 넣거나 증감 촬영을 하고자 할 때 아쉬움이 큰 부분이다. 이 점은 GR1v가 출시되며 개선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낮은 내구성. 이는 모든 P&S들의 숙명이다. 외장 케이스는 마그네슘이든 티타늄이든 견고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지만 내부를 보면 어느 기종을 막론하고 프라스틱 부품들이 빼곡히 차있으며 좁은 케이스 안에 각종 기어와 전선, 기판들을 구겨넣느라 애초에 충격에도 강한 튼튼한 구조는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렌즈가 들고 나는 베리어 부분은 이같은 기종들의 최대 취약점 중 하나로 렌즈가 나와있는 상태에서 충격을 받으면 그 길로 사망 판정을 받을 수도 있어 무척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구입 후 한동안 신나게 잘 사용하던 나의 GR1s도 어느 날 갑작스레 셔터를 눌러도 렌즈셔터가 열리지 않는 고장이 나버렸다. GR1s의 일반적인 고장 현상인 액정 번짐이나 베리어 문제도 아니라 더욱 난감했다. 최악의 경우는 기판이 나갔다며 폐기 판정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 그 길로 GR1s는 제습함에 쳐박혔고 다른 카메라들을 쓰느라 한동안 잊고 지냈다. 물론 GR1s로 찍어둔 얼마 안되는 사진들을 볼 때면 다시 생각나긴 했지만 기계식 카메라들 오버홀하는데도 적잖은 돈이 깨지고 있는 상황이라 GR1s의 수리는 그렇게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후, 포항지부에 유일하게 필름을 사용하지 않던 멤버 한 분이 드디어 필름을 사용해보겠노라 결정하셨다. 한번에 라이카로 가기엔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필름 생활에 확신이 없으셨던 차에 GR1s같은 고성능 똑딱이는 그야말로 안성맞춤. 더군다나 디지털인 GR2를 사용 중이시니 적응에 더욱 유리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결국 수리가 되면 구입하고 싶다는 그 분을 핑계 삼아 쳐박혀 있던 GR1s는 충무로 삼성사로 떠났다. 2주 후 돌아온 녀석은 다시 쌩쌩하게 작동되고 있었고 그렇게 새 주인의 품으로 떠났다. 




이제는 Contax T3도 내 품을 떠났고 올림푸스 뮤2는 전투형으로 군대에서 굴린 후 고장나버렸고 Ricoh GR1s 역시 한 차례 고장 후 내 품을 떠났다. 이제 내게 똑딱이는 남아있지 않다. 작은 크기로만 치자면 ROLLEI 35SE 정도만이 남은 셈. 사실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면 회사를 가든, 장을 보러 가든, 산책을 가든, 언제든 들고 다닐 수 있는 카메라가 간절해 진다. 크기는 작아도 렌즈의 화질과 카메라의 성능은 메인 카메라 못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누구나 들게 마련. 그럴 때 마다 T-3나 TC-1, Minilux 같은 카메라들이 다시금 생각나겠지만 역시 내 촬영 용도에 가장 맞는 녀석은 GR시리즈인 것 같다. 곁에 오래 머물진 못했지만 녀석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니 역시 좋은 카메라였단 생각이 든다. 다시 만날 일은 아마도 없겠지만, 사람 일은 또 모르는 거니.. ㄷㄷ








Ricoh GR1s - Spec



Lens: GR Lens 28mm f/2.8 (7 elements, 4 groups) multi-coating aspherical glass lenses.

Focusing: Passive type multi-autofocus (with focus lock, automatic auxiliary AF light under low lighting, distance measuring range: 0.35m - infinity, Single AF mode, Fixed focus mode.

Shutter Speeds: Programed mode Approx 2 to 1/500 second.

Aperture Priority Mode: Approx. 2 to 1/250 second, 1/500 (at f/16), Time Mode.

Viewfinder: Reverse Galilean type with LCD bright frame, in-finder illumination under low lighting.

Viewfinder Field: Vertically: 81%, Horizontally: 83%

Viewfinder magnification: 0.43

Exposure Compensation: +/- 2EV (1/2EV Steps)

Film Speeds: ISO25 to ISO3200 (DX) ISO 100 for non-DX.

Flash Guide: 7 (ISO 100)

Flash Charge: Approx 5 Seconds

Battery Life: Approx 500 shots (50% f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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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민뿡 2017.04.26 15: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되겠다. 다시 사라...

  2. 2017.05.31 0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Photo-Nomad] 2017.05.31 0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수리는 얼마전에 했습니다. 가격은 정도에 따라 달라서 직접 문의해보셔야 할 것 같네요. 전자식 카메라의 특성상 메인 기판이 나갔거나 하면 수리가 불가하답니다. 수리 잘 되시길 바랄게요 ㅠ

    • BlogIcon Fly꼬마~ 2017.05.31 0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감사합니다.. 흠 맘아프네요 우선 카메라 켜지고, 액정도 다 나오는데 셔터 눌렀을때 따라라라 거리는 소리만 나더라고요.. 금액이 궁금하네요 ㅠ 제가 오늘 택배로 받은더라 찬매자분께 말씀은 드려야할거같아서요 ㅠ

    • BlogIcon [Photo-Nomad] 2017.05.31 0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랑 동일한 증상이네요 ㅎ 삼성사 쪽 얘기로는 내부 기판 중 어느 부분이 닳아서 접점에 문제가 생겨 이 부분을 새로 제작하신다고 하시네요. 수리비는 18만원 부르시더라구요. 어차피 저는 지인께 넘기기로 한지라 그냥 수리했었습니다.

    • BlogIcon Fly꼬마~ 2017.05.31 0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고 그정도 나오는군요 ㅠ 맘아픕니다 오늘 한롤 찍어는데 공셔터만 날린셈이네요 ㅠ ㅎㅎ 흠 삼성사가 수리 잘하나보네용... 내일 한번 판매자랑 전화해보고 보내던지 해야할거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Orion하면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쵸코파이, 포카칩, 고래밥, 오감자 따위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지극히 정상!







잠수함 잡는 대잠초계기 P-3C ORION이 생각난다면 당신은 밀덕!








오리온 자리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천체나 신화에 관심이 많은 '고상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면, 당신은 환자! ㄷ  환자들을 위한 오리온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한다.






▶ Made by U.S.S.R.




라이츠와 자이스이콘(칼 자이즈)이라는 막강 원투 펀치로 대표되는 독일 업계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던 당시 여러 나라의 여러 군소업체들은 그 나름의 방식대로 수많은 카메라와 렌즈를 생산하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당시의 제품들이 생명력을 가지고 거래되고 있는 것들은 소수에 불과한데 그 중에서 소련제 카메라와 렌즈들은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로 남아 있다. 


오늘날도 별반 다르지는 않지만 당시에 제대로 된 카메라와 렌즈를 제조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았다. 비록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보유하지는 못했지만 제법 괜찮은 성능의 제품을 대량으로, 그리고 저렴하게 찍어낼 수 있었던 것은 소련이 가진 가장 큰 무기였다. 게다가 라이카와 콘탁스를 카피한 제품들을 출시했기에 구하기 어렵고 가격이 비싼 올드 라이카와 콘탁스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오늘날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중에는 독일제 카피가 아닌 독자적인 설계로서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녀석들도 있었는데 비오곤과 슈퍼 앵글론에 앞서 등장한 Russar 20mm가 그러하고 오늘 리뷰하려는 Orion-15 28mm 역시 손에 꼽을 수 있는 렌즈라 하겠다. 






▶ Orion-15 28mm f6.0 : 소비에트 Topogon의 등장




노르망디에 연합군이 상륙하고 동부전선의 소련군이 독일군을 점차 서쪽으로 밀어내고 있던 1944년. Orion-15라는 새로운 28미리 렌즈의 프로토 타입이 등장했다. 온 국토가 그야말로 초토화된 소련에서 정신없는 전쟁의 와중에도 새로운 민수용 렌즈가 연구 개발되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더 호기심을 자아냈던 것은 이 렌즈의 특이한 설계 방식때문이었다. Orion-15는 Carl Zeiss가 선보였던 4군 4매 좌우대칭의 Topogon 설계를 따르고 있었다.



Orion-15 28mm f/6.0의 설계도



렌즈의 설계는 결국 수차와의 싸움인데 다양한 수차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많은 매수의 렌즈를 투입해 보정해야 하지만 코팅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 렌즈 매수의 증가는 결국 투과율 저하로 인한 해상도, 콘트라스트의 저하와 내부 난반사로 이어지는 문제가 있었고 결국 최소한의 렌즈로서 최대한 수차를 억제하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Tessar나 Elmar같은 3군 4매의 단순한 렌즈들이 당시 기준으로 우수한 해상도와 콘트라스트를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Topogon은 정확한 좌우대칭 구조를 통해 광각렌즈에서의 왜곡 수차를 극도로 억제할 수 있었고 4군 4매라는 적은 렌즈 매수 덕분에 해상도와 콘트라스트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렌즈의 높은 곡률로 인해 구슬과도 같은 렌즈알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자칫 주변부의 해상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비네팅이 심하게 발생하기 쉬웠다. 이러한 이유로 단순한 구성에 비해 생산이 쉽지 않았던 것인지 Topogon타입을 개발한 Carl Zeiss조차 Topogon 25mm f4.0를 대량으로 생산해내지는 못했다. 



본가의 전설 Carl Zeiss Jena Topogon 25mm f/4.0


그럼에도 1944년에 소련에서 이러한 Topogon 설계를 적용한 Orion-15를 개발했다는 점은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Topogon의 본가 Carl Zeiss와 달리 소련의 광학 기술에는 한계가 느껴지는데 Orion-15가 비록 Topogon 설계를 따랐다고는 하나 렌즈의 단면도를 보면 날렵하고 얇게 만들어낸 오리지날 Topogon과 달리 상당히 두툼하고 곡률도 낮음을 알 수 있다. 




단면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주변부의 성능도 본가의 명성에는 도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화각이 다르긴 하지만 Carl Zeiss의 Topogon은 25mm에 f4.0을 달성한 반면 Orion-15은 28mm에 f6.0에 머물고 있다. 물론 당시 Carl Zeiss의 Tessar 28mm가 f8.0, Leitz의 Hektor 28mm도 f6.3에 불과했으니 Orion-15의 f6.0은 그 자체로는 큰 문제는 아니긴 했다. 하지만 이 6.0이란 개방수치는 소련제 토포곤의 한계로 인한 것이었는데. 






▶ 완전히 열리지 않는 조리개의 진실





Orion-15를 살펴보면 최대개방 상태에서도 조리개가 모두 열리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도 한참이나 더 열릴 것 같은데 f6.0이 최대 개방으로 멈춰지게 만들어져 있다. 이를 궁금하게 여긴 일부 환자분들께서 직접 개조를 해본 결과 f2.8 정도에 해당하는 값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셨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강제로 개방값을 확장했을 경우 사실상 중앙부를 제외하곤 쓸 수 없는 수준의 화질이 나온다는 점이었다. Topogon 구조의 특성상 주변부 화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앞서 언급하였는데 Orion-15를 개조해 완전히 개방해보면 그 같은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물리적으로 가능한 최대 개방에서의 화질은 형편없는 수준이었기에 '의미없는' 최대개방값은 포기하고 '사용가능한 수준'의 최대개방치에 맞춘 것이 f6.0이었던 것이다. f4.0에서도 조리개가 거의 다 열리는 Carl Zeiss의 Topogon과의 기술 격차를 엿보게 해주는 부분이라 하겠다. 어쨌든 이 같은 선택으로 결론적으로 렌즈 설계의 결점이 감춰질 수 있었고 원래 6.0부터라 생각하고 사용하면 전혀 문제는 없는 부분이긴 하다(응?). 이미 충분히 조여진 상태를 최대 개방으로 '표기'하다 보니 1스탑만 조여도 최대 해상도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는 장점도 있고 최대개방시에도 비네팅이나 주변부 화질 저하가 적다. (뭔가 크롭바디에 풀프레임 렌즈를 꽂은 느낌이..)


그러나 Topogon타입에서 이런 꼼수(?)를 쓴 것은 Orion-15 뿐은 아니었다. 50년대에 Topogon타입에 매력을 느낀 니폰고가쿠와 캐논도 이런 렌즈를 출시하게 되는데 이들은 보다 Carl Zeiss Topogon 설계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여 화각도 동일한 25mm로 출시하기에 이른다.




