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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2  서울


새로 구입한 MOLESKINE Weekly Notebook Planner 2010 과 2년된 Ruled Notebook..둘다 포켓사이즈 하드커버

2007년 연말에 처음 구입한 MOLESKIN Ruled Notebook. 고무 밴드로 여며진 단단한 검정 하드커버의 몰스킨을 손에 쥐면 왠지 느낌이 참 좋았다. 처음엔 만년필로 써보려다 워터맨 F촉의 투박한 굵은 선에 좌절하고 파커 볼펜으로 바꿨다가 작은 글씨를 쓰기에 좀 더 유리한 제트스트림으로, 필기구까지 여러번 바꿔가며 애착을 가졌었다. 몰스킨을 펼치면 뭔가를 쓰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었고 그다지 두껍지도 않은 이 수첩에 08년도의 많은 이야기들과 생각을 적어두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08년에는 틈틈히 촬영일지와 여행담, 간략한 감상문들을 적어두며 나름대로 목적에 부합하게 잘 사용 중이었는데 09년부터는 이상하게 몰스킨에 손이 가지 않았다. 몰스킨에는 항상 정리된 내용들이 적혀야 할 것 같단 강박관념이 생기다 보니 출사시나 여행에는 니콘에서 제작한 부담없는 수첩을 휴대했고 여기에 휘갈겨 쓴 메모와 촬영기록들은 정작 몰스킨에 정리하여 옮겨 적지 않은 것이다. 결국 2년간 불과 몇 페이지 사용하지 않은 몰스킨, 나도 역시 기록과 정리의 생활화에 실패한 것인가라는 자괴감이 살짝 드는 와중이었는데..

연말이 되자 다시금 몰스킨을 지르면 내년은 정말 알차고 보람찬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한 해가 될 것만 같은 부질없는 생각이 마구 들기 시작했다. 09년도에 몰스킨 사용횟수가 급감하게 된 이유는 일자에 맞게 제 때 작성해야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주지 않는 룰드노트북의 형식 때문이라는 자위적인 결론에 이르렀고 때 맞춰 기록하되 매일매일 한 장을 가득 적어야하는 압박이 없는 위클리로 구입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결국 질렀다는 거;;

위클리노트북 포켓 하드커버에는 블랙이 없어 결국 레드로 구입할 수 밖에 없었는데 다소 부담스럽지 않을까라는 걱정과 달리 꽤나 산뜻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내지 구성은 왼쪽에는 간략한 메모가 가능한 주간일정표가 오른쪽엔 줄노트가 있어 그 주에 읽은 책에 대한 얘기나 여행담 등 다소 긴 문장도 여유있게 적을 수 있다. 양면이 다 주간 일정으로 구성되어 다소 건조한 위클리 플래너와 달리 위클리 노트북 플래너는 개인적으로 딱 좋은 구성이라 생각된다.
 
요즘은 몰스킨과 유사한 제품들이 시중에 많이 나왔고 디자인적으로 더 뛰어난 것들도 많이 보인다. 가격마저 저렴하며 몰스킨이 자랑하는 100년의 보존성과 튼튼한 제본기술에 비해 그 것들이라고 크게 떨어져 보이지도 않는다. 가격대 비 성능으로 보자면 당연히 몰스킨은 최악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 '그냥 수첩'이 27,000원이라고 하면 쉽게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올해도 몰스킨을 지른 것은 2011년에도 2012년에도 그 후에도 동일한 디자인과 동일한 사이즈의 제품을 구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게 몇년의 기록이 쌓이면 뿌듯할 거 같긴한데 원래 다이어리 류는 항상 1년 후 빽빽하게 적혀있을 훗날의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이 때가 제일 좋은 것 같다. ㅎㅎ  뭐 일단 질렀으니 2010년에는 많은 기록을 담아둘 수 있길 바라며~

2010년은 2009년보다 계획적으로 살 수 있길! (제발 좀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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