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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3  구룡포


대학 시절부터 군시절까지 이어진 약 7년 정도의 서울/경기권 생활을 정리하고 직장 덕에 다시 포항에 내려와서 좋은 점이 있다면 바다가 가깝다는 것이 아닐까. 간혹 갑갑하거나 하면 늦은 밤에도 송도 해수욕장으로 차를 몰아 바다 바람을 쐬며 담배 한대 피우며 걸을 수 있고 날씨가 좋을 듯한 날 저녁이면 다음 날 새벽 동해안으로 달려가 일출을 볼 수도 있으니 여의도 한강 고수부지를 걷던 기분도 낼 수 있다.

3월의 네번째 토요일 나른한 오후 바닷 바람이나 쐬러 구룡포로 갔다. 그나마 가까운 어항인 구룡포에 가면 언제나 찍을 거리는 있다. 자주 가다보니 더이상 특이한 앵글이 나오지 않지만 제대로 된 작업을 해보고 싶은 소재는 많은 곳. 이 날은 몽골에서 활약한 후 전설의 명렌즈 Carl Zeiss Biogon 21mm4.5에 밀려 좀처럼 빛을 못본 니콘 ai-s 20mm2.8를 데려갔다. 사실 동일한 구도와 노출값으로 비오곤과 동시에 촬영해 비오곤의 명성을 새삼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 억지로 우겨야 비오곤이 조금 더 좋아보이는 수준이라고 결론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확대 인화시에 해상도가 얼마나 차이가 날런지 모르겠지만 사실 올드 렌즈들에 비해 현행렌즈의 해상도가 나쁠리도 없고 비오곤의 자랑인 왜곡억제능력도 크게 차이나는 편은 아니었다. 주변부 해상도는 확실히 비오곤이 훌륭해 보였지만 그런 세세한 차이를 확인하고자 필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노라니 드는 생각은 '객관적으론 돈지랄이다..' 이거 뿐.

이왕이면 좋은 카메라, 좋은 렌즈를 갖고 싶은 것이 누구나의 욕심이겠지만 새삼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Rolleiflex와 Contax IIa에 밀려 찬밥이 되버린 나의 니콘 라인업들. 어쨌거나 가장 신뢰가 가는 10년지기 니콘에 Tri-X를 넣고 거리로 나가고 싶은 밤이다.



그러나 지금은 숙직 中      

젠장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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