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609 건천 ::

Snaps/2017 2017.07.11 10:55




















































































2017.06.09. 경주


Leica M6 / Jupiter-12 35mm f2.8 / Kodak 400TX / IVED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Photo-Nomad]


Leica Super-Elmar 21mm f3.4 ASPH (2011 ~ 現)




친구 K군이 어느날 이 렌즈를 보내주었다. 필름 사진을 거의 찍지 않고 있는지라 이 렌즈를 필름에서 테스트할 여유가 부족하니 한번 써봐주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과연 이 정도의 해상력이 필름에서 의미가 있을지 묘사력은 어떨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다소 의아한 생각이 되었다. 꽤나 고가의 렌즈를 선뜻 써보라고 보내주는 것은 환자들에겐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곱게 쓴다 해도 쓰다보면 이래저래 자잘한 스크래치도 나게 마련이라 빌려주는 이나 받아쓰는 이나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빌려달라고도 하지 않은 렌즈를 써보라며 빌려주는 그의 진짜 의도는 뭘까. (뽐뿌?) 화두라도 받은 것처럼 그렇게 슈퍼 엘마를 택배로 받았다. 




Leica Super-Elmar 21mm f3.4 ASPH는 그전까지 21mm 화각을 담당하던 Elmarit 21mm 대신해 2011년 6월에 등장했다. 7군 8매의 구성에 비구면렌즈가 포함된 이 새로운 렌즈는 고해상도 디지털 카메라들에 발 맞추어 해상도가 훨씬 향상되어 거의 모든 조리개 영역에서 극도로 샤프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현존 최고의 21미리 렌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 세대의 엘마리트에 필터 구경을 비롯한 전체적인 사이즈는 보다 컴팩트해졌고 그로인해 최대개방값은 다소 어두워져 f2.8에서 f3.4가 되었다. f3.4? 이 어중간한 수치는 그리 낯설지 않다. Carl Zeiss Biogon에 맞섰던 라이카의 Super Angulon 21mm의 2세대가 바로 f3.4였다. 슈퍼 엘마의 등장은 오랜 라이카 유저들에겐 슈퍼 앵글론의 귀환으로 느껴질만한 일이었다. 




슈퍼 엘마의 렌즈 구성을 보면 3군 4매의 간단한 설계의 Elmar와는 전혀 상관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아마 라이카는 이 신형 21미리 렌즈에 슈퍼 앵글론이란 이름을 다시 붙혀주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슈나이더와 혐업하여 탄생한 이전 렌즈들과 달리 독자적으로 새롭게 개발된 이 렌즈에 그 이름을 사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왠지 모르게 보급형, 2선급의 느낌이 드는 Elmarit의 이름을 다시 쓰기는 싫고, 결국 그래서 렌즈 설계와는 무관한 슈퍼 '엘마'가 되지 않았을까.




6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Carl Zeiss Biogon 21mm나 Leitz Super Angulon 21mm에 대한 매니아들의 지지는 열렬한데 이 녀석들은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된다. 렌즈 뒷면이 바디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설계 특성상 디지털 바디에서는 측광이 안되거나 비네팅과 마젠타 캐스트가 심각하게 발생했던 것. 이 같은 문제가 발생치 않도록 렌즈 후면이 셔터막에서부터 충분한 여유를 갖도록 설계된 Super-Elmar는 덕분에 전자들에 비해 길이가 제법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컴팩트한 비오곤에 익숙한 내게는 무척이나 어색하고 어딘지 꼼수를 부렸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엘마릿에 비해 작아졌다지만 길이가 길다보니 실제보다 더 크고 무겁게 느껴졌고 현행 라이카 렌즈 특유의 고운 반광택 도장면에 흠집이라도 날까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았다. 그래서 이 렌즈를 받아들고 나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 한롤을 겨우 꾸역꾸역 찍고는 책상 위에 고이 모셔두었다. 


















꾸역꾸역 샷들. 필름을 넣고 빼기까지 무려 2주가 걸렸다.