니폰고가쿠의 W-Nikkor 2.5cm f4.0은 렌즈 단면도에서부터 오리지날 Topogon의 향기가 강하게 난다. 같은 25mm 화각에 최대 개방값도 f4.0으로 동일하다. 



(Lee S.K.님의 W-Nikkor 2.5cm f4.0 LTM)


하지만 이 렌즈 역시 최대 개방시에 조리개가 살짝 덜 열린다. 물리적으로는 f3.5 이하의 개방값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W-Nikkor도 f4.0에서 멈췄다. 당시 독일 렌즈보다 더 밝게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던 일본 기술진들이 토포곤을 뛰어넘자고 덤볐다가 한계에 부딪히자 역시 f4.0으로 리밋을 걸어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Canon에서도 Topogon 타입 25mm f3.5를 출시했다. 니폰고가쿠와 달리 칼자이즈보다 조금 더 밝은 개방값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지만 역시 조리개날이 완전히 열리지는 않는다. 사실 이 렌즈는 Topogon타입의 변형인데 완벽한 좌우대칭 4군 4매가 아니라 후면의 2매가 조금 더 크고 아주 특이하게도 맨 뒤에 평면유리가 자리하고 있다. 저 평면유리의 역할이 무척 궁금했는데 Goliathus님의 실험에 따르면 저 렌즈를 빼고 촬영하면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고.. 어쨌든 이 렌즈는 순수한 Topogon 타입으로 보긴 어렵겠지만 그리 많지 않은 형식이니 끼워주기로 한다. 





오리지날의 위엄. Carl Zeiss Jena Topogon 25mm f4.0의 경우 짝퉁(?)들과 달리 최대개방에서도 조리개가 거의 대부분 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quanj님 제공)







▶ Orion-15 의 두가지 타입, Contax Mount & M39 Mount





Orion-15 브로셔



Orion-15는 프로토타입이 등장할 1944년 당시 콘탁스용 베이요닛 마운트로 설계되었다. 소련이 콘탁스 마운트 렌즈들을 본격 양산하게 되는 시기는 1948~9년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예나와 드레스덴의 칼자이즈와 자이스이콘 콘탁스 생산 라인을 뜯어간 후 부터인데, 따라서 Orion-15를 개발할 당시 소련제 카메라 중 콘탁스 마운트를 적용한 제품이 없었음에도 왜 굳이 콘탁스용 마운트로 설계했던 것인지 다소 의아하다. 어쨌든 그런 연유로 소련에서 콘탁스 마운트로 제작한 첫번째 렌즈가 Orion-15일 가능성이 높다. 아쉽게도 현재 콘탁스 마운트 버전 Orion-15 매물은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운데, 오늘날 콘탁스 유저가 극소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Orion-15 프로토 타입


1951년에는 드디어 M39(LTM) 마운트 버전이 출시된다. 이로써 자국의 조르키나 페드에서도 Orion-15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서방세계로 수출도 이루어졌다. 물론 당시엔 Summaron 28mm f5.6이 등장하던 시기라 듣보잡 못난이 Orion-15 따위가 고급진 라이카 유저들의 눈에 찰리는 없었겠지만 Orion-15의 출현으로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비싸기만한 주마론의 가격 대비 20% 미만의 비용을 지불하고도 바르낙에서 28미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Orion-15 28mm f6.0(LTM)






▶ Carl Zeiss Tessar 2.8cm와의 관계는?




Orion-15의 두가지 버전(Contax용과 LTM용)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꽤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두가지 모두 Carl Zeiss Jena Tessar 2.8cm의 외관과 꼭 닮았다는 점이다. Carl Zeiss Jena Tessar 2.8cm는 세계 최초의 28미리 렌즈로서의 영혼과 상징성을 갖는 렌즈인데 Contax 마운트로만 제작이 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최근 LTM 버전도 생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2차대전 중 칼 자이즈는 콘탁스용 교환렌즈들을 LTM 버전으로 생산하기도 했는데 그 중 Tessar 2.8cm는 관련 자료나 사진을 거의 보질 못해서 존재를 몰랐다. 이베이에서 출현한 매물과 가뭄에 콩 나듯 검색에 걸리는 몇몇 사진들을 검토해본 결과 짝퉁이나 개조 버전은 아닌거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각각의 버전 사진을 보자.



Carl Zeiss Tessar 2.8cm f8.0 (for Contax)





Carl Zeiss Tessar 2.8cm f8.0 (LTM)


글을 위아래로 왔다갔다 비교해보면 Orion과 Tessar는 정말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련에서 Fed 28mm를 개발할 때는 Leitz Hektor 28mm를 카피했고 Orion-15를 개발할 때는 Carl Zeiss Tessar 2.8cm를 카피했던게 아닐까. 외관은 거의 그대로 베낀반면 렌즈 구성은 3군 4매의 테사 형식에서 4군 4매 토포곤 형식으로 변경됐다. 아마 좀 더 밝고 왜곡이 적은 설계를 적용하려 했던 것이리라. 어쨌든 LTM 버전 Tessar 2.8cm의 존재를 확인하고 났을 때 비로소 Orion-15의 헤어진 엄마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네가 그냥 못생긴게 아니었고 근본있는 못생김이었구나!' (결국 소련 잘못이 아니라 독일애들이 잘못한거였.. ㄷ)






▶ Topogon의 영혼을 이어간 Orion-15




50년대 이후로는 렌즈 제작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서 수차를 보정하기 위한 보다 많은 매수의 유리가 들어가고도 코팅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지며 더이상 제조가 까다롭고 밝은 개방값을 갖는데 한계가 있는 Topogon 타입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게 Topogon의 명맥은 끊어지게 되었지만 광학적 성능의 발전과는 별개로 구슬같이 아름다운 Topogon 타입에 대한 매니아들의 호기심과 열정은 유별나, 몇 안되는 종류의 Topogon 타입 렌즈들은 여전히 비싼 가격을 자랑하고 있고 물건도 귀해 어지간히 미치지 않고서는 손에 넣기가 쉽지 않다. 


그런 반면 1944년 프로토타입이 처음 등장한 이후 1978년까지 지속적으로 생산된 Orion-15는 화석이 될뻔한 Topogon의 생명력을 유지해준 최후의 계승자가 되었다. 생산 기간이 길었던 만큼 여전히 많은 개체가 양호한 상태로 남아 있으며 LTM용 28미리에 절대 강자가 없는 현실에서 200불 내외에 구입할 수 있는 Orion-15는 Topogon 타입을 즐겨보고 싶은 애호가들에게 상당히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Orion-15가 이렇게 오랜 기간 생산될 수 있었던 것은 꼭 성능의 우수함이나 소비자들의 선호에 기인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시장에서의 경쟁이 사라진 공산주의 체제의 특성에 더 큰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다. 긴 생산 기간에도 불구하고 성능상의 개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피터 계열 렌즈들은 후기형으로 갈수록 그나마 코팅이라도 두터워지는데 반해 Orion-15는 초기형과 별반 다르지 않은 블루 계열의 싱글 코팅이 계속해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불편한 조리개 조절 방식과 어두운 개방값도 그대로였고 못생긴 외형도 변하지 않았다. (물론 이 렌즈가 주마론처럼 예뻤다면 지금 중고가격이 저렇게 싸진 않겠지만)  




KMZ에서 ZOMZ로 제조사가 바뀌면서 렌즈 형태가 다소 바뀌긴 했다.



이처럼 발전이 더뎠던 탓에 후기형의 메리트는 크지 않아 대부분의 소련제 렌즈들이 그러하듯 Orion-15 역시 50년대~60년대 초반까지의 제품들이 인기가 높다. 비교적 품질 관리가 우수했으리란 믿음 때문인데 개인적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그런 이유보다는 KMZ 생산 60년대 초반 제품까지만 붉은 색 'n'코팅 마킹이 있어서 보기에 더 예쁘기 때문이다. (칼 자이즈 렌즈의 T코팅 표기와 같은 느낌) 이왕이면 영혼이 느껴지는 50~60년대초반 개체를 구하고 싶었으나 Jupiter-12와 달리 Orion-15는 이 시기의 매물이 많지 않고 있다해도 상태가 좋은 것이 드문 편이었다.



이왕이면 영혼있는 'n'마킹이 있는 걸로..






▶ 영혼가득 볼매 Orion-15




Orion-15는 사실 보고 만지는 재미가 쏠쏠한 렌즈는 아니다. 개체수도 많은 편이라 소장가치가 높은 것도 아니고 알루미늄 경통은 표면이 부식되거나 때를 타 지저분한 물건이 많고 디자인도 단순 무식하기 짝이 없다. 냉장고를 뜯어서 만들었다는 우스갯 소리가 괜한 것이 아닐 정도로 못생긴 외모에 경악하곤 한다. 게다가 소련제 저질 윤활유로 인해 초점링의 조작감도 고급스럽지 못하다. 물론 윤활유야 수리실에 맡겨서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10~20만원 정도 주고 산 싸구려 렌즈에 돈을 들일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쓰다가 싫증나면 팔고 산 사람도 '소련제가 이렇지 뭐.' 하면서 계속 그 상태로 돌고 도는 경우가 많으니 안타깝다. 


그럼에도 이 렌즈에는 볼수록 묘한 매력이 있다. 들고 나갔을 때 폼 나지도 않고 귀한 걸 갖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일도 없는 렌즈, 아니, 대부분의 이들이 '그런 렌즈도 있냐? 잘 나오냐?' 정도의 약간의 호기심만 표현할 뿐 관심조차 사지 못하는 렌즈인데도 말이다.


못생긴 외모와 저렴한 가격은 이 렌즈를 객관적으로 논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생긴게 못생겼으니 흥미를 갖지 않고 가격을 듣고는 '뭐 싸네. 사진은 그럭저럭 나오나보네.' 정도의 반응을 넘어서는 사람도 많지 않다. 비록 못생겼어도 만약 이 렌즈가 오리지날 토포곤 처럼 비쌌다면 반응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비싼 렌즈를 좋다고 하기는 쉽지만 싼 렌즈를 좋다고 얘기하는 것은 꽤나 힘들구나 라는 걸 이번 리뷰를 쓰며 절실히 느끼고 있다. 문과 출신이라 아는 것도 없고 객관적 테스트를 나열하며 리뷰를 쓰는 체질도 아니라 글로만 떼워 왔었는데 나 부터도 이번 리뷰는 그런 것들을 들먹이며 써야하지 않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이거 정말 좋아요!' '어 그래 안좋은 렌즈 있나.' 이런 무미건조한 반응을 방지하려면 '오 그래요?' 하는 리액션이 나올만한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데이터가 나오는게 별로 없다. 그래서 결국 이번 리뷰도 이렇게 글로 떼우다가 끝내긴 하는데.


사실 사진을(카메라를?) 취미로 하면서 가성비만 찾는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오리온이 싸고 좋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생각은 없다. 싸고 좋은 렌즈는 얼마든지 많으며 싸다고 해서 수십배에 달하는 가격의 라이카 렌즈와 비교해 그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싼 맛에 쉽게 살 수 있는 렌즈에 대한 호기심과 만족도는 금세 시들게 마련이다. 결국 소유에 따른 만족감은 렌즈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와 역사성, 그리고 적정수준의 희귀성, 즉 내가 늘 얘기하는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쿨럭, 렌즈에 무슨 영혼..) Topogon 형식이라는 이제는 다시 나올 수 없는 당대 최선의 설계로 만들어진 구슬과도 같은 앙증맞은 작은 렌즈알과 거기서 뽑아주는 왜곡 없는 시원한 이미지와 높은 해상도와 콘트라스트가 만들어주는 칼칼한 느낌. 이만하면 내 기준엔 충분히 소유할 가치가 있다.


못생겼네 어쩌네 이 렌즈를 깔 필요도 없다. 기껏해야 민트급 Irooa 후드 하나 가격밖에 안하는 렌즈에 미학적 완벽을 바라는 것부터 과한 욕심이다. Topogon의 영혼을 지닌 Orion-15, 근래 써본 렌즈 중 가장 인상적인 녀석이었다. 싸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매력이 넘치는 렌즈다. (믿어주세요) 28미리 화각, 그리고 Topogon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오리온 자리의 사진을 보니 Orion-15의 이름이 괜히 오리온이 아니란 걸 알겠다. Topogon의 특징이 좌우대칭이란 점에서 착안한 이름임에 틀림 없으리라. 렌즈 구조의 특징을 별자리에 빗대어 이름을 정하다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Summaron? 무슨 뜻임? ㄷ)






▶ 바디와의 장착 샷 (못생김 주의)






Leica M3







Leica M6







Leica IIIa







막상 바디와 매칭하면 미친듯이 못생기진 않았다.. -_-






▶ 작례





































































































































오리온 만쉐이~!




