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탑리. 탑리역 앞 조그만 공터에는 언제나 아무도 없다. 차를 세우고 길을 따라 내려오면 첫번째로 마주치는 건물. 특이한 형태의 2층 집은 구룡포에서 볼 수 있는 일본식 가옥의 흔적과도 닮았다.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낡은 빈 집. 예전에는 이른 바 '점방'이라 불리는 구멍가게였을 것 같지만 굳게 닫힌 문의 거친 질감은 이 곳에 들를 때 마다 카메라를 들이대게 한다. 요즘들어 카메라를 지르고 열심히 배우는 중인 우리팀 막내 두석이.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구도에 대한 감은 이제 두 번째 출사임에도 예사롭지 않다. 어떤 것을 찍어야할지 고민하지 않고 찍고 싶은 것을 마음가는 대로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이 좋다. 보다 많은 발전이 있기를..




골목에 나란히 놓여진 의자들. 동네 할머니들이 나란히 앉아 수다를 떨만한 공간으로 보이지만 대낮에도 이 탑리에선 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담쟁이가 뒤덮인 창고. 붉게 녹슨 철문의 색감과 질감이 꽤나 강렬했건만 흑백에선 그닥인 듯.




탑리의 교회. 비를 맞지 않고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구름 다리를 넣어 프레이밍해보니 독특한 느낌이 나는 교회처럼 보인다. 화려하고 웅장한 교회만 보다 이런 시골 교회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팔까 말까 망설이는 중인 AF20-35 2.8D는 일단 당분간은 갖고 있어봐야겠다.




시간이 멈춘듯한 탑리의 거리. 두 자리수 국번이 그대로 남아있는 서울세탁소의 간판. 시대를 가늠할 수 있는 포터와 스쿠터만 없다면 70년대 풍경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




역시나 오래되 보이는 사진관. 이 앞을 지날 때 마다 기웃거려보다 용기를 내어 들어서봤지만 사진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을 듯한 할머니가 이제는 사진관을 하지 않는다며 손을 내저으신다. 나의 오래된 콘탁스 카메라를 보고 반가워하며 옛날 이야기를 들려줄 사진관 주인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던 로망은 사라졌다.




탑리 버스터미널.




매표소에는 판매원도 보이지 않고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은 두 명 뿐. 대략 30분 정도 머물며 사진을 찍었지만 버스는 오지 않았다. 벽에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학생들의 낙서가 가득했다.




사용하면 좋을텐데!!




버스가 들어오는 모습을 찍고 싶었지만 도대체가 언제 오는지도 모르는 버스를 기다릴 수가 없어 돌아나왔다.




그리고 탑리가 탑리로 불리게 된 탑리 5층 석탑. 전탑과 목탑 형식이 가미된 초기 석탑의 형태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미륵사지 탑처럼 웅장하지도 감은사지 3층 석탑처럼 당당하지도 월정사 팔각 9층 석탑이나 불국사 다보탑처럼 화려하지도 석가탑 처럼 완벽한 비례의 우아함도 없이 작고 초라하지만 보면 볼수록 단정한 느낌이 드는 석탑이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조용하기 그지 없는 동네, 탑리. 그 마을의 모습과도 닮은 그런 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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