렌즈를 빌려준 K군은 한참이 지나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약간 서운해 하는 듯 느껴졌고 나역시 괜시리 미안한 날들이 이어졌다. 친구가 큰맘먹고 렌즈를 빌려줬으면 신이 나서 마구 찍어서 '이거 해상도가 끝내주네?!', '왜곡도 거의 없어!' 등등의 호들갑을 떨어줘야 그도 재미있을터. 밍기적 거리는 나의 반응이 못내 심심했으리라. 그래도 어쩌랴. 이 렌즈가 '내 것'이었다면 부담없이 휘두르고 다녔겠지만 어쨌든 잠시 빌려 써보는 렌즈인 것을. 이 곱게 자란 렌즈를 가지고 '야전'에 뛰어들기는 어려웠다. 결국 두번째 필름도 슬라이드를 넣고 금척리 고분군을 살랑살랑 찍어대는데 사용됐다. 































그럼에도 뭔가 아쉬움은 가시지 않았다. 곱게만 찍으려니 이 렌즈가 보여줄 수 있는 힘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문득 친구가 바랬던 것은 이런 테스트 샷이 아니라 필름 유저가 실전에 투입한 슈퍼 엘마의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멋대로의 생각이었겠지만(ㅋㅋ) 생각이 그렇게 이르자 21미리가 가장 잘 활약할 수 있는 전장으로 데려가 실전 데뷔를 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새로운 렌즈가 생기고 어느 정도 손에 익고 특성 파악을 간략히 하고 나면 데려가는 곳이 있다. 바로 어판장이다. 어판장에서 정밀한 구도와 노출, 포커싱을 할 여유는 많지 않다. 복잡한 현장에서 부대끼며 순간순간의 장면을 재빨리 잡아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버벅이지 않고 촬영을 하고 그 결과물 또한 만족스러웠을 때 그제서야 그 렌즈, 혹은 그 카메라는 비로소 '내 것'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5월의 어느 토요일 새벽. 송도의 수협 위판장을 찾았다. 자주 갔던 죽도시장 어판장과 달리 제대로 촬영차 가본 적은 없는 곳이라 손에 익지 않은 렌즈로 가당키나 할지 처음엔 조금 걱정도 되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슈퍼 엘마는 빠른 속도로 현장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넓은 렌즈는 넓은 공간에서 오히려 힘을 잃는다. 21미리가 어울리는 곳은 그런 곳이 아니라 모든 것이 뒤엉킨 좁고 한정된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 21미리의 다이나믹한 앵글은 평범한 장면을 비범한하게 바꾸어 주고 현장의 싱싱한 활력을 생생하게 극대화 해줄 수 있다. 비로소 물을 만났듯 나는 신나게 셔터를 눌러댔다. 두 롤의 필름을 난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그동안 잔재주 없이 최선의 광학적 설계만으로 최상의 화질을 구현하고자했던 슈퍼 앵글론이나 비오곤을 열렬히 추종해왔던 나였던지라 '영혼없는' 슈퍼 엘마나 엘마리트 21미리 따위에는 영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찾았던 송도 어판장에서 맹활약한 슈퍼 엘마의 결과물을 보고 나니 그런 생각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한눈에 봐도 높은 해상도와 콘트라스트는 슈퍼 엘마가 녀석의 선배 슈퍼 앵글론과는 확연히 다른 신세대 21미리임을 강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이 취향이냐 아니냐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말이다. 




마지막 송도 어판장 필름을 스캔하고 나서야 나는 솔직하고 시원하게 K군에게 소감을 얘기할 수 있었다.




'야 슈엘 겁나 좋은데?!'





2017.05.20. 포항


Leica M6 / Super Elmar 21mm f3.4 ASPH / Kodak 400TX / IVED




Specail Thnaks to Qunaj!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Photo-Nomad]













Orion-15 28mm f6.0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Photo-Nomad]


















Leica M6 / Summicron-M 35mm f2.0 ASPH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Photo-Nomad]































































2017.04.15. 포항


Leica M6 / Elmarit 28mm f2.8 ASPH / Kodak 400TX / IVED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Photo-Nomad]

:: 170416 안강 ::

Snaps/2017 2017.05.10 13:43























































































































2017.04.16. 경주 안강


Leica M6 / Elmarit 28mm f/2.8 ASPH / Kodak 400TX / IVED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Photo-Nomad]

“라이카 바디에 왜 다른 렌즈를 꽂아?”