Special Thanks to LEE T.Y.






※ 참고로 뒤적였던 자료들


https://en.wikipedia.org/wiki/Topogon


http://www.sovietcams.com/index.php?398258553


http://www.sovietcams.com/index.php?1740225226


http://www.marcocavina.com/articoli_fotografici/Soviet_and_wide_lenses_on_Leica_M/00_p.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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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라이츠사는 4군 6매 더블가우스 구조의 주마론 28미리를 출시했다. 

1935년에 출시된 28미리 Hektor로 20년이나 울궈먹은 끝에 드디어 새로운 28미리가 등장한 것이었다. 주마론은 싱글코팅이 적용되면서 해상도와 콘트라스트가 향상되었으며, 왜곡과 비네팅 억제 측면에서도 헥토르보다 개선되어 당시로서는 최고의 28미리 렌즈라 불릴만 했다. 컴팩트한 사이즈는 바르낙 라이카에 안성맞춤이었고 조리개 조절 방식도 보다 현대적인 형태로 변경되어 사용상의 편의성도 좋아졌다. 단, 여전히 최대 개방값은 어두웠는데 헥토르의 f6.3에서 겨우 반스탑 정도 밝아진 f5.6에 머물렀다는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었다. 







주마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28미리를 담당한 Hektor. 조리개 조절이 Elmar처럼 불편한 방식이었고 무코팅이었다. 




주마론의 어두운 개방값은 당시로선 보다 밝은 광각 렌즈를 만들어내기 위해 극복해야할 수차가 너무 많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지만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캐논 Serenar 28mm f3.5라든지 28mm f2.8 같은 녀석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소련에서조차 이미 1937년에 FED 28mm f4.5가 나왔는데 말이다.







Fed 28mm f4.5 (라이츠는 뭘 한거란 말이냐)






아마 주마론이 이렇게 배짱 튕기며 등장할 수 있었던데는 경쟁상대 칼 자이즈의 방만함도 한몫 했을 것이다. Sonnar라는 걸출한 대구경 50미리 라인업으로 라이카가 나름 밝게 만들어보고자 애쓴 Summar, Summitar, Summarit 따위를 뭉개버리며 광학 기술만은 앞선다고 자타가 공인하던 칼 자이즈도 유독 28미리는 찬밥이었다. 그들 역시 라이츠 못지 않게 별다른 개선 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Tessar 28mm f8.0을 20년 이상 울궈먹고 있던 중이었으니 말이다. 







Carl Zeiss Jena 28mm f8.0 (제 짝인 콘탁스에서도 거리계 연동이 안되는 목측식이다. 어차피 8.0이니..)






사실 예전 같으면 최대 개방값이 f5.6에 불과한 주마론 따위의 렌즈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테다. 하지만, 자꾸 보다보니 정이 들었는지 모양 만큼은 정말 예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언젠가 한번쯤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한번 사볼까?' 하고 가볍게 들이기에는 스크류 마운트 렌즈들 중에서도 유독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데다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아 매물도 귀했다. 아, 물론 훌륭한 대안은 있었다.







라이카에서 M마운트로 복각하여 출시한 주마론 28mm






작년에 뜬금없이 주마론 복각 모델이 출시되었다. 마운트 형식이 M마운트로 바뀌었지만 광학적 구조는 거의 오리지날 그대로 복각된 이 렌즈는 한동안 각종 커뮤니티를 뜨겁게 도배했다. 아이폰 광고가 떠오를 정도로 깔끔하고 아름다운 생산 과정 이미지들로 구성된 브로셔를 보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품고 싶은 욕심이 들기 마련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 정신으로 3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살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기회는 찾아왔다. 나의 뜬구름 잡는 리뷰에 현혹되신 어느 팬(?) 분과 자주 연락을 주고 받게 되었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장비 호구 조사를 하다 그 분이 주마론 28미리를 갖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어두운 개방값 탓에 잘 손이 가지 않아 제습함에 들어간 후 나올 줄은 모른다고 하셨고 그럴거면 제가 한번 써보겠노라며 빌리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렌즈를 처음 받고 난 후. 헬리코이드에서 흘러나온 윤활유가 묻은 자국도 많았고 틈새의 찌든 때도 그대로 있는 등 전체적으로 약간 지저분한 상태였다. 평소 장비를 아껴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이런 건 또 그냥 못지나가는 성격이라 구석구석 정성스레 닦아 주었다. 전체적인 외관 상태는 꽤 훌륭했고 전면 코팅의 상태도 양호했다. LED조명을 비춰서 내부를 보니 약간의 헤이즈가 보였지만 헤이즈가 없이 온전히 보존된 개체가 무척 드물다고 하니 어쩔 수 없으리라 생각됐다.






내 것이 아니어도 새로운 렌즈를 사용해보는 일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특히 성능의 가늠이 쉽지 않은 올드 렌즈의 경우는 더더욱 흥미롭다. 주마론을 빌려주신 지인께선 이미 주마론에 대한 흥미는 상실하셨고 당시 나의 뜬구름 리뷰에 끌려 다른 광각 렌즈를 구입하시는 바람에 주마론은 처분하기로 맘을 먹으신 상태로 갈 곳까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빌려쓰는 마당에 한달이고 두달이고 마냥 사용해볼 수는 없는 노릇. 눈빠지게 기다리는 새 주인이 눈에 아른거려 3롤의 필름을 후다닥 찍은 후 주마론을 새 주인에게 보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드디어 주마론으로 찍은 필름들을 현상하고 스캔했다. 코팅이 적용되었다곤 하지만 역시나 역광에서는 꽝이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해상도는 훌륭했고 지나치게 날카롭지 않으면서도 오밀조밀 세밀한 묘사력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이건 정말 스캔 파일로만 볼게 아니라 암실에서 직접 인화한 사진으로 느끼고 싶은 렌즈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마 주마론을 보내기 전에 결과물을 한번 봤다면 달랑 3롤만 찍어보고 그렇게 보내진 않았으리라. 어차피 새 주인이 계약금 따위를 걸어놓은 상황도 아니었는데 그냥 내가 사겠다고 가로챌 걸 그랬나 하는 생각마저 잠시 들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라이카 렌즈들이 기본적으로 비싼 편이지만 올드 렌즈들 중 인기가 좀 있다는 것들은 계속해서 값이 더 오르고 있다. 주마론 28미리 역시 복각 모델 출시로 인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서인지 과거보다 높아진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상태가 좀 좋다 싶으면 100만원을 훌쩍 넘어가니 그 정도면 보다 뛰어난 성능의 M마운트 Elmarit 28mm f2.8도 구할 수 있을 수준이다. 그렇기에 그만한 금액을 들여 굳이 오래된 주마론 28미리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올드 렌즈를 꼭 광학적 성능 측면에서만 바라볼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마냥 좋기만한 현행 렌즈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개성있는 묘사와 독특한 느낌은 광학적 수치만으로 완벽히 설명하기는 어려운 매력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그런건 잘 모르겠더라도 예쁘면 되는 거 아닌가? 예쁘다는 이유. 그것 때문에 오늘도 환자들은 괴롭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그것은 진리다. 







Leitz Summaron 28mm f5.6 & Leica II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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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ca IIIa & Elmar 3.5cm f3.5


지인께서 선물로 주시고 가신 바르낙과 역시 또 다른 지인이 그의 지인으로 부터 선물받은 엘마 35미리 렌즈의 조합. 역시 바르낙은 예쁘다.




IIIa의 정면샷. II 모델들에 비해 스트랩 고리와 저속셔터가 추가된 것이 III 모델들의 가장 큰 특징. 바르낙형 라이카는 IIIc 이후부터는 상판의 제작 방식이 기존 단조에서 주조 방식으로 바뀌고 상판의 높이가 다소 높아지게 된다. IIIa는 단조바디의 단단한 만듦새와 컴팩트함을 즐길 수 있으면서 저속과 1/1000초를 사용할 수 있는 완성에 가까운 바디라 할 수 있다. 셔터소리나 조작감 등은 물론 이후에 나온 IIIf나 IIIg가 더욱 훌륭하지만 바르낙다운 컴팩트한 매력은 역시 IIIa가 아닐까. 물론 이쁘기로 치면 IId 블랙 페인트가 최고라 생각.




상부의 모습. 오밀조밀 위치한 각종 다이얼과 레버와 노브들이 조화롭게 아름답다. 필름 이송과 셔터 장전을 위해 노브를 돌리면 셔터 다이얼과 되감기 노브가 같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상판 각인은 언제나 옳다. 저게 없는 바디들은 너무나 밋밋하다.




IIIa 부터는 드디어 1/1000초가 가능해진다. 시리얼번호를 조회해본 결과 1937년 생산분으로 확인됐다. 올해로 무려 팔순이 되신 분.. ㄷㄷ 








바르낙의 파인더는 포커싱창과 프레이밍창으로 나뉘어져 있어 왼쪽 창에서 초점을 맞추고 오른쪽 창에서 구도를 잡는다. 당시 라이벌인 Contax II는 이를 하나의 파인더에서 가능케 했지만 라이카는 M3가 등장하기까지 이같은 방식에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덕분에 초점을 맞춘 후 다시 구도 맞춤을 위해 눈을 옮겨야하는 불편함이 따르는데 인간의 적응의 동물이라 또 쓰다 보면 그러려니 하게 된다. 프레이밍창은 좁긴 하지만 맑고 밝은 편이나 프레임 라인은 별도로 표시되지 않고 보이는대로 꽉차게 찍었을 때 약 40미리 정도의 화각이다. 바르낙에 흔히 쓰는 50미리 엘마같은 걸로 찍을 경우는 파인더에서 보이는 것 보다 조금 적게 찍힌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IIIa까지는 여전히 포커싱창과 프레이밍창의 간격이 제법 넓지만 IIIb 부터는 두 창이 가깝게 붙어서 눈을 옮기기 수월해진다. (뭐 그래도 불편하긴 매한가지;)




필름카운터는 수동으로 리셋해둬야한다. 역시 불편하지만 재미라면 재미.




Leica IIIa와 Contax IIa의 사이즈 비교. 바르낙의 컴팩트함을 다분히 의식한 듯 Contax IIa는 Contax II에 비해 제법 작아졌지만 여전히 바르낙에 비하면 크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상판의 배치는 확실히 Contax가 간결하게 설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Leica IIIa & Contax IIa



한롤도 못찍어보고 일단 오버홀하러 서울로 떠났다. 셔터속도 및 작동이 불안정했고 이중합치상의 상하가 틀어져있어서 굳이 테스트해볼 생각은 않고 오버홀 부터 해주고 제대로 써보고 싶다. 얼른얼른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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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iss Opton Biogon 35mm f2.8 T




RF카메라를 사용하는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화각은 단연 35미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좁지도 넓지도 않은 화각 탓에 편안하게 두루두루 운용할 수 있는 35미리 렌즈는 거리 사진과 보도 사진 분야에서 널리 인기를 끌었고 각 메이커들은 저마다 우수한 35미리 렌즈의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20세기초 표준렌즈와 장초점 망원렌즈의 발전에 비해 광각렌즈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더뎠고 오늘날까지도 성능을 인정받는 '제대로된' 35미리 렌즈의 출현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소형카메라의 선두주자이던 라이츠사는 1930년 Elmar 3.5cm를 출시했다. 당시 자이스이콘은 아직 Contax I 조차 발매하지 못했던 때였으니 라이츠의 엘마는 가장 빨리 등장한 35미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에 자존심이 상했던 것인지 Contax I이 출시되고 난 후에도 칼 자이즈는 35미리를 아예 건너 뛰어버리고 더 넓은 화각인 28미리 테사를 발매하며 그들의 기술력을 과시한다. 그리고 정작 35미리 화각은 Contax II가 발매되고 난 뒤인 1937년에 처음 출시하게되니 바로 칼 자이즈 예나 비오곤이었다. 비로소 '제대로 된' 35미리 렌즈가 사진계에 등장한 것이었다.



