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3 포항


수없이 찾아간 구룡포였지만 더이상 이런 식의 촬영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깊이있는 작업이 필요할 듯. 

그나저나 현상소를 이번에 바꿔봤는데 여러 종류의 필름들 중 코닥 TMX의 현상 결과가 그리 맘에 들지 않는다. 예전처럼 자가 현상을 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여건도 안되고 고민. 

금요일 17시 칼퇴근을 감행했다. 아아.. 얼마 만인가. 


이대로 곧장 집으로 가기에는 아쉽다. 해가 아직 쨍쨍.. 가까운 곳의 마애불을 뵈러 가기로 맘 먹고 차를 돌렸다. 회사가 촌에 있다보니 이런 짓도 가능 (남들은 공연보러 가는데)








차를 세워두고 걸어가다 산 길에 접어들기 바로 전에 있는 어느 집의 대문. 꽃의 원색이 발랄하다. 







바로 여기를 온 것.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을 보러 왔다. 보물 122호.







산 길로 접어 들었다. 신록은 이미 지났지만 녹음이라고 부르긴 아직 옅고 여린 녹색의 싱그러움에 기분이 좋아진다.







초록초록하다.







퇴근하고 바로 왔으니 정장바지에 구둣발이지만 뭐 어떠랴. 눈누랄라. 세속의 번뇌는 이미 주차장에 던져두고 옴.







늦은 오후의 햇살은 소나무의 그림자를 땅 위에 길게 누이고.. 시상이 떠오른다 ㄷ



호젓한 산길을 걸어 마애불을 보러 가노니

산새 소리 지저귀고 산들바람에 풀냄새 실려오다

세속의 번뇌는 주차장에 던져버리고

손에는 욕심버린 작은 카메라 하나 쥐었으니

아아, 라이카가 무슨 필요랴.



깨달음은 멀리 있지 않았... 손에 든 GR만으로도 충분하니 라이카가 무슨 소용인가. 깨달음을 얻으며 한걸음 한걸음 ㄷㄷ







그리 길지 않은 길을 계속해서 올라가면







새끼 오리 같은 국자가 귀엽게 놓여진 약수터가 나온다. (노란 국자 안에 물 마시며 놀고 있는 나비 보이시는지?)







옆에는 작은 산신각이 하나 있다. 불교와 토속신앙의 하이브리드를 보여주는 우리나라 사찰의 특징.







정겨운 작은 돌다리를 건너서







계단을 오르면 작은 요사채가 있다. 이 곳의 마애불 보다 사실 내가 더 좋아하는 곳.







인기척도 없는 조용한 요사채의 모습. 아 여긴 참 예쁜 곳이란 말이지.







작은 동종도 걸려있고







요 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멍때리고 싶어진다.







삼보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누구든 언제든 조용히 찾아왔다 돌아가도 되는 곳.







절 집 살림치곤 다소 투박스럽게 널려있던 수건들







왔으니 근심도 덜어냈다.







요사채 입구에 서있던 콘크리트 기둥에 소박한 솜씨로 새겨진 연꽃 그림. 이런 질감과 색감을 참 좋아라한다.







그리고 마애삼존불. 부처님 오랜만입니다. 10년만이네요. 여길 다시 온게.







아담한 규모의 이 곳은 서산 마애삼존불을 떠올리게 한다. 조각기법이나 세련됨은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그 곳에 비할바는 아니나, 이 곳에서라면 괜히 쓸데없이 마애불에 말도 건네고 자리에 앉아 먼산도 보고 가져온 책도 편한 자세로 읽어도 될 것 같다. 완벽한 조형미에서 오는 경건함과 엄숙함에 압도되는 석굴암과 달리 이런 곳이 경주 곳곳에는 산재되어 있다.







이 시간대에는 삼존불 쪽에 그늘이 져서 사진 찍기엔 그리 좋지는 않다만 그게 뭐 중요한가. 난 깨달음을 얻었거늘;







대신 내가 좋아하는 요사채는 이 시간이 제일 빛이 좋다. 특히 저 전깃줄에 달려있는 백열전구. 참 좋아함.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서 내려간다.







싱그러움이 가득한 숲을 벗어나기가 무척 아쉽다.







아아..







길 끝에 속세가 보인다. 버려둔 줄 알았던 번뇌가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2016.05.20 경주



2016.02.27 진주


천황식당 줄이 너무 길어서 한바퀴 돌아다니던 중.

GR로만 찍은 줄 알았는데 필름 현상해보니 2컷 찍은게 있던데 그 중 하나. 엘마는 쓰면 쓸수록 맘에 든다.




























2016.02.14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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