사진을 하며 알고 지낸지 오래된 후배는 작년에 M6와 현행 50미리 엘마를 손을 떨며 겨우 마련했다.  50미리를 좀 쓰다보니 역시 0.72배율의 M6에게 최적인 35미리 라이카 렌즈가 간절해졌다. 하지만 그의 작은 간과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는 쉽사리 Summicron ASPH 따위를 덜컥 지를 수는 없었다. 결국 Voigtlander의 렌즈들 따위를 사면 어떻겠냐고 나에게 종종 물어봤지만 나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그런거 쓰려면 M6는 뭐하러 샀냐? 성능이 좋아서 라이카 쓰냐? 그냥 라이카라서 쓰지.”


솔직히 나는 그랬다. 라이카를 쓰는건 그냥 라이카니까 쓰는 거였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예쁘다는 거? 토이 카메라 따위가 아니라면 내 눈에 광학적으로 몹쓸 렌즈는 별로 보질 못했고 해상도나 콘트라스트, 색감, 왜곡 억제력 등은 예민하고 냉철한 분들이 리뷰에서 친절하게 분석해주시면 ‘음 그렇군.’ 하는 정도였고, 결국 내가 사진을 찍고 나면 어느 렌즈, 어느 카메라든지 나름대로 괜찮았다. (나는 사실 장비 쪽엔 상당히 박애 주의자였던?) 그렇지만 어차피 라이카 바디를 쓴다면 라이카 렌즈가 맞다고 봤다. 이미 라이카를 쓴다는 것 부터가 어쩌면 ‘실용’과는 거리가 먼 것 아닌가.


그런데 M6를 쓰면서 굳이 타사의 렌즈라니. 성능이야 좋겠지. 값도 싸지. 모양도 나름 어울려. 하지만 라이카가 아니야. 그런건 사면 결국 바꾸게 돼. 그를 말렸다. 총알을 좀 더 모으거나 Summicron보다 저렴한 Summaron 괜찮은 물건이 나오길 기다려보자고.




Summaron 3.5cm f3.5


그러던 차에 라이카 쪽에서는 나름 전문성을 가지고 오랜기간 비교적 신뢰가 축적됐다고 하는 ‘ㅈ카메라’와 ‘ㅇ카메라’에 거의 동시에 주마론 매물이 올라왔다. 아쉽게도 M마운트가 아닌 스크류 마운트였지만 우리에겐 LTM이라는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ㅈ카메라’의 매물엔 마침 LTM아답터도 포함되어 있었고 상태도 괜찮아 보였다. 가격도 저렴해서 주미크론 ASPH 중고가의 25% 정도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달려 보는거다. 후배에게 연락했다. 이거나 사봐라.




"쓸 시간도 없는데 나한테 보내."


위탁상품이라 현금 박치기를 해도 한 푼도 안깎아주더라며 후배는 볼멘 소리를 했지만 거기서 깎아봐야 얼마나 깎겠느냐고 상태만 좋으면 몇만원 더 준건 아까워하지 말라며 녀석의 말을 잘라 버렸다. 며칠 후 택배로 물건을 받은 후배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상태를 보여줬다. 사진 찍는다는 녀석이 찍은 제품 사진치곤 너무 X판이라 짜증이 밀려왔다. ‘아 잘 좀 찍어서 보내봐. 렌즈 알 좀 보이게.’