역사적인 첫번째 비오곤. Carl Zeiss Jena Biogon 35mm f2.8 (uncoated)


35미리 비오곤은 당시로선 대적할 상대가 없는 최고의 35미리 렌즈였다. 라이츠에 비해 한발 늦었던 만큼 성능상으로 엘마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는데 최대 개방값은 f2.8에 달했고 놀라운 해상도와 극도의 왜곡 억제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는 후옥의 크기가 극단적으로 크고 플렌지 백이 엄청나게 짧은(21미리 비오곤보다 더) 특유의 설계로 달성할 수 있었던 놀라운 성능이었다. Elmar 3.5cm의 최대개방값은 f3.5에 머물렀고 해상도는 사실상 열악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당시 비오곤과 엘마의 성능 격차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2차대전 전에 생산되었다고 하여 전전형(pre war) 비오곤이라 불리게 되는 Carl Zeiss Jena Biogon 35mm f2.8은 종전 이후까지 생산이 지속되며 당대 최고의 35미리 렌즈라는 지위를 내려놓지 않았다. 후기에 들어서는 T코팅이 더해지는 개량이 이루어졌고 전쟁 기간 중에는 특이하게도 라이카 스크류 마운트용으로도 잠시 생산되었다. 



라이카 스크류 마운트용 35미리 비오곤. 


전쟁 중 드레스덴의 자이스이콘 공장이 폭격을 맞아 카메라 생산을 못하게 되자 예나의 렌즈 공장 역시 위기에 처한다. 렌즈를 만들어봐야 이를 장착할 카메라가 없는 것이었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자이스이콘은 콘탁스용 렌즈들을 라이카용으로 제작하여 판매처를 뚫기로 한다. 종전 후 이같은 변종들은 더이상 생산되지 않았고 생산기간이 짧다보니 생산량도 상당히 적어 구하기는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구할 수만 있다면 마운트할 수 있는 바디가 제한적인 콘탁스용에 비해 훨씬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하지만 명성을 날리던 전전형 비오곤은 1950년, Contax IIa가 등장하면서 뜻밖의 문제에 맞딱드린다. 앞서 얘기한 커다란 후옥과 짧은 플렌지백 때문에 Contax II에 비해 소형화된 Contax IIa에 장착이 되질 않는다는 점이었다.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던 비오곤 35미리를 쓸 수 없다니, 이건 심각한 사안이었다. 물론 자이스이콘이 이같은 문제를 몰랐을리는 없고 바디의 소형화를 달성하기 위해 희생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동독 칼 자이즈 예나에서 설계된 Biometar 35mm f2.8이 급히 투입되게 된다. 이때만 해도 영구적이고 완전한 분단이라 여겨지지 않았던 터라 동독과 서독의 교류는 유지되고 있었고 비오메타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비오곤과 비오메타. 한 눈에 봐도 렌즈 후옥의 길이가 짧은 것을 알 수 있다.




 Zeiss Opton Biogon 35mm f2.8 T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는 없었고 서독의 Zeiss Opton은 곧 새로운 비오곤을 출시하게 된다. 덕분에 위에서 언급한 비오메타 35미리는 1,614개만 생산되고 사라지게 되어 레어 아이템으로 등극하게 된다. Zeiss Opton Biogon 35mm f2.8은 이전의 비오곤과 구분하기 위해 전후형 비오곤으로 불리게 되는데 Contax IIa에 마운트 할 수 있기 위해 새롭게 설계된 것으로 후옥의 크기가 작아지고 길이가 짧아진 것이 특징이었다. 출시 초기부터 단종 때까지 코팅의 변화 외에는 구조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은 50mm Sonnar와는 달리 흥미로운 변화라 할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을 통해 그 변화를 확인해보기로 하자.





최초의 비오곤은 조나 타입으로부터 파생되었는데 후옥이 크기가 전옥보다 큰 특유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전전형 비오곤은 전쟁 후 두갈래로 나뉘어 발전하게 되는데 전쟁 후 소련에서 생산된 주피터-12 렌즈는 전전형 비오곤의 설계를 거의 그대로 이어받은 반면, 서독에서 생산된 전후형 비오곤은 앞서 언급했듯 Contax IIa에 사용되기 위해 후옥의 크기가 작아지고 길이도 짧아진다. 




마운트된 전후형 비오곤. 짧아졌다지만 필름면 가까이 상당히 들어와있음을 볼 수 있다.




전전형 비오곤(좌)과 전후형(우) 비오곤의 비교. 후옥의 길이가 짧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전후형 비오곤이 가지는 핸디캡이었다. 바디에 맞추기 위해 비오곤의 완벽한 설계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는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이때문에 전후형 비오곤은 콘탁스 마운트 비오곤 타입 35미리 렌즈들의 성능을 논할 때 주피터-12 보다도 한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는 렌즈가 되고 말았다.


이것은 사실일까? 실제 전전형과 전후형 모두를 써본 유저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해상도 만큼은 전전형이 탁월하다는 쪽이다. 전후형 비오곤의 짧고 작아진 후옥을 고려해 봤을 때 전전형에 비해 해상도와 왜곡 억제력이 다소 떨어졌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아직 두 렌즈를 1:1로 비교한 결과를 보지 못해서 선뜻 수긍이 가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연 전후형의 해상도가 다소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확연한 차이가 날 것 같지는 않다. 엘마와 비오곤이 60:100이라면 전후형과 전전형은 90:100의 느낌은 아닐런지. 그리고 해상도 측면에서만 렌즈를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고해상도 렌즈와 고화소 이미지 센서들이 당연시된 요즘 시대에 올드 렌즈를 사용하면서 기대하는 요소는 뛰어난 해상도만은 아니란 점에서 전통적인 시각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전후형 비오곤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 개선점들을 고려하여 다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Contax II에서 IIa로 이어지면서 이루어진 소형화, 그리고 디자인의 개선은 비오곤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루어졌다. 전전형 비오곤이 다소 투박한 디자인과 마감을 보여줬다면 전후형 비오곤은 훨씬 세련된 디자인과 컴팩트함을 이루어냈고 크롬 코팅의 품질도 개선되어 아름다운 광택을 자랑한다. 거기에다 개선된 T코팅이 적용되어 역광에서는 물론 칼라 필름 사용시에도 보다 안정적인 결과물을 보장해준다. 결국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전후형이 보다 우수한 성능이라고 봄이 더 타당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바닥이 그러하듯 객관적 성능과 정밀하게 측정된 수치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전설'은 분명 존재한다. 전전형 비오곤은 그런 면에서 전설의 대열에 오른 렌즈였지만 전후형 비오곤은 아쉽게도 그러질 못했다. 그렇게 된 이유로 두가지를 들고 싶다. 


① Biogon 21mm f4.5의 출현. 

비오곤 35미리의 출시 후 얼마지나지 않은 1954년 칼 자이즈는 21미리라는 놀라운 화각의 비오곤을 출시한다. 전에 없던 광활한 화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었을 이 렌즈는 광학적 성능마저 뛰어났다. 비오곤하면 21미리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임팩트가 강한 렌즈의 등장으로 상대적으로 35미리 비오곤은 한마디로 묻히게 된다. 


② 라이츠의 약진

앞서 언급했듯 전전형 비오곤이 출시되던 당시 라이츠에서 내세울 수 있는 35미리 렌즈는 해상도 낮고 코팅도 적용되지 않고 개방값도 어두운 Elmar 뿐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당시 비오곤의 성능은 라이츠를 포함한 여타 경쟁사들의 렌즈들을 압도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전전형 비오곤은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후형 비오곤은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라이츠는 엘마에 비해 모든 면에서 성능이 향상된 Summaron 35mm를 출시하고 있었고 1958년에는 그야말로 신화가 된 렌즈, Summicron 35mm 1st, 일명 8매를 선보이게 된다. 이건 그야말로 두 회사의 35미리 경쟁에서 종지부를 찍어 버리는 일이었다. Contax IIa가 61년 단종되며 콘탁스 마운트 렌즈들 역시 같은 운명을 따르게 되면서 주미크론에 대항할 f2.0개방값의 비오곤은 결국 시장에 선보이지 못했다. 이처럼 전전형과는 달리 경쟁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던 상대적 지위 역시 전후형 비오곤이 다소 박한 평가를 받게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이러쿵 저러쿵 하는 호사가들의 얘기를 별개로 치더라도 전후형 비오곤은 좋은 렌즈임에 틀림없다. 출시 당시 콘탁스용 교환렌즈 중 세번째로 비싼 가격이었고 깔끔한 외관 디자인과 고급스런 크롬 광택이 아름답고 비오곤 다운 컴팩트한 사이즈 역시 매력적이다. 초점링과 조리개링은 아주 부드럽게 작동되어 만지작 거리는 재미도 크다. 더군다나 상대적으로 구하기도 어려운 물건인 탓에 소유에 따른 만족도도 높은 렌즈라고 할 수 있다. 


21미리 비오곤과 50미리 조나라는 걸출한 두 렌즈 사이에 가려 콘탁스 마운트 렌즈들 중에서 그 이름은 드높지 않지만 역시 비오곤은 비오곤이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물건이 많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바디가 제한적임에도 불구 여전히 만만치 않은 가격을 자랑하지만 Contax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35미리의 폭이 좁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렌즈 역시 Must Have Item이다. 보이면 사야하는 렌즈다. 




Contax IIa / Zeiss Opton Biogon 35mm f2.8 T




AGFA APX1OO




AGFA APX1OO




AGFA APX1OO




AGFA APX1OO




AGFA APX1OO




AGFA APX1OO




ILFORD HP5 400




ILFORD HP5 400




KODAK 400TX




KODAK 400TX




KODAK 400TX




KODAK 400TX




KODAK 400TX




KODAK 400TX




KODAK 400TX




FUJIFILM C200




FUJIFILM C200




FUJIFILM C200




FUJIFILM C200




FUJIFILM C200




FUJIFILM C200




FUJIFILM C200




FUJIFILM C200




FUJIFILM C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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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mm Biogon이 없었다면 Contax는 지금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금 극단적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난 리뷰에서도 언급했듯 Leica M3의 등장으로 후속기를 내놓지 못하고 단종된 자이스이콘의 콘탁스는 잊혀진 카메라가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아직도 소수의 열렬한 추종자들은 콘탁스를 사랑하고 있으며 60년이 넘는 세월동안 아껴가며 사용된 적잖은 콘탁스들이 여전히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다. 바디 자체만 놓고 봤을 때 그리 매력적이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인 콘탁스가 이 정도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큰 공헌을 한 렌즈가 있다. 바로 '20세기 최고의 광각 렌즈.'라고도 불리는 전설의 렌즈, Carl Zeiss Biogon 21mm f4.5 이다.




1954년, 자이스이콘은 당시로선 그야말로 초광각이던 90도 화각의 21미리 비오곤을 출시한다. 




당시 브로셔 표지에는 21미리 비오곤으로 촬영한 사진 위에 50미리 화각을 표시하여 21미리가 얼마나 넓은 화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21미리가 발매됨으로써 콘탁스용 비오곤은 두 개가 되었다. 21mm f4.5와 35mm f2.8





21미리 비오곤은 총 8매의 렌즈로 구성되었으며 전면에 2개의 오목 유리를, 후면에 1개의 오목 유리를 놓은 대칭형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백포커스가 극단적으로 짧아 렌즈의 후옥은 필름면 가까이 최대한 근접하여 장착된다. 이를 통해 최고 수준의 왜곡 억제력과 주변부까지 선명한 해상도를 자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비네팅 현상 역시 그리 두드러지지 않아 사용에 불편함을 초래하지 않았다. 개방값은 f4.5로 그리 밝은 편은 아니었으나 라이카 28mm 주마론이 f5.6, 칼 자이즈 28mm 테사가 무려 f8.0이었던걸 생각해보면 보다 넓은 화각을 가지고도 f4.5를 달성한 비오곤이 오히려 대단하다 여겨진다.    




