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3 


DENON CDP-1610



AR4를 울려줄 리시버를 피셔 250TX로 바꾸고 나니 이제 마지막으로 소스기기를 어느정도 괜찮은 걸로 바꿔보고 싶었다. 사용 중인 인켈 6030G에 딱히 불만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우선순위에서 제일 밀려있던 CDP를 바꿔주면 조금 더 좋은 소리를 내주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이 들었고, 마침 AR매니아 까페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데논 DCD-1610이 가까운 곳에서 나왔길래 퇴근 후 달려가 업어왔다.


DCD-1610은 88년쯤 출시된 기기로 30년이 다 되어가는 구닥다리인데, 오디오 기기들은 과거의 명기들이 오히려 원가절감으로부터 자유롭고 메이드 인 차이나가 보편화되기 전의 시절에 제작되어 내구성이나 만듦새도 좋은 것들이 많고 DCD-1610도 그 중 하나. 어차피 30만원 정도를 쓸거면 보급형 입문기 신품을 사느니 구닥다리라도 당시에 한가닥했던 걸 써보고 싶었다. 






요즘 제품들의 깔끔한 디자인에 비해 이것저것 버튼도 많고 예전 VTR같은 모양이기도 한데 자꾸 보다보니 소니나 필립스, 데논의 구형 CDP들의 디자인이 더 기계답고 멋진거 같다. 사실 CD만 해도 이미 디지털이지만 MP3가 대세가 된 오늘날 CD만해도 아날로그로 느껴진다. 트랙을 바로 찾아서 재생할 수 있는 트랙넘버 버튼은 소니 것 처럼 우측에 바둑판 형태로 모여있는게 예쁘고 사용하기도 편한데 정보창 하단에 일렬로 배치되어 있어 기기를 바닥에 두는 나로서는 숫자가 잘 보이지 않고 누르기도 좀 불편하다. 리모컨쓰면 되니깐 뭐..






전체적인 상태는 상당히 훌륭하다. 자세히 보면 약간의 생활기스도 있고 하지만 전면 판넬은 새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깨끗. 판매자분도 이정도 상태의 기기는 구하기 어려울 거라고 침을 튀기셨는데 외관은 만족한다. 




 


트레이의 작동도 힘차고 묵직하다. 단 소리는 쓰는 인켈 6030G가 더 조용한것 같다. 




DCD-1610의 소리의 성향은 생각보다 음색이 부드럽고 담백한 편이라 특별한 개성이 느껴지진 않는 것 같다. 단, 인켈 6030G에 비교했을 때 음역대와 스테이징이 확연히 넓어져 시원시원해졌고 해상도도 좋은 듯. 현재 출시되고 있는 1-2백만원 정도의 CDP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는 글들도 많이 봤는데 내가 일단 그런 기기들을 써본적이 없어서 평가가 안되지만 6030G를 쓸 때 좀 아쉬웠던 부분들(약간 무겁고 탁한 음색과 해상도가 낮아 음이 뭉치던 소리 등)이 해소되면서 음악을 들으며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게 아닐지. 





구입할 때 리모컨은 없어서 호환되는 모델을 이리저리 검색해서 RC-258로 이베이에서 하나 구했다.




호주에서 날아온 데논 CDP용 리모컨 RC-258. DCD-1610 전용으로 나온 리모컨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확인을 못했지만 대략 데논의 리모컨들은 전체적으로 기능에 호환이 다 되는듯 하다. 아무리 중고래도 이왕이면 깨끗한걸로 구해보고자 몇가지 모델 중에 고른 것이 요 넘.






전체적인 샷. 이런 길죽한 형태보단 납작하고 네모 반듯한 모양이 더 맘에 들었는데 일단 이 리모컨으로 DCD-1610을 제어하고 있다는 글을 봐서 안전하게 같은 것으로 주문.






조작부 세부 사진. 트레이 개폐, 반복/무작위/프로그램 재생, 볼륨 조절 등등 모든 기능의 조작이 가능하다. 






해외 셀러에게 이런 것은 기대도 안했는데 AA건전지 두 개도 넣어서 왔다. 그것도 듣보잡 싸구려가 아닌 에너자이저로. ㅋㅋ



중고로 구매하는 CDP들은 대부분 리모컨을 분실한 경우가 많은데 없어도 상관없지만 있으면 확실히 편한 것이라 호환되는 모델만 확인하면 어지간하면 이베이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대부분 가격대가 비싸지 않지만 배송료를 포함하면 2-3만원대가 되므로 선택은 자유. 



이제 중요한건 구하기 힘든 KSS-151A 픽업이 얼마나 버텨주냐는거다. ㄷㄷㄷ  



※ 내용 추가


요녀석이 간혹 CD의 마지막 트랙이 튕기면서 앞으로 돌아오는 증세가 종종 있다는 걸 발견했다. 구매 당시 판매자 분께서 예전 CDP들은 요즘 나오는 긴 런닝타임의 CD들을 읽는데 약간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픽업의 문제는 아니라고 얘기를 하시긴 했는데 뭐 알고 샀으니 컴플레인할 부분은 아니었지만 찝찝한 건 사실. 보통 픽업 수명이 다되어갈 때의 증상 중의 하나로 언급되는 것이 CD의 마지막 트랙에서의 튕김 현상이니..  


그런데 복사 CD를 넣어도 기가 막히게 빨리 읽고 재생에도 문제가 없고 정품CD도 무조건 튀는 것도 아니다. 70분이 넘는 CD들 중 일부만 튀는데다 80분이 넘게 녹음되어있는 아바도의 말러 교향곡 9번 CD는 또 전혀 튀질 않고. 아무래도 픽업 문제는 아닐 거 같단 생각에 오늘 대구 빌라소리사에 역시나 들고 찾았다.


늘 친절하신 사장님. DCD-1610은 많이 다뤄보셔 예상이 된다며 뜯으시더니 약 10분 정도의 작업으로 완벽해졌다. 뭐라뭐라 하셨는데 100% 알아듣진 못하겠고 예전에 나온 기종이라 요즘 나오는 CD의 마지막 트랙을 경우에 따라 제대로 못따라가는 경우가 있어 그 부분을 약간 손을 봐 범위를 넓혀주는 소소한 개조를 하셨다고..  더불어 내 CDP의 상태가 아주 훌륭하다며 CDP는 이 정도면 끝이라고 하이엔드 급의 비싼 모델로 가도 큰 차이를 못느낄만큼 좋은 기종이라며 해주셨다. 


역시 찾길 잘했다. 픽업 문제라 판명해버리고 팔아치우긴 너무 아까운 상태라. 단 오래된 기기인 만큼 픽업 수명을 걱정하는 내게 사장님은 계속해서 KSS-151A는 내구성이 워낙 좋아 별 문제없을 거라고 말씀하셨다만..이제 더도말고 5년만 별 문제없이 잘 버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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