녀석의 허접한 제품 사진으로도 일단 렌즈의 상태는 꽤 좋아 보였다. 주마론이야 이쁘기로 치면 주미크론 1st 8매와 같은 디자인의 2.8 주마론이 최고지만 얘는 엄청 구닥다리처럼 생긴 스크류 마운트 3.5cm 주마론이다. 사실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올드 자이즈 렌즈는 그렇게나 좋아했으면서 스크류 마운트 라이카 렌즈들에 관심이 없었던 건 뭔가 덜 떨어져 보이는 외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나의 편견도 50미리 엘마를 쓰면서 사라졌고 라이카 올드 렌즈 특유의 굵은 표현력과 질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주마론도 참 궁금해졌다.


주말에 나가서 얼른 찍고 결과물 좀 보여달라고 후배를 재촉했건만 주말에도 연이어 출근이 잡힌 그는 좀처럼 사진을 찍지 못하고 있었다. 나같으면 회사에 들고 가서라도, 점심을 굶고 나가서라도 후딱 찍어볼텐데 이 녀석은 궁금하지도 않은지 천하태평이다. 결국 안달이 난 내가 (근데 왜 내가 안달이..) 연락을 다시 했다.


“야 쓸 시간도 없는데 그냥 나한테 보내라. 내가 자~알 테스트 해줄게. 그리고 M6도 같이 보내. 알다시피 내 M3에는 35미리 프레임이 없어.”




주인보다 먼저 써보게 된 렌즈.


순둥이 후배는 형의 말에 별 대꾸도 않고 카메라를 다음 날 보냈다. 물론 한 마디를 하긴 했다. 경주에 지진 자꾸 나는데 자기 카메라 잘 지켜달라며… -_-  어쨌든 평일에 무조건 도착하게 하라는 지시를 잘 지켜 금요일 오후에 택배가 도착했다. 사무실에서 박스를 호들갑스럽게 뜯어봐야 ‘저건 또 뭘 샀나?’ 하는 팀장의 눈초리만 받을 것 같아 박스를 안고 차로 쏙 들어와서 뜯었다. ‘자식, 딴에 엄청 아끼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하게 완충제가 들어간 포장을 풀자 그의 M6와 주마론이 나타났다.





가까이 있는 지인은 늘 블랙 바디에 실버 올드 렌즈의 조합이 참 예쁘다고 얘길 했었다. 깔맞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리 공감가지 않는 말이었지만 이렇게 보니 나쁘지 않다. (물론 블랙페인트 IId였어야 더 멋질 듯..)





렌즈 상태도 꽤 괜찮아 보인다. 외관은 아주 깨끗하고 렌즈 알의 코팅이 상한 부분도 없어 보인다. 밝은 빛에 비춰보면 내부의 헤이즈나 클리닝 기스가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것이 아니므로 그렇게까진 해보지 않았다.




Summaron으로 찍은 두 롤의 흑백 필름


새 카메라, 새 렌즈를 만져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비록 내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별로 흥미롭지도 않은 M6를 가지고 놀며 책상 위에 놓아두고 감상하며 금요일 오후를 버텼다. 내일 좀 찍어줘야지. 당장 찍을 것도 아니면서 AGFA APX100 한 롤을 넣었다. 역시 퀵로딩이 편하긴 하구나. M3가 갑자기 조금 원망스럽다.




첫 테스트 : 2016.09.24. 포항 / Agfa APX100


토요일 오전, 집에 놀러온 처제네와 함께 포항 환호해맞이공원에 나들이를 가서 M6와 주마론을 꺼냈다. 카메라 보는 눈이 이제 예리해진 와이프가 ‘그건 또 뭐야?’ 라고 물었지만 준비했듯이 당당하게 후배의 카메라라고 얘길했다. ‘이젠 카메라도 돌려 써?’ 라고 했지만 그 이상 잔소리는 없었다. 가족들과 산책을 하며 유유자적 몇 컷을 찍고 오후에 장보러 간 효자시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한 롤을 모두 소진했다. (그렇다. 지난 포스팅에 썼던 GR1s 테스트와 같은 날이다.)





환호해맞이 공원에서 내려다 본 영일만 바다. 노출차가 극명한 상황을 일부러 택해보았는데 역광에서의 빛 번짐도 없고 넓은 계조를 보여준다.