21미리 비오곤의 렌즈부를 분해한 사진 




배럴 내부의 사진


배럴 내부에는 노란색이 보이는데 이는 황동의 색이 아니라 금 코팅의 색이다. 비오곤 배럴 내부에는 금이 코팅되어 있는데 이는 렌즈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확보하고 정밀한 중심축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 다른 렌즈에도 이런 식으로 금을 코팅한 경우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칼 자이즈가 비오곤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21미리 비오곤의 특이한 설계 중 하나. 렌즈 후옥에 '플레어 쉴드'가 부착되어 있다. 렌즈 전면이 아닌 바디 속에 들어가는 후면에도 후드가 있는 셈이다. 같은 구조로 설계된 Contarex용 21미리 비오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플레어 쉴드'는 칼 자이즈의 다른 렌즈들에서는 볼 수 없는 것으로 21미리 비오곤을 설계하며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쓴 그들의 집념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아답터를 이용해 라이카 바디에 마운트 하고자 할 때는 두 개의 나사를 풀어 '플레어 쉴드'를 제거해주면 된다. 제거했을 때 특별히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보지 못했다. 




가장 비싼 금속인 금까지 코팅해줄 정도로 정성을 다한 21미리 비오곤은 당시 콘탁스용으로 발매 중이던 교환렌즈들 중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했다. 1961년 10월 기준 가격표에 비오곤의 가격은 219달러로 나와있다. 현재 화폐 가치로 환산했을 때는 약 3,000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참고로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93달러..ㅠㅠ 




콘탁스용 21미리 비오곤에 이어 자이스이콘의 SLR 라인업 Contarex용 21미리 비오곤도 발매되었다. SLR용으로 발매되었지만 구조적, 성능적으로 콘탁스용과 동일한 렌즈로 알려져 있다. 필름면 바로 앞까지 들어가는 특성상 미러업을 한 상태로 마운트해야 했고 그로 인해 프레이밍은 외장 파인더를 이용해야 했고 포커싱은 목측으로 해야하는 불편한 방식이었지만 디스타곤 같은 레트로 포커스 구조의 광각 렌즈가 개발 되지 않은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콘탁스용 비오곤의 설계를 해치지 않은 덕분에 오늘날에는 비교적 더 후기에 생산되어 코팅이나 재료의 개선이 이루어졌으리라 '예상되는' Contarex용 21미리 비오곤의 인기가 조금 더 높다. Contarex 사용자는 멸종 위기로 현재 시중에 돌아다니는 Contarex용 비오곤의 대부분은 M마운트로 개조되었거나 아답터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21미리 비오곤은 여기까지 이어진다. 바로 누구나 써보고 싶어한다는 핫셀블라드 SWC에 탑재된 38mm Biogon이다. SWC의 높은 인기를 가능케 해준 것 역시 칼 자이즈의 비오곤이었다.




SLR이 대세를 장악했던 시절. 비오곤은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해왔다. 미러 박스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으로 인해 비오곤 타입의 렌즈는 설 자리가 좁았던 탓이다. 하지만 교세라의 콘탁스 G시리즈와 함께 G28과 G21이 비오곤이란 이름으로 부활했고, 최근에는 코시나에서 자이즈 브랜드로 비오곤 광각 렌즈들을 출시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요즘의 비오곤들은 60년전 당시에 비해 설계 구조의 많은 변경이 이루어 지고 있는데 성능상의 개선은 물론 좋은 일이나 렌즈 매수가 증가하고 백포커스에 여유를 두는 설계로 인해 길이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은 안타깝다.




Zeiss C-Biogon 21mm f4.5




미러리스나 D-RF카메라들이 출시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비오곤은 그리 사용하기 편한 렌즈는 아니다. 앞서 얘기했듯 비오곤 설계의 특징은 대칭형 구조와 극도로 짧은 백포커스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가장 우수한 왜곡 억제력과 뛰어난 해상력, 그리고 컴팩트함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비오곤처럼 짧은 백포커스로 설계된 렌즈는 디지털 센서에서 비네팅과 마젠타 캐스트를 억제하기 어렵다. goliathus님의 리뷰에 의하면 A7에 마운트했을 때 의외로 마젠타 캐스트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며 이태영님께서 Leica M-P typ240에 테스트했을 때는 약간의 마젠타 캐스트가 발생한다고 알려주셨다. 슈퍼 앵글론에 비해서는 적게 발생하는 편이라 한다. 이 같은 문제점은 이미지 센서의 발전과 함께 개선될 부분일 수도 있겠으나 최상의 광학적 성능만을 고려해 설계된 오리지날 비오곤의 제 짝은 역시 RF카메라, 그리고 필름이라 생각된다. 



14-24mm 같은 초광각 줌렌즈까지 흔해진 오늘날 21미리는 '초광각'이라는 수식어를 붙히기도 쑥스러운 수준의 화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35미리와 50미리를 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RF카메라 유저들에게 여전히 21미리는 낯설다. 파인더의 특성상 RF카메라 유저들은 28미리 이하 광각으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다. 최단 거리가 길어 강렬한 근경을 큼지막하게 넣기가 어렵고 외장 파인더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따른다. 

이 같은 이유로 꺼려하는 이가 많지만 막상 21미리 비오곤을 접해보면 그 자유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렌즈는 바디에서 아주 조금 돌출되어 있을 정도로 컴팩트하며 조리개를 8.0 정도로만 조여줘도 거의 모든 구간에 초점이 맞는다. 오로지 외장 파인더만 들여다보며 신나게 셔터를 눌러주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135판 SWC가 되는 것이다. 아니지. 콘탁스용 비오곤이 선배이니 그렇게 불러주는 것은 예의가 아니겠다. 어쨌든 콘탁스용 비오곤을 쓴다는건 단순히 21미리 화각을 다룬다는 의미가 아니라 RF카메라에 최적의 설계를 이루어낸 다시 나올 수 없는 최고의 광각렌즈와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앞에서 슈퍼 앵글론과 슈퍼 엘마를 논하지 말자. 더 좋은 렌즈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오겠지만 그 시작은 바로 콘탁스용 비오곤이었으니까 말이다.




Carl Zeiss 21mm f4.5 Biogon for Contax (1954~1961년)















































2017.01.14. 포항


Contax IIa / 21mm f4.5 Biogon / Kodak 400TX / 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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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온통 라이카 뿐인가.


오늘날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라고 하면 누구나 라이카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전문 사진가들을 위한 카메라 형식의 대세가 SLR이 되어버린지 5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RF카메라 특유의 장점인 저소음, 저진동, 그리고 컴팩트함은 적지않은 이들에게 어필하고 있고 작업 스타일에 따라서는 SLR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RF시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정교한 레인지파인더의 생산에 많은 비용이 들어 지금도 RF카메라를 생산하고 있는 곳은 사실상 라이카가 유일하다. 신품만이 아니다. 중고로 구한다 치더라도 다양한 교환 렌즈와 모터 드라이브 혹은 접사 장치 등 시스템 카메라로서 접근해보면 라이카 말고는 더욱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RF카메라를 사용하는 이들의 십중팔구는 라이카 유저들이다. 왜 우리의 선택지는 이토록 좁은 것이란 말인가. 라이카에 견줄 상대는 과연 없었던 것일까?




ZeissIkon의 대항마 Contax IIa


라이카에 대적했던 카메라가 있었다. ZeissIkon의 Contax가 바로 그것이다. Contax IIa는 그 콘탁스 라인업 최후의 모델로 1950년 발매되어 61년경 단종되기까지 Leica IIIf, M3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카메라였다. Contax IIa 이후 후속 모델이 출시되지 않으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진 탓에 알고 있는 이들도 드물었지만 이미지프레스에서 출간된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란 책을 통해 소개되며 비교적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중적 인지도의 상승이 인기와 비례하지는 않아 여전히 사용자는 극소수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사용해봤다는 이들도 중고가가 저렴하니 호기심에 들였다가 금세 내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M형 라이카를 쓰는 이들은 좁은 파인더 탓에 포커싱이 어렵고, 라이카와 반대인 조리개, 초점링의 회전 방향에 적응하지 못하겠다는 등 여러가지 불평을 내세우며 이래서 콘탁스가 망했다고 한다. 과연 콘탁스는 이렇게 혹평 받을 카메라였을까.




Contax의 역사


Contax IIa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하기에 앞서 이전의 콘탁스 모델들을 먼저 간략히 알아보자. 부모없는 자식이 없듯 근본을 살펴봐야 Contax IIa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Contax I



라이츠사가 출시한 라이카의 대성공은 자이스이콘을 자극시켰다. 소형 포맷의 기술적, 품질적 한계로 소형 카메라의 개발에 대해 탐탁치않게 여기던 자이스이콘은 시장의 주도권을 라이츠에게 뺐겨 버렸지만 그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에 자이스이콘은 Leica II를 압도할 대응 모델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고 1932년, 그들의 첫 시스템 RF카메라를 시장에 선보이게 된다. Contax의 등장이었다. 


라이카를 능가하겠다는 자이스이콘의 개발 의지대로 콘탁스는 라이카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 내지 불편함을 상당부분 개선한 선진적 설계가 적용되었다. 뒷판은 통채로 열렸고 렌즈 마운트는 베이요닛 방식을 채택했다. 이 부분은 당시 라이카에 비해 훨씬 빠르고 편리한 필름 로딩과 렌즈 교환을 가능케 해준 선진적인 방식이었다. 최고 셔터스피드는 이미 1/1000초에 이르렀고 금속제 상하주행 셔터막을 채택하여 천으로 만들어진 라이카의 가로주행 셔터막이 햇빛에 종종 타서 구멍이 나는 문제로 부터 완전히 해방시켜 주었다. 레인지파인더의 기선장은 극단적으로 길어 초점 맞춤의 정밀성이 높았고 이 같은 장점은 특히 망원렌즈 사용시에 두드러졌다. 그리고 콘탁스 바디들의 특징인 포커싱휠이 채택되었는데 한 손(오른손)만으로도 포커싱과 셔터 릴리즈를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였다. 이것이 당시에 얼마나 큰 효용성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말을 탄 상태에서도 왼손은 고삐를 쥔 채 촬영할 수 있었거나 하는 장점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이 포커싱휠은 다른 카메라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콘탁스 시리즈에 계속해서 적용된다.


하지만 Contax는 유려하고 컴팩트한 디자인의 라이카에 비해 크고 둔중했다. 다소 급한 출시였는지 5년이라는 짧은 발매 기간에 비해 약 6번에 이를 정도로 잦은 성능 개선이 이루어졌고 금속제 셔터막은 햇빛에 구멍은 나지 않았지만 고장이 잦고 수리가 난해했다. 최초의 콘탁스는 여러가지 획기적인 기능을 대거 선보였지만 종합적인 완성도는 다소 떨어진 바디로 1936년 Contax II가 등장하며 단종되고 만다. 



Contax II



1936년 콘탁스의 두번째 모델 Contax II가 출시된다. 어딘가 프로토타입 같은 어설픈 디자인의 이전 모델에 비해 한결 현대적인 형태로 거듭난 Contax II는 여러가지 개선된 부분으로 당대 최고 성능을 자랑했다. 특히 하나의 뷰파인더에서 프레이밍과 포커싱이 동시에 가능해지고, 저속이 생략되거나 혹은 고속 다이얼과 분리된 라이카와 달리 하나의 다이얼에서 모든 셔터스피드의 조정이 가능했던 점은 획기적이었다. 이러한 기술은 1954년 출시된 M3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라이카에서는 가능해지는 것들이니 콘탁스의 설계가 얼마나 선진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특이하게도 최고 셔터스피드는 1/1250초였는데 이 역시 라이카에 앞선 그들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내포된 것이었다. 셀프타이머 역시 기본 탑재되어 IIIF모델 일부에서 처음 탑재되기 시작하는 라이카에 비해 훨씬 빠른 것이었다. Contax II에 이어 노출계를 탑재한 파생모델 Contax III도 출시되었다. 이 역시 세계 최초라 한다. (하지만 비연동식..)


이처럼 Contax II는 이미 바르낙 라이카를 압도하고 있던 Contax I에서 또 다시 발전을 이루어낸 카메라로서 프로 작가들의 고성능 카메라라는 이미지가 굳어졌고 베를린 올림픽을 맞이하여 발매된 180mm f2.8 Sonnar와 함께 스포츠 촬영에서도 역사에 남는 카메라가 된다.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결승선 통과 사진도 Contax II와 180미리 조나가 찍었을 거란 설이 있다)




이같은 고성능을 바탕으로 Contax II는 큰 변화없이 2차대전 종전 때까지 지속적으로 생산되었다. Contax II는 특히 로버트 카파가 사용하면서 그 유명세를 떨치게 되는데 그가 찍은 유명한 사진, 1944년 6월 6일 D-Day 당일 연합군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오마하 해변의 상륙 장면은 Contax II를 사용해 찍은 컷들이다. 전장의 급박함 속에서 촬영을 해야했던 그에게 콘탁스의 빠른 렌즈 교환과 필름 로딩이 크게 어필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Contax IIa



2차대전이 끝나고 5년이 지난 1950년, 콘탁스의 세번째 모델인 Contax IIa가 출시되었다. IIa의 가장 큰 특징은 전작인 II에 비해 컴팩트해졌다는 점인데 소형화는 물론 외형상의 아름다움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크롬코팅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곳곳의 금속 마무리에 화려함이 더해져 아름다운 광택을 자랑했으며 비로소 '보석같은 카메라'라는 별명이 생겨났다. 기능적인 개선 사항으로는 T셔터, 그리고 B와 1/2초 사이에 1초가 추가되었고 플래쉬 싱크 케이블 단자가 생겼다. 그보다 의미있는 개선점은 셔터스피드의 변경을 셔터를 장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가능해졌다는 점과(Contax II나 바르낙 라이카들은 셔터 장전 후에 셔터스피드를 변경하는 순서를 지켜야 했다) 셔터막의 재설계로 고장이 잦고 수리가 난해하던 이전 모델에 비해 높은 안정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라이카를 압도하던 성능상의 우위는 유지되었고 콘탁스의 약점이던 큰 덩치도 제법 작아지고 전체적인 디자인도 예뻐졌다. 이만하면 역대 최고의 콘탁스를, 아니 당대 최고의 카메라를 출시했다고 자이스이콘이 자신할만했다. 



1952년의 Contax IIa 광고. Contax가 내세우던 기능적 우위를 어필하고 있다.




짧은 영광과 몰락


하지만 Contax IIa의 화려한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IIa가 출시되고 불과 5년 뒤인 1954년. 카메라 업계는 '깡패'의 출현으로 충격에 휩싸이고 만다. 그렇다. 그 유명한 라이카 M3가 등장한 것이었다. 전혀 새로운 베이요닛 마운트를 적용한 새 라이카는 렌즈의 화각에 따라 자동으로 프레임 라인이 변하는 밝고 시원한 파인더를 장착하고 있었고 그 전까지 바르낙 라이카들이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한방에 해결해 버린 놀라운 카메라였다. 거기에다 자동으로 리셋되는 필름 카운터와 빠른 셔터 장전이 가능한 장전 레버를 채택했고 이는 콘탁스에는 아직 없던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여전히 라이카는 아름다웠다는 점이다. 바르낙형 라이카에 비해 M3의 크기는 무척 커졌지만 아무도 이를 탓하지 않았다.  


M3의 등장으로 라이카에 대한 콘탁스의 우위는 단박에 역전되어 버렸다. Contax I 이후 20년 가량 줄곧 앞서있던 콘탁스가 한순간에 라이카에게 압도당한 것이다. 자이스이콘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자료에 의하면 M3의 발매 이후 콘탁스의 시판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고 말았다고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자신들의 마운트를 카피한 니콘 SP같은 카메라들도 이미 기능적으로 콘탁스를 완전히 퇴물로 만들고 있었다. 카피캣을 따돌리고 라이카를 다시 한번 압도하려면 M3 이상의 콘탁스가 필요했다. 하지만 고심끝에 자이스이콘은 콘탁스를 결국 포기하고 만다. 보석 같은 카메라는 화석이 되어버렸고 후대는 M3에 패하며 사라진 비운의 카메라로 Contax IIa를 기억하게 된다. 




Contax IIa를 위한 변명


Contax IIa는 참 운이 없는 카메라다. 발매당시 라이벌이던 Leica IIIf 등에 비해 우수했던 점은 어필되지 못하고 역대급 카메라 M3에 비교되며 혹평을 받고 있다. M3에 패했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까여야(?) 한다면 세상에서 M3 앞에 당당할 카메라가 몇 개나 있는가. Contax IIa에 대해 변명을 해주고 싶었다. Contax IIa가 조금만 더 좋은 카메라였다면, 혹은 뒤이어 새로운 Contax가 출시되었더라면 이 정도로 역사 속에 묻힌 카메라가 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곧잘 하곤 했다. 도대체 왜 자이스이콘은 그러질 못했을까. 여기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추론해본 것들을 얘기해보기로 한다. 



① 이미 달성한 압도적 성능 우위, 크기만 줄이면 된다!


Contax IIa가 M3의 획기적 발전 앞에 한방에 나가 떨어지게 된 결정적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Contax I 부터 이미 바르낙 라이카를 압도하고 있던 성능상의 우위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앞서도 언급했듯 베이요닛 마운트, 프레이밍과 포커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뷰파인더, 저속과 고속 영역이 합쳐진 셔터스피드 다이얼, 뒷판의 열림 등은 M3가 등장하기 전까지 라이카에선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카메라의 성능 뿐만 아니라 콘탁스용 칼 자이즈의 렌즈들 또한 당대 라이카의 그것들 보다 뛰어난 화질을 자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탁스의 판매량이 라이카에 미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자이스이콘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결국 그 원인은 콘탁스의 큰 크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Contax IIa의 개발 방향은 그래서 기능의 향상보다는 크기를 줄이고 디자인을 개선하는 쪽으로 수립되었다. 침동식 엘마를 장착한 바르낙의 컴팩트함에 매료된 애호가들의 마음을 뺐어오려면 자잘한 기능상의 우위보다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크기에만 집착하는 동안 자이스이콘은 라이카가 준비한 강력한 한방에 대응할 거시적 시각을 가지지 못했다. M3가 제시한 방향은 그게 아니었다. 자이스이콘이 크기를 줄이는데 집착하는 대신 35미리 프레임 라인부터 시작하는 멀티 프레임을 가진 혁신적인 파인더가 탑재된 콘탁스를 개발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실제 자이스이콘은 크기를 줄이는데 집착한 나머지 몇가지 문제점을 야기시켰는데 그렇지 않아도 좁던 파인더가 조금 더 좁아졌고 기선장의 길이가 줄어 초점 맞춤의 정밀도도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이 두가지는 그럼에도 불구 바르낙보다는 여전히 우수한 부분이라 감수할 수 있었다. 유저들 입장에서 당황스런 문제는 전쟁전에 생산된 35미리 비오곤 렌즈가 장착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전전형 35미리 비오곤은 특유의 설계로 인해 후옥이 유난히 길고 컸는데 크기가 작아진 Contax IIa에는 후옥이 들어가질 않았던 것이다. 물론 칼 자이즈사는 새롭게 설계한 전후형 35미리 비오곤을 발매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지만 자이스이콘 입장에서 크기를 줄이는데 얼마나 사활을 걸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다. 



② 2차 세계 대전과 독일의 분단


라이츠에 비해 자이스이콘은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굴곡을 더 많이 겪어야 했다. 전쟁 기간 동안 독일의 주요 공업도시들은 연합군 폭격기들의 공습에 시달렸고 이는 자이스이콘의 카메라 공장이 있던 드레스덴도 마찬가지였다. 자이스이콘 드레스덴 공장 역시 폭격을 맞아 가동이 중지되었고 개발 중이던 주요 시제품과 설계 자료들이 몽땅 사라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드레스덴은 소련군 점령 지역이 되면서 자이스이콘의 공장 설비와 생산에 필요한 재료들은 소련으로 옮겨진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숙련된 기술자들도 함께였다. 거기에다 자이스이콘은 잠수함의 잠망경, 전차의 조준경 등 직접적인 전쟁 무기를 생산했다는 이유로 전범 기업으로 분류되어 고초를 치른다. 반면 라이츠사는 쌍안경 등 일반적인 광학장비만을 생산했기에 전범 기업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폭격을 맞은 자이스이콘 드레스덴 공장. 1947년경 미군에 의해 촬영된 사진이다.


상황이 이러했으니 서독 슈트르가르트의 자이스이콘은 반쪽 짜리 회사밖에 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쟁 후의 혼란스런 상황을 고려해볼 때 획기적인 새로운 콘탁스가 나올 수 있는 여건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종전 후 5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Contax IIa는 정확히는 49년 11월에 발표되었다고 한다) Contax IIa 같은 카메라를 만들어낸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③ 자이스이콘의 합리적(?) 상황 판단


M3의 등장을 지켜본 자이스이콘은 M3를 압도할 수 있는 새로운 콘탁스의 개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러자면 일단 파인더의 개선이 가장 시급했을 것이다. 그리고 M3처럼 렌즈에 따라 자동으로 변환되는 프레임 라인을 적용하려면 라이츠가 그러했듯 새로운 마운트를 설계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높은 제작 비용이 드는 파인더 개선과 마운트 변경이라는 도박을 시도하기에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그리고 앞으로 시장의 대세는 분명 SLR이 될 것이었다. 콘탁스 말고도 엄청난 카메라 라인업을 갖추고 있던 자이스이콘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Contax에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 결국 자이스이콘은 Contax를 포기하고 SLR인 Contarex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한다. 이는 물론 당시로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이었으리라 여겨진다. 실제 60년대 이후 대세는 완전히 SLR이 되어 일본 카메라 업계들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라이츠 역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으며 망하기 직전까지 갔으니 말이다. 문제는 저렴하고 우수한 성능의 일제 SLR에 비해 자이스이콘의 Contarex는 지나치게 비싸고 고급스러웠다. 이미 일본 메이커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자이스이콘의 승부수는 신통치 못했다. 결국 1972년에 이르러 자이스이콘은 모든 카메라 생산에서 손을 떼고 만다. 




오늘날 콘탁스의 매력


콘탁스는 분명 사용하기 편한 카메라는 아니다. 프레임 라인도 그려져 있지 않은 작은 뷰파인더에다 셔터 장전도 돌림식이라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이것은 지금의 시각일 뿐이며 또 M형 라이카와의 비교일 뿐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사랑하고 있는 바르낙 라이카에 비해서는 훨씬 사용하기 편리한 카메라가 바로 Contax IIa다. 잘 관리된 Contax IIa의 파인더는 좁긴 하나 어둡진 않고 이중상도 명확하다. 셔터 소리는 라이카(천 셔터막)에 비해서는 조금 더 크긴하나 절도있고 카랑카랑해 기계적 매력이 물씬 느껴진다. 아름다운 크롬 코팅은 갓 잡은 갈치를 연상케할 정도로 광택이 빛나고 렌즈 마운트와 다이얼 곳곳의 금속 가공 처리는 스위스 시계의 브레이슬릿을 보는 듯 유광과 반광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디를 감싸고 있는 가죽은 모로코산 양가죽이라 하는데 그 보들보들한 감촉이 매우 좋다. 감성 품질도 훌륭한 카메라란 얘기다.


무엇보다 당대 최고 성능의 콘탁스용 칼 자이즈 렌즈들을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 하겠다. 전쟁 후 서독에서 생산된 Zeiss-Opton 혹은 Carl Zeiss 각인의 렌즈들은 고급스런 크롬 광택 마무리와 부드러운 조작감, 그리고 T코팅이 적용된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명렌즈들이다. 그 중에서도 50mm f1.5 Sonnar와 21mm f4.5 Biogon은 아답터를 이용해 라이카 바디에 이용하는 이들도 많을 정도로 여전히 인기가 높으며 35mm f2.8 Biogon이나 35mm f3.5 Planar는 물론 당대 최고의 해상도를 자랑했다는 50mm f3.5 Tessar도 매니아라면 놓치기 아까운 렌즈들이다. 이 우수한 렌즈들은 사용할 바디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당대 라이카 렌즈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데 Contax IIa의 중고 가격 조차 저렴하기 그지 없으니 오리지널 독일제 시스템 RF카메라를 즐기기에 이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까. 물론 라이카에 비해 물건이 귀하여 꽤 오랜 정성과 '운'이 필요하긴 하지만 '돈만 있으면 구하는' 라이카에 비해 그 만족감은 더욱 크다고 얘기하고 싶다. 



내가 갖고 있는 Contax IIa와 렌즈들. 다 합쳐봐야 라이카 Summicron 35mm f2.0 1st 일명 '8매' 하나는 살 수 있을까 싶은 가격이지만 보석 같은 얘네들을 8매 '따위'와 바꿀 수야 있나.