오후의 테스트는 장보러 효자시장에 온 김에 주변을 돌아다녔다.
저 쪽 골목 끝에서 자전거 한 대가 오는 것을 봤다. 건물 뒤에 몸을 숨기고 렌즈의 거리를 50피트(약 1.5미터) 정도에 맞춰두고 조리개를 조였다. 그리고 잠시 뒤 자전거가 다가온 순간 카메라를 들어 바로 셔터를 눌렀다. 약간 흔들렸는데 의도치 않게 패닝효과가 되어 다행이다.





늦은 오후의 낮은 햇살이 만들어주는 그림자는 별 것 아님을 알아도 자꾸만 찍게 되는 매력이 있다. 자신의 그림자 사진을 즐겨 찍는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 거울에 비친 나를 바로 보지 못하는 자신감 부족? 아니면 은연 중에 나를 보이고 싶은 욕망? 일단은 흑백에 어울리는 질감이 좋아 찍었다. 계조가 참 좋다.





누가 지나가길 기다렸으나 실패.





위의 컷을 찍고 자리를 옮기니 이런 타이밍이 온다. 역시 급하게 눌러서 흔들렸으나 아까보다 더 패닝이 잘 됐다. 패닝 전문작가로 나서볼까 하는 1%의 객기가 잠시 솟았다. 하지만 이거슨 필름. 비싼 필름으로 이제 그런 짓은 못하겠다. 그리고 원래 이런 컷은 하려고 하면 잘 안되더라는 건 이미 경험으로 체득한 진실이다.




두번째 테스트 : 2016.09.26. 경주 / Kodak 400TX





회사에서는 저녁도 준다. 고맙게도. 그리고 저녁을 먹는다는 건 칼퇴를 하지 않겠다는 암묵적 의사표시가 되버린다. 저녁을 먹지 않기로 했다. 물론 그렇다고 칼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저녁 먹는 대신 나는 카메라를 들고 회사 뒷 길을 빠져나와 인근 촌 동네로 왔다. 용명리사지 삼층석탑이 있는 곳이다.





차에서 내려 시골길을 따라 걸었다. 저 덩쿨은 더 올라갈 줄이 있다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쓸데없는 궁금증이 들었다. 평소라면 이런 건 찍지도 않았을테지만 흐린 날의 희뿌연 풍경들이 이 날따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런 날씨의 풍경은 ‘덜 떨어진’ 주마론의 성능과 어울어져 뭔가 회화적 이미지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도 있었다.




이 곳은 몇년전 경주개 ‘동경이’ 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동경이는 진돗개와 비슷한 생김새이나 꼬리가 아주 짧은 것이 특징으로 경주 지역 토종견으로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아쉽게도 마을에서 개 그림만 잔뜩 보았을 뿐 정작 동경이는 한 마리도 보질 못했다.





용명리사지 삼층석탑. 그리 큰 탑은 아니나 균형미를 갖춘 세련된 탑이다. 탑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앉아서 쉬고 계셨다.





평소 조리개를 개방해서 사진 찍을 일이 많이 없지만 그래도 명색이 렌즈 테스트차 빌려온 것인데 이런 컷은 하나 찍어봐야하지 않나 싶었다. 보들보들 예쁘기만 한 현행 렌즈들의 보케에 비해 더 아련하고 따스한 느낌이 참 좋다.





요즘은 해가 짧다. 흐린 날이라 더 어둡고 더 이상 찍기는 힘들것 같다. 그래도 400TX를 넣길 잘 했다 생각하며 길을 내려간다.