라이카에 맞섰던 또 하나의 최고의 카메라였던 콘탁스. 비록 바르낙과 M 사이, 그 어설픈 위치에서 진화를 멈추고 말았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이야기 거리 풍부한 역사적인 카메라임에는 틀림없다. 리뷰를 쓰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그래도 콘탁스가 있었기에 Leica M3라는 역사에 남을 카메라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콘탁스의 여러가지 편리함과 기능상 우위는 분명 라이카를 자극했을테고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M3라면 콘탁스의 쓸쓸한 오늘날의 처지가 그리 딱하게만은 여겨지지 않는다. 반세기전 독일 광학업계의 마지막 전성기, 시장의 주도권을 치열하게 다투던 전장에서 패자로 퇴장해버린 Contax IIa. 세상은 승자만 기억한다지만 그에 못지 않은 패자의 이야기도 사뭇 흥미로운 법이다. 그리고 그 상대가 하필 넘사벽 M3였다. 그를 너무 탓하지는 말자. 지금보다는 더 멋진 카메라로 기억되길 바라며 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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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orrison 2017.02.10 17: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또한 오래된 콘탁스 유저인데, 오랜만에 재미있는 글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즘은 편의상(?) r3m이나 iiif에 조나를 물려서 사용하는 경우가 잦지만, 그래도 IIa에 물릴 때가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아요.
    종종 글 읽으러 오겠습니다.

    • BlogIcon [Photo-Nomad] 2017.02.10 18: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저도 조나는 아답터를 이용해 M3에 물리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만 그래도 제짝은 역시 콘탁스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오래된 콘탁스 유저라시니 반갑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아버지께서 며칠간 위가 쓰리다 하셨다. 

금방 괜찮겠지 했던 것이 조금 길어져 결국 검사를 다시 받아봤고 결론은 위염. 얼마전 대학원 동창들끼리의 제주도 여행에서 술을 좀 드신 것이 원인인 모양이다. 어쨌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당분간 죽을 드시라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아들로서 어찌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아버지 드릴 전북죽을 사오겠다며 사뭇 비장하게 집을 나섰다. 




나름 단골인 전복집 주차장에 도착했다. 무료한 일요일, 하릴없이 뒹굴거리다가 더없이 훌륭한 핑계로 집을 나와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니 지끈거리던 머리 속에 시원해진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혔다.




저멀리 보이는 곳이 구룡포항이다. 흐린 날이었지만 바다는 비교적 잔잔했고 덕분에 갈매기들은 바위 위에서 편안한 일요일을 보내고 있었다.




전복죽을 주문해두곤 다시 밖으로 나왔더니 막 어선 한 척이 들어와 멸치를 부려놓았다.




구룡포가 기장이나 남해처럼 멸치잡이로 유명한 항구는 아니지만 이처럼 간혹 멸치가 들어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멸치보단 고등어나 꽁치가 흔해 구룡포에서는 아직도 멸치액젓 대신 고등어로 젓을 담궈서 김장을 하기도 한다고 전복죽집 사장님이 얘기해줬다. 그 맛이 사뭇 궁금했다.




박스마다 가득가득한 멸치들. 날씨가 추운 겨울이니 저 상태로 바로 회로 먹어도 될 것 같았다. 색색의 박스들은 엘마 렌즈의 색감 테스트용으로 딱. 




상차 작업하시는 동안 서성이며 계속 셔터를 눌렀음에도 별 반응들이 없으셨다. 행색을 봐도 그렇고 손에 든 골동품 같은 카메라 꼬락서니를 봐도 별 시덥잖은 녀석이라 여겨지셨나 보다. 어쨌든 나로서는 다행이다.




방파제 옆 작은 비닐 천막 안에선 어민들이 모여 참을 드시고 계셨다. 




참을 먹었으니 커피도 한 잔! 인근 다방에서 커피 배달이 왔다. 조금 불건전하게 변질된 경우가 있어서 그렇지 커피를 배달시켜 마시는 나라가 또 있을까? 다방 문화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과 작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들었다.




방파제 너머 테트라포드에는 언제나 낚시꾼들이 있다. 안테나처럼 솟아있는 그들의 낚시대.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따끈따끈한 전복죽을 받아들고 가게를 나섰다. 가게 주차장 간판 위에는 자기도 한번 찍어달라는 듯 갈매기 한 마리가 포즈를 잡고 있었다. 차에 오르기 전, 마지막 한 컷을 눌렀다. 




Elmar 3.5cm는 예상대로 상당히 낮은 채도와 콘트라스트의 결과를 보여줬다. 물빠진 듯한 밋밋한 색감을 보며 역시나 칼라 보다는 흑백에 어울리겠다며 단정지었던 것이 사실. 그렇게 첫 인상이 약했던 엘마로 찍은 이 칼라 사진들은 희한하게도 보면 볼수록 참 편안했다. 소박한 절집에서 정갈하고 간소한 공양 한 그릇 받아든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코팅의 꼼수도 없이 유리알 그 자체로 담아낸 빛이라 생각하니 왠지 마음까지 차분해졌다. 칼라로 다시 찍어볼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었지만 날씨와 빛 상황이 다를 때는 또 어떤 느낌을 보여줄지 사뭇 궁금해진다. 흐릿하고 멍청한 색감으로 나올 수도 있고 기대이상으로 화사하고 세련된 색감으로 나올 수도 있을테고, 색온도가 훅 틀어지거나 완전히 엉뚱한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모두 괜찮다. 현행처럼 완벽하지 않기에 예상이 쉽지 않고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이 올드 렌즈의 매력이니까 말이다.



2016.12.04 포항


Leica M3 / Elmar 3.5cm F3.5 / Fujifilm C200 / 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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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1.5 (최대 개방)








2. f2.0







3. f2.8







2017.01.13.


어느 렌즈건 간에 '눈으로 봐서' 별 문제없으면 크게 따지지 않는 성격이라 조리개별 묘사력 따위의 테스트는 해본 적도, 해볼 생각도 없었다. 사실 이번 것도 그런거 해보려고 찍은 건 아니었고 올드 콘탁스 렌즈를 라이카 바디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아메데오 아답터'의 초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보려고 지인의 M Typ240에 물려서 찍어본 결과물인데 마침 조리개별로 특성 차이가 보이기에 은근 슬쩍 올려본다. 1.5 최대 개방일 때는 약간의 글로우 현상이 발생하나 콘트라스트의 저하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2.0부터는 사실상 글로우 현상이 없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라이카 렌즈도 아니고 아답터에 6비트 코딩이 되어 있지 않아 메타정보에 나온 조리개 수치는 다소 정확치 못한 듯 하다.. 실제 촬영은 1.5(최대개방) - 2.0 - 2.8 순으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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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써보라며 올드 렌즈를 하나 건네줬다.

라이카 35mm의 원조격인 Elmar 3.5cm다. 1930년대 부터 발매되어 40년대 후반까지 이어진 엘마는 주마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라이카의 35미리 화각을 담당했지만 성능적으로 크게 뛰어난 평가를 받지 못하다 보니 오늘날 5cm 엘마에 비해 그 인기는 높지 않은 편이다. 지인의 렌즈는 그 중 1940년산 무코팅 버전인데 경통에 상처가 많고 렌즈 내부에도 먼지와 스크래치가 적지 않은 그야말로 전투형이었다. 


LTM을 이용해 라이카 M3에 마운트하고 Zeiss Ikon의 35미리 파인더를 달아주니 제법 예쁘다. 보다시피 워낙 얇고 컴팩트한 렌즈라 침동한 5cm 엘마 못지 않다. 이왕이면 M3보다는 바르낙 바디를 하나 구해서 바디캡으로 써보고 싶은 욕심이 잠시 들지만 일단 결과물을 보고나서 생각하기로 하자. 광학적 성능에 대해서는 솔직히 기대되지 않지만 특유의 '맛'이 나는 렌즈면 좋겠다.




토요일 늦은 오후, 해가 짧은 요즘이라 지금 나가서 몇시간이나 찍을 수 있겠냐는 생각에 잠시 고민이 들었지만 그래도 토요일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낼 순 없지. 신광면에 있는 법광사지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고즈넉한 폐사지에서 호흡긴 촬영을 할 수 있을테니 익숙하지 않은 이 렌즈로도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됐다. 




큰 도로에서 벗어나 차 두대가 지나기도 버거운 좁은 마을길을 통해 한참을 올라가서야 법광사지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건 뭥미. 허허벌판에 드문드문 놓여진 주춧돌과 우뚝 솟은 당간지주 따위를 어떻게 적당히 담아볼까 생각하고 왔더니만 발굴 중이라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이 나를 맞이했다.




발굴 조사를 위해 온통 절터를 뒤집어 놓은데다 유구가 나온 곳은 방수천으로 덮어놓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자괴감이 들 무렵 역광 테스트나 해보자고 해를 집어 넣어 찍어보았다. 무코팅 렌즈임에도 생각보다는 괜찮은 수준이다. 




해상도야 그리 높지 않지만 부드러운 콘트라스트와 그로 인해 넓은 계조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렌즈가 그러하듯 순광에서 조리개를 조였을 때의 묘사력은 부족하지 않다. 날카로운 선예도와 강한 콘트라스트 등 너무 잘나오기만하는 현행 렌즈에 비해 올드 렌즈가 흑백 사진에 좋다는 이유가 이런 느낌 때문이 아닐까.




법광사지는 완전히 허탕을 친 것이 되었지만 이대로 집에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주변 마을이라도 좀 둘러보자 싶었다. 경사진 산비탈을 따라 이어진 계단식 논과 시골집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인공의 구조물임에도 자연과 하나된 듯 녹아있는 이런 따스한 풍경도 오랜만이다. 팔순이 다된 렌즈로 찍은 결과물이라 그런지 시간이 멈춘듯한 신광면의 풍경이 더욱 옛스럽게 느껴진다. 




집 가까이로 다가가 봤다. 살림 도구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 빈집으로 보인다. 애초에 대문은 없었던 것 같고 어설픈 목책만이 주인대신 빈집을 지키고 있다. 투박하게 쌓은 돌담과 3단으로 된 목책을 보고 지인은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이냐고 물었다. 




돌담 옆에 서 있던 감나무의 질감이 좋았다. 늦가을의 시골 정취를 표현하는데 잎이 떨어진 감나무에 달린 감 만한 소재도 없는데 요즘은 시골 마다 감을 딸 사람도, 먹을 사람도 없어 겨울이 지나도록 그대로 감이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어릴적 시골에 가서 키보다도 훨씬 긴 장대로 감을 따고 놀던 기억이 난다. 




길을 내려오다 마을의 당나무를 만나서 잠시 멈추었다. 





묵직한 톤이 제법 마음에 든다.




개방 조리개의 느낌은 어떨까 싶어 금줄에 초점을 맞추고 구도를 잡아봤는데 피사체에 좀 더 극적으로 다가섰어야 했나보다. 어중간한 거리 탓에 그리 심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을 막걸리 한 병이 다소곳이 놓여 있었다.




지대가 높아 논농사보다는 밭농사를 많이 하고 있는 듯 했다. 하우스에서 자라는 시금치의 색이 생기있게 파랬다. 




지도에도 없는 촌 길. 




다시 차에 오르기 전 마을의 모습을 조금 넓게 잡아봤다. 노출을 결정하는데 신중을 기울였던 컷으로 기억된다. 3.5cm 엘마의 조리개 수치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3.5 / 4.5 / 6.3 / 9 / 12.5 / 18 로 표기되어 있어 익숙치가 않은데다, 초기형 M3의 유럽식 셔터스피드 다이얼까지 더해지니 머리 속이 빙글빙글 돌았다. 이리저리 함수를 끼워 맞추며 겨우 한 컷을 눌렀는데 다행히 결과물은 원하던 분위기로 나와주었다. 




산길을 내려와 곧장 집으로 가려다 큰 도로변에 서있던 신광시장이라는 간판을 보고 혹시나 볼거리가 있나 하고 차를 세웠다. 골목 안쪽으로 향하니 요즘 시골에서 보기 드문 아이들의 소리가 왁자지껄하다. '어? 사진기자 아저씨다!' (노숙자로 안보여서 다행) 




카메라를 들이대자 녀석들이 좋아 날뛰기 시작한다. 법광사지에서 허탕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밀려오지만 사실 익숙하지 않은 렌즈로 이런 상황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앞서 얘기했듯 엘마의 이상한(?) 조리개 수치 때문에 지금 내가 놓은 눈금이 조리개 몇쯤 되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고, 초점 맞추고 게눈 파인더로 눈을 옮기자니 정신이 없다. 제발 좀 가만 있어봐라 얘들아.





정신없이 움직이는 녀석들을 노출과 초점을 신경쓰며 찍기는 불가능했다. 결국 믿을건 Kodak 400TX의 부처님같은 관용도와 35미리 렌즈의 심도 뿐. 노출계 꺼낼 생각도 못하고 뇌출계로 대충 때려 잡았다. 흔들리지 않을 만큼만 최대한 느린 속도로 세팅하고 조리개는 조일 수 있을만큼 조인 후 초점을 고정시켰다. 이젠 그냥 찍는거다.




시골에 웬 아이들이 이렇게 있나 싶어 여기에 사느냐 물었더니 외갓집에 놀러온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그렇지. 그래도 외갓집에서 제대로 추억을 쌓고 있는 녀석들이 부러웠다. 




귀염둥이들 :)




수레를 밀던 녀석은 부끄럽다며 한사코 얼굴을 허락하지 않았다.




신나는 한때를 보내고 있는 개구진 녀석들. 아이들은 이렇게 자라야 하는데 말이다.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 후, 다시 걸음을 옮기다가 이 장면을 마주했고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눌렀다. 오른쪽에 있는 여인네와 눈이 마주치면 분위기가 깨어질거라 생각해 마음이 급했더니만 결국 흔들렸다.




면사무소 근처 도로에서도 다니는 차들을 별로 볼 수 없었다. 너무나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였다.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신광 분식 앞 평상에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늦은 오후를 보내고 계셨고




나는 캔커피를 사러 점방에 들어갔다. 평상에 앉아계시던 할머니 중 한분이 주인이셨는지 느린 걸음으로 따라오셨다. 냉장고에는 전기도 들어오고 있지 않았지만 날씨가 추우니 괜찮았다. 동전이 없어 5천원짜리를 드렸더니 거스럼돈을 뒤적이시길래 그냥 담배 한갑도 같이 샀다. 내가 피우는 담배는 없었다.




점방의 기둥에 붙어있는 '간첩 잡자' 표어. 저런 것도 오랜만이다. 유리창에 흐릿하게 비친 아반떼가 아니었다면 시대를 가늠하기 어려운 사진이었이라. 해가 거의 떨어진 상황이라 콘트라스트 약한 엘마가 제대로 표현해줄까 걱정도 되었지만 보다시피 멋진 톤을 보여주고 있다. 




필름이 두 컷 정도 남았었다. 

'할매! 가게 앞에서 사진 한장 찍어드릴게요. 나와 보세요.'

'다 늙은 할매 뭐할라고, 안찍는다~~'

'에이, 한번 나와보세요. 할매 가게 앞에서 사진 한장도 안찍어보셨죠? 내가 좋은 카메라로 찍어드릴게요.'

그러고 보니 평생을 지내온 집이자 일터인 점방 앞에서 찍은 사진이 없다고 생각되셨는지 그제서야 할머니는 머리를 정리하시며 못이기는 척 밖으로 나와 앉으셨다. 뻣뻣한 포즈셨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남은 두 컷을 할머니에게 할애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이 놈의 엘마가 제대로 나와줘야 할텐데.' 하는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처음 쓰는 렌즈를 신경쓰이는 촬영에 투입하는 건 역시나 부담스럽다. 어쨌든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를 그와 비슷한 세월을 보낸 엘마로 담아 드리면서 촬영은 마무리 되었다.  

그렇게 총알이 떨어진 나도 카메라를 내려놓고 할머니 옆에 앉았다. 신광면에 사람이 북직이던 재미나던 시절 얘기와 법광사지가 밭이었 때 밭을 갈다가 주웠던 기와조각 등의 얘기, 공부를 많이 못시켜서 미안한 자식들 얘기와 이 시골에도 대형 마트가 들어와 이제는 담배 말고는 팔리는게 없다는 점방 얘기까지. 제법 긴 시간동안 할머니와 얘기를 나눴다. 나중에 장날에 한번 다시 놀러오겠다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할머니도 저녁을 차려야겠다며 들어가셨다. 


그리고 일주일 후, 나는 다시 신광면에 들렀고 점방으로 가서 할머니를 불렀다.


'할매! 내 또 왔다!'



2016.12.03. 포항 신광면


Leica M3 / Elmar 3.5cm f3.5 / Kodak 400TX / IVED




Leitz Elmar 3.5cm f3.5

생산시기 : 1930 ~ 1949년
생산수량 : 40,000여대
최단초점거리 : 1.25m
렌즈 구성 : 3군 4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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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ax IIa / Carl Zeiss 50mm f1.5 Sonnar / Zeiss-Opton 35mm f2.8 Biogon / Carl Zeiss 21mm f4.5 Biogon


구입한지 거의 10년이 지난 Contax IIa에 슬슬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저속셔터가 늘어지고 고속에서 상단끝부분의 노광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 심지어 11월 마지막 주 죽도시장 새벽 출사에서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셔터가 작동하지 않기를 몇 회. 더이상 버틸 재간은 없었다. 오버홀을 다시 해줄 때가 된 것이다.


다른건 몰라도 Contax는 무조건 중앙카메라에 맡기고 싶었다. 금속날로 이루어진 Contax의 셔터막은 손을 대기가 까다로워 제대로 하는 곳이 몇 없다. 사장님 연세도 있으시고 슬픈 얘기지만 사장님이 일을 그만하시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앞섰다. 무뚝뚝하기 그지 없는 사장님과 통화를 나누고 카메라를 포장했다. 직접 찾아가서 뵙고 부탁드리고 싶었지만 변방에 사는 사람이 이 것 하나 때문에 한양으로 올라갈 수는 없었다. 기왕 보내는 김에 초점링 돌림이 너무 빡빡하던 35mm 비오곤이랑 조리개 지침이 눈금과 다소 어긋난 상태이던 21mm 비오곤도 함께 넣었다. 


약 2주만에 돌아온 녀석들은 아주 건강해져 있었다. 셔터속도는 당연히 정상으로 돌아왔고, 약간 맥없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의 셔터는 아주 야무지고 절도있게 작동된다. 파인더도 아주 맑고 깨끗해졌고 와인딩 놉과 헬리코이드 등 곳곳의 조작감도 매우 부드러워졌다. 35미리 비오곤도 적당한 저항이 묵직하게 느껴지는 딱 좋은 정도로 윤활 작업이 잘 되었고 볼 때 마다 개운치 않던 21미리 비오곤의 조리개 지침도 눈금과 맞아 떨어지니 속이 시원하다. 


상대적으로 중고가가 그리 비싸지 않은 Contax IIa를 위해 상당한 오버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사실 그리 효율적인 선택은 아니다. 같은 가격으로 오버홀 대신 바디를 새로 구할 수도 있을 정도니까. 장터에 Contax IIa 매물이 나올 때 마다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손 때 묻은 내 카메라이기에, 이 녀석이 남겨준 필름과 추억들 때문에 이렇게 고쳐주며 쓰는 것이다. 어쨌거나 내년이면 딱 60년이 되는 할아버지 카메라가 주기적 관리만 해주어도 이렇게 멀쩡히 현역으로 활약할 수 있다니.. 이런 카메라는 단순히 기계, 도구, 물질이라고만 부르기 미안할 정도다. 


201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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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18 2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2017.01.18 2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 신윤화 2017.01.19 08: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글에 답변해주신거같은데 비밀글이라 볼수가 없네요 ㅠㅠ

    • BlogIcon [Photo-Nomad] 2017.01.19 0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티스토리 좀 이상하네요. ㅋㅋ 비밀로 댓글을 달아도 대댓글은 공개로 해야되나봐요. 뭐 굳이 비밀일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적어드립니다. 중앙카메라 오버홀 비용은 20만원입니다. 기간은 빠르면 일주일 이내, 아니면 이주일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완전 기계식카메라니 오버홀만 해줘도 다시 쌩쌩해집니다. ^^

  2. 신윤화 2017.01.19 10: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답변 정말 감사합니다 조만간 꼭 찾아가야겠습니다~

  3. 신윤화 2017.01.20 12: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또 질문 드리네요;; 아직 iia 를 사용한지 1개월밖에 안된 초보라... 지난번 말씀드렸던 셔터문제가 추운날 실외촬영후에 생긴거였어요 근데 집안에 2일정도 두었더니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네요 검색해보니까 추운날엔 고질적으로 생기는 문제같던데 혹시 이 아이를 수리하는게 맞을까요 아님 수리해도 원래 이러는걸까요? 오래 사용하신 분의 조언을 구합니다 ㅠ

    • BlogIcon [Photo-Nomad] 2017.01.20 18: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추운날 주로 발생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내부 윤활유가 거의 말랐거나 경화가 많이 됐다고 보여지네요. 아시겠지만 완전 기계식 카메라라 고장이 날 부분도 별로 없고 고장이 나도 못고칠 부분도 거의 없지만 기계가 제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선 적절한 시기에 윤활유가 보충되고 내부의 청소가 필요한 것이지요. 지금 신윤화님의 바디도 그런 때인 것 같습니다.

  4. 신윤화 2017.01.20 2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답변 정말 감사합니다 자주 구경올게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

Leica M3 / Elmar-M 50mm f2.8


초기형 M3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로 더블 스트록의 재미와 더불어 '도그이어(Dog Ear)' 혹은 'Buddha Ear' 라고 불리는 스트랩 고리의 예쁜 모양을 들 수 있다. 이 도그이어 스트랩 고리는 M3에서도 후기형으로 넘어가면 보다 단순한 형태로 변하게 되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좌 : 일반적인 라이카 M바디들의 스트랩 고리(M4) / 우 : 도그이어 스트랩 고리 (M3 초기형)


두가지 모양을 놓고 비교해보면 일반적인 스트랩 고리에 비해 도그이어 고리의 모양이 좀 더 유려하고 바디와의 이음 부분에도 보다 디테일이 있어 멋져 보이긴 한다. (사실 눈에 확 띄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디자인 뿐 아니라 높이의 차이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일반적인 라이카 M바디용으로 발매된 하프 케이스들 대부분이 도그이어 버전 M3에 잘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라이카용 하프 케이스들이 똑딱이 방식으로 바디와 고정되는데 일반형 케이스들은 저 똑딱이와 구멍의 높이가 낮다보니 도그이어 버전에는 잘 맞지 않는 것이다. 지인들이 가지고 있는 KIMOTO, A&A 제품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억지로 하면 겨우 똑딱이를 잠글 수는 있었지만..) 이렇다 보니 M3 도그이어 버전 사용자들은 하프 케이스 구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던 차에 장터에서 좋은 물건을 발견했다. 럭스케이스에서 나온 CSE-17이란 모델명의 Leica MP3용 하프 케이스였다. 한정판으로 발매되었던 MP3는 M3 형태의 디자인을 복각한 모델로 스트랩 고리 역시 도그이어 버전이 적용되었다. 당연히 이 케이스는 M3 도그이어 버전에도 딱 맞는다. 




Leica MP3. 셀프타이머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곤 도그이어 스트랩 고리까지 M3와 거의 같다. (필름카운터는 M2 스타일)




전체적인 핏팅이 상당히 좋다. 케이스를 벗기고 씌울 때도 너무 빡빡하지 않고 적당하다. A&A 제품에 비해 전면을 커버하는 면적이 더 넓어 셀프타이머 레버가 숨을 듯 말 듯 자연스럽게 커버된다. 저 부분의 디자인이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든다.




지인의 Leica M4와 A&A하프케이스. 전면을 커버하는 면적이 차이남을 알 수 있다.



후면부도 뒷덮개의 형태에 따라 자연스럽게 잘 길들었다. 




가죽의 두께는 A&A 제품보다 약간 얇은 듯하다. 덕분에 바디와의 밀착감은 더 나은 느낌.




바닥에 LUXECASE가 새겨져있다. 





가죽의 품질도 우수하고 디자인도 깔끔하며 피팅이 참 좋아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하프 케이스 선택의 폭이 좁은 M3 초기형 사용자들에게는 수작업으로 의뢰하지 않아도 기성품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 아닌가 싶다. 날씨도 추워졌으니 올해는 M3를 좀 대우해주며 데리고 다녀야겠다.


2016.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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