세번째 테스트 : 2016.09.27. 경주 / Kodak 400TX





오늘은 해가 나왔다. 그래서 또 저녁을 안먹기로 했다. 이렇게 밥까지 굶어가며 사진질을 하고 있노라니 진작 공부를.. 아니 공부가 아닌 다른 무엇이라도 이렇게 열정을 다했다면 대성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사진으로 대성할 수 있을까?) 지나다니면서 꼭 찍고 싶던 낡은 이발소를 담아봤다. 사장님과 얘기를 나누며 좁고 어둑한 실내에서 21미리를 가지고 1600으로 증감한 400TX로 다큐를 찍고 싶지만, 그 전에 일단 내 머리를 그에게 맡기며 말문을 트지 않는 한 그것은 불가능하리라. 물론 내 머리를 그에게 맡기는 것에도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하교길의 아이들. 작고 여린 여학생들의 그림자가 비현실적으로 커지는 오후의 낮은 빛





다 쓰러져 가는 헛간과 아무렇게나 심은 호박에선 꽃도 피고 저 멀리에는 아파트가 보인다. 건천 지역은 인근 산업단지가 커지면서 유입 인구가 늘고 새 건물들이 많이 생겨나 몇년전에 비해 스카이라인이 많이 달라졌다.





지은지 얼마나 된 집일까. 벽의 단면만 찍은 이 장면만으로는 세월을 가늠할 수 없을 사진이다. 이 사진을 찍은 주마론이 1950년산이니 그와 비슷할까? 아니 오히려 이 집이 덜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교길의 여학생. 하늘이 넓게 들어가는 역광에선 콘트라스트가 낮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도 이런게 또 올드 렌즈의 맛이라면 맛이고 재미라면 재미다.





어디를 다녀오는 길인지 제 몸만한 트렁크를 들고서 씩씩하게 걸어가던 여학생. 대문 옆에 투박하게 쓴 ‘방있음 2층’이 인상적이었다.





지진의 흔적. 곳곳에 돌담이 무너진 집들이 제법 보였다. 살면서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공포였다.





건천1리 공부방.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서울(특히 이른바 강남 8학군)과 이런 시골의 학업 성적, 상위 학교 진학율의 차이가 많이 나는 건 결국 개인의 역량보다도 주어진 환경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너무나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은 아닐까. 경쟁의 수준 부터가 다르기에 여기서 공부를 좀 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막상 나가보면 우물안 개구리인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그것은 우리 모두 마찬가지 일지도 모른다.





대략 이렇게 일주일간 갖고 놀며 두 롤의 흑백 필름으로 주마론을 겪어봤다. 충분한 소회를 풀어내기에 일주일은 짧은 기간이었고 72컷으로 이 렌즈의 특성을  파악하기에 나는 너무나 막눈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흑백 사진을 위주로 찍는다면 굳이 비싼 주미크론이 아니어도 라이카의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렌즈라는 점이다. 세필로 그린 듯한 섬세한 묘사력과 뛰어난 왜곡 억제력,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성능의 주미크론 ASPH도 좋지만 약간 뭉툭해진 2B 연필로 그린 듯한 굵고 묵직한 묘사를 보여주는 주마론의 느낌도 개인적으로는 참 마음에 들었다.


주머니가 가벼워 대안으로 택했던 땜빵 렌즈가 이 정도라면 사실 더 바랄게 없다. 후배에게 다시 렌즈와 카메라를 싸서 보내며 문자를 보냈다.


“야 렌즈 대박 좋더라. 잘써라.”


(그리고 이 렌즈를 써본 덕에 나는 뜬금없이 2.8cm Summaron에 꽂혀 버렸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Photo-Nomad]






























































2016.09.24. 포항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Photo-Nomad]

:: 구룡포 ::

Snaps/2015 2015.11.15 00:02



2015.10.04 포항


구룡포 일대의 일본인 가옥들이 '근대 문화 역사 거리'라는 이름으로 정비되고 나니 일본식 선술집이 들어서고 기모노를 빌려주는 가게까지 생겼다. 원래 일본 가옥들은 '적산가옥 - 적이 남겨 놓은 가옥' 이라 불리며 그 명칭에서부터 가치관이 뚜렷이 반영되어 있었는데 구룡포는 무슨 추억에 젖는 공간처럼 변해가고 있다. 


마냥 이국적인 풍경을 즐기며 '적의 옷'을 입으며 기념촬영하는 그런 분위기로 흘러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Photo-Nomad]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